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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39
S#1. 난정 초가 마당 (밤)
임서방, 한곳에 서서 불켜진 방안을 기웃거리고 있다.
오상궁(E) : (방안에서) 네 어찌 중전마마의 명을 거역한다 함이냐?!
임서방 : (움찔하여 방안에 귀를 기울이는)..!
S#2.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오상궁, 노한 얼굴로 난정을 쏘아보고 있다.
난정 : 이년, 중전마마께오서 부르시는 까닭은 짐작하옵니다. 하오나 지금 궐안은 조정암 나으리에 대한 옥사로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옵니다.
오상궁 : ('안다')...!
난정 : 이럴 때 이년이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뵙는 것은 오히려 중전마마께 큰 위해를 끼칠수도 있사옵니다.
허니 이년이 날이 밝은 연후에 찾아뵈올 것이라 말씀을 올려 주시옵소서.
오상궁 : ..그래도!
난정 : (단호한 표정) 이년 말씀을 중전마마께 그대로 전해 올려주세요!
S#2. 동 난정 초가 대문 앞 (밤)
난정, 배웅하듯 대문 앞에 서 있다.
오상궁을 태운 가마가 떠나고 임서방도 가마를 따라간다.
난정, 떠나는 가마에 깊이 허리를 숙이고는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S#3. 동 난정 초가 마당 (밤)
난정,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데 길상이 불쑥 그 앞을 막는다.
길상 : ..난정아, 무슨 까닭으로 궐안 상궁이 너를 찾는게냐?
난정 : ...!
S#4.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과 길상이 마주 앉아있다.
길상 : 네가 중전마마를 알현하고 있었다니.. 믿기지가 않는구나.
난정 : ...중전마마와 인연의 실타래가 깊이 얽힌 탓이겠지.
길상 : 허면 네가 승후관 나으리의 첩실로 들어가려는 까닭이 그것이었니? 중전마마께 다가서기 위해서?!
난정 : 길상아, 것보다 넌 어째서 조정암 나으릴 이지경이 되도록 놔둔거야?
갖바치 아저씨가 조정암 나으릴 살릴 방도를 알려주시지 않은거야?
길상 : (침울해지며 한숨)..갖바치 어른께서 조정암 나으리를 살리고 싶으면 병판 대감의 목을 도려내라고 하셨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말씀인지 몰랐다!
난정 : ..헌데..?
길상 : ..헌데 그 말씀대로 병판 어른이 금부군사를 이끌고 조정암 나으리를 잡아가셨어..
난정 : (흠짓 놀라) 뭐야, 병판대감이?!
길상 : (끄덕이다가 보며) ..난정아, 지금이라도 정암나으리를 구할 방도는 없는거냐?
난정 : (침울)..병판대감이 나서셨으면... 더 이상.. 더 이상은 어찌해 볼 도리가 없게 되었다.
길상 : ...!
S#5. 편전 뜰 앞 (밤)
금위군사들이 횃불을 밝히고 서 있다.
심각한 표정의 정광필이 급한 걸음으로 합문 안으로 들어온다.
댓돌위에서 초조하게 서있던 이장곤이 정광필을 보고 급하게 다가온다.
이장곤 : 영상대감!
정광필 : 오, 병판! 이게 무슨 변고요?! 조대헌이 의금부에 하옥되었다니?!
이장곤 : 시생이 조대헌을 연행해 왔사오나 시생도 어찌된 영문인지 소상히는 모르옵니다.
정광필 : 그 무슨 말씀이시오, 영문도 모르고 조대헌을 잡아들이셨단 말씀이시오?!
이장곤 : 시생은 전하의 어명을 받들었을뿐이옵니다.
정광필 : 어명이요?!
이장곤 : 하오나 조정암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은 분명하옵니다. 영상대감께오서 정암의 목숨을 구해주셔야 하옵니다!
정광필 : 음! 이 사람이 전하를 뵙고 말씀을 올리리다.
정광필, 급하게 편전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위로.
대전내관(E) : 전하, 영의정 들었사옵니다.
중종(E) : 어서 드시라하라.
S#6. 동 편전 방 안 (밤)
중종 앞에 홍경주, 남곤, 김전이 앉아있다.
방문이 열리고 정광필,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 앉는다.
정광필 : 전하, 신 영의정 정광필 전하의 어명을 받고 입궐하였사옵니다.
중종 : 영상, 조광조와 형조판서 김정, 대사성 김식등 주초의 무리가 역심을 품고 붕당을 지었다는 고변이 있었소.
과인이 하명하여 역적의 무리들을 잡아들여 의금부에 하옥시켜 놓았소.
정광필 : 전하, 역적의 무리라니요?!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시옵니다!
중종 : (버럭) 뭐라?! 허면 영상은 과인이 죄없는 자들을 잡아들였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정광필 : 전하, 조광조등은 아직 젊사옵니다. 그들이 경륜이 깊지 못하여 적당함을 가리지 못하고
너무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국정을 쇄신하려 했을뿐이옵지 무슨 다른 뜻이 있었겠사옵니까?
홍경주 : 영상께오서는 어찌 역적의 무리를 두둔하시는겝니까?
남곤 : 전하,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는 임금을 속이고 사정을 행사한 죄상이 만천하에 드러났사옵니다.
당장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를 참수하시옵소서!
중종 : 음!
정광필 : (눈물을 글썽이며 피를 토하듯) ..전하! 오늘 같은 성대(聖代)에 조광조등의 곧은 선비를 참하시었다 하오면
이것은 뒷날 사책(史冊)을 더럽히는 일이 되옵니다.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전하! 청컨대 금부당상에게 추문케 하시어
그들의 죄를 따지신 연후에 치죄하셔도 늦지가 않을것으로 사료되옵나이다!
중종 : (눈을 감고 생각하는)...!
정광필 : 전하, 부디 이 늙은 신하의 간언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어금니를 깨물며 갈등하는)...!
정광필 : 전하!
중종 : (괴롭다)...
홍,남,김전 : (낭패한 눈짓을 교환한다)
S#7. 경빈 처소 마당 (밤)
심정,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급하게 일각문 안으로 들어온다.
금이, 심정에게 조아리고 맞이한다.
심정, 방안으로 들어가면 금이가 신발을 잽싸게 치운다.
S#8. 동 경빈 방 안 (밤)
경빈, 앞에 앉은 심정을 보고 말한다. (*발은 걷혀져 있다)
경빈 : 뭬요? 허면 오늘 밤 조광조를 박살하지 못하게 되었단 말씀입니까?!
심정 : 예, 전하께오서 영의정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날이 밝으면 추국을 하여 조광조의 죄상을 밝히라는 어명이 계셨사옵니다.
경빈 : (매섭게 노려보며) 이런 쳐죽일! 그 늙은이가 무슨 심사로 조광조를 두호하고 나섰답니까?
심정 : 하오나 공조판서 김전이 위관이 되어 추국에 나설것이오니 주초의 무리가 죄를 씻기 어려울 것이옵니다.
경빈 : 화천군대감!
심정 : 예, 마마.
경빈 : 만에 하나 이번에 조광조를 찍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충역이 갈려 대감들 목이 떨어져 나갈것이옵니다.
이 사람의 말뜻을 아시겠습니까?
심정 : (섬뜩한)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경빈 : (뭔가 벼르는 듯 연상을 쾅 내려친다)...!
S#9.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조상궁에게 묻는다.
자순대비 : 뭐라? 날이 밝으면 추국을 한다는 말이냐?
조상궁 : 예, 분명 그리 들었사옵니다.
자순대비 : 음..지금 주상께서는 편전에서 누구를 만나고 계신다더냐?
