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일본 대지진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유언비어로 인해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현지에 떠도는 대표적 유언비어는 "후쿠시마(福島)현 원전 폭발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250㎞ 떨어진) 도쿄 상공에 도착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바람의 방향상 방사성물질이 도쿄로 갈 수는 없고, 정부도 '사실무근'이란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대표적 정유사인 코스모도 유언비어의 소재가 됐다. 이번 지진으로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시에 위치한 코스모 공장 정유탱크가 지난 11일 화재로 폭발했다. 이를 두고 "폭발 때 독성물질이 대거 대기로 방출됐고, 이것이 곧 비에 섞여 내릴 것이니 외출하지 말고, 하더라도 꼭 우산을 들고 다니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코스모측은 반박 성명을 내고 "탱크에 있던 것은 액화석유가스(LPG) 종류로 이것이 인체에 해를 끼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했다.
여진(餘震)에 대한 불안감이 담긴 것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진이 발생하기 5일 전 이바라키(茨城)현 해안에 고래 50마리가 떠내려 왔는데, 이것이 대지진의 전조다. 앞으로 200년 만에 한 번 있을 만한 대지진이 다시 온다.
특히 간토(關東)지방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고래가 떠내려온 사실이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수퍼 문(super moon)' 괴담도 있다. 오는 19일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 중에서도 특히 큰 '수퍼 문'이 뜨는데 이것이 대지진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9일에는 더 강력한 지진이 올 것"이란 유언비어가 떠돌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지진과 '수퍼 문'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고 했다.
혼잡하던 도쿄 중심부는 일본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가 덮친 하루 뒤인 12일 적막하게 변했다. 불야성처럼 휘황찬란하게 빛나던 술집과 음식점들의 네온사인도 찾아보기 어렵다.
강진과 쓰나미에 있어 지진 피해 지역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의 폭발과 이에 따른 방사능 누출 소식은 모든 사람들을 공포와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그런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무사함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과 전화에 매달리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1800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그러나 인명 피해는 시간이 갈 수록 더욱 늘어날 게 틀림없다. 수천 채의 가옥이 파괴됐고 내륙 지방까지 물바다가 됐다. 도로는 파손됐고 농장과 마을들이 물에 잠겼다.
어쩌다 술집을 찾은 손님들도 얘기는 온통 지진과 방사능 누출에 관한 것뿐이다. 이들은 술집 한쪽에 설치된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아카사카의 한 술집에서 친구와 만난 가쓰미(26)라는 26살의 여성은 "쓰나미가 주택들을 덮치는 것을 봤다. 마치 영화 같았다. 나는 혼자 살고 있는데 밤에 혼자 있는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아예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다.
록뽄기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와카키 겐이치(42)는 "지진으로 오늘은 문을 열지 않았다. 14일에나 다시 문을 열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 막 조금 좋아지기 시작한 경기가 지진으로 다시 위축될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소식은 일본인들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들은 대부분 공황에 사로잡힌 일본인들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23살의 한 도쿄 직장여성은 페이스북에 "밤새 걸어 8시에야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보니 원전이 폭발했고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내일도 내가 살아 있을 수 있을까"라고 썼다.
한편 많은 일본인들은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츠시 다누키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사람은 "도쿄전력(TWPCO)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남성은 체르노빌과 같은 대참사로 발전하지 않을지 모르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록뽄기의 술집 종업원 와카키는 "TV에서 전하는 뉴스도 전부 진실이라고 믿을 수 없다. 실제 상황은 훨씬 더 나쁘고 공포스러운 것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TV는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울 얘기만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