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대형마트나 백화점의 쌀 판매대에 가보면 임금님표 이천쌀이 제일 비싼 가격표를 달고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쌀보다 돈을 더 주고서라도 이천쌀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능률협회컨설팅 브랜드 파워 농산물 부문 1위(2007, 2008년), 산업정책연구원 브랜드올림픽 수퍼브랜드 6회 연속 수상(2003~2008년), 농림부(현 농림수산식품부) 농산물 브랜드 파워 대상 3회 수상(2001, 2003, 2005년) 등이다.
경기도 이천쌀에 임금님표란 브랜드를 처음 사용한 것은 1995년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쌀이 이천의 도정업소를 거쳐 이천쌀로 둔갑하는 일이 성행하자 ‘가짜 이천쌀’을 구분하기 위해 도입했다. 농협중앙회 이천시지부의 이상원 지부장은 “경기도 이천시 소재 10개 지역농협이 함께 ‘임금님표’란 상표를 쓰기로 하고 상표출원을 했다”며 “농산물 공동 브랜드로는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브랜드의 운영ㆍ관리가 순탄치 않았다. 한두 개도 아니고 10개의 지역농협이 모이다 보니 이해 관계가 복잡했다. 96년에는 이천시와 농협ㆍ농민의 공동 출자로 ‘이천쌀사랑 주식회사’가 탄생했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임금님표 이천쌀의 생산에서 가공ㆍ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한군데로 집중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실패를 거듭하며 2001년 청산됐다. 농민들에게 쌀을 사들여 판매하는 권리를 놓고 회사 측과 지역농협들이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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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역농협마다 따로 움직이다 보니 품질 관리 등에서 문제점이 생겼다. 포장지만 해도 여러 종류가 같이 쓰이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2005년의 경우 판매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재고가 쌓여갔다. 결국 협의회는 2006년 해체되고, 시청ㆍ농업기술센터 등 행정기관과 농협ㆍ농민단체ㆍ시의회 등이 손을 잡고 2007년 ‘임금님표 이천쌀 운영본부’를 출범시켰다. 직접 쌀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품질 관리에서 마케팅ㆍ홍보까지 이천쌀의 종합적인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사장은 조병돈 이천시장이 맡았지만 본부장은 민간 전문가를 영입했다.
현재 임금님표 이천쌀은 이천시 10개 읍ㆍ면 9500㏊의 논에서 연간 4만5000t(농민들의 자가 소비 제외)이 생산된다. 품종은 햅쌀용으로 일찍 수확하는 조생종(3.5%)을 제외한 대부분이 추청(94%)이다. 판매처별로는 대형 유통업체(61.5%)가 가장 많고, 중도매인(23%)ㆍ농협(12.6%) 등의 순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2000ssal.co.kr)를 통한 온라인 판매도 한다.
이천쌀 운영본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명품화 사업’이다. 토양과 비료 등에서 일반 논과 차별화된 ‘명품 쌀 재배단지’를 지정, 100%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이런 고품질 쌀 단지는 2007년 500㏊에서 올해는 1500㏊로 늘었다. 이와 별도로 경기도지사 인증 고품질 쌀(G+) 단지도 500㏊에 달한다.
고품질 쌀 단지에서 생산한 쌀은 수매 후 8~10℃의 저온에서 보관하는 등 건조ㆍ저장ㆍ가공 단계에서 특별 관리한다. 임금님표 이천쌀에는 모두 5개의 하위 브랜드가 있는데, 고품질 쌀에는 ‘한오로미’란 이름을 붙여 10㎏ 이하의 소포장으로만 판매한다. 앞으로 ‘한오로미’의 판매 비중을 30%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 가장 많이 팔리는 대중 브랜드인 ‘참결미’, 조생종 햅쌀인 ‘해들미’, 오리ㆍ우렁이 등 친환경 농법의 ‘윤슬미’, 씻어 나온 쌀 ‘청세미’ 등도 있다.
이천쌀은 국내를 넘어 해외 수출시장도 본격적으로 노리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상표 등록을 마쳤고, 일본·중국에도 상표 등록을 추진 중이다. 조병돈 이천 시장은 "쌀 소비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최고 품질의 쌀 생산으로 세계 속의 ‘임금님표 이천쌀'로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