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줄거리
(01)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43
(02)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45
(03)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53
(04)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60
(05)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68
(06)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82
(07)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790
(08)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801
(09)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811
(10)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815
(11)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826
(12)편 http://cafe.daum.net/Europa/2oQs/14834
런던에서 출발한 지 42일 째, 우리는 동아시아의 홍콩에 도달했다. 기일이 반도 남지 않았다. 과연 우리는 80일 내로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을까? 치타공에서 홍콩으로 오는 동안, 나는 우리를 실은 배의 선장과 상당히 친밀해졌다. 형은 아편 중독으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동생은 그 아편으로 부모를 부양하는 현실…씁쓸했다. 애초에 아편이 없었다면 좋았을 것을. 술 담배와 무슨 차이냐는 말도 들었지만 아편은 너무 파괴적이다. 하여간 브리튼 놈들이란! …흠흠, 내가 프랑스인이라 하는 소리는 아니다. 홍콩에 도착한 나는 픽스를 만났다. 픽스, 그 망할 자식! 나를 아편굴로 끌고 들어가서는 자신이 경찰이라고, 포그 씨는 은행강도에 사기꾼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배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자 그가 나를 아편으로 잠재우려고 했다! 나쁜 놈!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버릴 뻔했군! 약을 쓰다니 오히려 그놈이 사기꾼인 것이 분명해! 어서 주인님과 함께 홍콩을 탈출해야겠는데…
......
“자네, 어디 아픈가? 아까부터 이상하군.”
“아니, 아닙니다. 베이징으로 가는 특급열차가 내일 저녁에 출발해서 모레 도착한다고 합니다.”
“음, 이미 역에 가서 이야기해 보았는데 지금 즉시 출발하려면 750 파운드를 더 내라고 하더군.”
“그러면 요코하마로 가는 제이드 타이거를 타시겠습니까? 내일 출항하면 그글피에 도착한다는데.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내일 요코하마로 출발하지.”
다시 시장에 가서 카우보이 장화를 110 파운드에 삽니다. 미국 여행 세트라고 하네요. 가방을 하나 더 사느라 19 파운드를 썼습니다.
......
그 악당 픽스의 마수에서 간신히 탈출했기 때문에, 잠시라도 포그 씨를 혼자 두고 다니는 것은 꺼림칙했다. 우리는 안락한 기계 세단 의자(1인용 가마)에 올라 도시를 탐사했다. 하지만 그 끔찍한 경험으로 거리의 아름다움은 흐려져, 도시의 모습도 빛이 바래고 말았다. 나는 떠나고만 싶었다.
DAY 43
빨리 홍콩을 뜹시다. 끔찍하군요.
여행은 아주 편안합니다.
......
오전 10:00
제이드 타이거-위후(Yuhu, 玉虎) 호는 페르시아 모제(Moudge) 급 비행선이었는데, 중국풍으로 개장하고 그에 어울리게 도색도 새로 한 것이었다. 여기저기에 만주족 행운의 상징을 그려 놓았다. 만자문(卍字紋), 정형화된 박쥐무늬와 동전무늬들을 말이다.
우리는 탑승했다. 이제 동으로 떠날 준비는 끝났다!
쉬(Hsu, 徐) 선장은 전통적인 푸른 면직 만주 파오(Pao(袍)-전통 중국 의상)를 입고, 부채꼴의 머리에는 골제 머리핀을 꽂고, 엄지손가락에는 비취반지를 끼었다.
나는 그들의 궁정에서 하는 것처럼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그는 나를 기묘하게 바라보더니, 중국어로 여러 질문을 해 왔다. 중국어를 아주 잘 알지는 못해서 정확히 어느 쪽 방언인지는 모르겠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여승무원이 호출되었다. 그의 공구 벨트에는 밧줄과 볼트 커터, 그리고 마치 등산용 장구 같은 것들이 매달려 있었다.
“선장이 당신이 광동어를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답니다.” 그가 통역했다.
“왜나면 홍콩에서 오셨으니까요.”
“어, 저는 선장이 영어를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는데요!” 내가 팔짱을 끼고 반박했다.
“아니면 불어라도 조금 하시든지. 어쨌거나 요즘 홍콩에는 외국인이 많으니까요.”
승무원이 내 앞에서 볼트 커터를 덜그럭거렸다.
