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유엔-튀르키예(터키) 4자간 '흑해 곡물 협정'이 파기된 후 '흑해 임시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무력 간섭을 피하고,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임시 항로'를 '인도주의적 흑해 항로'라고 규정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와 함께 우크라이나 오데사 항구에 발이 묶였던 홍콩 선적의 컨테이너선 '조셉 슐테'호가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가 지정한 '흑해 임시 항로'를 따라 운항한 끝에 17일 위험 해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 항로는 지난 달 러시아 측에 의해 '흑해 곡물 협정'의 연장이 무산된 뒤, 우크라이나 측이 새로운 흑해 항로를 개척하는 차원에서 제시한 임시 항로다.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출항한 홍콩 컨테이너선 조셉 슐테호/SNS 오픈소스
그러나 조셉 슐테호가 이용한 항로가 공개된 만큼, 러시아 측의 향후 대응도 주목된다. .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을 떠난 조셉 슐테호는 17일 오전(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흑해 해역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이 선박의 안전을 확인하면서 "흑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선박의 항로를 추적하는 마린 트래픽 데이터에 따르면 조셉 슐테호는 루마니아 콘스탄차항 인근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향하고 있다.
조셉 슐테호의 출항 직전까지 선적 및 보험 전문가들은 항해의 안전에 관해 우려를 표시했다. 선박의 운항이 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된 우크라이나인 선원들의 손에 맡겨진 이유다. 선박에는 3만톤(t) 이상의 화물(컨테이너 2,114개)이 실렸다. 이 선박의 목적지는 터키 항구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이 선박의 출항 발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흑해 봉쇄를 우크라이나측에 전달될 무기 등 군수물자 공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선언한 러시아 측으로서는 전쟁 개시전부터 항구에 머문 선박의 출항을 저지할 명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흑해 항구를 떠나는 선박보다는, 우크라이나에 입항하기 위해 접근하는 선박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루마니아 영해에 진입한 조셉 슐테호/사진출처:페이스북
조셉 슐테호의 운항 위치 지도. 표시된 곳은 루마니아 해상이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조셉 슐테호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오데사와 초르노모르스크. 유즈니항에 발이 묶인 민간 선박들이 줄줄이 이 항로를 따라 출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리 클리멘코 우크라이나 제재 및 항해의 자유 모니터링 그룹 대표는 "출항한 조셉 슐테호가 새로운 항로를 따라가고 있다며 "짧은 구간에서 두 차례 우크라이나 영해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클리멘코 대표는 "러시아 측의 협조 없이도 우크라이나 항구에서 이 항로를 통해 '곡물 수출'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곡물을 선적하기 위해 '임시 항로'를 따라 우크라이나로 접근하는 선박을 러시아 측이 그냥 두고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임시 항로'의 개척은 '흑해 곡물 협정'의 파기 이후 새로운 안전 항로가 시급한 우크라이나 측의 절박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올레 찰리크 우크라이나 해군 대변인은 지난 10일 "새로운 임시 인도주의적 통로가 작동할 것“이라며 "우리는 항해 선박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것이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 순전히 인도주의적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항해라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쿠브라코프 부총리겸 인프라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오데사항에 정박해 있던 조셉 슐테호가 항구를 떠나 보스포러스 해협으로 향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인도주의적 안전 항로'를 개설하겠다고 공표한 지 5일만이다. 조셉 슐테호의 출항은 15일 밤~16일 새벽의 야음을 틈탄 것으로 추정된다. 최대한 안전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흑해 항로 운항 팔라우 선박을 정지시킨 뒤 수색을 위해 접근하는 러시아군 헬기. 선원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사진출처:스트라나.ua 영상 캡처
러시아는 지난 7월 '흑해 곡물 협정'을 파기한 뒤, 기존 흑해 항로에 대한 안전보장을 철회하고(흑해 봉쇄 선언), 우크라이나 최대 수출항인 오데사항 일대에 공습을 단행했다. 또 흑해 해역에 들어선 팔라우 선적의 선박을 강제로 정지시킨 뒤, 헬기를 통해 무장대원들이 선박에 올라 선박 전체를 수색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 중인 터키는 이에 대해 러시아 측에 아직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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