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신사들과 술마시기 -
권다품(영철)
술을 마시면 평소와 달라지는 사람이 있다.
평소보다 말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고, 했던 말을 또 하는가 하면, 천박한 욕을 하는 사람도 있다.
괜히 옆 자리 사람과 싸우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친하게 지내던 사람에게도 평소에 서운했느니, 기분나빴느니 시비를 걸어서 술자리를 깨는 사람도 있다.
또, 술만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잘못을 하나 하나 지적하며 욕을 해서 싸우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왜 자기 잘못은 생각을 못할까?
내가 생각할 때는 다른 사람보다 잘못이 훨씬 많을 것 갔더만....
속으로 참 갖잖다 싶은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면 맨정신으로 눌러왔던 가식이 풀리다 보면, 그 사람 본래의 모습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젊을 때는 참 싫어하고 심지어 싸우기까지 했는데, 이것도 나이라고 조금씩은 바꿔 보려고 노력중이긴 하다.
더이상 심한 주사가 나오지않게 달래는 방법도 연구해 보기도 한다.
기분나쁘지 않고,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좀 어렵기는 하다.
그래도, 기분나쁘게 받아들여서 싸움을 걸 때는 전화를 받으러 나가거나 화장실 가는 척하며 피해 버린다.
그런데, 술기운이라도 "막말하는 인간"은 나는 더이상 만나지 않는다.
그 순간으로 끝이다.
옛날 어른들의 말씀 중에 "그 사람을 알려면 술을 취할 때까지 마셔보고, 금액이 조금 큰 노름을 해보면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참 경륜 쌓인 말이겠다.
인품이 쌓인 사람의 술 버릇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술 버릇은 다를 것이다.
학자들은 "술은 그 사람 개인의 내면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집안 환경이나 윗대 어른들의 배움과 살아온 내력들도 드러난다."고 말하기도 한다.
"윗대의 주사를 보고 자란 사람들은 그 주사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이 든다."고도 말한다.
그런 것은 꼭 학자들의 이론이 아니라도 우리들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겠다.
술을 마셔도 멋진 사람도 있다.
비록 술에 몸은 좀 비틀거릴 지는 몰라도, 말이나 행동이 젊잖은 사람도 있다.
"어이, 술 한 잔 한 김에 어떤 사람 칭찬 좀 하자."며 평소에 느끼고, 마음에 담고 있던 친구를 칭찬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남 안 좋은 부분을 잘 찾아내는 사람보다 훨씬 멋지고 마음이 푸근해져서 자주 만나고 싶은 사람이겠다.
또, 술 한 잔 들어간 김에 평소보다 농담도 잘 하고, 웃기도 잘 웃고, 표정이 밝아서 술자리 분위기를 좋게 만들 줄 아는 사람도 있다.
물론, 술을 마시다 보면 비틀거릴 수야 있겠다.
그런데도 말이나 행동이 젊잖고 신사인 사람.
참 멋진 사람이겠다.
심리학에서는 대단히 힘든 일이라는데, 어릴 때부터 겪어온 윗대의 그 주사를 본받지 않고, 술 매너가 깨끗하고 멋진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학자들의 말로도 "엄청난 자제력이고, 자신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게도 술을 마셔도 멋진 선배님들이나 친구, 후배들 중에도 그런 멋진 사람이 제법 있다.
그 무서운 자제력과 멋진 인품에 존경심이 생기고, 저절로 마음이 간다.
행님들, 고맙습니대이.
친구들아, 고맙대이.
멋진 동생들아, 부족한 이 형을 챙겨주고 대우해 줘서 참 고맙다.
나는 복받았지 싶어!
2024년 11월 5일 오전 11시 20분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