“선장은 광동어, 북경어, 만주 방언 세 가지, 러시아어, 아랍어를 할 줄 아십니다. 그중에 아시는 게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없군요.” 내가 졌다.
선장은 외양을 보아서는 섬세하게 머리를 단장하여 기품이 넘쳐흘러 보이지만, 그에 어울리지 않게 완전히 성이 나서 씩씩대며 가 버렸다.
승무원은 낄낄대더니, 내게 손을 불쑥 내밀었다.
“쏭시우잉(Song Xiuying, 宋秀英)이에요. 아무래도 이 여행에서 제가 당신과 당신 주인님을 돌보게 될 것 같네요!”
“드무아젤 쏭?” 나는 처녀일 것이라 찍어서 말해 보았다.
쏭시우잉은 어깨를 으쓱였다. “쏭 시우잉이라고 부르면 돼요. 배를 너무 난장판으로 만들진 말아 주세요, 에, 파스파르투 씨.”
그의 (불어) 발음은, 물론, 흠잡을 데 없었다. 젠장!
......
포그 씨와의 관계가 ‘조금’이 아니라 제법 강화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여행이 조금 걱정된 나는 주인님에게 물었다.
“자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주 양호하네. 이 말을 꼭 해 두어야겠군. 지금까지 자네가 돈을 아주 신중하게 사용해 왔다네!”
헤헷!
“그런데 태평양은 어떻게 건너죠, 무슈?”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 우리가 어느 편을 택하느냐에 따라 아메리카에서의 경로가 결정될 걸세!”
DAY 44
-타임스
요코하마, 구리 부족 사태!
여기고 저기고 다들 동이 없어서 난리구만.
내가 잠시 신문을 보던 중에 포그 씨는 우리 객실을 꾸미고 있는 붉은 비단 덮개에 나방이 갉아먹은 자국이 있다며 불평했고, 나에게 요코하마에 가는 동안 저것들을 뜯어 빼놓으라고 지시했다.
“견디지 못하시겠습니까?” 내가 물었다.
“무슨 상관인가?” 그는 극히 냉정하게 답했다.
“사람이라면 어떤 일을 할 때 왜 해야 하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작게 중얼거렸지만, 분명 주인님이 이 말을 들은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에게 저녁 식사를 가져다주러 온 쏭시우잉은 내 생각에는 더욱 모욕감을 느낀 것 같았다. 그는 휑하게 드러난 방 벽을 보았다.
“우리 주인님은 취향이 대단히 독특하셔서요.” 내가 설명했다.
“정말 좋으시겠어요. 고급 취향이셔서.” 그는 단지 이 말만 했지만, 그 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쳐 있었다.
......
포그 씨와의 관계가 조금 하락했습니다.
DAY 45
-타임스
요코하마, 금값 조정에 개입
......
우리는 쏭시우잉을 대동하고 선장의 방에서 식사를 함께 했다.
선장의 선반은 많은 양의 책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삐걱거렸다. 나는 벽에 여섯 자루의 반곡궁(反曲弓)이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궁술과 러시아 소설이라, 정말 예상치 못한 조합이군!
쏭시우잉이 가까이 몸을 기울여 왔다. “선장은 위후를 사랑하는 만큼 활을 사랑하세요.”
“어떻게 선장이 되신 거죠?”
“그것도 다 이야기가 있죠!” 승무원은 즐거움에 미소를 지었다.
“선장의 부친은 군에 입대하기에는 너무 늙고 약해지셨어요. 그래서 쉬 선장이 부친을 대신해 남장을 하고 나간 거죠.”
“하지만 저렇게 여성스러우신데요!” 공들여 올린 선장의 머리를 보며 내가 한마디 했다.
“아주 위험했죠. 하지만 선장은 십이년을 복무하고 명예가 하도 높아져서, 그 사실을 들켰는데도 장군에게 비행선을 선사받고 기망죄도 용서받았답니다!”
“이거, 중국에서 유명한 옛날이야기 아닙니까?” 내가 눈썹을 꿈틀댔다.
“무란(Mulan, 木蘭) 이야기죠?”
쏭시우잉의 눈이 커졌다.
“이야기를 아시는군요.” 그가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보이는 것만큼 무식하진 않으시네요.”
선장의 식탁에서 즐긴 만찬 시간은 정말 흥미로웠다!
DAY 46
오전 11:00
늦은 오전에 우리는 요코하마에 정박했다. 나는 가볍게 건물의 기울어진 지붕과 마차, 앙상한 벚나무들을 훑어보았다.
