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화요일 밤 10시 15분.
강달구는 치킨이 담긴 알루미늄호일 팩을 들고 수변공원을 향해 가능한 천천히 걸었다.
10시45분에 시간을 맞추려면 30분이나 남았던 것이다.
지나가는 자동차도보고, 쇼윈도도 보면서 느긋하게 걸어 수변 로로 접어들었다.
엊그제 북적이던 수변 로는 한적했다.
벚꽃이 져서 그런 것 같았다.
대신 개나리가 활짝 피고 있었다.
휘파람을 불며 오늘 밤 벌어질 일들을 상상했다.
지난번에 카드로 호되게 당했던 복수전을 펼치리라 다짐했다.
그때는 딸기의 핑크 빛 망사팬티 때문에 망했지만 오늘은 망사팬티가 아니라 홀딱 들여다보여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입술을 깨물었다.
“오빠, 지난번 복수전 안 오실래요? 오실 때 치즈하고 멕시칸2개 가져다주시고요”
간을 녹이는 듯한 딸기의 주문전화를 생각하며 강달구는 수변공원 입구의 캠핑카를 지나 조경 목을 눈앞에 두었다.
혼자 중얼거렸다.
너의 도끼는 어느 것이냐? 네에이, 저는 모두 다 제껍니다.
강달구는 세 여자를 산신령의 도끼에 비유했다.
세 여자 중 하나를 택하라면 그건 불공정한 주문 같았다.
딸기가 스타일 측면에서는 그 중 제일 나았지만, 안도영에 비해 가슴이 빈약하고, 도희에 비해 히프가 볼품없다고 생각했다.
세 여자를 합친다면 몰라도 따로따로 선택하라면 그것은 공정이 아니고 고문이라고 생각했다.
“오빠 얼릉 와요!”
딸기가 손을 흔들었다.
눈에 익은 캠핑카를 들여다보던 강달구는 재빨리 조경목 안으로 들어갔다.
세 여자는 텐트 속에 알루미늄호일매트를 펴놓고 강달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왔어요?”
“벌써요.”
딸기를 가리키며 도희가 말했다.
“얘가, 오빠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어요.”
“어머, 내가 언제?”
딸기가 내숭을 떨며 강달구를 흘겨봤다.
도희의 말에 흡족해진 강달구는 두 여자 몰래 딸기에게 윙크했다.
강달구가 말했다.
“오늘도 룰은 똑 같습니까?”
계산서를 뜯어본 안도영이 치킨 값을 내밀며 한쪽 눈을 감았다 떴다.
화투를 펼치며 강달구를 쳐다봤다.
“일단 치킨 값은 선불하고요. 대신 오늘은 고로 해요?”
세 여자가 이미 화투를 조작해 놓은 것을 모르는 강달구는, 안도영의 제안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케이블영상제작소에서 쌓은 48장 기술을 깔보는 듯한 세 여자를 이번엔 단단히 혼내겠다고 다짐했다.
능청스럽게 물었다.
“고스톱입니까?”
“고스톱 잘 치시죠. 오빠 생각해서 화투도 새것으로 준비했어요.”
강달구는 초보처럼 굴었다.
“몇 점에 나는 거죠?”
도희가 말했다.
“3점 기본이에요. 허지만 배판도 있고, 피박도 있어요.”
딸기가 의미 있게 웃었다.
안도영이 중지를 구부려 보이며 말했다.
“또 한 가지, 오빠는 남자니까 새끼손가락 우린 꿀밤. 이래야 공평하잖아요.”
강달구가 대답했다.“좋습니다. 전 세끼손톱 쓸게요.”
강달구는 세 여자의 제안이 오늘밤 최고의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새끼손톱이 고생 좀 하겠다고 생각했다.
무조건 3점에서 스톱한다고 다짐했다.
가격할 세 여자의 급소도 가늠했다.
딸기는 입술, 안도영은 젖꼭지, 도희는 어느 지점으로 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엉덩이를 손톱으로 가격해봐야 코끼리 비스킷일 텐데.
강달구가 고민하는 사이 패가 분배됐다.
허지만 첫판부터 강달구는 피박까지 썼다.
세 여자가 획득한 점수에 준해서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거나 꿀밤을 맞았다.
취기와 함께 슬슬 약까지 오르기 시작했다.
구겨진 자존심을 만회하려고 강달구가 판을 올렸다.
“5점 이상은 똥침으로 합시다.”
세 여자는 재빨리 눈을 맞춘 후 웃었다.
“어머! 똥침? 우리가 지면 어떡해?”
안도영이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오빠가 하자면 어쩔 수 없지 뭐.”
그러나 똥침을 대 준 것은 세 여자가 아니고 강달구였다.
바지위지만 항문을 정확히 공격하는 세 여자의 손톱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모든 것이 조작된 것이라고는 꿈에도 짐작하지 못한 강달구는 아슬아슬하게 한 점 또는 두 점 차이로 지는 결과에 오기가 펄펄 끓었다.
흥분상태에서 마신 술에 취기도 만만찮게 올랐다.
세 여자들도 강달구와 비슷한 흥분에 휩싸였다.
똥침을 아무리 정확히 가격해도 번번이 강달구의 불알에 걸려 30cm까지 접근하지 못해서였다.
90분이 흘렀다.
강달구는 몸을 비틀었다.