조상궁 : 전하께오선 희빈처소에 납시셨다 하옵니다.
자순대비 : 뭐라, 희빈처소에?
조상궁 : 예.
자순대비 : 허, 주상께오서 이 엄중한 때에 어찌 후궁의 처소에 납시셨단 말인가?!
S#10. 희빈 처소 방 안 (밤)
중종, 방안으로 들어오면 희빈이 맞이한다.
희빈 : 전하, 국사를 돌보시느라 하루새에 용안이 수척해 지셨사옵니다.
중종 : (보료위에 앉으며) 희빈, 과인이 곤하여 잠시 예서 눈 좀 붙이려고 왔소.
희빈 : (그 앞에 앉으며) 전하, 잡아들인 역적의 무리들은 처치하셨사옵니까?
중종 : ..당장 박살을 하라 했더니 병판 이장곤과 영의정이 죄를 정한 뒤에 죽여도 늦지 않다고 반대를 해서
날이 밝는대로 추국을 하라 명했소.
희빈 : (겁에 질리며) 예에? 세상 천지에 역적을 두호하는 대신도 있사옵니까?
중종 : 뭐라? 역적을 두호한다니요?
희빈 : 전하, 영의정과 판의금이 역적을 두호하고 있다면 그들도 주초의 무리와 한통속이 틀림없사옵니다.
특히 병판 이장곤은 조광조와 돈독한 사이라 들었사옵니다.
중종 : ('안다')..음!
희빈 : (글썽 울상이 되며) 전하, 신첩은 후환이 두렵사옵니다. 두렵사옵니다.
중종 : (희빈의 손을 쥐며) 희빈, 염려마시오. 과인이 희빈을 지켜줄 것이오.
희빈 : 신첩같은 것이야 어찌되든 무슨 상관이리까만은 신첩, 전하의 안위와 조정의 장래가 걱정되어 올리는 말씀이옵니다.
중종 : 걱정마오, 과인이 깊이 헤아려서 처결을 할 것이요.
희빈 : (중종의 품에 안기며) 신첩은 전하만 믿겠사옵니다. 믿겠사옵니다.
중종 : (안아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딘가를 노려보는)...!
S#11. 의금부 옥사 앞 (밤)
이장곤, 중문 안으로 들어와 횃불을 들고 도열해 있는 금부군사들 앞으로 걸어온다.
금부도사, 이장곤 앞으로 급히 걸어와 조아린다.
이장곤 : 내 조정암을 만나야겠네.
금부도사 : 어찌 대감께오서 대역죄인을 만나시려 하시옵니까?
이장곤 : (엄하게) 대역죄인이라니?!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벌리지 말게! 아직 그들의 죄가 밝혀지지 않았거늘!
금부도사 : (조아리며) 송구하옵니다.
이장곤 : (못마땅하게 보며) 비켜서게! (옥사 쪽으로 들어간다)
금부도사 : (이장곤의 뒷모습을 노려보다가 그 뒤를 따른다)..!
S#12. 의금부 옥사 안 (밤)
이장곤, 옥사안으로 들어오고 그 뒤를 금부도사가 따른다.
조광조와 김정, 김식, 김구, 박세희, 윤자임, 박훈, 기준이 의연하게 앉아있다.
이장곤, 급하게 옥문 앞으로 가서 선다.
조광조 : (눈을 감은채)...
이장곤 : (조광조 일행을 보면서 울컥 아픈 표정이다)..이보시게들!
김정 : (뼈있는) 소인배들의 어금니노릇을 하신 병판께오서 이 누추한 곳까지 어인 발걸음이시오니까?
이장곤 : (가슴이 아프다)..이사람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치는 않겠소. 전하께오서 영상대감의 주청을 가납하시어
아침에 추국이 있을것이오. 그때 공들의 무죄를 밝히시오.
김구 : 임금께오서 우릴 버리셨는데 추국이 무슨 소용이오니까?
김식 : 시생들이 무슨 죄로 잡혀왔는지는 알수 없사오나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임은 잘 알고 있소이다.
이장곤 : 아니오, 영의정대감뿐 아니라 우의정대감께오서도 입궐하시어 공들의 구명을 위해 앞장서실 것이니 잠시만 참으시오.
조광조 : (눈을 뜨고 이장곤을 쏘아본다)...왜 이리 시끄러운가! 저자의 주둥아리를 묶어버리게!
이장곤 : 정암!
조광조 :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이장곤 : 정암...! (가슴이 미어진다)
S#13.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당의차림으로 앉아있고 그 앞에 엄상궁이 앉아있다.
윤비 : (혼잣말) 전하께오서 조광조등에 대한 추국을 명하셨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일세..
선비들을 참혹하게 죽인 임금으로 사초에 기록되지는 않으실테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야..
엄상궁 : ..마마, 난정이가 올린 술을 데워 올릴까요?
윤비 : (저으며) 아닐세..술이란 것이 마실때는 달착지근 해도 깨어날 때 머리가 지끈거리니..입에 대지 못할 음식이구먼..
엄상궁 : ...
윤비 : (보면) 헌데 사가로 나간 오상궁은 어찌 기별이 없는가?
S#14. 동 중궁전 방 밖 복도 (밤)
오상궁, 빠른 걸음으로 방문앞으로 다가와 선다.
오상궁 : 중전마마, 오상궁이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오, 어서 들게.
오상궁 : 예.
S#15. 동 중궁전 방 안 (밤)
오상궁,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비 : (보며) 난정이는 어찌하고 혼자 들어왔는가?
오상궁 : (당혹스럽게)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난정이가 중전마마의 명을 받잡지 못하겠노라고 하였사옵니다.
윤비 : (움찔) 뭐라? 명을 받잡을 수 없다?
오상궁 : 예, 당장 중전마마를 뵈옵는 것은 마마께 위해를 끼칠수도 있사오니
날이 밝은 연후에 입궐하여 중전마마를 알현하겠다고 하였사옵니다.
윤비 : (찌푸리며)...위해를 끼칠수도 있다?
엄상궁 : 중전마마의 명을 거역하다니?! 난정이가 참으로 발칙한 계집이 아니옵니까?
당장 난정이를 잡아 들여 물고를 내심이 가할줄로 아옵니다.
윤비 : (생각하다가)...오상궁!
오상궁 : 예, 마마.
윤비 : 자네가 난정이 집에 갔을 때 그 애가 무엇을 하고 있던가?
오상궁 : 정한수를 떠놓고 무언가를 빌고 있는 듯 하였사옵니다.
윤비 : 정한수를 떠놓고 빌고 있었다?
오상궁 : 예.
윤비의 생각하는 얼굴위로 떠오르는.
(INTERCUT) 난정, 정한수를 떠놓고 천지신명에게 간절히 비는 모습 (38회 S#57의)
윤비 : (미소를 띈다)...그래, 난정이 그애가 참으로 당돌한 아일세. 난정이가 지금 내 버릇을 가르치려 함인게야!
(호쾌하게 웃는다) 호호호!
엄,오상궁 : (서로의 얼굴을 보며)...?!
S#16. 윤원형 초당 외경 (밤)
김씨(E) : 뭐라? 서방님께오서 외출채비를 차리신다는 말이냐?
S#17. 동 초방 방 안 (밤)
김씨와 배천댁이 마주 앉아있고 배천댁 옆에 탄실이가 앉아있다.
배천댁 : 예, 마마님을 뫼셨던 임서방이 돌아온 뒤로 급히 외출채비를 하신다고 하옵니다.
김씨 :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선다)...
