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사발 -길상호(1973~ )
아무런 기척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누가 거기 두고 갔는지
이 빠진 사발은
똑, 똑, 똑, 지붕의 빗방울을 받아
흙먼지 가득한 입을 열었다
그릇의 중심에서
출렁이며 혀가 돋아나 -상상
잃었던 소리를 되살려 놓는 것
둥글게 둥글게 물의 파장이
연이어 물레를 돌리자
금 간 연꽃도 -그릇의 무늬
그릇을 다시 향기로 채웠다
사람을 보내놓고 허기졌던 빈집은
삭은 입술을 사발에 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
첫댓글 빈집이 입술을 사발에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옛 시인이신데 묘사가 차암 좋네요
옛시인 아니야요 젊어요 엄청 수줍음을 타는 시인이죠
@이화은 ㅎㅎ
첫댓글 빈집이 입술을 사발에대고 모처럼 배를 채웠다
옛 시인이신데 묘사가 차암 좋네요
옛시인 아니야요 젊어요 엄청 수줍음을 타는 시인이죠
@이화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