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심 淸淨心
이미 깨끗한 마음에 우리가 때를 묻히고
묻힌 그 마음 속에서 또 마음을 탓하네
그러나
먼지 걷으면
청정한 빛 서있구나
때 묻은 건 마음 아니고 마음의 그림자라
그림자 거두는 일로 본래 자리 드러나
청정은
새로 닦는 게
아니라서 더 깊다
청정심은 먼지 쓸듯 조용하게 비워가는 일
비워내면 남는 것은 본래 숨의 맑음
청정심
한 점이면
세상 빛이 고요하다
..................................
◐ 마음에 등 하나 밝히는 날
— 부처님 오신 날에 〈청정심 淸淨心〉을 쓰고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지면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게 됩니다.
절에 가서 등을 하나 다는 일도 좋고,
향 하나 피워 올리는 일도 좋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먼저 보라고 하신 것은 밖의 등이 아니라,
내 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맑은 마음 하나를 지니고 태어납니다.
처음부터 미움이 가득한 사람은 없고,
처음부터 욕심으로만 사는 사람도 없습니다.
살다 보니 하나씩 묻은 것입니다.
서운함이 묻고,
억울함이 묻고,
비교하는 마음이 묻고,
놓지 못한 말들이 묻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는 그 묻은 마음을 보며 스스로를 탓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탁할까.”
하지만
어쩌면 탁해진 것은
마음 자체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마음 위에 잠시 내려앉은 먼지일 뿐입니다.
창문에 먼지가 앉았다고
햇빛까지 더러워지는 것은 아니듯이,
마음 위에 근심이 앉았다고
본래 마음까지 더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 묻은 것은 마음이 아니라 마음의 그림자입니다.
상처받은 기억,
미워했던 순간,
인정받고 싶었던 욕심,
놓지 못하고 붙들었던 서운함이
마음 위에 그림자처럼 지나간 것입니다.
그 그림자를 보고
마음 전체가 어두워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청정심은 새로 만드는 마음이 아닙니다.
이미 내 안에 있던 맑음을 다시 알아보는 일입니다.
방 안에 먼지가 쌓였다고
새 방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조용히 쓸고 닦으면 됩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미운 마음이 올라오면
나를 미워하기보다, ‘지금 내 안에 먼지가 일어났구나’ 하고
바라보면 됩니다.
욕심이 올라오면
‘아직 내가 붙들고 싶은 것이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면 됩니다.
서운함이 남아 있으면
‘내 마음도 위로받고 싶었구나’ 하고
가만히 들여다보면 됩니다.
그렇게 바라보는 순간,
마음은 조금씩 제 맑은 자리로 돌아옵니다.
청정은 거창한 수행만으로 오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하루에 한 번 말을 줄이는 일,
누군가를 조금 덜 미워하는 일,
내가 옳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일,
내 안의 먼지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 일.
그런 작은 비움 속에
청정심은 조용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부처님 오신 날에 등을 밝히는 까닭도
결국 어두운 마음에 빛을 들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밖에 연등 하나를 달듯,
내 안에도 작은 등 하나 밝혀 두는 일입니다.
그 등불이 크지 않아도 좋습니다.
한 점이면 됩니다.
청정심 한 점이면 세상은 조금 덜 시끄러워집니다.
청정심 한 점이면 미움도 잠시 숨을 고릅니다.
청정심 한 점이면 나 자신을 함부로 탓하지 않게 됩니다.
오늘은 마음을 새로 만들려 애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묻은 먼지를 조금 걷어내고,
마음 위에 머문 그림자를 조금 거두고,
본래 내 안에 있던 맑은 자리를 조용히 바라보려 합니다.
마음은 처음부터 멀리 가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을 뿐입니다.
먼지를 걷으면 빛은 다시 보입니다.
마음을 비우면 본래의 숨결은 다시 맑아집니다.
부처님 오신 날,
내 안에도 조용히 등 하나 밝혀 봅니다.
청정심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래 맑았던 마음을 다시 만나는 일이라고.
첫댓글
부처님 오신 날이 곧 오네요.
언제나 맑은 글을
읽게 해 주시는 탁구시인님의 글을 기다리다
제가 글을 마치는 순간에
님의 글이 올랐습니다.^^
<청정심은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본래 맑았던 마음을 다시 만나는 일이라고.>
이 구절을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본래 맑았던 마음을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구절을
마음에 새기신다니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질수록
우리 마음도 잠시 먼지를 털어내며
조용히 쉬어가면 좋겠습니다.
늘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50세에 사교춤에
입문 하면서
호기심과 설레임에 들떠서
동네 모임 행임들께 자랑?
풀어놓자 선험자의 한말씀
" 잘 배웠다 진즉 배우지
암튼,너 이제 때가 묻을거야"
늘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는 아우에 대한
격려와 저를 순수하게
보심으로 염려의 훈수를
주심에 호탕하게 ㅎㅎㅎ
웃어넘겼지만, 만만치 않은
예술의 세계에서 허우적~
그러나 오늘날에 살아
남은자 되었답니다. 에헴~
ㅎㅎ~
“이제 때가 묻을 거야” 하셨던 말씀이
살아 보니 참 깊은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세상 속에서 부딪히고 흔들리며
마음에 먼지도 앉지만,
그 속에서도 끝내 자기 숨결을 잃지 않고 살아남는 것,
그 또한 큰 힘인 것 같습니다.
에헴~ 하시는 마지막 웃음 속에
삶을 견뎌온 여유가 느껴집니다. ^^
마조스님의 어록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도는 닦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물들지
않으면 된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제 등도
하나 밝혀두어야겠습니다.
“도는 닦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물들지 않으면 된다.”
참 맑고 깊은 말씀입니다.
결국 청정심도
억지로 새 마음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본래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조용한 바라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마음자리님 안에도 따뜻한 등 하나
은은히 밝혀지길 바랍니다.
청청심을 갖는게 그리도 중요한데 내마음대로 안됩니다. 남과 비교하게 되고 남을 미워하게 되니 내마음 갈곳을 잃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말한마디 따뜻하게 하고 말한마디도 줄이는 연습을 하겠습니다.
마음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어쩌면 사람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교도 올라오고, 미움도 올라오고, 괜히 마음 둘 곳 없어질 때도 있습니다.
청정심이라는 것도 완벽하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흔들린 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려는 마음인지 모르겠습니다.
조용한 다짐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