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늙었을 때/월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 Yeats
그대 늙어 백발이 되어 졸음이 겨워서
난롯가에서 고개를 가만히 떨굴 때, 이 책을 꺼내
천천히 읽으며 그대가 옛날에 지녔던
부드러운 눈빛과 깊은 눈동자를 꿈꾸어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대의 발랄하고 우아한
순간을 사랑했으며,
진정이든 거짓이든 얼마나
그대를 사랑했던가를,
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이
그대의 방황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의 슬픔으로 변해가는 얼굴을
사랑했던가를,
달아오르는 쇠 살대 몸을 구부리고서,
조금은 슬프게 중얼거려라, 어떻게 사랑이
하늘 높이 달아나 산 위의
별들 사이에 숨었는가를.
<시 읽기> 그대 늙었을 때/월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 Yeats
너도나도 세월이 흐르면 늙는다. 이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불변의 진리다. 노화는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나 늙음의 강변에 도달해 젊음의 뒤안길을 돌아보리라, 늙으면 흰머리가 생기고 근육량은 줄어든다. 그에 따라 회부 활동도 줄고 대인관계도 예전보다 협소해진다. 늙음이란 죽음이란 종착역 직전에 잠시 멈추는 간이역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 사상가 크리스티안 생제르Christane Singer의 말처럼 “늙음이란 잔인한 간수이자 감옥”일지도 모른다.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늙은 여인이 난롯가에 앉아서 졸음에 겨워하며 제 젊은 날을 슬프게 회고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수려한 외모와 빛나는 눈빛은 사라지고, 얼굴은 주름으로 가득하고 검은 머리는 백발로 변했다.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우아하고 어여쁜 그녀의 미모에 반해 사랑을 고백했던가. 그 꽃다운 미모의 우아함과 그로 인해 누리던 영화榮華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이 들면서 사랑을 고백했던 젊은이들은 다 떠났다. 오직 한 사람만이 방황하는 그녀 곁에서 늙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보았을 따름이다. 사랑과 젊음은 다 어디로 갔는가? 아마 그것은 하늘 높이 달아나 산 위의 별들 사이에 숨었을 테다.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