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의 젖줄 만경강
자연은 오묘하다. 산과 들이 있고 그 사이로는 물이 흐른다. 여기저기 산이 있어도 산으로 막혀 물이 흐르지 못하는 곳은 없다. 용케도 물이 흘러 바다로 간다. 사람이 공사를 했다 해도 그렇게 오묘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 같다. 완주군에서 흐르는 물은 모두 만경강이 되어 바다로 간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 사는 곳도 만경강 유역이다. 만경강 덕에 내 생이 있고 평생 살아간다.
만경강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하률 667고지 남서 계곡에서 시작한다. 금남정맥의 황조치 아래다. 전북산사랑회(회장 김정길)에서 발원샘 이름을 밤티에서 따서 밤샘이라 명명하였다. 이형석 박사의 자문을 받아 인정을 받았다. 여기에서 시작하여 고산, 삼례를 지나 신창진을 거쳐 김제시 진봉면 국사봉에서 북 15도로 그은 선까지다. 길이는 81.75km이다. 옛날 지도에는 98km라 했는데 일제강점기에 강을 직강으로 공사하여 길이가 줄었다. 삼례에서 강을 따라가다 보면 옛날 강줄기가 지금 강의 왼쪽과 오른쪽에 구불구불 남아 있다.
지류는 천호산에서 발원하는 화평천{81.37km}, 원안덕에서 발원하는 삼천천{76.5km}, 슬치에서 발원하는 전주천{70.5km}, 만덕산에서 발원하는 소양천{67km} 등이 있다. 단 태평봉수대에서 발원하는 고당천은 논산으로 흘러 만경강 유역이 아니다. 하류로 내려가면 완주군이 아닌 익산천, 마산천, 대청천, 텀천이 있다.
물은 자연적으로 흐르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다. 그런데 사람이 늘어나고 도시화 되면서 사용하는 양이 많아졌다. 흐르는 물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으니 저수지를 만들었다. 여름에 비가 많이 내릴 때 가두어두었다가 날이 가물 때 요긴하게 쓴다. 그래서 각종 댐이나 저수지가 생겼다. 만경경도 본류의 상류에 동상댐과 대아댐이 있고 화평천에 경천댐이 있으며 전주천에 상관저수지, 삼천천에 구이저수지가 있다. 그런 물을 이용하여 생활용수로 쓰고 농사짓는데 이용한다. 저수지를 막으니 평상시에 흐르는 물이 적어져 물고기가 줄어들고 오염되어 죽은 하천이 되기도 한다. 지금은 오수처리를 철저히 하여 깨끗한 물이 흐른다. 저수지는 물을 이용하는 면에서는 좋지만 자연 생태학적으로는 나쁜 일이다.
댐의 물은 공업발전에 크게 쓰인다. 만경강의 댐 물도 봉동의 제3공단에서 상용자동차 생산 등에 쓰이고 있다. 각종 공장들이 물 없이는 돌아갈 수 없으므로 물이 흔한 만경강 가를 택한 것이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자동차가 전국을 누비고 있다. 공장에서 걷는 세금이 완주군 사람들의 살림살이에 도움이 되고 있다. 강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물은 생명의 시원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물은 물에서 태어났다. 물이 없으면 아무것도 살지 못한다. 사람도 물이 있어야 살므로 물이 있는 곳에 모여든다. 우리 조상 때부터 만경강 유역은 많은 사람이 살아왔다. 만경강 수역은 물 맑고 땅이 기름져 농사가 잘 되었다. 먹을 것 넉넉하고 마실 물 좋으며 오고 가는데 편리하니 사람이 많이 살았다. 나도 만경강 유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난 일이 없다.
넉넉한 살림에 마음이 편안하니 문화 예술이 발달했다. 국악에서 판소리 대가가 나왔다. 용진의 권삼득은 양반이지만 판소리를 잘하여 비가비 명창이 되었다. 구억리 뒷산에는 그가 소리공부를 했다는 소리구멍이 있다. 상관의 이삼만은 서예에서 조선 3대 명필이 되었다. 그는 벼루 3개에 구멍이 날 정도로 먹을 갈아 글씨 공부를 했다. 그의 독특한 유수체는 유명하다, 종교에서도 이서 초남이는 천주교 성지로 유명하다. 유항검은 호남에서 처음으로 천주교를 받아들여 포교하였다. 신유박해 때 가족과 함께 처형당했다. 외국 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선각자였다.
물산도 풍부하여 쌀과 보리는 생산량이 많아 곡창으로 이름을 날렸다. 기름진 들에 누렇게 벼가 익은 것을 보면 저절로 배가 부르다. 특산물도 많았다. 봉동의 생강은 유명하여 봉동생강의 흉풍(凶豊)이 생강 값의 등락을 좌우했다. 고산의 곶감도 빼어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였다. 씨가 없고 달아 전국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생산지가 다양화 되고 나무가 고목이 되어 시들해졌지만 경천의 대추는 지금도 유명하다.
사람이 사는 것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깊은 산골짜기부터 넓은 들녘까지 여기저기에 모여 마을을 이루고 산다. 살아갈 조건이 좋은 곳은 마을이 크거나 가까이 있고 나쁜 곳은 몇 집이 모여 살고 띄엄띄엄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되었다. 완주군 사람들도 여기저기에 마을을 이루고 잘 살고 있다. 크고 작건 상관없이 모두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도와가며 산다.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돕고 기쁜 일은 같이 즐기며 산다. 요즘은 마을회관에서 노인들이 모여 공동으로 식사하고 오순도순 살아간다. 아들딸들이 멀리 있어도 모여 사니 안심이 된다. 도시처럼 혼자 살다 죽어가는 그런 어려운 일은 없다. 마을 공동체가 참 좋은 풍습이다.
남쪽 구이서 북쪽 운주까지, 동쪽 소양에서 서쪽 이서까지 모두 만경강에 젖줄을 달고 살아가는 완주 사람들이다. 만경강이 있어 완주는 있다. 만경강을 깨끗이 보전하여 우리 자손들도 영원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만경강아 고맙다.
( 2019. 5.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