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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손 화풍정 (50) ]
(정괘 대의)
* 괘명과 괘서
정은 아래에 나무와 바람 (: 손)을 들임으로써 위로불 (: 리)을 지피는 상이며, 괘체에 있어서도 손하절은 아래의 갈라진 솥발, 이허중은 속이 빈 솥몸의 형상이니 '화풍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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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괘인 리는 불이요, 내괘인 손은 나무이니 장작을 들이고 불을 지펴 음식물을 삶는 솥의 상이다. 또한 리는 목이며 외호괘인 태금으로 솥발을 만드니, '정' 자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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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서로는 물건을 고쳐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솥만한 것이 없으므로, 혁괘 다음에 정괘를 놓았다. 전체 괘서로는 50번째에 해당하니 50은 대연수다. 이 50을 바탕으로 태극, 양의, 사상, 팔괘 등이 크게 베풀어지니, 설시의 원리도 이로부터 말미암는다. 정은 새로이 물건을 혁성시켜 내놓는 모체이니, 설시로 괘효가 이루어지는 이치와 상통하며, 정의 대상에도 '정위응명'이라 하였으니 음미해 볼 내용이다.
* 괘덕과 괘상
정은 안으로 손순히 받아들이는 덕과 밖으로 환히 밝히는 덕이 있으니, 스스로를 가다듬어 밖을 밝히는 뜻이 있으며, 솥안에 음식물을 넣고 삶는 상이다. 또한 내괘인 손은 바람이자 나무에 해당하고 외괘인 리는 불 또는 솥몸의 상이니, 장작을 들이고 부채질 함으로써 솥의 음식믈이 삶고 익혀지는 상이다. 괘체를 전체적으로 살피면 초육은 아래의 솥발, 이효에서 사효까지는 솥에 든 음식물, 육오는 솥 귀, 상구는 솥 고리에 해당하며 내외의 호괘가 모두 건금, 태금이므로 쇠로 만든 솥과 정괘
(그림 생략)
* 관련된 괘와의 비교
1) 도전괘: 택화혁 ()
혁괘 참조
2) 배합괘: 수뇌둔 ()
둔은 천지자연의 음양교합에 의해 어렵게 새로운 생명이 나오는 과정이고, 정은 음식물을 솥에 익히고 삶아 다시 새로운 물건으로 혁성하는 과정이다.
3) 호괘: 택천쾌 ()
정은 물건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고, 쾌는 잘못된 것을 결단하는 것이다.
4) 착종괘: 풍화가인 ()
정은 솥의 형상이니, 한솥밥을 먹는 가족을 뜻하는 가인과 그 이치가 연계된다. 가인은 남녀정위가 이루어진 상태로서, 손목아래 밝은 생명의 싹이 나오는 과정이다. (정은 완전히 개화 결실하는 상)
* 가인괘사: 여정위호내, 남정위호외, 정 대상: 정위 응명
(본문강해)
정은 원 (길)형하니라.
1) 정은 크게 (길하여) 형통하니라.
2) 뜻풀이
정은 육오가 이명의 밝은 덕으로, 아래에 있는 구이의 손순한 덕과 중으로 응하여 천하의 물건들을 모두 개혁하고, 천하의 모든 일을 새롭게 하니 크게 형통한 것이다.
#1 같은 육오와 구이가 만난 규괘 ()에서는 '열이려호명'하므로 '소사길'이고, 정괘는 '손이이목총명'하므로 '원형'이다. 즉 강중한 구이 신하의 겸손한 덕이 중요하다.
#2 길은 공자가 단전에 '원형'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연문이다.
#3 정 -> 목 () + 고 ()
단왈정은 상야니 이목손화 팽임야니 성인이 팽하야 이향상제하고 이대팽하여 이양성현하니라.
손이이목이 총명하며 유진이상행하고 득중이응호강이라.
시이원형하니라.
1) 단에 가로되 정은 형상이니, 나무로써 불을 들여서 밥을 삶으니, 성인이 삶아서 상제께 제사 올리고, 크게 삶아서 성현을 기르느니라. 겸손하고 귀와 눈이 총명하며, 유가 나아가 위로 행하고 중을 얻어 강에 응함이라. 이로써 크게 형통하니라.
팽: 삶을 팽 임: 밥 임 양: 기를 양
2) 뜻풀이
단에 말하되 정은 솥의 형상을 법한 것이다 (단왈정상야). 하괘인 손 ()목으로 상괘인 리 ()불을 들여 밥을 삶으니 (이목손화 팽임야), 성인이 이렇게 삶은 것으로 먼저 신명중 제일 높은 상제께 제사올리고, 다음에는 사람에게서 제일 귀한 성현을 기르느니라 (성인팽 이향상제 이대팽 이양성현). 손으로 겸손하고 리로 귀와 눈이 총명하며, 유가 나아가 위로 향하여 육오 중을 얻어 구이강에 응함이라 (손이이목총명 유진이상행 득중이응호강). 이로써 크게 형통하니라 (시이원형).
