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폭력과 언어의 정치: 5·18담론의 정치사회학
1. 침묵의 역사
‘광주사태’와 ‘5·18민주화운동’
2. 폭력의 전선과 언어의 전선
폭력과 투쟁의 언어: 5월 18일부터 21일까지|유착과 명분: 5월 22일부터 27일까지|심판의 시대, 신군부에 의해 조작되다
3. 부활의 언어
4. 담론과 현실
폭도론|불순 정치집단론|유언비어론|과잉 진압론|민주화론|민중론|혁명론
5. 광주 시민이 남긴 최후의 담론
대학교때 가장 친한 친구가 소위말하는 운동권이었어서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난 그때 인문 철학 독서를 열심히 하는 그 친구를 신기하게 쳐다봤었고, 이런 걸 읽어야 한다고 나름의 피력을 하는 모습을 '저게 뭔 말인가' 하는 맹한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친구왈 가요무대니 하는 그런 방송들이 국가에서 하는 우민화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해주곤 했는데 역시나 그땐 '저것이 무슨 소리인가' 하고 흘려들었다 ㅎㅎ 그러더니 과 학생대표? 가 되어서 다른지역 학교 학생들과 연합으로 투쟁하러 가기도 하고 가끔은 잠복경찰 눈을 피해 학교에서 몰래 만나기도 하고 그런 경험들이 있는데, 내가 년월에 상관들이 많아서 그런건지 ..
1부를 읽어보고, 무언가에 대한 담론 분석하는걸 찬찬히 따라 읽어가다보니 나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는데, 저자의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보는 관찰자가 된 거 같았고 상황설명을 읽으며 머리에서 연상되는 공간적인 감각이랄까 그런게 좀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일이 생기고 일어났고 벌어졌는데, 그걸 볼 수 있고 인식할 수 있고 설명하거나 정의하거나 개념정리 할 수 있는 건 저절로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으다. 같은 걸 보고도 정말 각자 입장에서 다양하게 담론이 형성되는 걸 보니 주장하기 나름이기도 하고 교묘한 말로 묻혀지는 현실을 놓치지 말고 잡아내야 존재는 존재로 남는 듯 하다.
(인터넷 검색에 나오는 5.18 설명은 이렇게 시작된다:
처음에는 신군부에 의해 광주폭동, 당시 매스컴에서는 광주사태 또는 광주소요사태 등의 이름으로 불렸으나, 점차 시대가 변하고 진실이 밝혀지면서 현재는 광주민중항쟁, 광주민주항쟁, 광주학살 등으로 부르기도 하며, 일어난 날짜를 줄여서 5·18로 부르기도 한다. 대한민국 초·중·고 교과서 대부분 5.18 민주화 운동이라고 적고 있다.)
5.18이 '사태'에서 '민주화운동'이라 불리기까지 과정이 있고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텐데 그 과정들을 무시하고 굳이 (의도된)사태라는 단어로 정의한다면 그런 사람이 힘을 가지고 권력을 가졌을 때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대충 짐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새 역사 교과서 필자 “5·18은 민주화운동 아닌 사태”
보수 편향 논란을 빚고 있는 새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진인 배민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5·18 ‘사태’라고 하고, 한국 현대사에서 전두환씨가 “지극히 악마화돼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들어서 조선 시대 내내 계속된 정부의 착취와 수탈이 제한되기 시작했다”고도 주장했다. 지만원씨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 지칭하고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05241?sid=102
그래서 담론 분석이란 무엇인가 하니,
p23
담론 분석이란 쉽게 말하면 그간 5.18에 대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언어들이 만들어지고 오고 갔는가를 조망하는 것이다. '담론'이라고 할 때는 말을 일단 현실과 분리해서 보는 것을 뜻한다. 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 언어를 그런 각도에서, 현실과의 관계의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분석하는 것을 담론분석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첫 부분에서는 5.18에 대해 시기별로 군부와 광주 시민들 간에 5.18에 대해 무어라고 서로 말하고 있었고 이들은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었는가를 분석한다. 담론 분석은 직접 폭력이 행사되는 현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상 또는 문화의 수준에 대한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책 내용으로 돌아오면,
광주 시민 측의 담론과 군부의 담론을 비교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단어 하나 허투루 사용한게 아니다. 군부의 담화문에서 궤변같은 문장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의도를 파악해
보는 내용이 좋았다.
특히 4. 담론과 현실 편에서
폭도론|불순 정치집단론|유언비어론|과잉 진압론|민주화론|민중론|혁명론
별로 하나씩 따져보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를 적어보면,
p83
폭도론은 계엄사에서 당시 자신들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에서 제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5.18이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오해되어온 것을 감안하면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폭도론은 몇 가지 정치적 결과를 초래했다고 보인다. 폭도론은 해방 기간에 광주 시민들 일부에게도 받아들여졌으며 이로 인해 시민군들은 빠르게 무장 해제당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서 폭도론은 5.18 이후에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도 5.18에 참가한 모든 시민들을 억압하는데 중요한 기제였고 이 말은 폭력 못지않게 이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5. 광주 시민이 남긴 최후의 담론이었다.
왜인지 모를 약간의 공포심이 들기도 했는데, 나를 지켜주던? 정부가 없어지는 경험에 대한 묘사여서 그런거 같다. 뒷부분 내용은 마저 다 읽고 와야겠다..
P111
5.18 담론을 분석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당시 열흘 간에 이루어진 광주 시민들의 담론이다. 이에 비하면 계엄사의 담화와 5.18을 해석하는 담론들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시민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폭력 사태를 맞아 투쟁하고, 동료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자신들의 투쟁을 정당화하고, 투쟁의 방향을 설정하는 언어들은 폭력적 현실과 기존 우리 사회의 담론 구조의 제약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 국가주의 담론의 그물망은 시민들이 적을 정의하자 我에 또 하나의 적과 닮은 국가의 모습을 씌웠고, '우리'가 나라의 모습을 갖자 국가권력과 반공의 이념은 그들을 반역의 문턱으로 몰아세웠다. 해방광주는 혁명의 분위기에서 혁명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혁명 담론을 거부했다.
해방광주는 담론의 소용돌이였고 결국 원점으로 돌아와, 손에 총을 쥔 채 고향에 대한 사랑과 조국 민주화를 외쳤다. 내 고장에 대한 사랑은 5.18이후 문학과 예술 활동에서 계속 형상화되었고, 조국 민주화의 담론은 광주 시민을 학살한 독재에 대한 증오와 더불어 5.18의 유언으로 남게 되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의 첫 번째 담론은 논리적인 언어가 아니었다. 그들의 첫 번째 언어는 산문이나 논문이 아니라 시였다.
P115
나아가서 광주 시민들을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던 투쟁으로 몰고 간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는 인권이라는 근대 서구의 법 개념으로 대체될 수 없다. 5.18에 나타난 인륜과 공동체를 지키는 정신은 결코 이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 역사와 문화를 뛰어넘어 태초에 인류가 탄생한 이래 알 수 없는 미래에까지 울려 퍼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인 것이다.
5.18 광주 시민들의 투쟁 현실과 정신은 아직 체계적인 언어로 정리되지 못했고, 이 글이 그 과제를 완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시절 광주 시민들에게 이런 가치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또 한편 그간의 우리 사회의 협소한 정치 담론과 이념의 장에서 이 원초적 가치를 일컬을 말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