S#18. 윤원형 대문 안 마당 (밤)
윤원형, 임서방을 앞장세워 대문쪽으로 가려는데
김씨, 배천댁과 탄실이를 거느리고 급히 윤원형쪽으로 온다.
김씨 : 서방님!
윤원형 : (보고) 부인! 어찌 아직 잠자리에 드시지 않으신게요?
김씨 : 소첩이 여쭙고 싶은 말씀이옵니다. 궐내에서 마마님이 나오셨다고 들었사온데
서방님께오선 또 어디로 발걸음을 하시는것이옵니까?
윤원형 : 부인, 주변을 물리시오.
김씨 : (배천댁과 탄실을 보고) 물러들가거라.
배천댁,탄실 : 예. (조아리고 멀리 물러선다)
김씨 : 말씀 하시지요.
윤원형 : (보다가)..지금 궐안에 큰 정변이 났소.
김씨 : 정변이요?
윤원형 : 내 중전마마의 안위를 위해 조정의 판세가 어찌 돌아가는지 소식 좀 들어보러 나가는 길이였소!
김씨 : (걱정되는) 서방님께오서 괜한 일에 나서시는 것은 아니시온지요?
윤원형 : 허, 부인. 외척 노릇이 그리 녹녹한 것이 아니오. 조정에서 으스스한 소슬바람이 불면
외척은 월동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법이오.
김씨 : 하오나, 소첩 서방님께오서 조정일에 휩쓸리실까 걱정이옵니다.
윤원형 : 부인, 이번 정변의 중심에는 부인의 조부님께오서 중심에 서 계신다고 들었소.
김씨 : (놀라) 예에? 소첩 조부님께오서요?
윤원형 : 허니 날이 밝는대로 부인께서 친정에 기별을 넣어 조정이 어찌 돌아가는 지를 알아보도록 하시오.
김씨 : 예, 그리 하겠사오니 서방님께오선 괜한일에 부화뇌동하지 마시고 몸조심 하시어야하옵니다!
윤원형 : (씩 웃어주며) 걱정마시오, 부인. 가세 임서방!
임서방 : 예.
김씨 : (대문 밖으로 나가는 윤원형의 뒷모습을 심각한 표정 보는데)...
윤원로 : (하품을 쩍지게 하며 나오며) 제수씨, 원형이는 야심한 밤에 팔랑개비처럼 또 어딜 나간겝니까?
김씨 : 조정에 정변이 났다하옵니다.
윤원로 : (눈이 번쩍) 저, 정변?!
S#19. 난정 초가 외경 (밤)
윤원형, 임서방을 거느리고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 : (곱지 않은 표정으로 방문쪽으로 가며) 난정아, 나다!
S#20. 동 난정 초가 방 안 (밤)
난정, 앉아서 보던 -懷妊- (갖바치가 써준) 종이를 접어 품에 넣고 일어선다.
윤원형, 방안으로 들어온다.
윤원형 : (엄하게) 난정아, 네 지금 무얼 하고 있는게냐?
난정 : 나으리, 이년을 꾸짖으러 오셨사옵니까?
윤원형 : (앉으며) 네 어찌 중전마마의 부르심을 받잡지 않는게냐?!
난정 : (미소)...
윤원형 : (보고) 웃어? (버럭) 네 지금 웃음이 나오느냐?!
난정 : 하오면 통곡을 하오리까?
윤원형 : 뭐라?..오상궁에게 듣자니 지금 궐내가 발칵 뒤집어졌다고 하는데.. 중전마마께오서 구중심처에서
얼마나 가슴이 떨리시겠느냐?! 헌데도 네 어찌 중전마마의 곁을 지켜드리지 않느냔 말이냐?!
네 목숨을 다 바쳐 중전마마를 지켜드리겠다던 맹세가 다 헛소리였더냐?!
난정 : ...
윤원형 : 네 조정암이 하옥되고 궐내의 판세가 후궁들과 공신들에게 기우는 듯 하니 중전마마께 대한 충절이 변심한 것이더냐?!
난정 : 나으리, 이년이 중전마마를 생각하는 일편단심은 떠오르는 해보다도 더 붉사옴을 천지신명께서도 아실것이옵니다.
윤원형 : 헌데 네 어찌?
난정 : 예, 이년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오늘밤 중전마마께오서 이년이 올린 독한 술을 드시고도 침수드시지 못하셨을 정도로
불안하시고 가슴이 떨리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
난정 : 하오나 중전마마께오서는 일국의 국모이시옵니다. 마마께오선 이년같이 천 것을 의지처로 삼지 않으셔도
혼자 꿋꿋하게 이겨내실 것이라 믿사옵니다.
윤원형 : 믿는다?
난정 : 예! 중전마마께오서는 앞으로 몇 번이고 이보다 더 험악한 일을 보실 것이옵고 겪으실 것이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중전마마께오서는 지엄한 위엄과 권위를 잃으시어서는 절대 아니되실 것이옵니다.
윤원형 : ..하지만..중전마마께오서 너로 해서 크게 상심하시면 어쩌겠느냐?
난정 : 나으리, 중전마마께오선 감히 이년은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수백, 수천배 영명하신 분이옵니다.
단지 지엄한 중궁의 자리에 계시기에 체통을 지키시기 위해 이년을 수족처럼 부리시고자 하시는 것이옵니다.
중전마마께오선 이년 때문에 상심하실 일이 없사올 것이니 믿으시옵소서 이년을!
윤원형 : (미심쩍은)..그럴까?
난정 : 그것보다는 서둘러 판부사 댁에 발걸음을 하시옵소서. 그 분들과 행보를 맞추심이 살 길 인줄 옵니다.
윤원형 : 오냐, 내 안그래도 그리하려고 마음을 먹었다. 허면 너는 어찌하려느냐?
난정 : 이년은 중전마마를 지켜드릴 답을 가지고 입궐하여 마마를 뵈올것이옵니다.
윤원형 : 그래, 허면 다시 기별을 다오. (일어서서 나간다)
난정 : ...!
S#21. 대궐전각들 위로 하늘이 밝아온다 (INSERT)
S#22. 의금부 옥사 앞 마당 (아침)
김전, 이장곤, 홍숙(*)이 추국장 앞에서 좌기(坐起)를 차리고 있다.
김전 옆으로 홍경주와 남곤이 서있다.
금부도사의 지휘로 금부군사들이 조광조와 김정, 김식, 김구, 박세희, 박훈, 기준, 윤자임을 거칠게 끌고 와 무릎을 꿇린다.
김전 : 죄인,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 네 사람은 붕당을 지어 성세를 잡고 궤격(詭激)한 버릇을 길러 조정을 그르치게 하였고
윤자임, 기준, 박세희, 박훈 네사람은 조광조의 무리를 쫓아 궤격함을 지은 죄목으로 문초하려 함이니
묻는 말에 추호도 거짓이 없어야 할것이다!
조광조 : ...!
일동 : (의연하다)...!
김전 : 죄인, 조광조는 듣거라! 너는 어이하여 군주의 후한 성은을 입은 몸으로 역적질을 하려 붕당을 모았느냐?!
조광조 : (고개를 들어 김전을 노려본다)..!
김전 : (그 눈빛에 움찔)..?!
조광조 : 붕당이라니 당치도 않소이다! 선비로 이 세상에 태어나 믿는 것은 오직 임금의 마음뿐이옵니다.
신이 생각하기를 국가가 병들어 있음을 통감하여 나라의 맥박을 새롭게 하여
무궁무진한 반석위에 올려 놓자는 것이었을 뿐, 다른 뜻은 없었소이다!
김전 : 죄인은 어찌 스스로 죄를 자복치 않고 요망한 혓바닥을 놀려 대는게냐?!