#1 손이이목총명: 하괘인 손 ()에서 '손'이, 상괘인 리 (: 목)에서 '목'이, 그리고 이를 배합한 감 (: 이)에서 '이'가 나온다. 귀 밝고 눈 밝으니 '총명'이다. 또 육오는 솥귀에 해당하니 '이'이다. 따라서 '안은 손순하고 밖은 총명하다'는 뜻이다.
#2 유진이상행: 중풍손 ()의 육사 음이 위로 올라가 구오와 위를 바꾸어 이루어진 것이 정이다. 또 주역에서는 상괘가 리 ()일 경우 '유진이상행'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손 ()괘의 육사가 나아가 육오가 되어 정이 됨을 뜻한다. (각주: 진괘 (), 규괘 (), 정괘 등에서 손괘 ()괘의 아래음효가 위로 나아가 중효와 자리바꿈을 하여 리 ()로 됨을 뜻한다. 이는 후천팔괘에서 동남방의 손이 남방의 리로 나아가는 뜻이 있다.)
상왈목상유화 정이니 군자 이하야 정위하야 응명하나니라.
1) 상에 가로되 나무위에 불이 있는 것이 정이니, 군자가 이로서 위를 바로해서 명을 엉기느니라.
응: 엉길 응
2) 뜻풀이
나무 ()위에 불 ()이 타올라 물건을 삶는 것이 정의 상이다. 솥이 바르게 놓여지지 안으면 엎어져서 솥안의 물건을 버릴 것이고 (정위), 나무가 흩어지면 화력이 약해 제대로 물건을 삶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응명). 군자가 이러한 상을 보고 리로 '남면이청천하'하는 위를 바르고, 손으로는 명이 흩어지지 않게 굳게하여 이루는 것이다.
초육은 정이 전지나 이출비하니 득첩하면 이기자무구리라.
상왈정전지나 미패야오 이출비는 이종귀야라.
1) 초육은 솥이 발꿈치가 엎어지나 비색한 것을 내놓는 것이 이로우니, 첩을 얻으면 그 자식으로써 허물이 없어지리라.
상에 가로되 '정전지'나 거스리지 아니함이요, '이출비'는 귀한 것을 좇음이라.
전: 엎을 전 지: 발꿈치 지 패: 거스를 패, 어그러질 패
2) 뜻풀이
초육은 유로서 삶는 때의 아래에 있고, 위로 정응인 구사에게로 나아가려 하나 재질이 유약하고, 구이, 구삼의 두 양이 가로 막으니 상비관계인 구이와 더부는 것이다. 이것이 솥으로 말하면 발꿈치 (초육)가 엎어졌으나 안의 더러운 것을 쏟아내는 격이 되어 이로와진 것이요 (정전지 이출비), 사람으로 말하면 구이에게 정배가 아닌 첩으로 갔으나 (정응이 아님) 귀한 자식을 낳았으니 허물이 없어진 상이다 (득첩 이기자 무구).
#1 전지: 하괘 손 (: 고)의 제일 아랫 부분이니 '지'이다. 초육이 정응인 구사에게 가지 않고 구이와 더부니 '전지'의 뜻이 있다.
#2 이출비: 하괘 손은 결제의 뜻이 있으니, 더러운 것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3 득첩 이기자무구: 하괘인 손이 '전지'하여 뒤집어지면 태 (: 첩)가 된다. 또 초육이 동하면 하괘가 건 ()이 되니 첩인 태가 자식을 잉태한 상이고, 건은 군의 상이니 귀한 자식이다. 귀한 자식으로 인해 어미도 같이 귀해지니 허물이 없어지는 것이다.
구이는 정유실이나 아구 유질하니 불아능즉이면 길하리라.
상왈정유실이나 신소지야니 아구유질은 종무우야리라
1) 구이는 솥에 실물이 있으나, 내짝이 병이 있으니, 내가 능히 나아가지 아니하면 길하리라.
상에 가로되 '정유실'이나 삼가해서 가는 바니, '아구유질'은 마침내 허물이 없어지리라.
