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민예의 김성환 작 연출의 페이크 Fake
공연명 페이크(Fake)
공연단체 극단 민예
작 연출 김성환
공연기간 2019년 10월 23일~11월 3일
공연장소 극장 동국
관람일시 10월 29일 오후 8시
혜화동 극장 동국에서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의 김성찬 작 연출의 <페이크(Fake)를 관람했다.
김성환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퍼포먼스 연기학원 입시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 극단 민예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꽃신 구절초>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지금, 식민지를 살다> <햄릿왕 피살사건> <구몰라 대통령> <연꽃 속의 불> <템프파일> <누가 살던 방> <사람을 찾습니다> <지옥도> <장화홍련 실종사건> <고수부지를 떠나는 사람들> <천태만상: 절대사절/대가> <바람의 딸> <퍼포먼스 –1, 0, 1>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수상작으로는 2018년 <템프파일>로 제6회 서울 연극인 대상 수상, 2013년 <2인극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지금, 식민지를 살다”(김성환 작/연출), 2009년 D-FESTA 금상수상(“템프파일” 통영연극축제 공식 초청작)을 했다.
방송이나 언론이 가짜(Fake)를 진실인양 호도하는 것에 비교되는 연극이다.
무대는 나무로 만든 등받이가 없는 벤치 형태의 조형물 여러 개를 포개서 배치하거나 무대 중앙이나 좌우에 배치하고, 그보다 높은 받침형태 조형물 위에는 컴퓨터 노트북을 올려놓았다. 배경 가까이 앙상한 나뭇가지만 있는 나무 조형물이 서있고, 그 앞에 옷걸이가 있고 상수 쪽에도 옷걸이를 배치해 옷을 걸어두었다. 가슴부위만 있는 마네킹을 출연자들이 들고 등장하고, 삼국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짜(Fake)가 진실처럼 판을 친 역사적 사실을 열거해 가며 극이 전개된다.
취업을 위해 알바를 하며 학원비를 벌어야 하는 두 처녀 지선과 민재에게는 알바 자리를 구하기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마침 포털 사이트에 댓글을 다는 일을 맡게 된다.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남성 2인과 여성이 등장하고, 가짜(Fake)를 진실처럼 호도한 역사적 사실이 극에 소개된다.
먼저 서동요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서동요 설화는 고려시대 승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를 흠모한 서동(무왕)이 밤마다 공주가 몰래 나와 자신을 만난다는 내용의 ‘서동요’를 지어 신라 도읍인 경주의 아이들에게 퍼뜨리도록 하는 데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노래를 알게 된 진평왕이 진노해 공주를 내쫓자, 왕비는 선화공주에게 순금 한말을 노잣돈으로 내준다. 서동은 귀양길에 오른 공주를 구출해 백제로 데려가 결혼하고, 선화공주가 가져온 순금을 이용해 진평왕의 인정을 받고 백제에서 왕위에 오른다. 왕비가 된 선화공주는 무왕에게 청해 전라북도 익산에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게 설화로 가짜(Fake) 내용의 노래로 공주를 차지하고 왕까지 된 이야기다.
두 번째로는 연산군의 신언패(愼言牌)도 등장한다. 대표적 폭군으로 연산군을 꼽는다. 신하들의 목에 신언패(愼言牌)를 걸도록 했다. ‘입은 화근의 문이요(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베는 칼이라(舌是斬身刀) 입을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추면(閉口深藏舌) 몸이 어느 곳에 있던지 편안하리라(安身處處牢)’ 내용만 놓고 보면 말을 신중하게 하라는 의미 있는 경구다. 하지만 연산은 인륜을 저버린 폭정과 나라를 도탄으로 몰아넣은 자신의 난정을 덮기 위해 이 같은 계명(誡命)을 내렸다.
세 번째로는 조광조 이야기를 현재의 조국 사태와 비교했다. 조광조(1482~1519)는 조선 중종 때 사림파의 대표로 유교적 이상 정치를 현실에 구현하려는 개혁정치를 하다가 훈구파의 공격을 받아 죽임을 당했다. 조광조는 흔히 기묘사화를 일으킨 남곤 등 훈구파의 음모로 몰락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추락은 중종과 훈구파의 합작품이었다. 조광조의 급진 개혁정책에 피로감을 느낀 중종은 주초위왕 (走肖爲王) 즉 조씨가 왕이 된다는 가짜(Fake) 뉴스에 훈구파와 야합해 조광조를 처단한 것이 기묘사화의 본질이다.
조광조는 유배지인 화순 능주에서 38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며 시조 한수를 남겼다.
“저 건너 일편석이 강태공의 조대로다
문왕은 어디 가고 빈대만 남았는고
석양에 물차는 제비만 오락가락 하더라”
중종에게 버림받고 죽임을 당하는 자신의 처지를 읊은 시에서는 미완의 개혁에 대한 짙은 회한과 권력의 비정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현대사에 기록된 1923년 일본에 있는 조선인들이 일본 관동대지진을 하늘에 빌어 발생토록 했다며 일인들이 조선인 6천명을 학살한 사건과 6 25사변 때 거창 양민을 공비로 몰아 5백 명을 학살한 사건 등이 바로 가짜(Fake)를 진실처럼 호도한 결과로 발발했음을 상기시킨다.
대단원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해 알바를 한 처녀 한명이 다치고, 이들의 방을 청소하던 청소부 여인이 청소를 한 후 뜨개질을 하다가 잠이 드는 모습을 출연자들이 다가와 지켜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김시원이 지선, 박인아가 민재, 송정아가 미숙, 홍광표가 목사, 이동환이 총무, 심민희가 홍보책으로 출연해 성격설정에서부터 호연과 열연은 물론 율동과 노래로 연극을 이끌어가고 갈채를 받는다.
음악 심영섭, 움직임 천창훈, 조명 이재호, 조연출 이보림, 포스터디자인 심민경, 제작총괄 이혜연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민예의 김성찬 작 연출의 <페이크(Fake)를 창의력과 연출력이 돋보인 한편의 수준급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0월 2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