조광조 : (김전을 노려보며) 소인배들이 군자들을 간계로 모함할때는 당이라는 말을 지어낸다는 옛말도 있거니와
공판대감께서 어찌 소인배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게요!
김전 : (벌컥) 뭐라? 앞잡이?!
이장곤 : (김전을 말리며) 대감, 어서 문초부터 받으시지요.
조광조 : (이장곤을 보며) 희강이..우리는 도학정치의 장래를 논의하며 호형호제 하였는데
어찌 대역죄인과 금부당상으로 마주보게 되었는지 참으로 가슴이 아프구려!
홍경주 : (나서며) 저,저런, 괘씸한! 어찌 죄인이 당상의 자를 부르느냐?!
이장곤 : 어제까지 붕우유신하던 처지에 자 좀 불렀다고 무얼 그리 대수겠사옵니까?
남곤 : 충역이 갈린 바에야 친구가 어디 있소이까?! 당장 형장을 치도록 해야 할 것이오!
조광조 : 이사람은 형장 따위는 두렵지 않소이다. 다만 전하께오서 소인배들의 간계에 속으시어
이 나라 도학정치의 싹을 짓밟아 버리고자 하심이 두렵고 안타까울 뿐이외다.
김전 : 뭐라? 네 역심을 품은 자가 어찌 우국지사임을 자처하느냐?!
조광조 : 신하가 임금을 충심으로 받드는 것이 어찌 역심이라 하오이까?
홍경주 : 허면 너희가 과격한 논의를 하여 어의를 꺽는 것이 신하된 자의 도리란 말이더냐?
조광조 : 신하된 자의 도리는 임금께오서 도학을 밝히시어 바른 정치를 펼치시도록 밝은 길을 인도하고 어린 백성들을 위해
어진 정치를 펼치시도록 언론을 창달하는 것이외다! 만약 임금께오서 바른길을 피하시고 어진 길을 비켜가시려 한다면
목을 바쳐 길을 열어드리는 것이지 잘못된 어의에 빌붙어 지당합소이다만을 여쭙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 배웠느니!!
이장곤 : ...!
홍경주 : 죄인이 어찌 추관에게 강(講)을 하려드는게냐?!
조광조 : 소인배들에게 신자된 도리를 알려주는 것이니 귀를 열고 잘 들으시오!
홍경주 : (부들부들 떨며) 이,이놈이 감히!!
남곤 : 네 그런 과격한 주장이 어의를 반하는 역심이 아니고 무엇이더냐?!
조광조 : 허면 대감들은 무엇을 위해 연산을 몰아내시는 반정을 했소이까?! 대의와 명분이 없이 폭군의 치하에서
대감들의 밥그릇이 빼앗길까봐 두려워 거병을 했던것이외까?!
홍경주 : (울그락 불그락하여) 뭬,뭬라?! 금부당상을 욕보인 저놈의 주둥이를 부벼놓지 못할까?!
금부군사들 : 네이- (조광조쪽으로 몰려드는데)
조광조 : (추상같은) 당장 물러서지 못할까?!
금부군사들 : (그 서슬에 움찔 멈춰서는)...!
조광조 : 선비는 죽일망정 욕보이지는 못하는 것이오! 허니 문초를 받기전에 내 목을 치시오!
남곤 : ..저,저..
조광조 : 대감들, 군주의 자리는 높기에 위태로운 것이나 군주를 떠받치는 신하들은 군주의 위태로움을 떠받들어야 하기에
더욱 더 조심스럽고 위태로운 것임을 어찌들 모르신단 말인가?!
홍경주 : (홍숙에게) 추관은 저 자의 말을 공초에서 삭제토록 하오! 전하께오서 아시면 심기가 불편할 것이외다.
홍숙 : 예! (받아쓰던 공초문을 북북 그어버린다)
남곤 : 남양군대감, 여기 더 있다간 욕만 보시옵니다. 이만 가시지요.
홍경주 : 흠!! (조광조를 노려보다가 가버린다)
남곤 : (홍경주의 뒤를 따른다)...!
S#23. 대궐 일각
홍경주, 씩씩대며 오다가 남곤을 휙-돌아본다.
홍경주 : 당장 저것들의 목을 도려내지 않으면 내 발을 뻗고 잠자리에 들수가 없을것이외다!
남곤 : 예, 추국이니 뭐니하여 번거롭게 절차를 따져 일이 지체되면 좋을게 없을 듯 싶소이다.
홍경주 : 당장 편전에 들어 저것들을 요절을 내라고 전하께 주청을 드립시다.
남곤 : 그러시지요!
홍경주와 남곤, 편전쪽으로 급하게 간다.
S#24.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창빈이 앉아있다.
창빈 : (걱정되는) 마마, 신첩은 조정일이 어찌될지 참으로 두렵사옵니다.
자순대비 : 창빈, 이번일이 반정이나 역성혁명은 아니니 너무 가슴을 졸이지 마시구려.
창빈 : 신첩은 전하께오서 총애하시던 조대헌이 역모를 모의하였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사옵니다.
신첩이 듣기로 조대헌은 도학을 숭상하는 반듯한 신하라 들었사온데..
자순대비 : 창빈!
창빈 : 예, 대비마마.
자순대비 : 이나라는 이씨의 나라입니다. 충역은 옛성현의 말씀에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군주의 마음을 얻느냐, 반하느냐에 의해 갈리는 것입니다.
창빈 : ...!
자순대비 : 이 늙은이 창빈의 소생이신 영양군과 덕흥군이 글공부가 깊다고 들었습니다. 두 아드님이 옛 성현의 글귀에
맹목적으로 빠져 왕실에 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단단히 일러 주셔야 할 것입니다. 아시겠소?!
창빈 : 예, 명심하겠사옵니다.
자순대비 : (혼잣말)..주상께서 이번일에 추호도 흔들리심이 없어야 하시거늘...
S#25.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홍경주와 남곤, 그리고 김승지가 앉아있다.
홍경주 : 전하,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는 추국을 당하면서도 뉘우침이 전혀 없을뿐만 아니라,
해괴한 요설로 추관들에게 강(講)을 하려들고 있사옵니다.
남곤 : 전하, 결단을 내리시어 저들을 당장 참하라는 어명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눈을 감은채 괴로운 신음)...음!
홍경주 : 전하, 주초의 무리는 병인년 반정의 정통성을 부인했사옵니다!
이는 전하께오서 옥좌에 앉아계신 것을 부정한 것이옵니다.
중종 : (눈을 번쩍)..남양군!
홍경주 : (피를 토하는) 전하, 지금 주초의 무리의 간계로 인해 유생들은 물론이고 촌고을 무지렁이 백성들까지
군주의 위엄이 훼손되고 정통성이 부인되고 있음을 어찌 모르시옵니까!
중종 : ..뭐라?!
남곤 : 전하,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들의 주리를 틀고 단근질을 해서라도 역모를 토설받으시옵소서!
저들의 사특한 음모를 만백성에게 알리시고 저들의 목을 효수하여 경계로 삼게 하심이 가할줄로 아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
S#26. 동 편전 방 밖 복도
정광필과 안당이 급히 걸어온다.
대전내관 : 전하, 영의정과 우의정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들라하라!
S#27. 동 편전 방 안
정광필과 안당이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고 앉는다.
안당 : (중종앞에 부복하며) 전하, 대체 이 무슨 변고이옵니까?! 조대헌이 역모를 꾸미다니요?!
저들에게 죄가 없음은 하늘이 알고 계시옵니다!!
중종 : (휙-본다) 지금 하늘이 알고 있다고 했소?!
