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나라 국민들의 정서와 그 사회를 관통하는 분위기를 판단하려면 그 나라에서 즐겨보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말은 즉 국민들과 서민들의 판단하는 그 시대 그리고 그 사회의 트랜드 내지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식들이 영화나 드라마속에 녹아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특정 장르의 영화감독과 드라마 연출자들 그리고 시나리오작가나 극본작가를 폄하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저는 영화나 드라마의 광팬을 아니지만 나름 즐겨 본다는 사람입니다. 비교적 짧은 시간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두시간 정도를 큰 정신적 피곤함 없이 즐기기에는 영화만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장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관객들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는 측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한국영화가 다른 나라의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잔인하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저는 특정 영화에대한 호불호가 강하지는 않지만 갈수록 한국 영화가 잔인하고 엄청난 폭력을 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다는 영화가운데 상당수가 최근에는 폭력영화가 주를 이룬다는 데서도 그런 흐름을 읽을 수 있습니다. 관객들이 선호하는 것을 찾다보니 그런 영화가 대세를 이루는 것인지 영화가 한국 관객을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닭이 먼저나 달걀이 먼저냐라는 식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그런 성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도 폭력성은 영화못지 않습니다. 최근에 방영되는 특정 드라마에서 충격적인 장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영화의 경우 대충 어떤 성향의 주제인지 그리고 대충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 충분히 직감하고 영화관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경우 가정집에서 편한 자세와 기분에 여기저기 채널을 돌리다가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특정 드라마를 찾아 보는 시청자들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가정에서는 혼자만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가족들 그리고 특히 어린 자녀들과 함께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본방의 경우는 밤 10시경에 하니 그럴 경우가 많지 않다고 하지만 재방송일 경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영됩니다. 특정 드라마의 경우 정말 저래도 되는 것인가 정말 저렇게 폭력적이어도 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수없이 던지게 됩니다. 어린 자녀들이 시청하지 않더라도 나이가 이제 먹을 만큼 먹고 세상 물정을 산전 수전 스타워즈까지 겪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정말 섬뜩하고 잔인하게 느껴지는 장면을 정말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대화내용도 자극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물론 조폭들과 부패한 공권력사이에 무슨 말이 오고가지 않겠습니까만 검사가 " 야 너 나를 대통령 만들어줄 수 있냐" 그러니까 마약 조폭은 "내가 왕이 되고 검사님은 황제가 되는 것이지요"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현재 한국의 정치가 정상이 아닌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이제 드라마속에서 조폭과 부패 검사가 주고 받는 것이 이 정도 수준일 것이라는게 두렵고 우려스럽습니다. 마약 단속 경찰을 마약 조폭이 공공연하게 폭력하고 조롱하는 상황이 시청자에게 어떤 판단을 줄 지 생각은 했는지 의아해집니다. 주인공이 신부이니 그 상대는 악마일 것이라는 전제라고 해도 이건 너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말도 합니다. 한국인이 생각보다는 대단히 잔인하다고 말이죠. 그 예를 예전 베트남 전쟁에서 찾곤 합니다. 지금 이 건으로 베트남 유가족들이 한국을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예로부터 하도 당하고 살았던 민족이기에 뭔가 계기가 생기면 그 화풀이가 잔인해지는 것 아닌가하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영화에 폭력성이 가미되면 관객들이 대리만족을 많이 느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영화에 폭력성을 가미하니 관객들의 호응도가 높더라고 판단해서인지 너도 나도 앞다퉈 폭력이라는 조미료를 치다 치다 못해 이제 아예 폭력탕을 만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외국 특히 동남아에 사업차 또는 학업때문에 자녀들이 나가 있는 집안에서는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폭력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 상당수가 동남아에서 암약했거나 그 나라의 상황을 다루는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자녀들이 저런 류의 악마들이 들끓는 세계에서 과연 온전하게 공부하거나 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걱정이겠지요. 그만큼 영화나 드라마가 잔인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유독 갈등이 심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하는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현상이 그렇지만 그렇다고 영화나 드라마가 그런 식으로 숨겨진 감정을 푸는 도구로 삼아서야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자기 성향이 아니면 그런 영화 안보고 그런 드러마 시청안하면 되지 무슨 잡말이 많은가하는 지적도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를 덮는 갈등과 피곤함을 꼭 이렇게 해결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많을 것입니다. 물론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으며 마약의 폐해가 극심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려고 한 의도는 모르지 않지만 그런 의도는 사라지고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폭력장면만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폭력이 강한 작품은 그 생명이 오래 갈 수가 없습니다. 당장 한번에 상당수의 관객을 끌어모으고 시청률이 높아 대박을 칠 수도 있지만 결국 그런 현상들은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 사회적 리더들이 해결을 못하는 것을 문화적 소양을 지닌 감독이나 연출자들이 잘 해소시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말이 쉽지 그런 작품에 관객들이 잘 오지도 않아 파산하는 데 무슨 그런 지적질이냐는 소리도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폭력으로 한국인의 정신을 마약처럼 잠시 몽롱하게 만드는 그런 행위들이 한국인의 정신 건강에 어떤 폐해를 가져 올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에 출연해 열연한 배우나 드라마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우나 탈랜트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에게 맡겨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들의 덕목입니다. 또한 폭력영화지만 멋진 연기를 하는 배우와 탈랜트들 저는 참 대단하고 연기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 몸과 정신과 마음을 다해 행하는 연기가 과연 이 나라 앞날과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도 한번쯤은 생각해 주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려운 환경속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위해 노력하는 감독과 연출가 그리고 배우와 탈랜트 여러분들이 대단히 많다는 대전제하에 이런 글도 씁니다.
2024년 11월 1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