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201 (수) 尹대통령 업무보고 '깨알 지시'… 원고 없이 30여분 술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로 주재하는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1월 30일 금융위원회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장관과 독대했던 첫 번째 업무보고와 달리 대국민 보고·토론 형식을 도입해 각 부처 직원들과 교감한 게 특징이다. 각종 이슈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깨알 지시'를 내리면서 '일하는 대통령' 이미지도 부각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의 '하향식 소통'과 긴 발언이 맞물리면서 설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원고 없이 30여분 술술… 尹대통령 마무리발언 이례적 공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월 2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18개 부처와 각종 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았다. 부처 관계자와 민간 전문가들이 주제별 토론을 한 후 윤석열 대통령이 '원고 없는' 마무리 발언을 10~30여 분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통일부·행정안전부·국가보훈처·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선 약 34분(약 7,460자) 가까이 마무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마무리 발언은 전문과 영상이 모두 공개됐다. 역대 대통령의 업무보고 과정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통상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는 모두발언과 지시사항 일부만 공개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학습 능력이 워낙 뛰어나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들자 각 부처의 업무를 꿰뚫고 있는 데다 진취적인 아이디어를 먼저 제시해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 스타일을 선호해 마무리 발언의 공개도 자신 있게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각 부처에 직설적·디테일한 업무 지시… 설화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의 '직설적이고 디테일한' 지시도 화제가 됐다. 각종 이슈와 다양한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날것 그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1월 27일 인사혁신처 업무보고에선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 안정되게 정년까지 먹고살 수 있기 때문에 공직을 택한다는데 저는 그런 공무원 별로 환영하고 싶지 않다"는 직설적 발언이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도 '공무원' 출신이어서 공직 생활에 대한 이해가 높다 보니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사회에 쓴소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27일 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선 비교적 최신 트렌드인 인공지능(AI) 챗GPT를 실제 사용해본 경험을 언급해 공직사회를 놀라게 했다. 1월 4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선 "무조건 정부가 매입해주는 식의 양곡관리법은 농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실하면서도 세세하게 업무 지시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각종 지시를 마무리 발언을 통해 쏟아내는 '일방 소통' 방식인 데다 방대한 분야에 걸쳐 지적하는 '만기친람' 스타일이어서 종종 선을 넘는 발언이 나오기도 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나온 '핵 보유' 발언이 대표적이다. 가능성이 아니라 북핵 도발에 호락호락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비판이 나와 논란이 됐다. 1월 27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선 "남쪽이 훨씬 잘 산다면 남쪽의 체제와 시스템 중심으로 통일이 되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흡수 통일을 뜻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부처 출신 여권 관계자는 "내용은 좋지만 때때로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느껴진다"고도 했다. 종종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원론적 얘기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있다는 취지다.
◆ 업무보고 관통 키워드는 "오직 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업무보고 내내 공직사회에 강조한 핵심은 '경제 살리기'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수출 중심 경제 위기 극복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으로 한국 사회 체질 개선 등을 시급한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경제 부처와 비(非)경제 부처를 구분하지 않고 '전(全) 부처의 산업화'를 주문한 게 특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환경부도 산업부라는 생각을 가지고 수출과 해외 수주에 적극 협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1월 3일)"며 유연한 규제를 주문했다.
복지 문제도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재정으로 돈 쓰는 문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민간하고 기업을 끌어들여서 준시장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지난해 12월 21일)"고 화두를 던졌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경제를 뒷받침하는 법무행정이 가장 중요하다(1월 26일)",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재난 안전과 관련한 시장화 및 산업화에도 관심을 가져달라(1월 27일)"고 당부했다.
김연경, 국힘 지지 이유… 2년전 '文 감사 강요' 때문?
배구선수 김연경이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찍은 사진으로 화제가 된 가운데, 2년 전 배구협회 관계자가 김연경에게 "문재인 대통령에 감사인사를 하라"고 요구해 논란을 빚었던 일이 재조명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사건으로 인해 김연경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게 됐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연경의 국힘 지지 이유 떴다'는 제목의 글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글은 2021년 8월 9일 김연경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귀국할 당시 기자회견 사회자가 문 대통령을 향한 인사를 요구했던 사건을 언급하고 있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유애자 대한배구협회 홍보분과위원회 부위원장은 김연경에게 "포상금이 역대 최고로 준비돼 있는 거 알고 있느냐"며 "감사 말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포상금을 주셔서 저희가 기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모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답했다. 10여분간 질의응답이 끝난 뒤 사회자는 김연경에게 "여자배구 선수들 활약상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시면서 격려해주셨다"며 "그것에 대해 답변주셨나"라고 또 물었다.
