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라, 계속 걸으라.
여보게, 젊은이. 그대 뛰어가지 마시게. 뛰어가면 쉬 지치는 법이라네. 그대는 먼 길을 가는 나그네. 왜 꼭 일등이어야만 하는가. 바다 저 편으로 해가 저문다고 서둘지 마시게. 삶은 일등이나 꼴찌나 다 똑 같은 거야. 아니 꼴찌로 걷는 것이 더 아름다울지도 몰라. 차를 타고 휙 지나가 버리면 지는 노을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이 없고 달음질 하듯 산을 내려가 버리면 숲속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듣지 못한다네.
사람들은 모두 앞서 달려가야 더 많은 것을 얻는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말이야 천천히 가면서 주변을 잘 살피면 더 많은 것들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알게 되지. 천천히 걸으면서 그런 것들을 주워서 예쁘게 만들어라. 나는 말이야 직장을 다니면서 통신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어.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주고 가는 길이 아닌 단돈 몇 십만 원으로 대학을 마칠 수 있는 길을 갔었지. 그건 그때 내가 처한 환경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어. 직장 다니면서 학점 따는 거 쉬운 일은 아니야. 포기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 포기하기도 했지만 다시 일어나 걸었지. 5년 만에 졸업할 것을 7년 만에 졸업했지. 지식은 알면 되는 것이지 꼭 1등을 해야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지. 늦게 알아도 알면 된다는 마음으로 터벅터벅 걸었지. 나의 목표는 늘 꼴찌로라도 졸업을 하는데 있었지. 좋은 대학 나왔다고 죽을 때까지 간판만 팔며 살려는 사람들이 많아. 그건 가짜야.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아느냐가 중요하지.
돈을 버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야.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돈이지. 돈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일수록 돈에 가장 먼저 무너지지. 돈을 버는 일은 나 자신은 물론 처자식과 부모님을 먹여 살리는 일이야. 그걸 소홀히 하면 안 되지. 사람들을 사귀고 부지런히 남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되려고 했지. 일등을 하려는 마음만 버리면 얼마든지 좋은 인간이 될 수가 있지. 그리고 시간과 싸웠지. 저축은 시간과의 싸움이지. 처음에는 보잘 것 없던 작은 돈도 모이고 쌓이면 큰 힘을 발휘하지. 빨리 먹는 밥은 채하기 마련이야. 천천히 시간과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진정한 용사야.
여보게, 젊은이. 그대는 먼 시간, 먼 길을 걸어가야 할 나그네. 서둘지 마시게. 서두르면 마음이 불안해져서 대충 대충하게 되지. 돈도 공부도 하루에 해야 할 양을 정해 놓고 차근차근 그날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시게. 세상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것도 가짜야. 가짜는 진짜의 반대말이지만 가짜를 반대로 한다고 진짜가 되는것은 아니라네. 가짜를 비틀고 분칠해 봤자 짜가가 될 뿐이지. 세상에는 가짜도 못되는 짜가들이 너무 많아.
목표가 높으면 사람을 빨리 지치게 하지. 서른여덟에 대학원을 갔지. 무역학을 전공했지. 3년 만에 졸업하는 것을 5년 만에 졸업했지. 나도 사람인데 어찌 포기하고 싶지 않았겠는가.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걸었지. 법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또 통신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했지. 등록했다 포기하기를 서너 번하고서 드디어 5년 만에 학점을 땄지. 졸업논문은 다 써 놓았으니까 내년 여름학기에 졸업식만 가면 되지. 아마 다음번에는 국문학과를 또 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실력은 쌓으면 되는 것이고 돈은 벌면 되는 것이지 꼭 1등을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야.
여보게, 젊은이, 상 받는 거 좋아하지 마시게. 상을 받는 순간 그대는 상의 노예가 되고 만다네. 아니 자네만 노예가 되면 괜찮겠지만 그대로 인해 상을 받지 못한 다른 모든 어린양들을 상의 노예가 되게 만들지. 여보게, 젊은이. 세상의 상이란 상은 죄다 목적의식을 갖고 만든 거야. 순수한 상은 없어. 누가 그대에게 상을 주려하거든 할 수 있는 한 멀리 달아나시게. 내가 어른이 되고 지금까지 감사패, 공로패, 표창장 하며 받은 상이 대략 50여개 될 거야. 그거 전부다 가짜야. 날 부려먹으려고 준거지. 그 중에 진짜가 딲 한개 있어. 골프 싱글 축하기념패야. 그날 함께 라운딩한 동반자들이 만들어 준 것인데 진짜 내 실력으로 78타를 쳤지. 오케이나 멀리건 일체 없었지. 나는 그걸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해. 티끌하나도 거짓이 없기 때문이지.
