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으기 빛과 그림자 (한겨레신문 1998년 1월 9일) 장롱 속 금모으기 운동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10돈 중짜리 '별'을 내놓은 옛 장군이 있는가 하면 5천만원 상당의 가게 금붙이를 들고 온 금은방 주인도 있다. 자식들 돌선물로 받은 금반지는 수집 창구마다 그득하다. 지난 5일부터 금을 보으고 있는 주택은행에는 9일 현재 20만명이 25톤 가까운 금을 맡겼다. 국제 시세로 치면 2억5천만 달러에 해당한다. 남대문 지점 이영호 과장은 '금을 맡기려는 시민들이 출입문까지 장사진을 쳐 다른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금모으기 운동은 외채를 갚는 수단이 되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호응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사 줄만하다. 그러나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부작용도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창구가 분산되어 수출에 혼선을 빚는다. 수출 창구는 외국의 몇 개 은행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너도 나도 금을 모아 내밀기 때문이다. 대우 이준우 과장은 '외국 은행과 수출 협상을 하는 도중에 다른 기업들이 뛰어 들어 난처할 때가 있다'며 금모으기 창구를 단일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한꺼번에 금이 쏟아져 나와 국내 처리 시설로는 힘이 부쳐서 외국에서 정련을 해야할 판이다. 국내 정련을 맡고 있는 고려 아연은 한 달에 금 12톤 정도를 소화하는게 고작이다. 나머지는 스위스나 오스트레일리아에 보내 처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을 맡긴 이들에게 수출금을 돌려 주기도 빡빡하다. 금괴를 수입해다가 장신구로 가공해 다시 수출해 온 업체들도 난처함을 호소한다. 환율 폭등으로 가뜩이나 금 들여 오기가 여려운데 들어온 금마져 내다 팔면 어떡하냐는 것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이 전시도 아닌데 마지막 지불 수단을 소진하는 것이 옳은가 묻고 장차 금 부족 현상으로 금 파동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택 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의 호응에 감동하면서도 정작 나와야 될 금덩어리 금송아지는 안나와 답답한 마음이 돌기도 한다 라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