나는 특별히 여행을 즐겁게 해준 쏭시우잉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완벽한, 그리고 별난 통역사였다. 그리고 그는 근무가 끝나고 나면 선실에서 나에게 북경어를 조금씩 가르쳐 주었다.
“별 것도 아닌데요, 뭐 그런 말씀을!”
그렇게 말한 그는 굳은살이 박힌 손으로 내 손을 잡고 악수했다. “성공하길 빌게요!”
“준비 됐나, 파스파르투?” 주인님이 불렀다.
“물론입니다, 무슈.” 나는 열정 가득한 마음으로 답했고, 그를 따라 일본의 땅을 밟았다.
......
포그 씨와의 관계가 또 강화됩니다. 이제 엄청 친해진 것 같아요.
요코하마 YOKOHAMA
아주 날씨 좋은 곳에 도착했습니다! 얼마만인지. 멀리 산케이엔(三溪園)이 보이는군요.
......
오전 11:07
포그 씨는 기분이 언짢아 보였다. 나는 주인님의 눈에 드리우는 어두운 기색을 알아보았다.
“은행으로.” 그가 선언했다.
나는 은행을 보았다. 작지만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 차례도 금방 다가왔다.
“인출하실 생각이십니까?” 은행장이 물었다.
“며칠 기다리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
“우린 하루도 여유가 없습니다!” 내가 말했다. 우리는 빠르게 은행을 나왔다.
“현재 자금으로도 충분할 거야.” 주인님이 평했다.
“가세!”
오후 05:14
요코하마가 상대적으로 늦게 개항한 곳이라는 것을 믿기는 어려웠다. 해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대 전체가 외국인 거류지였고, 거기서는 중국어나 러시아어를 일본어만큼이나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몇 종류의 영어 방언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포그 씨는 아메리카 상인의 콧소리 섞인 억양을 따라할 생각은 거의 없어 보였다.
나는 한 일본인이 대단히 집중해서 풍경을 살펴보고 스케치북에 담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그림을 한번 보려고 몸을 숙였다. 그는 빠른 펜놀림으로 외국인 지구를 멋지게 그리고 있었다. 그는 그림 위로 떨어지는 내 그림자에 갑자기 그리는 것을 멈추었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짜증이 난 것이 분명했다.
“비켜주실래요,” 그가 말했다. 그의 말에는 터무니없게도 화란어와 불어, 영어 억양이 모두 섞여 있었다.
“목판화에 쓸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왜 이 아메리카인은 취한 것처럼 보이죠?” 나는 크게 물었고, 그는 경계하듯 그의 그림을 덮어버렸다.
“이건 이방인에 대한 예술적 표현이에요.” 그가 강조했다.
“뭐, 확실히 예술적이군요.” 나는 수긍했다.
종이에 그려진 풍경은 상인들이 흥정하고, 그들의 처자식이 마차에 타고 다니는 실제 모습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당신 아주 이상한 사람이네요.” 잠깐의 침묵 후에 그가 말했다.
“모두가 다 이상하죠.” 나는 지금까지의 여행을 생각하며 답했다. 그는 이해하지 못하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한 여인의 치마를 공들여 채색했다. 그의 손놀림은 그의 목소리에 비해서 훨씬 부드럽고 친절했다. 마침내, 그가 종이를 내 쪽으로 뒤집고는 이건 그저 예비 스케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나는 정중하게 수긍했다. 마음이 움직였는지, 그는 거의 모르는 사람인 나에게 그림을 선물로 건넸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림을 보관했다. 아주 좋은 요코하마 기념품이야.
탐색으로 마닐라-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경로를 알았습니다.
아니, 뱃삯이 4000 파운드라고! 우리 재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값이다. 나는 일단 모토마치(Motomachi, 元町) 상가로 향했다.
이곳 모습은 유럽이나 다름없군. 과연 장총은 값이 잘 나갔다. 550 파운드나 받았지만, 그래도 1000 파운드가 모자라다!
저녁이 되어 우리는 방을 얻고 짐을 풀었다. 나는 몇 시간 정도 밖을 거닐었고, 지갑을 잃어버린 멋진 일본 청년을 발견했다. 그를 도와주자 그는 나에게 마닐라에서 카우보이 장화를 비싼 값에 사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해 주었다.
