<인체 실험 세째날>
실험 기간 : 2005.1.10 ~ 2. 8 (30일간)
실험 규칙 : 1. 음료는 녹차만 마신다. 필요할 경우, 물은 섭취할 수 있다.
2. 세 끼는 모두 콜라를 제외한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3. 실험 전과 비슷한 운동량(하루 팔굽혀 펴기 10회, 윗몸일으키기 10회,
수시로 기지개 켜기와 비슷한 스트레칭)과 일상 활동을 유지한다.
4. 실험 전과 비슷한 수면을 취한다. 하루 8시간 이상
세째날 상황입니다. 우선 ♡진이맘♡님이 궁금하신 것에 답변드리자면, 변 잘 보고 있구요, 변색도 좋습니다. ㅠ.ㅠ 컨디션 괜찮은 편이고, 끼니를 제 때 먹어서인지 오히려 힘이 나는듯합니다. 롯데리아에서, 라이스버거, 김치버거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샐러드도 없던데, 아마 다음에 다시 선보일 모양입니다.
아침.
새우버거, 감자볼, 녹차 한 사발(설록차 한라眞)
0907님의 조언대로 감자튀김말고 감자볼을 시켜 먹었는데, 아주 맛이 좋더군요. 감자볼은 텁텁한 맛이 없고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을 잽싸게 먹고, 다빈이가 깨기 전에 이유식을 준비했습니다.
요즘 다빈이가 먹는 이유식.
오른쪽은 현미를 불릴 것입니다. 왼쪽 큰 사발은 고구마와 무를 썰어 놓은 것입니다.
위에 재료를 믹서기로 간 상태. 이걸 끓이다가 약한 불로 5분쯤 둡니다.
왼쪽 냄비는 현미/고구마/무우 죽, 오른 쪽은 사과즙. 물을 약간 넣고 믹서기로 갈았습니다.
다빈이 아침상. 사과즙 먹고, 죽먹고, 바로 분유 맥입니다.
이유식 만들다 보면, 조금 남는 거 있거든요. 김밥도 왜 꼬다리가 맛있잖습니까? 무우도 남으면 조금 먹고, 고구마도 조금 먹고, 사과는 한 개 깎아서 만들기 전에도 먹고, 다빈이가 어떨 때 먹다 남기면 그거도 후루룩 마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인체 실험하고서는 다 버립니다. ㅠ.ㅠ
아빠 : 다빈아~ 아~
다빈이는 아빠 말을 알아 듣는 거인지, 제비새끼마냥 곧잘 입을 벌립니다.^^
다빈 : 아빠, 맛이 뭐 이래요? ㅠ.ㅠ
아빠 : 맛 없냐?
다빈 : 조금 셔요.
다빈이는 뭘 주든 처음에는 인상을 좀 찡그리는 것 같습니다.
좀 그러다가 오물오물 잘 먹습니다.
현미/고구마/무우/죽. 사과즙도 그렇고 변비에 좋다는 것들만 먹입니다.
다빈이는 주는 만큼 잘 먹습니다. ^^
다들 느끼시는 것처럼 아기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야 부모 마음이 편하죠. 이중에 하나라도 잘 못하면 근심이 생기더군요.
고려다원 春樹 선생님이 주신 우전차로 냉녹차를 만들어 봤습니다. 저는 평소에 따뜻한 차도 많이 마시지만, 이렇게 해서 냉녹차도 많이 마시는 편입니다. 냉녹차는 특히 여름에 맛이 좋죠. 저는 계절에 상관없이 이렇게 늘 냉장고에 넣어 놓고 마십니다.
요렇게 만들어서, 냉장실에 한 반나절 두면 맛이 좋습니다. 녹차 티백으로 이렇게 해서 먹으면, 차를 따를 때 찻잎이 나오지 않으니까 깔끔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전에 제가 이렇게 실험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가까운 지인들을 중심으로 판매를 한 적이 있습니다. 맛을 본 분들 중에는 아주 맛이 좋다고 몇 번이고 꾸준이 구매를 해 주신 분들도 계셨지만, 판매보다는 나눠드린 게 더 많았스니다. 몇 번 사주신 분들도 차맛이 좋았다기 보다는 제가 불쌍하게 보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패트병을 구해서, 상표를 붙이고, 마개를 닫고, 유효기간을 찍고 한 박스 단위로 포장을 했습니다. 공장이 있었던 건 아니라서, 거의 가내 수공업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빈이 낳고 나서는 여력이 되지 않아 더 이상 음료를 제조할 수 없었습니다. 식품 제조 허가를 받은 건 아니였기 때문에 일종에 불법적으로 불량식품을 제조, 판매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 양심을 걸고 말씀드릴 건데, 제조 요건을 갖추지 못해 허가는 못받았지만, 제품 하나하나에 정성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혼자서 다 했습니다. 하루 저녁에 열심히 만들면, 한 3박스쯤 큰 2리터 병으로 따지면, 20병 정도를 만드는 겁니다. 자동화되어야 수지가 맞을 일인데, 모든 걸 다 수작업으로 해야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다빈이 엄마는 이런 제 모습을 보면서, 답답해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낮에는 회사를 다니고, 밤에는 퇴근해서 거의 녹차를 만들어 팔았는데, 어떻게 보면, 이 일이 인형 눈 붙이는 부업과도 같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난했기 때문에 길거리에서 노점상이라도 할 마음이었는데, 임신한 아내가 이런 저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편했던 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좋은 원료를 사용해서 많은 사람들이 쉽게 마실 수 있고, 건강에 아주 좋은 특별한 녹차 음료를 꼭 개발할 것입니다. 저의 꿈입니다. 꿈을 가진 사람만이 용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음료 제조 시도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와 지식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고, 몇 가지 사항은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만, 많이 더딥니다. 현재 사이트는 폐쇄했고, 더이상 음료 제조는 하지 않습니다.