구: 짝 구, 원수 구 즉: 나아갈 즉, 곧 즉 우: 허물 우
2) 뜻풀이
구이는 강으로써 득중을 하였으니 솥에 실물이 (강) 있는 상이다 (정유실). 위로 정응인 육오 인군을 도와야, 위로 물건을 삶아내 만인을 구제하는 공을 이룰 수 있게 된다. 아래로 상비관계인 초육이 좇으나, 중덕을 지켜 멀리함으로써 정의 공을 이루지 못하는 허물을 짓지 않는 것이다 (아구유질 불아능즉 길).
#1 아구유질: 초육이 '전지'의 병이 있으니, 같이 더불면 '실'이 엎어질 염려가 있는 것이다. '구'는 초육을 가리킨다. 초효부터 5효가지 괘의 상이 감 ( -> : 질)이니 '질'이요, 감은 아래로 흐르는 것이니 '전지'의 '질'인 것이다.
#2 정자는 '불아능즉'을 '내게 능히 나아가지 못하게 하면'으로 해석했다.
구삼은 정이 혁하야 기행이 색하야 치고를 불식하나 방우하야 휴회 종길이리라.
상왈정이혁은 실기의야일새라.
1) 구삼은 솥귀가 고쳐서 그 행함이 막혀서 꿩의 기름을 먹지 못하나, 바야흐로 비 내려서 이그러진 뉘우침이 (뉘우침이 이그러져) 마침내 길하게 되리라.
상에 가로되 '정이혁'은 그 뜻을 잃음이라.
색: 막힐 색 치: 꿩 치 고: 기름 고 휴: 이지러질 휴 실: 잃을 실
2) 뜻풀이
구삼은 강으로 손체의 위에 있으니, 강하면서도 능히 겸손하여 육오를 도와 정의 공을 이룰 수 있는 자이다. 처음에는 육오인군이 그 재주를 인정하지 않고 의심하여 녹을 먹지 못하나 (정이혁 기행색 치고불식), 나중에는 의심을 풀고 등용하니 그 재주와 뜻을 펴게 되어 길한 것이다 (방우 휴회 종길).
#1 정이혁 기행색: 이는 육오를 가리킨다. 육오가 리 ()의 밝음이 있으나, 구삼이 동한 외호괘 감 (: 이, 호)으로 의심하게 되는 것이니 '정이혁'이다. 솥귀가 부러지거나 없어지면 솥을 걸어서 음식을 삶을 수가 없으니 '기행색'의 상이다. 또 구삼은 감의 험함에 있으니, 육오가 이를 의심하여 리의 밝음이 오히려 리의 막음 (리, 과병, 방)이 되어 '기행색'을 하는 것이다.
#2 치고불식: 상괘인 리에서 '치'가 외호괘인 감에서 '고'가 나온다. 외호괘가 본래 태 ()구였는데 이제 감으로 되니 입이 없어져 '불식'이다. 왕이나 스승에게 찾아갈 때 꿩 (대신 닭으로도 씀)을 바치는 것이 관례이니, 녹을 먹지 못함을 의미한다.
#3 방우휴회: 감 ()에서 우가 나온다. 음양이 화합하는 것을 '우'라고 하니, 육오음과 구삼 양이 만나서 힘을 합한다는 뜻이다.
구사는 정이 절족하야 복공속하니 기형이 악이라 흉토다.
상왈복공속하니 신여하야오.
1) 구사는 솥이 다리가 부러져서 공의 밥을 엎으니, 그 얼굴이 젖음이라 흉토다.
상에 가로되 '복공속'하니 믿음이 어떠하리오.
절: 꺽을 절 복: 엎을 복 속: 밥 속 악: 젖을 악
2) 뜻풀이
구사는 강으로써 음의 자리에 있으니 바름을 얻지 못한 자이다. 정의 때에 대신의 자리에 있으니 적절한 인재를 등용하여 정의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데, 구사가 정응인 초육 소인에게 사사로운 정으로 중임을 맡기고, 초육은 '전지의 질'로 밥을 엎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솥안의 밥이 엎어져 공을 이룰 수 없게 됨은 물론, 구사에 대한 육오의 신임도 없어지니 흉한 것이다.
#1 정절족복공속: 구사가 동하면 상괘가 간 (: 소남, 지, 종)이 된다. 이는 진 (: 족)이 뒤집어진 상이니 '정절족'이다, 또 하괘인 손 ()은 태 (: 구)입이 아래로 향한 상이니 '복공속'이다. 이것은 리의 밝은 체에 있던 구사가 동하면 간 () 소인이 되므로, 사사로운 감정으로 능력도 없는 초육을 등용하여 생긴 결과이다.
#2 기형악 신여가야: 내호괘 건 ()수가 구사가 동하면 태 ()가 되어 훼절당하니 '기형악'이다. 또 상괘 리 ()의 '신'이 간 ()으로 그치니 '신여하야'이다.
