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도록 마셔댓던 술때문에 내가 흐린건지 날씨가 흐린건지 뽀얗다.
약속시간이 열시반이라 했는데 취기가 가시지도 않고, 자주가는 오름
친구들이였으면 포기하고픈 맘이다.
약속시간을 5분 정도넘기고 미니월드 주차장에 도착했다.
서귀포에서 출발한 팀들은 아직이다. 10여분을 기다리자 내차옆으로
다가오는 차가 있어 바라보니 서씨언니와 그 일행들이다. 차에서 내
려 새로운 님들과 인사도 하고...일행은 8명이 됐다.
서씨언니,풍경,코럴,막내아줌마+2,스카이..........................
오늘 오를 오름은 공지한 대로 따라비로 정하고 따라온 꼬마와 어느
회원이 몸을 생각하여 나도 초행길인 남영목장 코스로 정하고는 목장
소로길로 접어든다. 포장이 안된 길이라 새로 애마를 장만한 서씨님!
투정이 귓가에 맴도는 것만 같았다. 목장안 관리사앞에 차를 세워놓고
출발 준비에 앞서 몇일전부터 풍경이 챙긴다던 약밥? 조반겸 시식겸?
먹었는데 정말 맛있다!
목장은 몇년전 한나라를 떠들석하게 했던 어음부도 사건이 마무리가
안되서인지 폐허가된 목장으로 둔갑해 있다. 그러나 관리사는 있는지
자짱면을 배달하는 아저씨가 오토바일 타고 목장으로 들어온다.
오름오르는 길을 물으니 "남쪽으로 쭉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일행은 삼나무길 따라 가는데 풍경과 코럴이 지난 산방산오를때 고생
을 하여서인지 머뭇거린다. 넓은 초지와 갈대밭 트럭터를 이용하여 더
러는 베고 남아있는 초지는 계속 베는 작업을 하고 있다. 조금 들어가
니 정동줄을 채집하는 할머니 두분이 있어 인사말 한마디 건낸다.
따라비가 여러봉을 거느리고 눈앞에 있다. 새로오신 님께서 사진박자
하여 따라비를 배경삼아 한컷 누르고...
가는길 습지 한켠에 물봉선이 군락을 이뤄 꽃을 피웠다. 스카이님인가
는 지경을 물어 "남군표선지경"이라 하자 군락지 신고를 하잔다.
고랑 덤불을 뚫고 조금걸어 철조망을 통과하니 따라비오름에 닿았다.
물결치는 억새~
억새와 목초 사이에서 수줍은듯 반기는 보라색꽃들...가끔은 취나물
종류의 노랑꽃도 뒤질새라 베시시 색을 발한다.
산부추..제주 달구지풀..마타리...물메화.. 쑥부쟁이..등골나물(쥐오줌
풀이라고 잘못 설명함)등 그야말로 가을들꽃 전시장이다.
억새 사이로 제일 낮은 봉우리에 오를쯤 일찍 서두른 오름님일행 댓명
이 오름을 내려서고 있다.
첫번째분화구에 닿았다. 서사면 능선을 오르는데 홍자색꽃이 곱게핀
처음보는 꽃이다. 풍경이 숙제라며 내리면 꽃이름 알아서 멜보내라는
명령?이다. 찾아보니 산토끼꽃과의 구름체꽃이다. 그런데 풍경이 먼저
찾아 멜을 보내왔다.(공부도 열심이시다)
그즈음, 서씨언니와 코럴,막내아줌마는 중턱에 낙오..인지 은빛억새
바다에 빠졌는지 꼼짝않고 앉아 있다.
나머지 일행은 정상을 향해 가는데 쥐깨풀꽃이 층층이 보라빛 반점에
흰꽃을 피웠다. 조금지나 남쪽 굼부리쪽으로 털진달래가 몇송이 곱게
피었다. 지나며 보니 주변에 봄에 피듯 진달래가 만개하였다.
증명이라도 할 요량으로 진달래를 배경삼아 사진을 몇장 찍고 정상으로 향한다. 주변엔 쑥부쟁이와 여름에 피지못한 개민들레며 쇠서나물꽃들이 즐비하여 꽃밭이다.
정상이다!
야호!! 하고 함성을 질러본다. 쉬고있는 서씨언니 일행이 손을 흔든다.
목이 마르고 등에서 땀이 흐른다. 술이 깨는것 같다...
눈앞에 좌보미..백약이..개오름..멀리 동거미까지 보인다.
오름은 올라도 다시 오름이 펼쳐지고 ...다음에 다시 오르라고 예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목장 삼나무길을 걷는게 더 지치다. 세워둔 차에 이르니 목이 마르다.
서씨언니차에 실어둔 물로 목을 축이고 성읍으로가 탁베기 한대접!
지슬국수...먹는데 서씨언니앞으로 전화 한통 왔다. 여린순님앞에서...
남원 큰엉 잔듸카페에서 믹스커피로 입가심하고 서귀포행!
2층 멋진 양식당에서 레드와인에 쇠고기 스테이크...동서양을 넘나들
며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혼자 산을 넘으며 외로움만 남았다. 가을이여서 인가보다. 누가 대중
속에 고독이라 하더니만...
추신: 1)여린순님 초면에 대접 감사 합니다.
2)지슬은 제주어로 감자을 말하며, 탁베기는 청주를 거르지 아니
한 막걸리를 이르는 말입니다.
3)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물매화를 보실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