나는 감사를 표했고,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DAY 47
결국 4000 파운드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은행은 영업일이 아니라서 인출 신청을 할 수도 없거니와 그러려면 또 오래 기다려야 하지요.
시장에 들러서 남반구 여객선 시각표를 28 파운드에 팔고 지갑을 36 파운드에 구입합니다. 도시 여행 세트라는데 그게 무엇일까요?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마닐라로 떠나세. 일본까지 헛걸음했군.”
안 돼! 이제 열대는 싫어!
그러니까 애초에 돈을 많이 들고 왔어야지! 나를 못 믿고 4000 파운드만 들고 오더니 결국 이 모양이군! 뭐, 현재 자금으로도 충분할 거야? …휴, 또다시 뜨거운 볕과 무더위를 헤치고 가야 한다.
오후 02:00
스가와라(Sugawara, 菅原) 호는 프랑스 기술자가 설계한 일본 제국 기선으로, 사농공상을 불문하고 징집한 해군이 승무원으로 근무하는 배였다. 히로스에(Hirosue, 廣末) 선장이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해 주었고, 나도 그만큼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승선을 환영합니다.” 선장이 말했고, 선원들이 출항 준비를 위해 부산하게 움직였다.
“하느님의 보우하심으로 쾌속으로 항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례지만 시간을 조금 내 주시겠습니까?”
“그러시죠.”
“마닐라가 스페인령 동인도의 수도라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마닐라는 아카풀코와 비행선으로 연락하는데, 요금이 1000 파운드가 넘지요.”
“마닐라에서 호놀룰루도 갈 수 있다면서요.”
“네. 그곳 왕 카메하메하 3세(Kamehameha III)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더군요.”
“그런가요. 호놀룰루에서 샌피드로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샌피드로의 리볼버가 뉴올리언스에서 아주 인기라던데…….”
“오, 샌피드로에 대해 아시는 게 있나요?”
“샌피드로와 샌프란시스코 사이를 왕래하는 어선이 있다는 건 알려드릴 수 있겠네요.”
샌피드로-샌프란시스코 경로를 알았습니다.
DAY 48
나는 아침에 갑판에 나갔다가 히로스에 선장과 마주쳤다. 그리고 나는 그가 아름다운 칼집에 일본도를 넣어 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기가 아름답네요.”
자포니슴(japonisme-서양에 유행하는 일본풍(불어))은 요즘 파리의 유행을 휩쓸고 있기에, 나는 경의를 담아 말했다.
히로스에 선장이 머리를 살짝 숙였다. “이것은 군도(軍刀)가 아닙니다.” 그가 시인했다.
“이것은…제겐…개인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나는 그가 더 말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눈치챘기에, 억지로 더 묻지는 않았다. 아, 뭐, 마닐라까지 가는 동안 선장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시간은 충분할 것이다.
나는 히로스에 선장이 조리실 옆의 작은 개신교 예배당에서 오전 기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유교를 따르는 게 아니었습니까?”
“기독교는 서양의 종교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서구화가 진행 중입니다.”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의 말뜻을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당신들의 전통은요?”
그가 칼자루를 쥐었다. “오년 전, 농민이나 여인이 칼을 차는 것은 불법이었습니다. 지금은, 메이지(Meiji, 明治) 천황 폐하께서 저에게 이 군함을 하사하셨지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사무라이의 카타나(katana, 刀)를 차고 있군요.” 내가 지적했다.
히로스에 선장의 얼굴에 슬픔이 스쳤다. “이건 제 할아버지의 것입니다. 저희 집안은 모두 사무라이였거든요.”
“그게 당신이 해군에 입대한 이유입니까?”
“아닙니다.” 히로스에 선장이 눈을 감았다.
“아버지는 여전히 다이묘(Daimyo, 大名)에 충성하고 계세요. 그리고 황제에 맞서 싸우고 계시죠.”
“당신은 그럼 집안과 맞서 싸우는 건가요?” 충격을 받은 내가 작게 말했다.
“해외 근무를 신청했기 때문에, 반란군 토벌에 파견되지는 않았습니다.”
선장은 괴로워 보였다. “하지만 폐하께서 저를 보내신다면, 가야만 합니다.”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일본 제국 해군 장교입니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 당신을 위해서라도, 아버지와 다이묘가 조속히 폐하께 고개를 숙이기를 바라고 있어요.”