안당 : 전하, 조광조등은 젊은 혈기라 옳은 생각이 있으면 말하고 말을 내뱉은 연후에는 일을 밀고 나간 것이옵니다.
이는 사리를 몰라서 그렇게 된 것이온데 어찌 중죄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중종 : (불편하다)...!
홍경주 : 우의정!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는 붕당을 지었소!
붕당을 지은죄는 대명률 간당조에 의거하여 참수를 할 대역죄란 말이오!
안당 : 붕당이라니요?!
홍경주 : 현량과를 통해 출사한 면면들을 보시고도 모르시겠소이까? 인재를 뽑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모두들 조광조의 측근들이 등과를 했소이다! 이 어찌 붕당이 아니란 말씀이오!
정광필 : 허나 현량과를 가납해주신 것은 전하이시오! 어찌 그런 망발을 하신단 말이오!
중종 : 다물라! 다무시오!! 지금 조정의 일이 이토록 어지러운 것은 경들이 소임을 다하지 못한 소치이거늘,
어찌 경들은 모든 허물을 과인에게 덮어 씌우려 하는가?!
홍경주,남곤 : 망극하옵니다!
안당 : (눈물을 뿌리며) 전하! 조광조등에게 잘못이 있다면 신이 용렬한 탓이옵니다.
차라리 신에게 대죄를 내리시고 저들을 방면하여 주시옵소서!
중종 : ..음! 과인은 저들의 추국한 결과를 살피어 그들의 죄를 물을것이니 물러들 가도록 하시오!
정광필,안당 : 전하!
중종 : (버럭) 물러들 가라 하지 않았는가?!
홍경주,남곤 : (서로를 보며)..!
S#28. 의금부 옥사 앞
조광조, 김정, 김식, 김구, 윤자임, 기준, 박훈, 박세희가 결연한 표정으로 당당히 견해를 밝히는 열띤 토론장 같은 분위기다.
김전, 간간히 호통을 치고, 이장곤은 조광조 등의 강렬한 시선을 피한다.
S#29.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 임서방, 황서방이 한곳에 모여 수군거리고 있다.
윤임처, 급하게 다가오면 박, 임, 황서방이 윤임처에게 조아린다.
윤임처 : (걱정스럽게 방쪽에다) 대감, 진지상을 올릴까요?
윤임(E) : (방안에서) 생각이 없으니 부인은 물러가 계시오!
윤임처 : (한숨을 내쉰다)...!
S#30.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 김안로가 심각하게 앉아있고 그 앞에서 윤원형이 두사람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윤원형 : 숙부님, 처숙어른, 어찌 두분께오서 말문을 여시지 않으시는 것이옵니까?
윤임 : (무겁게 입을 여는)..희락당대감 입궐을 하십시다. 앉아서 기다리느니 조정 돌아가는 사정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좋겠소이다.
김안로 : (끄덕이며) 그러시지요.
윤원형 : 허면 시생도 두분을 따라 함께 입궐하겠사옵니다.
김안로 : 경거망동 말게. 괜히 벼락을 맞을수도 있네.
윤원형 : 시생 예 앉아서 애꿏은 벼락을 맞느니 차라리 조정의 정치판이 어떤 것인지 맛이라도 보고 싶사옵니다.
윤임 : (끄덕) 그러시게. 어쩌면 비싼 재물을 치루고도 배우지 못할 큰 공부를 하게 될지도 모르지. 가세!
윤원형 : 고맙사옵니다.
김안로 : (못마땅한)...
S#31. 갖바치 마당
당골네, 빨래를 널고 있는데 방백인, 작은 방문을 열고 나온다.
방백인 : 임자, 밥 줘! 이 뱃속에서 우레치는 소리가 안들려?!
당골네 : 에구, 조 입! 말문이 트이자마자 밥 달라는 소리구려.
방백인 : (방쪽 돌아보며) 형님들은 밤새 무고들 하시다던가?
당골네 : 몽달귀 총각이 와있소.
방백인 : ..음!..이제 와서 어쩌누?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격이지.. (하늘을 보며 입맛을 쩍쩍 다신다)
S#32. 동 갖바치 방 안
갖바치와 당추 앞에 길상이 앉아있다. 방안의 책들이 비어있다.
길상 : 정녕 조정암 나으릴 구명할 방책이 없는 것이옵니까?
갖바치 : (차를 마시며 딴청)..책들이 없으니 방안이 훤해진게 참으로 시원스럽구려.
당추 : 암, 이번 참에 머리까지 깍아보게나. 길가에 구르는 개똥이 부처님으로 보일지도 모르지.
갖바치 : 허허, 똥이 부처님으로 보인다면 이사람이 터럭 한올인들 아끼겠소이까?
허나 부처님이 개똥으로 보일까 그게 걱정이오이다. 허허허!
길상 : (답답하다)..말씀해주시옵소서. 이번 일을 꾸민자들이 대체 누구이옵니까?!
당추 : (돌아보며) 왜 자네가 조정암의 원수라도 갚으려나?
길상 : (그럴 각오인듯)...!
갖바치 : 자네의 소임은 다 끝났으니 왔던곳으로 돌아가게나. 괜한 일에 말려들어 봤자 자네 평생이 꼬일뿐이야.
길상 : ...!
S#33. 백치수 사랑채 방 안
능금, 한곳에서 잠들어 있다. 능금, 몸을 북북 긁어대다가 졸린 눈을 뜬다.
능금 : (몸을 일으키며) 아이구 머리야.. (머리를 툭툭치며) 누구야?! 머릿속에서 정으로 쪼아대는게?!
(하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엥?! 이게 어떻게 된거지?!
능금,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들짝 옷매무새를 고치고 방밖으로 나간다.
S#34. 남소문 객주 마당
백치수와 송서방이 서있다.
송서방 : 도주어르신, 창고물건을 거진 다 풀어가는데 어찌 하시렵니까요?
백치수 : 음.. 마포객주에서 곱절셈으로 물건을 떼어와서라도 계속 풀게.
송서방 : 예, 시키는대로 합죠만..이거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 아닐런지요?
백치수 : 시키는대로 하게. 조만간 조정이 잠잠해 질 것이야.
송서방 : 예..
능금 : (쿵쿵거리며 대문안으로 들어오며) 아저씨!
백치수 : 허허, 잘 잤느냐? 네 코고는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 사랑채 천정이 무너져 내려앉는 줄 알았느니라.
능금 : 넨장맞을! 곤하면 그럴수도 있지! (평상에 앉으며) 이제 정신이 말짱하니 월희 얘기나 해보슈!
백치수 : 네 어젯밤 다 말해주지 않았더냐?
능금 : 예에?..
백치수 : 네 정녕 기억이 나지 않는것이냐?
능금 : ...즈,증말이요? 증말 말해줬소?!
백치수 : (장난끼)..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할까? 네 까마귀고기를 먹었더냐?
능금 : (눈치보며)..생각이 날듯도 하오.. (머리를 쿵쿵 치며) ..어휴, 술이 웬수네 웬수!
달래 : (빙긋 웃는데)
백치수 : 처녀가 주사가 있으니 시집은 어찌 가겠누?
능금 : (발끈) 뭐요?!
송서방 : 헌 짚신도 다 제짝이 있는 법이라지 않습니까요?
길상 :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능금 : 길상아!
달래 : 오라버니!
길상 : (백도주에게 인사하는)...이놈 구차하게 도주어르신께 맡긴 목숨을 부지하고 왔사옵니다.
백치수 : (어깨를 쳐주며)..고맙네..참으로 고맙네!..들어가 쉬게.
길상 : (힘없이 방안으로 들어간다)..
능금 : (쫓으며) 길상아!
