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무수히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모르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굳어 있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 패했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 재즈가 넘쳐흘렀다
금연을 깨뜨렸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난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했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나는 너무나 불행했고
나는 너무나 안절부절
나는 더없이 외로웠다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하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무척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영감님처럼
그렇게
첫댓글 대동아전쟁때 패망한 일본 여인의 이야기군요
전쟁은 너무나 무섭다는 것을 새삼 읽게 해 줍니다.
저 여인의 정체는.......
일본 시인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사랑 받는 시인이랍니다 일본은 많은게 한국의 정서와 비슷해요 아주 다른 부분도 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