여보게, 젊은이. 그대 진정한 자유를 원한다면 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가능한 꼴찌로 달리시게. 그렇다고 일부러 문제아가 되진 마시게. 세상 사람들은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누군가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을 좋아한다네. 어리석은 그들이 그대를 향해 돌을 던질까 저어하니 일부러 문제아가 되진 마시게. 경쟁의 대열에서 한발 만 물러서면 상을 위해, 일등을 향해 영혼을 파는 자들의 가련한 모습이 보일 것이야.
여보게, 젊은이. 그대에게는 시간이 많이 있어. 시간은 신이 그대에게 준 상이고 보배야. 수조원의 돈을 가진 죽을 날이 다된 부자가 있었어. 하나님이 그에게 젊은이의 생명을 1년에 100억씩 주고서라도 살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하자. 내가 그 부자라면 1조 원을 주고라도 100년의 삶을 사지 않겠는가. 먼 길을 가는 젊은이, 그대는 수천억 원이 넘는 재산을 가진 부자야. 그 귀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어나서 걸으라.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히 계획을 세우고 자기 자신과 싸워서 이기는 삶을 살라. 재수 삼수 오수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뛰어가는 것들의 대부분은 가짜야. 가짜는 결코 자유인이 될 수가 없어. 여보게, 젊은이. 그대 서둘지 말고 또 쉬지 말고 걸으라. 그리고 삶을 즐기라. 그대는 자유인이 아닌가.( 2012.12.01)
첫댓글 필자는 지금도 골프 스코어를 80대 초반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직업(FTA 자유무역협정)과 관련한 많은 대 기업 상담과 논문들을 쓰고 있고, 수필도 쓰고 있고, 텃밭 수준이지만 내가 먹을 먹거리는 내 손으로 직접 농사도 짓고 있습니다. 허황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 평생 심지를 굳게 하여 열심히 살아내고 있습니다. "근면성실"은 평범하지만 살아있는 것들에게 꼭 필요한 영원한 가르침입니다.
놀랍군요. 대단합니다.
골프라는 게 직업으로 삼아도 어려운 거니 주말골퍼들은 암만 잘해봤자 최고 수준이 80대 초를 치다가 차차 나이 들면 점점 실력이 떨어져 90으로향하다가 90 을 넘기고 나중에는 90 에서100까지를 헤매다가...
끝내 100 을 넘게되면
허허하고 헛 웃음 속에서
골프채를 놓게되지요.
사람 사는 일과 많이 닮은게 골프아닙니까요?
제일 중요한게 마음을
비워야하니까요.
어쨓든 그 나이에 80대를
유지한다니 골프천재지
싶습니다. 형편이 좋아서
일찍 골프를 했다면 대단한 명성을 얻었을 것입니다.아 돈도 물론. 거듭 놀랍니다.
난 정회장께서 낸 수필집들을보고 만학에다 통신대학을 다니며 고생과 공부를 병행하다시피 한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왕성한 직업관련
일을 하고 계신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늙은 나도 참으로 느끼는게 많습니다.
나는 그런 열정이 많이
부족했던것 같아요.
이른 아침에 덕분에 새삼다시 공부합니다요.
남평 선생님의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제 첫 번째 수필집 제목이 <<꼴찌로 달리기>> 인데 두번째 세번째 계속 <<꼴찌로 달리기 1,2,3>> 으로 제목을 달고 싶었는데, 조언하신 분이 그렇게 제목 달지 말라고 하셔서 두 번째 수필집은 <<생각 속에 갇힌 인간>>이 되었습니다. 생각에서 벗어나야 자유롭게 된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허황된 것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고 수필도 "사이비" "가짜"들 이야기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자랑이 아니고 정말로 꼴찌로 달리면 마음이 참으로 평안하고 자유롭고 정말로 얻는 게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대기만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내 자식(후배)들은 1등이 아니고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