백치수 : 능금아, 당분간 혼자 놔두거라.
능금 : ..대체 무슨 일이요?!
백치수 : 음!..젊은 혈기에 상심이 클테지.
중치막, 대문안으로 고개를 내밀고 마당을 살핀다.
중치막 : (뭔가 벼르듯 노려보는)..!
S#35. 대비전 외경
자순대비(E) : 이미 엎질러 진 물입니다!
S#36. 대비전 방 안
자순대비 앞에 윤임과 김안로가 앉아있다.
윤임 : 하오시면 대비마마께오서는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죄주심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옵니까?
자순대비 : 이번 일은 되물릴 수도 없고 되물려서도 아니되는 일입니다. 설령 조광조에게 역심이 없다 할지라도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무죄방면 하신다면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는 전하를 원망할 것이고
다음번엔 반드시 진짜 역심을 품을 것이 자명합니다.
윤임 : ...!
김안로 : 하오나 종친부에서 가만있지 않을 것이온데..
자순대비 : 이 늙은이는 종친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나서서 전하께 주청을 드리지 않는다면
술자리 뒷공론으로 그치고 말것입니다.
김안로 : ...!
자순대비 : 허니 두분 대감께서도 명심하세요. 이번일에는 조광조의 좌익이냐 우익이냐만 있을뿐
중간에 서시는 일이 없도록 하세요!
김안로(E) : (윤임을 보며) 이미 해는 서산으로 지고 있는 듯 하옵니다.
윤임(E) : (김안로의 얼굴을 보며)..예, 앞으로 험난한 밤길을 걸어야 할 듯 싶소이다.
S#37. 대궐 일각
심정이 서있는데 남곤이 다가온다.
심정 : 대감, 어찌 되셨소이까?
남곤 : 전하께오서 아직 단안을 내리시지 못하고 계시오이다.
심정 : 허, 일이 이리 지체되어 좋을 리가 없는데...
남곤 : 경빈마마께오서는요?
심정 : 중궁전으로 문후 드셨사옵니다.
남곤 : 중궁전에요? (의아하게 돌아보는)...거긴 왜요?
S#38. 중궁전 복도
경빈, 당당한 걸음걸이로 방문앞으로 다가와 선다.
경빈 : (엄상궁에게) 여쭈어 주시게.
엄상궁 : 중전마마, 경빈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들이게!
엄상궁 : (못마땅한 표정) 드시지요.
경빈 : (엄상궁을 힐끗 노려보다가 방안으로 들어선다)...
S#39. 동 중궁전 방 안
경빈, 방안으로 들어오면 윤비, 단정한 자세로 연상위에 놓인 책을 덮는다.
윤비 : 궐내가 어수선 한데 경빈이 중궁전에 발걸음이 잦으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구려?
경빈 : (앉으며) 신첩, 중전마마께 문후를 여쭈러 왔사옵니다.
윤비 : 문후라?
경빈 : 예, 지난밤 조광조와 주초의 무리가 역모죄로 고변되어 의금부에 하옥되지 않았사옵니까?
윤비 : 그건 알고 있느니!
경빈 : 중전마마께오서 궐에 들어오시어 처음으로 궐내 소란이 있었사오니 마마께오서 밤새 얼마나 놀래셨사옵니까?
하와 신첩 문후인사를 여쭈러 온것이옵니다.
윤비(E) : 네 마치 괭이가 쥐를 생각해주는 꼴이로구나?
경빈(E) : 암요, 내 중전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러 왔소이다.
윤비 : 경빈의 마음은 갸륵하나 내 어젯밤에는 한숨도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들었구려.
경빈(E) : 그래?! 흥, 설마 한숨이라도 잠이 왔을라구?!
윤비 : 이왕 예까지 걸음을 했으니 다과라도 들며 담소나 나누세.
경빈 : 아니옵니다, 중전마마. 신첩 중전마마의 평안하오신 모습을 뵈었으니 이만 물러갈까 하옵니다.
윤비 : (뼈있는) 하긴, 경빈은 바쁘시겠구먼?!
경빈 : 예에?
윤비 : 조정암에 대한 처결이 어찌될까 조정에 심어둔 신료들의 기별을 받느라고 동분서주 해야 할터인데
그런 경빈을 내 오랫동안 잡아둘 수는 없겠지요.
경빈 : 중전마마, 이미 결말이 정해진 일에 대해 기별을 받을 것이 무에 있겠사옵니까?
윤비 : 결말이 정해졌다...? 그 무슨 말인가?!
경빈 : 이번에 조광조의 역심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으로 아옵니다. 지난번 지밀주변 후원에서 발견된 주초위왕 이파리들 역시
조광조를 추대하려는 주초의 무리가 퍼뜨린 것임이 이번일로 명백해졌사오니
조광조는 역모죄로 참형을 면키 힘들것이옵니다.
윤비 : 경빈, 아직 전하의 어의가 정해지시지는 않으셨으니 너무 앞질러 가시지는 말게.
경빈 : (묘한 미소) 마마, 아직도 조정의 대세를 읽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윤비 : (뼈있는 미소) 까막눈인 내가 어찌 조정 돌아가는 판세를 읽을 수 있겠는가?
경빈 : ...마마..
윤비 : (미소) 지난번 경빈이 중전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깨우쳐주는 것이 내명부의 도리라 했던가?
경빈 : ...!
윤비 : 또한 내가 원자의 밝은 앞날을 위해 회임을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였지?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오래 오래 중궁전을 지켜야 할것이라고!
경빈 :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황공하옵니다..
윤비 : 그래, 내 경빈의 말대로 오래 오래 중궁전을 지키고자 하네. 나 역시 내명부가 조정일에 간여하는 것이
얼마나 큰 죄를 짓는 망령된 짓거리임을 보고자 하네.
경빈 : ...?!
윤비 : 그러기 위해서는 경빈 역시 후궁의 지위를 오래도록 누려야 할 것이야. (쏘아보며) 잘 들었는가, 내 말?!
경빈 : ...!
윤비 : (책을 펼치며) 이만 물러가게나.
경빈 : (조아리고 일어선다)...
윤비 : (휙-보며) 경빈, 화무십일홍이란 말을 아는가?
경빈 : 예에?
윤비 : 걸어가면서 그 뜻을 새겨보게나!
경빈 : (뭔가 찜찜한)...
S#40. 동 방 밖 복도
경빈, 방에서 나와 가려는데 엄상궁, 뻣뻣하게 선채 시선을 돌려버린다.
경빈 : (휙-돌아보며) 엄상궁! 네 어찌 상궁나부랭이가 감히 일품명부 앞에서 고개를 빳빳히 세우느냐?!
엄상궁 : ...
경빈 : 이 방자한것! (화풀이 하듯 엄상궁의 뺨을 찰싹 갈겨버린다)
엄상궁 : ...?!
오상궁 : (경악하는)...?!
경빈 : (휙-돌아서서 가버린다)
오상궁 : 마마님, 괜찮으시옵니까?
엄상궁 : (분을 누르며)..중전마마께오서 계시네. 큰소리 내지 말게. (어금니를 물고 경빈이 간쪽을 무섭게 노려본다)...!
S#41. 중궁전 마당
경빈, 급하게 나오면 금이가 신발을 신겨준다.
경빈 : (중궁전을 휙-돌아보며) 화무십일홍이라?! 중전께서 어찌 저리 여유가 있으실꼬? 어찌?!
금이 : 마마, 어찌 안색이 어두우시옵니까?
경빈 : 아니다, 가자! (휙-가버린다)
금이 : (의아하여 그 뒤를 따른다)...?