#3 주자는 악을 악 (목을 잘라 죽이는, 또는 사족을 멸하는 중형)으로 보아 흉하다 했다. 공자께서 이 효를 중요하게 여기시어 계사전에 다시 하셨다. "자왈 덕박이위존하여 지소이모대하며 역소이임중하면 선하급의나니 역왈정이 절족하야 복공속하니 기형이 악이라 흉이라하니 언불승기임야라 (계사하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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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절족과 안자
공자가 제나라에 식량을 구하러 자공을 보낸지 오래 되었는데도 돌아오지 않자, 제자들과 점을 해서 정괘 구사효 (정 절족 기형 악 흉)가 나왔다. 다른 제자들은 "이제 모두가 굶어 죽게 되었으니 큰일났다"면서 걱정을 하였다. 이에 안자는 빙긋이 웃으면서 오늘 미시가 되면 풍랑도 가라앉고, 자공이 배에 식량을 싣고 올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하였는데, 결과적으로 안자의 풀이대로 되었다 (공자 집어). 자공이 소인이라면 '기형악'의 점이 맞겠지만, 자공은 능히 중임을 다할수 있는 군자이므로 해석을 달리 해야하는 것이다. 즉 정의 다리가 없어졌다면 물위에 띄우는 배가 된 것이고, 정괘는 솥에 밥을 삶는 괘이므로 쌀을 얻는 것이며, 구사를 중심으로 상괘는 리 (오시)이고 외호괘는 태 (유시)이니 그 중간인 미시에 오는 뜻이 있다. 또 효가 상괘의 처음효이기 때문에 오후 첫번째 시간인 미시로 보는 것이다. 위와 같이 점은 해석 여하에 따라 달라지니 역을 변역이라 한 것이다. 그러나 수시변역 이종도야'라고 하였으니, 때를 따라 변역을 하되 사리에 알맞게 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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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오는 정황이금현이니 이정하니라.
상왈정황이는 중이위실야라.
1) 육오는 솥이 누런 귀에 금 고리니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라.
상에 가로되 '정황이'는 가운데 해서 실물이 있음이라.
현: 고리 현
2) 뜻풀이
육오는 중덕으로 존위에 있으면서, 아래로 강중한 신하인 구이와 응하고 있고 상구가 양강한 재질로 보필하고 있으니, 능히 천하의 일과 사물을 새롭게 고칠 수 있는 자이다. 다만 그 재질이 유약하므로 '이정'의 경계를 두었다.
#1 정황이금현: 육오는 정괘에서 솥귀 (정이)에 해당한다. 이체의 중앙에 있으니 토색을 따서 '황이'가 된다. '금현'은 상구를 말한다. 상구효사에 '옥현'이라고 한것은 상구는 스스로를 평가할 때 강유를 겸비했다고 보아 '옥현'이라고 했지만, 유약한 육오가 볼때는 양강하므로 '금현'이다. 또 육오가 동하면 상괘가 건 ()이니 '금현'이고 상구가 동하면 진이니 옥현이다. '정황이금현'은 '황이'가 중덕이기는 하나 혹 유약할 수 있으므로 상구의 양강함으로 보필한다는 뜻이다.
#2 대상에 '정위응명'이라고 한 것은 육오를 두고 한 말이다.
상구는 정옥현이니 대길하야 무불리니라.
상왈옥현재상은 강유 절야일새라.
1) 상구는 정이 옥고리이니, 크게 길해서 이롭지 아니함이 없느니라.
상에 가로되 '옥현재상'은 강과 유가 절제함이라.
2) 뜻풀이
상구는 강으로 음의 자리에 있어 바름을 얻은 것은 아니나, 정의 공을 완성하는 때에 있으니, 오히려 강유를 겸비한 형상이다. 공을 이룰때 강함과 유함을 적절히 하니 크게 길해서 이롭지 않음이 없는 것이다 (정옥현 대길 무불리).
#1 정괘나 정괘 모두 위로 실물이 나옴을 공으로 삼는 것이나, 정괘는 누구에게나 때를 가리지 않고 덕 (수)을 베푸니 '원길'이고, 정은 그 베풀음이 때로 이루어지니 한단계 낮은 '대길'이다.
#2 정옥현: 상구는 솥귀에 달린 고리의 상이다. 옥으로 솥고리를 했다는 것이 아니라. 옥은 강하면서도 쇠보다 따뜻하니 강과 유를 겸비했다는 뜻이다.
#3 대길무불리: 상구가 동하면 진 (: 제)이다. 상제께 '옥현'의 솥으로 음식을 삶아 리 ()의 정성으로 제사하니 '대길무불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