오기 전에 말끔히 비운 방광에 어느 듯 물이 가득 찼던 것이다.
판이 3번 더 돌고, 똥침 4대를 맞고 나자 세포뭉치 파이프 끝에서 누수현상이 왔다.
이성으로 제어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강달구의 상황을 눈치 챈 도희가 말했다.
“오빠, 소변 마렵지 않아요?”
도희도 부추겼다.
“오빠 가면 나도 갔다 와야지. 배가 터질 것 같아.”
도희의 말은 강달구의 인내를 무너트리는 기폭제였다.
강달구가 상황감정을 감추려고 애쓰며 말했다.
“아직은 참을 만 하지만.”
딸기가 강달구를 챙기는 것처럼 말했다.
“남자들은 오줌 참으면 안 돼요 오빠. 내 친구 신랑도 오줌 참다 꼴까닥 했걸랑요.”
강달구는 딸기의 말에 덜컹 겁이 났다.
조금만 더 지체하면 방광이 찢어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발생했던 것이다.
강달구가 오줌 눌 장소를 살폈다.
도희가 때 맞춰 말했다.
“오빠, 사실은 저 캠핑카 우리 거거든요.”
강달구가 놀라 물었다.
“저 차가요”
“네, 그런데 이제 오빤 우리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이제 소변은 우리 화장실에서 보세요.”
강달구는 세 여자의 배려가 눈물겹게 반갑고 고마웠다.
감동한 강달구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여겼는데 나를 이렇게 가족처럼 생각해주니 정말 고맙네요. 항상 외톨이 같았는데. 허지만 세분 화장실을 함부로 어떻게 사용합니까?”
딸기가 말했다.
“오빠, 마침 어제 대물로 나왔기에 앞뒤 안 가리고 우리가 구입한 이유가 뭐였겠어요. 코로나 때문에 함부로 여행도 못가니까, 이제 가을까지 오빠하고 이렇게 즐겨야 할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화장실이 필수 아니에요?”
강달구의 가슴에서 뜨끈뜨끈한 격정이 치솟았다.
눈물 많은 강달구는 자칫 나약한 모습을 세 여자들에게 보일 뻔했다.
입술을 깨물었다.
안도영이 말했다.
“얘 오빠 급할지 모르잖니? 얼릉 키 드려!”
“리모컨 있잖아?”
도희가 리모컨으로 캠핑카를 오픈 시켰다.
딸기를 보며 도희가 말했다.
“우리 밤기운도 으스스한데 아예 캠핑카로 옮길까?”
안도영도 열렬히 찬성했다.
강달구는 세 여자가 캠핑카를 개방해주는 것은 소중한 자신들의 신체 일부를 떼어주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텐트를 걷고 캠핑카로 옮긴 세 여자는 캠핑카의 침실을 소파로 전환했다.
캠핑카로 걸어가는 강달구는 세포뭉치 끝에서 일어나는 누수현상에 집중하며 인내했다.
딸기가 강달구에게 화장실 사용권 1순위를 주었다.
낙원에 들어가는 기분으로 강달구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세 여자들의 정교한 작전은 여기까지 적중했다.
처음부터 캠핑카를 개방하지 않고 텐트를 고집한 것은 도희의 의학적인 발상 때문이었다.
남자의 방광을 가장 급속하게 채울 수 있는 의학적 실험은 높은 기온이 아니고 찬 기온일수록 빠르다는 학설을 믿었던 것이다.
강달구는 이런 세 여자의 꼼수는 눈치 채지 못한 채 화장실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강달구를 환상에 빠지게 했다.
화려한 장미들의 향기에 취했다.
장미향기는 딸기의 아이디어였다.
강달구는 한참 동안 지퍼를 내리지 못했다.
허지만 되돌아 개천으로 갈수도 없었다.
누수가 시작될 판이어서 부득이 지퍼를 내렸다.
강달구가 지퍼를 내리는 모습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세 여자들은 아주 작고 낮은 신음을 토했다.
“어머! 드디어 연다! 어쩌면 좋아? 관세음보살!”
딸기에 이어 두 여자도 기도했다.
“아이고 하나님아버지 이번엔 제발 문제없게 해주세요.”
“이년아 조용해! 재, 오빠 들을라!”
모니터 속에서 지퍼를 내렸지만, 강달구는 얼른 30cm를 꺼내지 않았다.
지퍼를 내리다 말고 양심적인 가책을 받았던 것이다.
이토록 화려하고 깨끗한 변기에 서서 갈기면 오줌이 튀어 변기를 더럽힐 것이 염려되었던 것이다.
오물이 튀지 않고 깨끗하게 사용하는 것이 세 여자들의 호의에 보답하는 매너라고 생각했다.
좁은 화장실에서 가까스로 돌아 섰다.
그리고 허리벨트를 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세 여자는 경악했다.
강달구의 큼직한 등판에 가려진 모니터는 그토록 열망하던 강달구의 30cm대신 큼직한 등판으로 가득 채워졌다.
강달구의 오줌 누는 소리가 굉장하게 들렸다.
“쓰으와!”
오줌 소리를 들으며 세 여자는 눈을 까뒤집었다.
세 여자의 탄식이 오줌소리에 섞여 스테레오처럼 흘렀다.
“저런 개애새끼!”
“그러게 이년아 앞에도 달자니까!”
“나무아미타아불!”
"제에미타아불."
첫댓글 잘보았슴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