이러니까 무슨 마약 제조업자 같네요.ㅠ.ㅠ 혹시 어떤 분 이 글 보시고, 불량식품 제조로 저를 경찰에 고발하셔도 이제는 해당 사항 없습니다. ^^ 그리고 혹시 처벌 받을 일이 있다면 받아야죠, 제가 뭐 어쩔 수 있나요?
점심.
치킨버거, 감자튀김, 녹차 한 사발(설록차 한라眞)
롯데리아에서 끼니마다 배달해 주니까, 양배추 색이 신선하네요.
저녁 때 쯤 꺼낸 냉녹차.
차 빛깔이 예술입니다.
저녁.
치즈버거, 치킨 한 조각(다리), 오징어링, 냉녹차 1000ml 정도
잠발라야 소스는 난생 처음 보는 겁니다. 사과즙이 약간 들어 있고 달콤하더군요.
바삭바삭한 오징어링도 맛이 괜찮더군요.
치킨 포장지가 기름이 만이 배어 있어, 보기는 지방이 많은 것 같았는데, 닭다리의 순백살 부분은 대부분 단백질입니다. 모처럼 먹어 보니 맛있더군요.
저녁을 다 먹고 난 모습.
어제, 저녁 먹기 전부터 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삼성강북병원 가정의학과에 전화를 해서 진료시간을 조금 앞당길 수 없냐고 문의를 했었는데, 그러면서 지난 주 혈액검사 및 기타 검사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간기능을 나타내는 GPT 수치가 57이어서 지방간이나 간염의 증상이 의심된다고 하군요. 얼마나 심각한 거냐고 했더니, 아주 높은 건 아니지만, 정상은 아니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실험 전에 이렇게 안 좋은 수치가 나올 줄은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요즘 평소 조금 피곤한 것이 다빈이 돌보느라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는데, 예전보다 운동 잘 못하고 끼니 잘 못 챙겨 먹고, 먹더라도 김치찌게에 주로 돼지고기를 넣어서 먹은 것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진짜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지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리고 이 실험을 여기서 중단해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지난 번 환경정의에서 실험할 때 윤광용씨는 GPT 수치(높을 수록 안 좋음)가 실험 전에는 22였는데, 실험 중에는 75까지 올라가서, 의료진이 실험 중단을 권고했다는데, 실험 전 저의 GPT 수치가 57이라는 것은 우려할 만한 수치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하다 잠도 잘 못 자고, 오늘 아침에 다빈이 깨워서 이유식하고 분유 맥이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세째날은 사진에 있는 음식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상, 다빈아빠 인체 실험 세째날 소식입니다. 오늘 병원에서 검사도 다시하고 검사 결과도 봤는데, 오늘 상황은 정리해서 나중에 글 올리겠습니다.
2005. 1. 13.
첫댓글 Meditation.. 이전 게시물에서 사진을 접하고, 혹시나 했는데 맑음의 녹차 운영자분이 맞으셨네요.^^ 정말 편하고 괜찮은 곳이 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시기상조였을까요..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님의 말씀처럼 다음에 보다큰 이루심을 저도 기원드리며, 다빈이네의 행복 또한 염원올립니다.
다빈이의 이유식 좋은 식단입니다..그러나..님의 실험 프로그램상...제 시간에 영양공급 ...운동등 ..규칙적인 생활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변화는 느낄지 모르지만... 한달동안 녹차만 마셨다고 해서 건강한 젊은 사람이 녹차로 인한 뚜렷한 변화를 찿을 수 있을지는 그 결과가 참으로 궁금해 집니다...()...
작심삼일이라했는데... 무사히 삼일은 넘기셨군요^^ 힘내시구요. 쭉 지켜보겠습니다. 아자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