S#42. 빈청 안
정광필, 홍경주, 남곤, 안당, 고형산(*), 성운(*), 김근사(*), 방유령(*), 손주(*) 등이 앉아있고
말석에 윤원형이 죽은 듯 눈치를 살피고 있다.
정광필 : (탁자를 쾅-치며) 남양군께서는 어찌 그리 경망하시오?! 영의정인 이사람도 모르는 역적고변이라니요?!
홍경주 : 뭬요?! 허면 화급을 다투는 일에 어찌 절차와 격식을 차리겠소이까?!
안당 : 역적이라니요?! 대감들은 하늘이 두렵지도 않소이까?!
남곤 : 말씀을 삼가시오! 역적을 두호하시다가는 두분 대감께서도 와석종신은 못하시리다!
정광필 : 뭣이라? 예판, 지금 이 늙은이를 위협 하시는게요?!
홍경주 : 허어, 아무리 정승대감들이라 하나 어명을 받든 일에 꼬투리를 잡는다면 그 속 내가 의심스럽다는게지요!
안당 : 듣자듣자 하니! 남양군, 어찌 소인배의 말 따위를 내 뱉는단 말이오?!
홍경주 : (책상 쾅-치며) 뭐라? 소인배?!
홍경주와 남곤이 고형산(*), 성운(*), 김근사(*), 방유령(*), 손주(*) 등과 합세하여 손가락짓을 하며
정광필과 안당을 몰아붙인다.
윤원형(E) : (그 모습을 보며) 쯧쯧..참으로 개판이 따로 없구먼!
김승지 : (빈청안으로 들어온다) 추국이 끝났다 하옵니다.
정광필 : 추국이 끝났다?
김승지 : 예, 지금 금부당상들이 공초문을 받들고 편전으로 걸음을 하고 계시다 하옵니다.
홍경주 : 음! 전하께오서 어찌 처결하실지 기다려 보십시다.
안당 : (고개를 외로 꼬는)...!
남곤 : (문득 윤원형을 돌아보며) 헌데 젊은이는 뉘신데 예 앉아있는게요?
일동 : (시선이 일제히 윤원형을 향한다)...?!
윤원형 : (당황한 웃음으로 족보를 파는) 예, 시생은 공조판서대감의 손주사위가 되옵고, 이조참판대감의 조카사위이자
판부사대감의 구촌 조카뻘이 되옵는..
홍경주 : 허면 자네가 중전마마의?!
윤원형 : 예, 승후관 이옵지요.
남곤 : 허어, 어찌 승후관 따위가 빈청에 들어 조정신료들의 논의를 엿듣는단 말인가?! 끌어내기 전에 당장 물러가지 못할까?!
윤원형 : (앗 뜨거워라 일어서며) 황공하옵니다. 이놈 제 발로 물러가겠사옵니다. (따가운 시선속에서 밖으로 나간다)
홍경주 : 언제부터 조정의 기강이 이리 해이해 졌는지? 음!!
윤원형 : (뒷통수로 듣는)...!
S#43. 빈청 밖 마당
윤원형, 나오며 빈청쪽을 휙-돌아본다.
윤원형(E) : 조정신료들이란 작자들의 꼬락서니가 개판이었구먼! 퍼질러 앉아 시정잡배들 말씨름이나 하는 주제에! 녠장!
윤원형, 어디론가 휘적휘적 가버린다.
S#44. 동 편전 방 밖 복도
김전과 이장곤이 공초문을 받쳐들고 걸어온다.
대전내관 : 전하, 공조판서와 병조판서 들었사옵니다.
중종(E) : 들라하라.
대전내관 : 예...드시지요.
S#45. 동 편전 방 안
김전과 이장곤이 들어와 조아린다.
김전, 공초문을 김승지에게 전하면 김승지가 공초문을 연상위에 놓는다.
중종 : (공초문을 보며) 추국은 끝이 났는가?
김전 : 예, 신이 문초를 받은 바, 죄인들이 죄를 뉘우치는 기색이 없었사옵니다. 조광조의 일당은 간당의 율에 의하여
참형에 처하시옵고 그들의 가산은 적몰하심이 마땅하다 사료되옵니다.
이장곤 : (놀라) 공판대감, 어찌 전하의 면전에서 함부로 말씀을 하시오! 전하, 공초문을 보시면 아실것이오나
저들은 자신의 죄를 인정한 바 없사옵니다. 또한 이들이 붕당을 지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았사오니
깊이 헤아려주시옵소서!
중종 : (이장곤을 가늘게 보는 얼굴위로)...
희빈(E) : 전하, 영의정과 판의금이 역적을 두호하고 있다면 그들도 주초의 무리와 한통속이 틀림없사옵니다.
특히 병판 이장곤은 조광조와 돈독한 사이라 신첩은 들어 알고 있사옵니다.
이장곤 : 전하, 자백과 증거도 없이 죄를 주시오면 전하의 덕에 큰 흠이 될뿐 아니오라
조정 신료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질 것이옵니다. 통촉하여주시옵소서!
중종 : 과인이 공초문을 살펴본 연후에 비답을 내릴 것이니 물러들 가시오.
S#46.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과 심정이 마주 앉아있다.
경빈 : 뭬요? 전하께오서 아직도 조광조를 참하라는 명을 아니 내리셨단 말이오?
심정 : 예, 지금 공초문을 읽고 계시옵니다.
경빈 : 음!...아무래도 전하께오서 결단을 내리시려면 불길을 당길 뭔가가 필요한데...
심정 : ...?
경빈 : 화천군대감, 지금 성균관 유생들의 조짐은 어떠하다고 합니까?
심정 : 조광조가 의금부에 갇혀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심상치 않다고 하옵니다.
경빈 : 심상치 않다?...(미소) 허면 되었습니다.
심정 : 예에?
경빈 : 조광조를 따르는 유생들 이제 놈들의 영수인 조광조를 벼랑밑으로 떨어뜨릴 것입니다.
심정 : ...그 무슨 말씀이시온지?
경빈 : (미소)...두고 보세요.
S#47. 편전 방 안
중종, 공초문을 읽으며 간간히 괴로운 표정을 짓는 얼굴위로.
S#48. 의금부 옥사 앞 마당
김정 : 신의 나이 삼십 사세이옵니다. 나이가 젊고 어리석은 몸으로 외람되이 육경의 자리에 올라,
늘 스스로 조심하고 성은에 보답하려고 자나깨나 나라 일을 바르게 처리하려고 근심을 해왔을뿐
붕당을 지어 궤격했거나 국론을 전도시킨 일은 추호도 없었사옵니다!
김식 : 신, 외람되이 천은을 입사와 대관을 거쳐 성균관 대사성이 되었사옵니다. 국가에 실끝만한 유익함이라도 있게 하기를
노력했을 뿐이옵고 권세있는 자리에 있어서 사람을 진퇴시킨 일은 없사옵니다.
더구나 붕당을 지어 사사로운 짓을 한일은 더욱 없사옵니다.
김구 : 신의 나이 서른 두 살이옵니다. 성품이 본디 미열하오나 옛성현의 글을 읽기를 좋아해 시비를 조금은 아옵니다.
종사의 일을 논할 때 공론의 시비를 가려 판단하였을 뿐 붕당을 지은 일은 추호도 없사옵니다!
윤자임, 기준, 박훈, 박세희가 결연하게 열띈 주장을 하는 모습이 빠르게 이어지는 모습위로.
해설(NA) : 당시 중종실록을 보면 조광조등이 잡혀와 의금부에 투옥된 날 밤,
S#49. 몽타쥬
1. 중종에게 홍경주가 아뢰고 있다.
2, 중종, 뭔가를 명령한다.
