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말부터 1900년초까지 한반도 즉 조선은 풍전등화속 상황이었습니다. 전세계는 급진적인 변화를 보이면서 식민주의적 제국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유럽의 강호들인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그리고 후발주자인 독일까지 뭔가 마지막 남은 동북 아시아를 획득하기 위해 살벌한 대결이 펼쳐진 그런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대단히 슬프게도 옆나라 청나라는 아직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조선은 그냥 영토지키기에 급급한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리더들은 역대 최대의 허약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도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허덕이는 그런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러니 여기저기 승냥이와 하이에나들은 군침을 흘리면서 이 한반도땅을 어떻게 하면 맛있게 요리해서 먹을까 노심초사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일찌기 임진왜란때부터 조선과 악연을 이어온 일본은 이미 한반도 침략에 대한 노하우가 확실한 모습이었습니다.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작성한 한반도 침략의 정석을 충실히 익히고 학습하고 터득해온 일본 제국주의자들은 한반도 즉 조선을 함락하기는 자다가 떡먹기 식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나라가 망할라니 정치 사회적 지도자들은 서로 자기 것을 챙기기에 급급했고 나라를 팔아먹기에 혈안이 된 모습 아닙니까. 나라의 향방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그 수순대로 진행될 뿐이었습니다.
먹물께나 먹었다는 식자층의 대응방식도 제각각이었습니다. 몇몇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래도 나라의 책임있는 인물로서 그런 수치스런 치욕을 견디지 못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을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은 아마도 허구헌날 술로 세월을 잊을려고 했을 것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대결심을 하기에는 결단력이 뒤졌지만 그래도 나머지 남은 죄책감에 그 죄없는 술로 진통제를 대신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술도 나름 경제적 능력이 있는 인물들이나 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주변인들과 가족들도 그랬겠지요. 당신이 속을 끓인다고 해결되느냐 이미 물 건너 간 사안인데 혼자 끙끙대어 보았자 자신만 축내는 짓이다라고 말했겠죠. 당시 한양의 종로통이나 남산골 주막집에는 이런 허망한 지식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별볼일 없는 신세타령으로 밤이 지고 날이 새었을 것입니다. 식민지인 한반도가 싫어 일본이나 유럽이나 미국으로 유학을 핑게삼아 사라진 인물도 엄청 많았겠지요.
그렇다면 백년이 훨씬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그때와 아주 다른 모습인가요. 상당히 비슷한 상황일 것입니다. 한국을 둘러싼 동북아 정치외교 지형은 어떻습니까.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같은 민족이지만 그야말로 원수처럼 여기며 으르렁거리는 북한까지 존재합니다. 구한말보다 결코 나은 상황이 아닙니다. 아니 더욱 복잡다난한 형국입니다. 당시에는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미국은 지금 가장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치 안보 외교 경제를 송두리채 변경해야 하는 그런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을 향방과 관련해 트럼프후보가 당선됐을 때 그리고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었을 때를 나눠 플랜 A 플랜 B로 칭하며 정책파일을 나눠놓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중국은 예나 지금이나 한반도에 대하는 태도는 한결같습니다. 하대하고 얕잡아보는 태도는 절대 변하지 않습니다.최근 북러의 접근으로 북한과 중국사이에 틈이 생긴 것은 한국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런 일입니다. 새로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새로운 외교라인을 표면화하고 있습니다. 그럴 경우 한국 패싱이라는 집단따돌림을 당하지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일본은 워낙 미국의 충견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의 상황속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국내사정은 또 어떻습니까. 정치 경제 사회적인 측면에서 편한 곳이 존재합니까. 각기 개인에 따라 판단기준은 아주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새 정권이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부터 시민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이런 저런 문제들로 특검법안이 제출되고 국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의 거부권행사로 없는 것이 되는 상황속에 날이 지고 날이 새지 않습니까. 대통령이 야당의 질책이 싫어 국회연설도 하지 않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회 절대 의석을 획득한 야당의 대표가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습니다.서방 언론들은 한국이 정말 연구대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져서 집단 정신병적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이쪽은 이쪽대로 저쪽은 저쪽대로 서로 마음앓이와 정신아픔을 거듭하게 하고 있습니다. 알콜로 해결하는 인구도 급증하고 있고 한국도 마약의 폭풍우에 휘청거린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는 상황입니다. 요즘 정신과 병원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현실이 그런 양상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경제가 편합니까. 불황을 넘어 대공황이 곧 닥칠 것이라는 경고음이 이미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의 신음소리가 이미 거리에 가득합니다. 기업에서는 명예퇴직이라는 이름하에 긴축 경영으로 직원들은 거리로 내쫒기고 있습니다. 고물가 고환율로 국민들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고환율은 경쟁력을 추락시키고 있습니다. 물건 팔곳도 만만치 않습니다.중국으로 가는 배가 축소된지는 오래됐고 미국도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이 벌써 무역역조를 내세워 관세인상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이른바 영끌족이라는 족속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떼돈을 벌겠다면서 빚에 빚을 내서 투기에 광분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일부 한정된 지역의 일시적인 착시현상으로 빚어지는 최고가 광분에 현혹돼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과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이제 한국이 싫고 한국에 살기가 버거워서 외국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층에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소멸될 나라 1번국으로 평가를 받는데 한국에 남고 싶은 마음이 정말 들까요. 안보적으로도 불안하고 소멸국가의 우려가 존속하는 나라에서 자녀들을 키우고 싶을까 걱정이 됩니다. 능력이 있는 한국 젊은이들이 한국을 버리고 외국으로 떠나려는 움직임은 한국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1900년초 당시 한반도의 지식인들이 과연 한반도 당시 조선에 미래가 있는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했을 것입니다. 아니 당장 나라가 없는데 그 처절한 심정은 오죽했겠습니까. 물론 당시에도 일제에 붙어 온갖 호의호식을 다한 조선인들도 상당했지만 말입니다. 그당시 무엇으로 친일파역할을 했겠습니까. 일제가 한반도를 지배하는데 일조하기 위해 온갖 간악한 방법을 총동원해 동족들을 괴롭혔을 것 아닙니까. 지금도 돈이 돈을 벌고 이런 저런 방법으로 재산을 부풀리는 부류들도 상당할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하루 하루가 힘든 가운데 피곤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백여년전에 한반도에서 살던 우리의 조상들처럼 말입니다. 어지럽고 피곤하고 힘든 나라의 현실속에 문득 1900년초 조선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려는 마음이 드는 비오는 저녁입니다.
2024년 11월 1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