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꽃 --- 시 / 리 울 김 형 태
바짝바짝 목마른 사람에게 사막이 온통 신기루로 보이듯 아롱아롱 배고픈 사람에게 너는 아리다 못해 시린 한 주먹의 깜밥... 소쩍소쩍, 굶주리다 떠난 며느리가 붉은 울음 소쩍새라면 수국수국, 너는 가난과 호흡하다 아사한 흰빛 어머니의 환생인가? 보릿고개 때 주린 배 부여잡고 이웃집 가마솥에 등가죽처럼 들러붙은 까만 누룽지 여린 손톱 세워 긁다가 들켜 부지깽이로 얻어맞고 눈물 그렁한 수국꽃 아작아작 배 아프도록 씹었다는... 주렁주렁 자식들에게만은 그 막막한 허기 모르게 하려고 헛헛한 젖가슴 열어 수국꽃 같은 주먹밥 꾹꾹 뭉쳐주던 어머니 하루는 긁어낼 눌은밥도 없었던지 장독대 옆 다소곳이 생쌀처럼 웃고 있는 새하얀 수국꽃 꺾어 뜨겁게 매만지고 있기도 했는데... 수국꽃, 오늘도 옥양목처럼 하얗게 피어 배곯지 말라며, 아니 둥글둥글 밥심으로 살라며 하늘의 초승달 놋달챙이 삼아 청보릿빛 오뉴월의 저 가슴 밑바닥 박박 긁어 기어이 내 손에 쥐어주는 아, 어머니의 똘똘 움켜쥔 함박소금꽃... - 깜밥 : 눌은밥의 방언 *시인의 말 : 하얀 수국꽃이 꼭 꽉 움켜쥔 '주먹밥(깜밥)'처럼 생기지 않았나요? "이 꽃이 주먹밥이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눈물 적시던 예전의 우리네 어머니, 할머니들이 떠오르네요~ㅜㅜ * 가난 관련 또 다른 시 : "이팝나무꽃" => https://cafe.daum.net/riulkht/HrtI/636?svc=cafe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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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꽃시 : "꽃과 인생" => https://m.cafe.daum.net/riulkht/85zx/405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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