한 장교가 긴급 임무로 히로스에 선장에게 이동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왔고, 머릿속이 복잡해진 나는 자리를 떴다.
점심 무렵, 다시 선장을 찾아갑니다.
......
“마닐라에서 비행선으로 아카풀코에 갈 수 있지만 요금이 1000 파운드가 넘는다고 하셨죠.”
“네. 참, 아카풀코의 사탕수수가 벌링턴에서는 아주 비싸답니다.”
“감사합니다. 아카풀코에서 라 아바나로 갈 수는 없습니까?”
“글쎄요. 참, 아바나의 사탕수수는 시카고에서 비싸다는 건 들어 보셨습니까?”
“무슨 차이인지요…그보다, 아카풀코에서 파나마로 갈 수 있습니까?”
“잘 모르겠군요. 파나마에서는 야회복을 비싸게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이런, 도움이 별로 되지 않는군.
“혹시 당신은 식구들과 친한가요?” 선장이 불쑥 물었다.
“물론입니다. 전 언제나 어머니 생각을 하고 있죠.”
“그렇군요…저도 항상 부모님 생각을 한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선장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아카풀코 이야기 좀 해 주시죠!”
“아카풀코요? 호놀룰루에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걸 아세요?”
“당연하지요. 아카풀코에서 타바칭가로 가는 법이 있을까요?”
“글쎄, 그곳이 어떤 곳인지…대략은 알겠지만요. 고무가 나는 곳 아닙니까?”
“그런 모양입니다. 아카풀코에서 다카르로 갈 수는 없을까요?”
“지금은 모릅니다. 흠, 노예무역이 사라져서 세네갈이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만.”
DAY 49
포그 씨와 대화합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견디실 만합니까?”
“나는 괜찮네. 더 서둘러야 하는데.”
“내기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48일이라. 자네가 걱정하는 건 알고 있네. 계속 가 봐야지.”
“네…면도 좀 해 드릴까요, 무슈?”
“좋지, 짧게 깎아주게!”
......
대화 도중에 가지고 있는 도구를 사용할 수도 있네요.
오후 12:00
마닐라 항은 황폐하고, 절망이 가득해 보이는 곳이었다. 스가와라는 당당한 자태를 드러내며 부두에 진입했다.
“당신 식구들의 싸움이 끝나고 화목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선장!” 하선하면서 나는 그에게 말했다.
“당신도요,” 그가 대답했다.
“물은 마시지 마세요!”
......
포그 씨와의 관계가 강화됩니다. 물을 마시지 말라?
마닐라 MANILA
보이는 건물은 항구 앞의 산티아고 요새입니다.
......
오후 02:39
포그 씨는 다소 염려하는 듯했다. 그의 눈에서 나는 무거운 마음을 느꼈다.
“우리 재정 관리인에게 가세.” 그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이 지역 금융기관의 장을 보았다. 작지만 단단한 체구의 여인이 열정적으로 우리를 맞이했다.
“인출하고 싶으시다고요?” 그가 말했다.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700 파운드를 인출하겠습니다.” 내가 계산하고 말했다.
은행장이 뺨을 긁적였다. “물론, 자금 인출을 하려면 중앙에 연락해서 알아보아야 합니다.” 그가 말했다.
“내일이면 답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디비소리아(Divisoria) 시장
이곳은 수도 내에서 거래를 금지당한 중국 상인들이 설립하고 관리하는 시장이다.
아메리카 철도 시각표가 있으니 사 두어야겠다. 나는 4 파운드를 지불했다.
“신발을 팔까? 팔지 말까?”
아, 그냥 팔자. 500 파운드나 주겠다는데.
나는 구입한 시각표를 뒤져 보았다. 응? 시각표 내용은 전부 내가 아는 것들이잖아? 괜히 구입했군. 내일 가서 다시 팔아야겠다.
......
우리는 아주 불행한 시기에 스페인 총독부가 있는 마닐라에 도착하고 말았다. 도시는 최근 대형 태풍의 피해를 입어 파괴되었고, 재건의 노력은 두려워하던 급성 위장염(콜레라)의 발병으로 정체되고 있었다.
이 병은 근처 삼보앙가(Zamboanga)라는 마을에서 온 기선 에올루스(Eolus)에 타고 있던 선원들에게서 처음 나타났다는데, 어쨌거나 그런 류의 소문이 돌고 있었다. 위생국은 매일 감염된 설비들을 소각했고, 우리 호텔은 응급 병동 중 하나로 지정되었다.
