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어할)'는 일종의 타임머신이자 과거에 대한 타란티노식 헌사입니다. 1960년대에서 70년대 정도의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절의 할리우드가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 때의 스타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았는지 그 모습을 재현하는 가운데 악명 높은 '맨슨 패밀리-폴란스키가 살인사건'을 덧씌웁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는 유독 히피들이 등장하는 씬이 많습니다. 아마도 호불호가 갈린다면 이 부분이 크게 작용할겁니다. 당시 미국 대중문화는 히피를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기에 어쩔 수 없기도 하지요.
레트로풍이 강해 흑백 화면, 서부극 등의 장면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색감은 사실상 강한 햇빛이 내리쬐는 황야와도 비슷하죠. 또 올드팝이나 로큰롤로 가득 채운 OST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영화의 흐름에 리듬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극 중간에 교묘하게 집어넣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서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씬도 있구요.
감독이 누군지를 생각하면 피가 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지만 원어할에선 그렇게 많이 튀진 않습니다. 대신 다른 쪽으로 강한 자극을 주는데 그건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시구요. 그 타란티노스러운 장면들을 덜어내면 나머지는 말그대로 영화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격하게 그려놓고 서부극과 히피의 양념을 강하게 뿌린 편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 중심에서 끝내주는 연기로 미친 재미를 안겨줍니다. 개인적으론 '레버넌트'에서의 연기보다 마음에 들 정도.
초반에는 좀 루즈할 수 있어도 이야기가 쌓이고 쌓이다가 대폭발하는 엔딩은 타란티노 영화를 접해본 관객들에겐 좀 뻔하다면 뻔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재미있습니다. 대충 이렇게 되겠다 하고 예측이 가능한데도 카타르시스를 터트리는 그 신묘한 재주가 어디서 오는건지 매번 궁금할 정도죠. 예고편은 가능하면 안보시는걸 권합니다만 포스터를 보면 감 좋으신 분들은 대충 이렇겠구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할리우드에서 일어난 옛 일을 가지고 만들어놓은 아주 아주 무난한 레트로물로 가다가 뻥 하고 순간 피범벅이 되는 영화인데 개인적으로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서 사회 풍자 요소를 들어내고 유쾌한 톤으로 영화를 만들었다면 비슷한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소재와 그를 기반으로 짠 스토리는 다르지만 그 특유의 전개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거든요.(봉감독과 타란티노가 닮았다기보단 기생충과 원어할 한정으로 하는 말입니다. 작품 퀄리티는 기생충이 더 낫다고 보구요.)
근작들 중 '쟝고 : 분노의 추적자'나 '헤이트풀8'을 떠올려보면 그 가운데 정도에 들어갈 법 합니다. 제 기억에 쟝고는 대다수가 호평이었고 헤이트풀8은 후반부를 제외하면 아무리 타란티노여도 좀 늘어진단 느낌을 받은 분들도 좀 봤거든요. 그 외 타란티노의 명작들은 제가 아직 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가 없으므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관객들 모두에게 통하긴 어렵지만 특유의 매력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즐기고 나올 수 있겠습니다.
평점 : 7.5/10.0(팬심 담으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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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란다ㄷㄷ
히피 여자분 너무 예뻐서 집에 와서 다시 검색해보
레오랑 빵형 연기가 그냥 미쳐버림
연기를 하는 배우가 연기를 하는 배우를 연기함
@반가워용 와.. 표현 오지네요. 베댓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