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원이 가져다준 행복]
그날따라 대형할인점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모두 쇼핑카트에 물건들을 가득 싣고 분주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 할인점 안에서 불행한 사람은 없어보였습니다. 나 역시 바쁘게 할인점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제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수용품을 사는 김에 남편 선물로는 튼튼해 보이는 새 등산화를 샀고 아들 녀석을 위해서는 특별히 큰 맘 먹고 녀석이 그토록 목매어 사달라고 조르던 인라인 스케이트를 샀습니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계산대 역시 북적거렸습니다. 어림잡아 한 20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지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바로 앞에 서 있는 여섯 살쯤 된 여자 아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옷은 초라하게 입고 있었지만 눈매가 총명했으며 착하고 똘똘해 보였습니다. 내 눈길을 한 번 더 잡아끈 것은 그 아이가 들고 있는 작은 꽃병이었습니다.
저 꽃병 하나 사려고 이렇게 오래 줄을 서 있다니. 아이 엄마는 어디 갔지? 그 아이는 입을 꼭 다문 채 가만히 기다리고 서 있다가 자기 차례가 오자 깨질세라 꽃병을 자기 키 높이만한 계산대에 조심스럽게 올려놓았습니다. 계산원은 기계적으로 바코드에 식별기를 갖다댔고 가격을 말해줬습니다.
"6천 8백 원이다."
아이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6천 8백 원이라구요. 이상하다 4천 원이라고 써 있었는데."
"네가 선반에 붙은 가격표를 잘못 봤나 보구나. 위쪽에 붙어있는 가격표를 봐야 하는데 밑에 있는 가격표를 봤구나."
"4천 원밖에 없는데······."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보기가 딱했지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그냥 지켜봤습니다.
순간 나는 계산대에 눈길을 고정시키고 가만히 있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맺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자 내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의 불평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빨리 빨리 합시다. 뭐 이렇게 오래 걸려요."
계산원도 거들었습니다.
"어떻게 할 거니? 다른 걸 골라오든지, 아니면 집에 가서 돈을 더 가지고 와라."
아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보다 못한 내가 얼른 천 원짜리 세 장을 계산원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걸로 일단 계산 해주세요."
"아 아이를 아세요?"
"아니요. 그냥 해주세요."
계산이 끝나자 아이는 계산대 옆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을 한 후 카트를 밀고 나오자 아이가 내 앞으로 와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아주머니, 고맙습니다."
아이는 조그만 손으로 거스름돈 2백 원을 내밀었습니다.
"그건 놔둬라. 그런데 엄마는 어디 가셨니?"
물어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저히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는 지난 여름에 돌아가셨어요."
아이가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습니다.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럼 너 혼자 이 꽃병을 사러 왔니?"
"지난번에 엄마 산소에 갔는데 엄마 산소 앞에만 꽃병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아빠하고 같이 오지 그랬니?"
"아빠는 병원에 계세요. 집에는 할머니밖에 안 계세요."
무슨 보물이나 되는 것처럼 꽃병을 가슴에 안고 걸어가는 아이의 뒷 모습을 보면서 나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시간까지 십자가 앞에서 기도를 했습니다. 제발 그 아이가 더 이상 큰 아픔 없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달라고······.
난 그날 단돈 3천 원으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하나 샀습니다.
-'인터넷 글 옮김'-
오늘은 간직했던 글 하나를 공유 합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우리는 소중한 무언가를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지, 사업이란 핑게로 가족에게 소홀히 대하지는 않았는지 한번쯤은 돌아보고 마음을 가지런히 할 필요가 있겠다싶어 오늘은 그런 생각을 하는 아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