우리는 파식(Pasig) 강 근처로 숙소를 옮겼다. 이곳은 마리아 클라라 가운(Maria Clara gown; 필리핀 여성 의상.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267845&cid=51089&categoryId=51089)을 입은 여인들과 중국 셔츠(camisa de chino)를 입은 남자들이 몰리는 매혹적인 장소였다.
감염이 걱정된 나는, 포그 씨에게 반드시 끓인 물만 마시라고 단단히 일러두었다. 존 스노우(John Snow)가 메디컬 타임스 가젯(the Medical Times and Gazette)에서 권장한 방법이지. (주: 존 스노우는 실제로 의사로, 이 시기에는 이미 세상을 떴습니다. 병리학의 선구자이며 마취법과 위생 관리법을 개선했습니다. 콜레라 처치로도 유명하네요. 메디컬 타임스 가젯 역시 실재하는 의학 논문 회보입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John_Snow) 그리고 오염되었을지도 모르니까, 조리되지 않은 음식은 절대로 먹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다.
창밖으로, 유체를 교회 묘지에 매장하기보다는 산으로 옮겨 소각하기 위해 시신을 높이 쌓아 올려놓은 수레들이 보였다. 마음이 울적해지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연연하지 않겠다. 그래서 나는 나에 대한 생각만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러려고 해도, 도시에는 질병의 냄새가 가득하다. 어서 떠나고 싶다.
DAY 50
오전 10:40
나는 혹시 다음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나 찾아보려고 여기저기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탐색해 보니 경로가 매우 많네요. 마닐라-바타비아, 마닐라-싱가포르, 마닐라-홍콩, 마닐라-평양 경로를 알았습니다. 대부분은 쓸모가 없습니다만.
......
오후 01:14
우리는 은행으로 돌아가 돈을 찾아 왔다.
DAY 51
어제 저녁, 나는 시간을 내어 밖을 돌아보았고, 멋진 프랑스 화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아이를 찾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개집 근처의 쓰레기더미 사이에 숨어 있었다.
화가는 나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넸다. 그와 더 이야기하다가, 그가 홍콩에서 사냥총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 바타비아에서 아주 비싼 물건이라고.
나는 우리가 그리로 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부정하진 않겠어요!”
여행 계획을 세웁니다. 많은 도시로 갈 수는 있지만 지금 배가 없습니다.
위핑 스완 호를 타고 바타비아로 갈 수는 있습니다. 오후에 출발하면 이틀 걸립니다.
레이나 크리스티나 호로 호놀룰루에 갈 수 있습니다. 썬더 호에서 마담에게 들었던 그 비행선인데요.
포그 씨가 나선 결과 정오에 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흘이 소요됩니다.
비행선으로 아예 아카풀코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엿새가 걸립니다.
......
“이제야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게 됐네요!”
|
첫댓글 빨리 아메리카로 가죠.그게 좋을것 같은데
과연 멕시코로 가게 되나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호놀룰루가 밀리고 있네요 ㅠㅠ 그런 길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1871년에 다이묘에 충성하여 황제에 맞서싸운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메이지유신과 판적봉환이 일찍 끝나서 사가의 난이 일찍 터졌다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1868년에 발발한 보신전쟁을 3년째 끌고 있다는 해석이 더 그럴듯합니다. 그렇다면 일본 정세는 레알 개막장이라는 소리죠.
신구세력의 싸움이라는 면에서 동의합니다. 요코하마 묘사로만 보아서는 일본도 거의 서양이었는데 말이죠.
???:주인님!2만파운드를 챙겨왔으면 고생안했어요!
정답 ㅠㅠ
하면서 처음으로 돈 때문에 짜증이 났네요. 치트를 쓰고 싶을 정도로...한자문화권 명칭에는 한자를 병기해 보았습니다. 인명은 그럴듯한 것으로 고른 거라 틀릴 수도 있습니다.
호놀룰루에서 재정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번에 세일하더군요. 저도 플레이 할 겁니다!
저보다 먼저 엔딩을 보시겠군요!
흐흠... 이제 30일정도 남았네요... 배도 통채로 구입하는 원작과 달리 돈이 부족해서 정말 고생이 많네요..
배를 뜯으면서라도 정말 일찍 가고 싶습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