김연경은 "제가 감히 대통령님한테 뭐…"라며 "그냥 너무 감사한 것 같고, 그렇게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런데 사회자는 또 "오늘 (감사 인사를 전할) 기회, 자리가 왔다. 거기(포상금)에 대한 인사 말씀을 해달라"며 문 대통령을 향한 감사 인사를 유도했다. 당황한 듯한 김연경은 "무슨 답변 말이냐. 지금 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고, 사회자는 "한 번 더"라고 외쳤다. 김연경은 결국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일로 감사를 강요한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유 부위원장은 홍보부위원장 직책을 사퇴했고, 오한남 대한배구협회 회장도 사과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김연경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저를 응원하겠다며 귀한 시간을 내주고, 꽃다발까지 준비해준 김연경 선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이후 인터넷 상에는 김연경이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누리꾼들의 비판이 쇄도했다.
어린이집 + 유치원… 2025년부터 합친다
이르면 2025년부터 만 0∼5세 영유아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기관에 다닐 수 있게 된다.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유보통합’(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이 처음 추진된 지 28년 만이다. 사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비 지원도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어린이집에 비해 짧은 유치원의 돌봄 시간도 연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1월 30일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는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합동 발표했다.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교사 자격, 시설 기준, 돌봄 시간 등의 격차를 줄여가다가 2년 후 양쪽을 완전히 통합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차별 없이 교육·돌봄 서비스를 누리게 한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사회복지기관’으로,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담당하는 ‘학교’로 나뉘어 있다. 새 기관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 일원화된다. 유보통합은 크게 두 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2023∼2024년)는 두 기관의 격차를 줄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7∼12월)부터 유보통합 선도 교육청 3, 4곳을 선정해 유보통합 모델을 시범 운영한다.
2단계 유보통합이 시행되는 2025년부터는 기존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제3의 통합기관’으로 문을 연다. 영유아들은 이곳을 다니면서 교육과 돌봄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대부분의 학부모가 추가 교육비 납부 부담을 덜 수 있는 정도까지 지원을 늘릴 계획이다. 내년 만 5세를 시작으로 2025년 만 4세, 2026년에는 만 3세까지 지원금을 늘린다. 정부는 31일 출범하는 유보통합추진위원회에서 지원금 인상 규모를 협의해 8월경 발표할 예정이다.
◆ 0~5세 유아 어디서든 똑같은 교육-돌봄… 어린이집-유치원 교사간 격차해소 관건
유보통합은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발표한 5·31교육개혁에 처음 제시된 이후 역대 정부에서 모두 추진됐으나 성공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였다. 김대중 정부는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내세웠고, 박근혜 정부에서도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설치해 추진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부처 권한 통합과 교사 간 격차 해소라는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원화된 체계로 인해 아이들은 다니고 있는 기관에 따라 저마다 다른 서비스를 받는다는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은 0세부터 다닐 수 있지만 유치원은 만 3세부터다. 어린이집은 기본 보육이 하루 7시간이지만 유치원은 정규 시간 4∼5시간과 방과 후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두 기관이 통합되면 유치원의 방과 후 과정을 늘려 어린이집(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만큼 돌봄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재는 학부모 부담 차이도 크다. 만 3∼5세의 경우 정부가 월 28만 원의 교육비를 지원한다.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은 추가 교육비 부담이 거의 없지만, 사립 유치원은 지난해 기준으로 월평균 13만5000원을 학부모가 추가로 냈다. 특별활동비를 포함해 월 40만∼50만 원씩을 더 내는 사립유치원도 많다. 2025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한 ‘제3의 기관’이 문을 열면 아이들은 어디서나 동일한 교육과 보육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우선 기관마다 다른 학부모 추가 부담금 격차를 해소하고, 교육 과정도 통합한다.
교육부는 표준보육과정(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공통), 초등학교 저학년 교육과정 간 연계를 강화한다.통합 기관의 학급 편성은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0∼2세를 돌보는 가정형 어린이집이라면 통합된 뒤에도 그대로 0∼2세 반만 편성해 운영할 수 있다. 지역의 수요나 학부모들의 요청 등에 따라 해당 기관은 0∼5세 반, 4·5세 반 등으로 기관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유보통합에 들어갈 추가 예산을 지출할 ‘교육-돌봄 책임 특별회계’(가칭) 신설도 추진한다.
기존 유아교육특별회계에서 필요한 추가 예산은 각 시도교육청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할 계획이라 교육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는 유보통합이 완성되는 2026년 기준 총 2조1000억∼2조6000억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원화된 교사 자격체계도 정부가 넘어야 할 난관으로 꼽힌다. 현재 유치원 교사는 전문대 이상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직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반면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를 통해서도 자격을 얻을 수 있어 진입장벽이 다소 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니라 교원의 의견과 교육 여건을 반영해 세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 THANK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