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7개교가 참가한 봉황기 고교야구대회는 22일 광주 동성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각 학교 감독들은 너나없이 한숨을 내쉰다. 이제부터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 방학 중에 열리는 봉황기가 끝나면 고교 야구부는 대부분 1~2학년만으로 운영된다. 3학년들은 거의 운동을 포기하고 학교에 등교조차 하지 않는다. 아예 6월30일 실시되는 프로야구 8개구단의 2차 신인지명이 끝나자마자 운동과 담을 쌓는 선수도 있다. 이렇게 훈련 불참 선수가 늘어나면 팀 운영은 어려워진다. 3~4명만 빠져도 월 150만원~200만원 가량 운영비가 줄어든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졸업 예정자 중 프로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훈련을 멀리 한다. 그리고 월 회비를 내지 않는다. 올해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대학 4학년 선수는 총 147명. 이 중 17명만을 프로에서 지명했고, 나머지 130명의 앞날은 캄캄하다. 24일부터 개막되는 전국대학야구 추계리그전은 이런 현실 속에서 치러진다. 10월에 청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가면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 지명 시기
대한야구협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0년 5월12일 프로-아마 협정서를 개정하면서 프로구단이 고교 3학년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 7월31일까지 지원서와 계약서를 KBO에 제출하고, 대한야구협회에 통보하도록 했다. 그리고 대학교는 8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고교 3학년을 대한야구협회에 가등록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KBO는 해마다 6월말 신인 드래프트를 실시하고 있다. '수시모집 때 야구 선수들도 특기생으로 입학시켜야 한다'는 대학 감독들의 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그러나 프로나 고교 감독, 일부 대학 감독들은 "불합리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7월 이후에 열리는 대회는 베스트 멤버가 부실해질 뿐 아니라 선수 관리와 재정적 어려움이 동시에 겹친다는 것이다.
대학 지도자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이종도 감독은 "대학이 마음대로 학사 일정을 조정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7월말까지 계약을 끝내지 않으면 수시모집을 하는 대학은 선수 선발이 어렵다"며 "'선 대학 스카우트, 후 프로 지명'이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이 또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결국 교육부에서 특기자 전형에 대한 지침을 개정하지 않는 한 지명 시기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계약금
전체적으로 거품이 많이 빠졌다. 순조롭게 1차와 2차 지명 신인들의 입단 계약을 마무리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두산과 LG의 줄다리기 덕에 휘문고 김명제가 먼저 '횡재'를 했고, 신일고 서동환도 덩달아 '대박'을 터뜨린 것이 눈에 띌 뿐이다. 그동안 투자에 인색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두산은 1차 지명 김명제에게 6억원, 2차 1번 지명 서동환에게 5억원을 각각 베팅했다.
'대학 졸업 예정자는 내년 1월31일까지 계약할 수 있다'는 프로-아마 협정서에 따라 삼성은 신인 계약에 다소 느긋한 상태. 1차 지명 백준영(영남대)과 2차 1번 오승환(단국대)에게 각각 8000만원과 1억3000만원의 구단 제시액을 통보한 뒤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은 "버티면 더 준다"는 잘못된 인식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잘 뽑은 신인은 10년 재산이다. 계약금 등 선수 몸값은 이제 합리적인 선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명 시기는 여전히 평행선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10월 전국체전이 끝난 다음. 이를 위해선 교육부의 입시 제도 개선이 선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