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집은 늙는 게 아니라 들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나이 들면 고집이 세진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 말이 조금 다르게 들린다.
고집이 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젊을 때 감춰두었던 고집이
나이 들며 자꾸 들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젊을 때도
사람에게 고집은 있었다.
다만 그때는
체면도 있었고,
눈치도 있었고,
관계도 계산해야 했다.
속으로는 싫어도
겉으로는 웃었고,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해도
상대 말을 듣는 척은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그 포장지가 조금씩 얇아진다.
참는 힘도 줄고,
돌려 말하는 일도 귀찮아지고,
굳이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는 마음도
조금씩 헐거워진다.
그러다 보니
고집이 세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숨어 있던 성격이
밖으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탁구장에서도 그렇다.
공이 네트에 걸리면
라켓을 탓한다.
공이 길게 나가면
탁구대를 본다.
상대가 잘 받으면
“공이 이상하네” 하고 중얼거린다.
가만히 보면
공은 늘 그 공이고,
탁구대도 어제 그 탁구대다.
이상해진 것은
대개 내 마음인데,
사람은 자기 마음을
제일 늦게 의심한다.
나이 든 고집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들킨다.
지는 것은 싫고,
배우는 것은 귀찮고,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고,
고치는 것은 더 힘들다.
그래서 말은 이렇게 나온다.
“나는 원래 이래.”
이 말이 참 무섭다.
젊을 때는
“내가 좀 고쳐볼게”라는 말이라도 했는데,
나이가 들면
“나는 원래 이래” 라는 말로
자기 성격에 도장을 찍어버린다.
그 순간부터
고집은 성격이 아니라
생활방식이 된다.
더 재미있는 것은
고집 센 사람일수록
자기 고집을 고집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것을
소신이라고 부르고,
원칙이라고 부르고,
경험이라고 부른다.
“내가 살아봐서 아는데.”
이 말이 나오면
대화는 이미 절반쯤
문을 닫은 것이다.
물론 고집이
전부 나쁜 것은 아니다.
고집이 없으면
사람은 너무 쉽게 흔들린다.
다만 문제는
내 고집이 나를 세우는 기둥인지,
남을 찌르는 막대기인지
구분하지 못할 때 생긴다.
기둥은 나를 세우지만,
막대기는 남을 밀어낸다.
나이 들수록
이 차이를 알아야 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누가 한마디 하면
속으로 벌써 반박문이 작성될 때가 있다.
입으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도
마음 안에서는 이미
상대 의견을 기각하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뜨끔하다.
아,
내 고집도 늙은 것이 아니라
이제 들키고 있구나.
고집은 늙는 게 아니다.
다만 나이 들수록
숨길 힘이 줄어들어
자꾸 들키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도
내 안의 고집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면
나는 조용히 말해보려 한다.
“잠깐만 있어라.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남의 말도 한 번 들어보자.”
그 한마디가
나이 든 사람에게 필요한
가장 작은 품격인지도 모른다.
.................
※ 덧붙임
그동안 카페에 올렸던 글들 가운데
나이 들어가는 마음과 생활 속 작은 깨달음을 담은 글들을 책으로 묶었습니다.
《조용히 늙어가는 기술》탁구시인 著
궁금하신 분은 아래 부크크 서점에서 살펴보셔도 좋겠습니다.
조용히 늙어가는 기술 @탁구시인 著 - BOOKK 서점
첫댓글
고집에 대해서 속살까지 꺼내 주셨습니다.^^
고집은 자신은 주장이라 하고
나아가서는 신념이라고 예쁜 말로 포장한다 해도...
그러려니 해 줍니다.
하지만, 소통해야 할 장소에서 일방통행하면 재미가 없지요.
나보다 더 나은 주장이 나오면, 꺾여 줄 아량도 가져야 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탁구시인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링크된 글은 올리지 않습니다만,
탁구시인님의 출판을 기념하는 뜻에서, 잘 보고 갑니다.^^
다음 부터는
그냥 본문 속에 올려야 될 부분을 설명을 넣어서
사진과 함께 올려 주시면 소개되지 않을까요.^^
콩꽃님 말씀처럼
고집도 소통의 자리에서는
한 번쯤 꺾일 줄 알아야 품격이 되는 것 같습니다.
출판 축하와 조언까지 마음에 잘 담겠습니다.
책 출판을 축하합니다.
나이들어가면 고집이 세어진다고 하여
나는 가능한 고집 부리지 않고 젊은이 의견에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ㅎ
젊은 사람 의견을 들으려는 마음 자체가
이미 고집을 내려놓는 연습인 것 같습니다.
축하 말씀도 잘 받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갓난아기도 고집이 아주 셉니다
젊을 때는 참지만 나이들면 본성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
갓난아이도 고집이 세다는 말씀에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어쩌면 고집은 늙어서 생기는 게 아니라
본래 있던 것이 다시 드러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밌네요.
글 너무 좋네요.
링크 들어가서 더 많은 글들을 봐야겠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반갑습니다.
링크까지 살펴보신다니
글들이 책 안에서도
조용히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책이 참 아담합니다.
많은 분들이 구입해 읽으면 좋겠습니다.
^(^
아담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크게 욕심내기보다
읽는 분들 마음에 잠시 머무는 책이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탁구시인님의 생활 속 지혜가 담긴
책이 널리널리 읽혀지면 좋겠습니다.
생활 속에서 얻은 작은 생각들이
책으로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일 것 같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바라봐 주셔서 힘이 됩니다.
너무나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탁구시인님은 사람의 심리 파악에
탁월 하셔요.^^
책 출간 축하 드려요.
많은분들에게 널리 읽히길 바랍니다.
사람 마음을 조금 들여다보려 했을 뿐인데
그렇게 읽어 주시니 큰 격려가 됩니다.
출간 축하와 따뜻한 응원,
마음에 잘 간직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나는 원래 이래' 이 말이 참 무섭다."
맞습니다. 젊을 때부터 이말을 쓰는 사람도 있습니다. ㅎㅎ
젊을 때부터
“나는 원래 이래”를 자주 쓰는 사람도 있지요. ㅎㅎ
어쩌면 고집은 나이보다
습관에 더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좋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이 글도 참 좋고요.
젊었을 땐 앞날의 꿈이 버팀목이었어요.
이젠 그런 버팀목이 사라지거나 작아지니
지금의 보잘것 없는 자신으로 맞서려하는 것 같습니다.
지면 그만인데도 그렇습니다만
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축하 말씀 먼저 고맙습니다.
젊을 때는 앞날의 꿈이 버팀목이었는데,
나이 들수록 그 버팀목이 작아진다는 말씀에
조용히 공감이 갑니다.
그래도 지금의 나로 하루를 버티고,
때로는 맞서며 살아가는 일도
그 자체로 쉽지 않은 공부인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마음 나누어 주셔서 오래 남습니다.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많은 분들이 읽어서 행복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고집이 있지만 젊어서는 조금 양보했고 웃어 넘겼지요.. 이제 나이를 먹으니 나도 그정도는 안다고 목에 힘주고 우쭐대다 보니 고집이 쉽게 들어나는 것 같습니다. 반성하고 조심하겠습니다.
축하 말씀 고맙습니다.
젊을 때는 관계를 위해
조금씩 웃어 넘기던 일들이,
나이 들수록 “나도 안다”는 마음과 함께
고집처럼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걸 스스로 돌아보고
조심해야겠다고 말씀하시는 마음이
오히려 더 큰 품격처럼 느껴집니다.
좋은 마음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