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라, 빨리 헤어져야 한다. 나중에 후회할 일 만들지 마라.”
친구나 선배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N양의 외줄타기 같은 만남은 계속되고 있었다.
“영화 표가 생겼는데 같이 보러 갈래?”
친하게 지내는 직장 선배다. 가정적이기로 소문이 자자하고, 아이도 가끔씩 회사에 데려오면 얼마나 재롱을 부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결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가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여자와 결혼에 골인한 것이 아니었던 거다. 아주 많이 사랑했던 여인이었는데, 종교문제가 맞지 않아 집안에서 억지로 둘 사이를 떼어놓아 그 집 부모 자식 지간이 한동안 원수처럼 지냈더랬다. 수년이 지나고 자포자기 한 상태로 부모가 짝 지워 준 상대와 결혼해 자리 잡은 거였다. 그래서 여전히 그가 옛 연인을 못 잊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밤이면 홀로 술집을 전전하며 몸을 축내고, 휴일이면 행복한 아빠, 남편인척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젠 그의 차 뒷좌석에 쌓여 있던 우울증 약 봉지들이 늘어나는 것도, 출근할 때 챙겨 입고 나오는 옷이 전날 옷과 바뀌지 않는 것도, 이젠 남의 일이 아니라 그녀가 챙기고 홀로 아파해야 하는 문제가 되고 만 거다.
“남자가 자꾸 귀찮게 하는 가봐?”
나는 그녀 이야기를 늘어 놓는 후배를 붙들고 결혼을 하고도 처녀를 넘보는 유부남을 탓할 생각으로 꺼낸 말이었는데 후배 말이 의외였다.
“남자보다 여자가 더 좋아해요. 싫지 않대요. 남자가 전화하기를 기다리고, 그러다 안 오면 찾아가고 기다리고 그러나 봐요.”
그게 아닌데, 그 남자는 늘 새로운 여자를 찾고 병처럼 방황하지만 언제나 가정으로 돌아가 맘 편이 몸을 누이고 싶어하는 남자인데, 결국 상처 받는 쪽은 여자일 텐데. 이런 말을 그녀에게 해 주어봤자 나만은 아닐 거야, 내가 그의 마지막 여자일 거야, 생각할 테니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아주 예전에 나도 그에게 한 때 그런 여자였으므로 그게 얼마나 후회스럽고 가슴 아픈 일인지 알고 있으므로 그게 아니었다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 때는 누구의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유부남의 매력은 참으로 거부할 수 없을 때가 있다. 특히 아픔이 많은 그라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 전에 한 번쯤 유부남의 유혹에 흔들리는 경험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이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단지, 미혼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매력이 분명 있다는 것은 부정 못한다. 미혼 여성들이 흔들리기 쉬운 유혹, 유부남의 스타일을 열거해 보았다. 유형을 알고 미리 대처해 보자.
참 좋은 선배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사람 좋았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별로 오래 사귀지도 않은 여자와 결혼했다. 절절한 연애도 아니었고, 집안끼리 선보고 한 결혼이며, 여자도 수수하고 사람 좋아 보인다. 결혼식에 온 여자 후배만도 동성 후배들 버금가는 출석률 보일 만큼 좋은 선배. 결혼 후에도 여전히 인맥유지하고, 좋은 성격 유지하시는 선배. 애 낳을 나이에 애 낳고, 친가, 외가에 잘하고 부모 잘 모시고 하면서도 종종 여자 후배들 데리고 야유회 잦고, 술 마시고 자정 넘어도 아내 눈치 안보고 갈 때까지 가주는 선배.
오래 사귀어온 여자들이야 두고 보지만, 새파란 신입 여사원에게 냉큼 걸려들어 연애하기 십상이다. 이런 남성들은 인간적으로 친하게 지내 인연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을......
플레이 보이 풍문 뿌리며 이 여자에서 저 여자로, 저 여자에서 이 여자로 자리 바꾸는 것이 취미인 그. 앉았다 하면 새로운 여자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잠자리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꺼내는 극단적인 오픈마인드 플레이보이형. 결혼 후에 철저히 이중생활 한다.
절대 가정 일에 지장을 주거나 하는 일 없고, 애인보다 가정을 절대로 우선시 하는 철저함을 가진다. 그런 점이 오히려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게다가 여유로운 경제력이나, 너 아니면 안 된다, 매달리는 질퍽거림 없이 쿨하고 담백하다. 여자라면 이런 그와 한 번쯤 그와 짜릿한 밀애를 꿈꾸게 된다.
사연 많은 비극남 참 힘들게 결혼했고, 결혼 후에도 여전히 평탄치 않은 그를 보고 있자면 그를 외롭게 방치하는 아내가 야속하기까지 하다. 내가 나서서 그의 어깨를 기대어 주고 싶고, 술 한잔에 쏟아 져 나오는 그의 과거를 한 없이 귀 기울여 들어 주고 싶다. 아마 그의 아내는 그의 이런 아픔을 절대 모르고 있으며 그는 그저 돈 버는 기계처럼 취급 받을 뿐일 거라고 상상한다.
나약한 우유부단남 결혼 전 별로 연애 많이 해보지 못하고 덜컥 첫 사랑과 결혼한 그 남자. 누구도 그가 새로운 여자에게 눈을 돌릴 거라 절대 생각하지 못할. 하지만, 이런 남자 결혼 후 실수였다 후회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무모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했어야 할 결혼을, 때 늦게 결혼 후에, ‘이 길이 아닌가벼’하고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 이 가정 오래 못 간다. 새롭게 만난 인연과 이루어지고자 오히려 남자가 더 큰 상처를 받고 이별하거나.
기러기 아빠형 모범남 너무나 씩씩한 혼자 사는 유부남. 가족들 뒷바라지 하느라 주말 부부가 되거나 출장이 잦아 혼자 지내는 경우 많다. 규칙적인 운동도 즐기고 혼자서 살림살이도 잘 꾸린다. 혼자서도 끄떡 없어 자신만만하다가 한 순간 무너질 수 있는 스타일이다. 속으로 아픔을 찾고 겉으로 밝고 명랑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얼마나 안쓰러워 보이고 모성애를 자극하는지.
그의 아내가 돌아오기 전까지만, 그의 옆에 있자 시작했던 것이 끝내 말썽을 부리게 되는 경우 많다. 아내가 돌아오면 그는 가정으로 아무일 없던 것처럼 복귀하면 그만이다. 그가 힘들 때 곁에 있었다 해서 그가 영원히 내 옆에 있을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말자.
아내의 자리는 너무나 크고 신성하다. 아무리 뒤 늦게 만난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도, 그들이 이루어 둔 가정이라는 틀은 쉽게 무너뜨리고 다시 세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내는 여자이기 이전에 가정이다. 아내가 곧 가족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애인이었던 여인들이여, 빨리 유부남들과 헤어지라. 당신은 긴 결혼생활이라는 여행에 잠시 쉬어가는 휴게소에서 만나는 인연일 뿐이다. 당신은 어떤 유부남에게 ‘한 순간의 실수’나 ‘신경 쓸 필요 없는 여자’로 누군가에게 변명 되는 존재가 아니라, 언젠가 신성한 아내가 될 몸이므로.
첫댓글 나의 그였던 유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