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아하, 이은미가 있었군요! 난 요즘 가요계는 나름대로 가창력을 갖춘 가수는커녕 힙합바지의 댄스그룹과 코스모스처럼 흐느적거리는 쭉쭉빵빵의 미인군단, 그리고 따발총 쏘듯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는 가사만 주절주절 토해내는 랩 가수들 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녀가 있었구먼요, 그녀가!
그런 걸출한 가수가 혜성처럼 나타났다니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에 온 몸으로 노래를 부르는 그녀를 만났지요. 실물이 아닌 KBS 〈열린음악회〉에서 보았지만 참으로 대단합디다. 가냘픈 몸매는 아니고 미녀가수는 더욱 아니지만 난 그녀의 공연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라이브, 온 몸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풍부한 성량과 열정적 제스추어! 난 진정 홀딱 반했습니다.
송창식을 무지무지 좋아해요. 또 조영남을, 패티김, 김세환을 또 미치도록 좋아하는 ‘쉰’세대입니다. 그리고 김태곤, 김삿갓을 연상케 하는 풍류객 김태곤의 그 노래, 제목이 무어지요? “간밤에 울던 제비 날이 밝아 찾아오니 저 하늘에 둥실 떠가고 …♬”도 끔찍이 좋고 남궁 옥분의 비할 수 없는 청아한 목소리의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도 좋아하고 대학가요제의 수상곡들, ‘내가’‘그대 그리고 나’따위 노래들을 난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그러나 요즘 아이들 노래가 그게 노래입니까. 난 그들 비린내나는 아그덜(?) 노래에 실망, 실망 또 실망했고 허탈에 빠질 수밖에 없었지요. 아니 저걸 노래라고 하는 거야? 저게 무슨 노래야 나 참 미치겠네! 난 요즘 젊은이들의 가요프로를 단 1분도 지켜볼 수가 없어요. 그저 〈열린음악회〉의 클래식 가수들과 가끔 얼굴을 비치는 송창식, 조영남 등등의 포크송가수들이 나오면 오랜만에 진정 가수다운 가수가 나왔구나 하며 합창을 하고 〈가요무대〉나 지켜보는 사람입니다만…….
그런데 이은미라는 가수가 있데요! 깜짝 놀랐어요.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니 이게 웬 행운인가. 저렇게 젊은 가수가 우리취향에 딱 맞는 노래를 땀을 흘려가며 열창하네! 난 작약雀躍할 수밖에 없었어요. 정말 그녀가 가요계에 나타난 것은 나에게 크나큰 위안입니다. 나만의 시간, 나의 휴게休憩를 더욱 감미롭게 할 그녀의 노래모음 테이프를 주저하지 않고 구입해야겠어요. 아, 이은미! 난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의 라이브 공연을 지켜 볼 수 있다면 난 더욱 행복할거예요. 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