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대단히 위기상황입니다. 위기상황 위기상황하다보니 이제 만성이 된 듯하고 그냥 그러려니 하는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에 가장 걱정스런 부분이 무엇이라고 판단하시는지요. 그냥 물어보는 것입니다. 걱정스런 부분이 정말 한두곳이 아니지만 가장 걱정스런 것은 바로 갈등의 골이 너무 심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런 갈등 심화현상은 비단 한국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명의 발달로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힘든 부분을 대체하고 있고 우주 정복의 꿈이 현실화되는 상황에다가 머지않는 미래에 인간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 그런 단계까지 진전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으로는 우리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나와 너 그리고 너없는 나만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그런 상황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가장 리얼하게 표출한 것이 바로 얼마전 미국 대선이었습니다. 한국 언론뿐 아니라 미국의 언론들도 대부분 판단하지 못한 극한 갈등이 승패를 결정했습니다. 백인과 유색인의 대결이자 남성과 여성의 대결이 미국 대선의 핵심 포인트였습니다. 결국은 백인의 남성인 트럼프후보가 압승을 거두었습니다. 압승이라고 하지만 미국내 득표률은 4%정도의 차이입니다. 52%대 48%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승패를 결정지을 수는 있지만 승리자도 거의 절반의 반대속에 이룬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갈등도 한국못지않게 심각합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 대부분은 서로 상대당 집안과는 결혼도 반대한다는 풍조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인은 그런 상황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반대세력은 당연히 있을 것이고 그런 반대세력에 신경을 쓰다보면 자신의 철학을 실현하지 못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인물이 바로 트럼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미국은 희망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다투어도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라는 확고한 판단에는 서로 갈등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서로 으르렁거려도 세계를 자신들의 발아래 둔다는 사고방식에는 갈등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죠.
이제 한국을 바라봅니다. 한국은 지금 어떤 위치에 있을까요. 압축성장 그리고 한강의 기적 등으로 포장된 과거의 영광을 반추하는 그런 분위기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낭만적인 상황이 절대 아닙니다.현직 대통령을 향해 탄핵이라는 질타가 연일 계속되고 지지율도 20%아래에 놓여 있습니다. 절대적 야대여소속에 강력한 힘을 지닌 대표적 야당의 대표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제가 태어난지 거의 70년이 다 되어 가지만...그리고 그렇게 험했던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시절에도 존재하지 않았던 상황이 연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늦가을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죄값을 받아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꽃밭에서 저질스런 정치공작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말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위에서 던진 질문의 제 나름대로 답이기도 합니다. 저는 한국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이 나라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인들은 자신이 믿는대로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이 유일하게 옳은 사고라고 믿습니다. 그야말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입니다. 상대방은 아예 없습니다. 내가 선호하는 정당 그리고 그 정당이 내세운 사람은 그 사람이 무슨 짓을 했거나 무슨 사고방식을 지니거나 생각할 여지도 없이 옳습니다.하지만 반대세력은 무조건 싫습니다. 왜냐고 물어도 대답도 못하면서 무조건 상대방이 싫은 것입니다. 이제 상대가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생각하는지 듣거나 바라볼 이유 내지 여유조차 없습니다. 극한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집단을 제외한 존재는 이 세상에 필요하지도 존재할 가치조차 없다고 여기는 풍조입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 리더중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갈등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짧게 말하면 이쪽 저쪽에서 욕을 덜 먹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박쥐같은 인물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닙니다. 한국은 지금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부드럽고 불편하게 하지 않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말해 지지도가 비록 높지 않아도 거부감도 상대적으로 적은 그런 인물이 한국의 앞날을 위해 필요하지 않을까 보입니다. 한국의 경제는 시장경제 또는 유능한 경제 전문가들이 펼쳐 나가면 됩니다. 국민적 지지도나 성향 이런 것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 사회는 전혀 다릅니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아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앞으로 한국을 위해 꼭 필요한 리더입니다.
지지자도 많지만 적도 많은 리더가 필요한 시기는 지났다고 보입니다. 자기 스스로 투철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해도 반대하는 집단이 많으면 그런 투철한 의식은 나라를 분열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서로 헐뜯고 서로 삿대질해서는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보혁갈등의 선봉에 선 지도자는 이제 한국에서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도 많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새로운 지도자에 대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흠집을 내려는 세력은 동서고금을 통해 없었던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절대적은 아니라도 상대적으로 반감이 덜한 인물이 앞으로 한국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한국은 정말 오랫동안 통합형 그리고 탕평책을 구사하는 지도자를 보유하지 못했습니다. 괜찮은 인물들이 등장했지만 상대세력에게 암살당하고 주변인들에게 휘둘리면서 그가 지닌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 덕목이 사장되기 일쑤였습니다. 이제 한국도 내강외유스런 그런 강직하지만 부드럽고 적이 상대적으로 많지않은 그런 인물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아독존식의 미국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 중국의 시진핑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도 그렇습니다. 곧 휘어질 것 같고 부러질 것 같지만 결코 휘거나 부러지지 않는 그런 성향의 지도자가 한국을 이끌기를 희망합니다. 한가지 더 첨언하고 싶은 것은 제발 외교적 그리고 국제적 감각을 익히기를 부탁드립니다. 국제적인 감각없이는 한국은 영원히 강대국들의 심심풀이 땅콩 역할만 하다 그만둘 수가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2024년 11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