3. 김전, 조광조등을 추국을 하고 있다.
4. 정광필이 중종에게 진언을 하고있다.
5. 중종, 조광조의 주청을 가납하는 모습
해설(NA) : (각각의 몽타쥬에 맞는 해설) 1) 중종과 대신들이 무슨 논의를 하였는가에 대해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다.
협주(狹註)에 따르면 그 장소에 사관이 입시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2) 실록의 앞뒤 정황을 따르면 중종은 조광조등에 대한 처형을 매우 조급하게 서둘렀음을 알 수 있다.
3) 조광조의 주요 죄목은 왕을 기만하고 사사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하려고 붕당을 지었다는 것이다.
4) 그러나 영의정 정광필이, 중종이 평소 조광조의 주장을 적극 옹호하고 경청하였으므로
붕당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만약 조광조에게 죄를 준다면
5) 결국 조광조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승인해준 임금에게 궁극적인 책임이 있다라는 점을 부각시키자
S#50. 동 편전 방 안
중종, 공초문을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해설(NA) : 중종의 태도는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중종 : (자책하는)..정녕 과인이 정말 경솔했단 말인가? 과인이...
(E) : (와-와-웅성거리는 군중들의 소리)
중종 : (흠짓 방문 밖을 돌아보며)..?!
S#51. 동 편전 방 밖 복도
대전내관과 김상궁, 불안한 듯 서있는데 중종,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김승지, 허겁지겁 중종쪽으로 급하게 온다.
김승지 : 전하!
중종 : 이 무슨 소란이냐?
김승지 : 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성균관유생들과 사부학당 유생들 수백명이 궐내로 난입하여
대사헌의 방면을 청하고 있사옵니다.
중종 : (일그러지며) 뭐라 난입? 이런 무엄한! 당장 금군을 풀어 수두를 잡아들여 하옥하고 나머지는 궐밖으로 내치도록 하라!
S#52. 궐내 합문 앞
선비들과 유생들 수십여명이 합문쪽으로 몰려들고 있다.
대전별감들이 막아보지만 역부족이다.
박희량, 유생들의 맨 앞장에 서있다.
박희량 : 조정암 선생께서 돌아가신다면 우리들 유림은 파멸을 당할 것이고 유림이 망하면 이 나라가 망할 것이외다!
유생들 : 옳소!
박희량 : 이 합문 안쪽이 전하께오서 계신 강녕전이오! 허니 이곳에 연좌하여 전하께 우리 유생들의 뜻을 전해 올리도록 합시다.
유생들 : 그럽시다! (자리에 앉는다)
박희량 : (맨앞에 앉아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며) 전하, 조정암을 살려주시옵소서!
유생들 : 조정암을 살려주시옵소서!
금부도사가 금부군사들을 이끌고 대오를 지어 달려온다.
금부도사 : 수두를 잡아들이고 나머지는 궐밖으로 내치랍신다!
금부군사들, 육모방망이로 유생들을 마구잡이로 두들겨댄다.
여기저기 유생들의 갓이 찌그러지고 머리통이 깨지고 찢기고 뒹구는 살풍경이 벌어진다.
박희량 : (고함을 치는) 물러서지 마시오! 선비는 죽을지언정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이오!
금부도사 : (박희량을 보며) 저놈이 수두다 저놈을 잡아라!
금부군사들, 박희량에게 달려들어 몰매를 가하고 질질 끌고 간다.
여기저기서 '내가 수두다!' '이놈들 나도 잡아가라!' 외치며 유생들이 앞으로 나선다.
금부군사들,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하여 오라를 지우는 모습에서.
S#53. 자운아 기방 마당
심퉁, 기생들 속바지등의 빨래거리를 한아름 방에서 나오는데
난정모, 대문 안으로 들어온다.
심퉁 : (보고) 누구셔유? (하다가 '난정모임을 알아보고') 아주머닌 난정아씨의..?
난정모 : ..난정아씨..?..
옥매향 : (후원에서 나오다가 알아보고 쪼르르 달려오는) 아듀마니!
난정모 : 그래..매향아..잘 있었느냐?
옥매향 : (반갑게) 그러믄요, 아듀마니도 무고하시디요?
난정모 : (끄덕이고 둘러보며)..헌데 우리 난정이 여기 안왔니?
옥매향 : 난뎡이요?
난정모 : 그래 어제 나간뒤로 소식이 없어 혹시 너하고 있나 궁금해서...
옥매향 : 여긴 안왔드랬시요..(안심시키듯) 아듀마니, 난뎡이래 뎨 앞가림은 할 듈 아는 에미나이니끼니 너무 걱뎡마시라요.
자운아 : (안방에서 나오며) 뉘가 오셨네?
난정모 : (보고 눈인사하는)..
자운아 : 아니 이게 뉘기야요? 난뎡이 오마니 아니야요?
난정모 : 허면 이만..
옥매향 : 벌써 가시게요? 아듀마니 오신김에 들어가셔서 탸라도 한댠 드시디요?
자운아 : 길케 하시라요..난뎡이래 승후관나으리 소실로 들어가게 됐으니끼니
니뎨 난뎡이 걱뎡은 안하셔도 되실테니 한시름 놓으셨깟습네다?
난정모 : 예에? 난정이가 승후관나으리 소실로 들어가다니요?
자운아 : 기러면 모르고 계셨드랬습네까?
옥매향 : (자운아 흘기며) 오마닌?!
난정모 : ...!
S#54. 자운아 기방 골목길
난정모, 생각에 잠겨 걸어온다.
난정모(E) : 난정이가 승후관나으리의 소실로 들어가다니?! 어찌..어찌...?!
앞에서 천서방이 견마잡은 파릉군을 태운 나귀가 온다.
천서방 : 쉿-물러서시오.
난정모 : (길옆으로 물러서다가 파릉군을 보고)...?!
S#55. 중궁전 외경
난정, 화사한 당의를 차려입고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S#56. 중궁전 복도
난정, 사뿐하게 걸어와 방문 앞에 선다.
난정 : (엄상궁에게) 마마님, 중전마마의 심기가 어떠하신지요?
엄상궁 : 내색은 안하셨도 지난밤 일로 존안에 그늘이 드리우셨다네.
난정 : (잠시 생각)...여쭈어주시지요.
엄상궁 : (방문쪽에다) 중전마마, 정아무개 들었사옵니다.
윤비(E) : (방안에서) 들라해라.
엄상궁 : 예. (난정에게) 드시게.
난정 : (엄상궁에게 조아리고 방안으로 들어간다)
S#57. 동 중궁전 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와 윤비앞에 큰 절을 올리고 앉는다.
난정 : 중전마마, 지난밤 마마의 지엄한 명을 받잡지 못한 이년의 죄를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옵소서.
윤비 : (미소) 오냐, 내 네 뜻을 짐작하고 있느니.
난정 : ..예에?
윤비 : 독한 술을 마시고 침수를 들라는 네 말을 듣지 않았다고 내 버릇을 가르치려 함이 아니었더냐?
난정 : (조아리며) 황공무지하옵니다.
윤비 : 헌데 지금은 때가 좋지 않다 일렀거늘 어찌 입궐을 했느냐?
난정 : (미소) 이년, 중전마마께 경하를 드리러 입궐했사옵니다.
윤비 : (찌푸리며) 경하라니?!
난정 :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중전마마, 회임을 경하드리옵니다.
윤비 : (놀라) 뭐,뭐라, 회임?! (엄하게 보며) 회임이라니?!! 네 그 무슨 깜냥없는 말이더냐?!
난정, 고개를 들고 윤비를 보며 쌩끗 웃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