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이 죽임당했지만, 아직도 유다 민족의 위기가 모두 사라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만이 왕의 인장(印章)을 찍어 유다인들을 모두 죽이라는 조서가 페르시아가 다스리는 전역(全域)에 내려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유다인들을 진멸하려는 하만은 죽었지만, 왕의 도장이 찍인 채로 페르시아 전역에 내려진 유다인을 모두 죽이라는 조서(詔書)는 여전히 유효한 상태이기에 하만이 정한 날인 아달(Adar)월 13일엔 페르시아 전역에 거주하는 유다인들은 죽임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에스더는 다시 아하수에로 왕에게 나아가 유다인들을 모두 죽이기 위해 전국에 내려진 조서를 철회해 달라고 간청합니다(5절).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다가 에스더를 향한 아하수에로 왕의 마음이 바뀌면 이미 내려진 조서를 철회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에스더는 서둘러 아하수에로 왕에게 다시 간언(諫言)합니다. 그래서 1절에서는 “그 날”이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하만을 처형한 그 날, 에스더는 왕에게 나아갑니다. 에스더는 자기와 모르드개의 관계가 어떠한지 자세히 왕에게 알립니다(1절). 아마 왕의 암살을 계획한 두 내시의 악행을 고발한 모르드개의 공적(功績)에 덧붙여 모르드개가 현재의 왕후인 에스더를 얼마나 잘 돌보아 키웠는지를 이야기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모르드개의 공적에 대해 포상하지 않았던 아하수에로 왕은 모르드개에게 하만에게 주었던 왕의 반지를 모르드개에게 주었습니다(2절). 이 말은 모르드개가 하만을 대신할 2인자로서의 관직을 받았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15절을 보면 모르드개가 높은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입는 조복(朝服)을 입고 큰 금관까지 쓰고 왕 앞에 나오는 모습이 기록되고 있는데, 아마 높은 관직에 임명되어 왕에게 공식적으로 공포하는 모습을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에스더는 모르드개에게 자기의 반지 인장을 빼어 주는 왕의 모습을 본 후에 유다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하만이 왕의 이름으로 내렸던 조서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조서를 철회해달라고 간곡하게 눈물로 간청합니다(3절~6절). 그러자 아하수에로 왕은 이미 하만을 처형했고, 하만의 집도 에스더에게 주었으니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원하는대로 조서를 써서 이미 준 왕의 반지로 도장을 찍어 조서를 내리라고 허락합니다(7절, 8절). 왕의 이름으로, 왕의 인장을 찍어 내린 조서는 철회할 수 없다고 말하는 8절의 내용은 그 이전에 하만이 내린 조서에도 적용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왕은 에스더와 모르드개에게 알아서 조서의 내용을 작성하여 왕의 이름으로, 왕의 인장을 찍어 조서를 다시 내려보내라고 한 것입니다.
이러한 왕의 허락을 받은 후에 에스더와 모르드개는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왕의 서기관들을 소집하여 새로운 조서를 작성합니다. 그 조서에는 페르시아 전역에 사는 유다인들은 유다인들을 치려는 자들과 그 처자들을 죽여서 도륙(屠戮)하고 그 재산을 탈취하라는 내용을 적었는데, 그러한 일을 시행하는 날짜는 하만이 유다인들을 죽이려고 정한 날인 아달(Adar)월 13일, 즉 12월 13일로 정합니다(11절, 12절). 아달월은 태양력으로는 2월, 3월에 해당합니다. 이 조서를 작성하여 반포한 날은 시완(Sivan)월 23일, 즉 3월 23일이었는데, 태양력으로는 5월, 6월에 해당되는 날입니다. 하만이 유다인을 죽이라는 조서를 작성한 지 두 달 열흘 정도 후에 하만의 조서와 완전히 반대되는 조서가 꾸며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조서는 가장 빠른 준마(駿馬)를 이용하여 역졸(驛卒, Courier)들에 의해 페르시아 전역에 신속하게 전달하게 합니다(10절, 13절). 이리하여 유다인들을 죽이려는 하만의 모든 간계(奸計)는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유다 민족이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모르드개가 페르시아 2인자의 자리에 오르자 수산 성 사람들도 모두 기뻐했고, 유다인들에게는 영광과 존귀함과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페르시아 전역의 도성과 읍에서도 유다인들은 잔치를 벌이고 이날을 명절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페르시아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는 유다인들을 두려워하여 유다인이 되는 이들도 많았다고 17절에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 하나님의 율법에 따르며, 하나님만을 섬기겠다고 결단한 후에 할례를 받으면 유다인으로 받아주었을 것입니다. 위기에 맞닥뜨렸던 유다 민족이 오히려 영광을 얻게 되고, 존귀함을 얻게 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만을 온전히 의지하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게 행할 때엔 하나님께서 역사(役事)하셔서 우리를 존귀하게 세우시고, 영광스럽게 하실 것입니다. 지금은 어렵고, 고통스럽고, 위기에 맞닥뜨려 염려가 많을 수 있겠지만, 하나님만을 온전히 의지하고, 그 말씀에 따라 살면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승리하게 하실 줄 믿습니다. 그러한 믿음으로 승리하는 삶을 살아가길 축복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