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Ⅱ-23]“새해닷! 우리 얼굴 함 봐야지!”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 탓에 3년이나 제대로 뭉쳐 보지 못한 ‘전라도’를 대표하는 전라고 6회 동문들이 오랫동안 몸이 달았는데,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마당에 가만히 있을 턱이 없었다. 첫째주 토요일이 희한하게도 6회를 상징하는 듯 6일이었다. 2023년 재경동문회 회장단(민장식 회장, 최규근 사무총장)은 한 달 전부터 전화나 카톡으로 참석을 독려했다. 그 결과, 어제밤 공덕동의 경찰공제회 건물 6층 이룸컨벤션 홀에 남녀 60명이 자리를 같이 했다. 이름하여 플래카드에 써있는 대로 <2024년 전라고-전라여고 신년하례회>. 말이 쉽지, 이게 보통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당초 80명 가까이 모인다했으나, 60명도 아쉽지만 성황은 성황. 참석자 모두는 새삼스레 회장단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이 모임의 특징은 부부동반. 이 연례행사는 무려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다, 2021년 전대미문의 지구전염병으로 3년간 중단되었다. 그러니 좋은 친구들과 좋은 형수(친구의 부인)들이 보고 싶지 않았겠는가. 6시 15분 행사 시작. 일단 2024년을 이끌어갈 회장 선출이 관건. 어느 모임이나 그렇지만, 누가 회장을 하겠다고 자청을 하겠는가. 중의衆議를 모은 3인을 추천, 변辯을 들은 후 가장 많이 표를 받은 친구가 무조건 수락하도록 했다. 바람직한 일. 선재 고병갑 친구가 선선히 승낙, 선재호善齋號가 출범했다. 회장이 직권으로 지정한 사무총장은 한상하. 삼삼오오 회포 풀기에 바쁘다.
이제 유흥시간. 프로MC를 뺨치는 윤중현 친구의 재능기부로 분위기가 익어갔다. 우리의 MC는 방광암 투병중인데도 혼신의 힘을 다해 좌중을 즐겁게 했다. 수고료를 한 장(100만원)이 많다면 그 절반이라도 줘야 한다는 게 개인 생각이다. 여고생들의 노래솜씨도 가수 못지 않고, 옆지기가 노래를 부르면 남편이나 아내가 단상에 나와 춤을 추는 등 흥을 돋웠다. 압권은 장준상 부부. 친구(박치원)의 신작시를 멋있게 낭송한 시인(원탁희)도 있었다. 멀리 포항에서, 순천(김택수 부부)에서, 남원에서, 임실에서 오늘의 모임을 위하여 왕복 기차여행을 불사하는 열정이라니. 마이크를 잡아주거나(이종대) 신청곡을 틀어주는 도우미(강우성) 등도 돋보였다.
오락시간 틈틈이 한 친구(최영록)는 그 전날 나온 자신의 졸저에 사인을 해 친구들 나눠주기에 바빴다. 책 제목은 <전라도닷컴과 나-새살새살 STORY 60>. 회장단에서 60권을 일괄구입, 새해 선물로 배포를 하게 해줘, 저자는 감사의 말과 함께 신이 났다. 뷔폐가 1인 6만, 7만원이라던가. 눈에 띄인 현상은 우리 친구들 모두 술을 삼간다는 것. 내년에는 더욱 그러하리라. 사무총장이 모임의 문을 여는데, 사뭇 경건했던 것도 기록해야 한다. 커다란 태극기를 앞에 놓고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1절 제창 그리고 순국선열과 앞서간 동문들에 대한 ‘묵례’가 있었다. 1976년 2월 417명이 졸업했다는데, 40여명이 세상을 떴다한다. 10년 후에는 80명이 될까, 100명이 될까. 그것을 누가 알리.
작년에는 입학 50주년(1973)이었다. 사반세기도 아니고 반세기가 어디 보통의 세월인가. 우리도 어느새 참 많이 ‘익어간 나이’이다. 우리가 보기엔 여전히 청년같고, 곱게 늙어가는 옆지기들도 예쁘기만 하건만, 세월은 알다가도 모르게 우리를 변하게 하고 있다. 아무튼, 살아가며 여러 모임이 있지만, 신기한 것은 고교 동기동창 모임이다. 무슨 얘기를 해도 흠잡을 일 없이 재밌는 것을. 스스럼없다거나 이무럽다는 것은 이를 말하는 것이리라.
아무튼, 어제처럼 몽땅(60명) 모인 것은 반갑고 좋은 일이다. 100명이 모였으면 더 좋았을 걸. 언제 친구들의 부인(형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아주 친한 듯 손을 잡고 안부를 물을 것인가. 우리는 해마다 6월 6일엔 관광버스 최소 2대, 아니면 3대와 4대를 불러 부부동반으로 일일소풍을 갔다. 전라고생과 결혼한 여자들은 당연직 가상의 전라여고 졸업생, 2028년이면 현실화가 된다고 한다. 모교가 송천동에서 에코도시로 이사하면서 남녀공학이 된다고 한다. 몇 년 후에는 전라여고생이 회장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흐흐. 일일소풍은 연례행사로 ‘전통’이 되고 구전으로 소문이 나, 명물 동기회가 된지 오래이다. 오죽했으면 중앙 일간지가 어느 해(2008년) 한 면을 통째로 우리의 이야기를 실었을까.
지난해에는 고천호高泉號(고천은 민장식 회장의 호)가 쌍육절행사로 철원 한탄강 주상절리길을 기획했는데, 올해 선재호는 어느 곳을 갈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
*동영상의 달인 우보 윤상천과 단톡방에 날마다 좋은 글을 아침을 열어주는 청암 김종수, 행사를 시종일관 깔끔하게 주관한 회장단, 명MC 윤중현 친구, 멀리서 왕림해준 친구부부 등, 내가 머시라고 회장단을 대표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