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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아침에 지난 화요일에 방문한 해외에서 오신 손님과 마지막 아침식사를 함께 하고 작별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이후 찾아오는 정치 지도자들, 한반도 문제 전문가와 만나 현재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가을 낙엽이 물드는 여의도에서 길벗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길벗은 종교와 상관없이 방송, 영화. 공연 예술가들이 모여 마음공부와 봉사를 함께 하는 정토회 내 모임으로 매년 4월과 11월에 스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고 있는데 이번이 어느 덧 16년이 지나 스무 번째 강연이라고 합니다.
방송과 영화, 연극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은 프리랜서가 많고 상황 변화가 심해서 심리적 불안과 고민이 많은데 이름이나 얼굴이 알려진 분들이다 보니 선뜻 질문을 하지 못해서, 규모가 작은 장소를 빌려 관계자들만 초대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길벗 대표인 노희경 작가와 가까운 선후배 작가, 연출가 다섯 명이 모여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들으며 시작한 모임이 10년을 훌쩍 넘어가며 매번 250석 강연장을 꽉꽉 채울 만큼 커졌는데, 그동안 수행 공덕인지 올 가을엔 유난히 촬영 중인 감독, 작가, 연예인들이 많다보니 강연을 시작하기 20여 분 전에 200여 석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습니다. 방송을 시작하면 거의 집에도 못 들어가는 이 분야 종사자들의 속사정을 알기에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강연회를 준비하는 길벗 봉사자들 얼굴에 살짝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하지만 10년 동안 강연을 준비해 온 내공 있는 봉사자들은 미리 와서 강연을 기다리는 분들을 위해 <길벗 거리 모금> 영상도 틀고, 스님의 법문을 모티브로 길벗 봉사자들이 직접 극본, 연출, 연기한 <한 줄 드라마>도 상영하며 강연 준비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서서히 비어있던 강연장 좌석들이 차기 시작하더니 스님의 즉문즉설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끝나갈 즈음에도 마지막 5분이라도 듣겠다며 뒤늦게 달려오는 분들이 있어서 250여 석의 자리가 거의 다 찼습니다.
9-3차 입재식에서 사회를 봤던 김지형 아나운서의 사회로 길벗 대표 노희경 작가가 “우리 작정하고 행복해 보자.”는 말로 인사를 했고 이어 강단에 오르신 스님께서 “우리가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나,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것은, 괴로우려고 작정했기 때문이지!” 하시며 즉문즉설을 시작하셨습니다.
질문자가 많아서 인지 스님께서는 평소와 달리 간결하면서도 명쾌하게, 핵심을 찔러 말씀하셨습니다. 첫 질문자는 ‘자기애가 부족한 편이라 남을 위해 하는 일은 즐거운데 나 자신을 위한 노력을 잘하지 않는 것이 고민이라고 했는데 스님께서는 ’나를 너무 위하는 건 집착이고, 쾌락인 것이지 나를 해치지 않으면 문제가 아니다. 아무 문제될 게 없다.’ 고 하셨습니다.
연극배우라는 질문자는 ‘삶의 목표를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놨고, 21살의 청년 배우는 ‘주변에 잘 나가는 배우들을 보다 보면 열등감이 생기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물었습니다. 다른 질문자는 ‘사람을 만나면 자꾸 맞춰주려 했다. 관계는 좋아지는데 내가 너무 힘들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했더니 사람이 변했다며 날 불편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대부분의 질문자들이 스님의 시작 법문에서 고민하던 것들이 풀려 다른 질문을 하게 됐다고 하자, 스님께서
“와아, 역시 머리들이 좋네!”
하셔서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그 후에도 질문은 이어졌는데, ‘지금 너무 행복한데 이 행복이 사라질까봐 순간순간 불안하다는 분’도 있었고, ‘지금 만나는 여자 친구가 전 남자친구랑 사별을 해서 아직도 많이 슬퍼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줘야 할지 고민’이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스님께서 어제 통일대회를 했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두 가지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 중 한 가지는 대회하고 외친다고 평화가 오지 않는다, 두 번째는 스님이 왜 정치를 하냐는 것인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물었습니다. ‘35세의 결혼 1년차인데, 결혼해서 1년 동안 아내와 태어난 아기에게 헌신했으나 최근 들어 자꾸 결혼전에 자유분방하게 살던 습대로 돌아가고 싶어 꿈까지 꾼다’는 분, ‘입재식의 기쁨을 계속 지속하고 싶고 앞으로 만나는 사람과도 이 기쁨을 함께 하려면 어찌해야 하냐’는 분, ‘아까 질문하신 분처럼 순간순간 불안할 때 마음을 어찌 다스려야 할지’를 묻는 분, ‘내가 소속된 단체에서 내가 빠져 나오면 다른 분에게 큰 손해가 날 것 같은데, 이럴 때 내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지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하는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앞서 노희경 작가님이 행복하기를 연습하자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저도 공감합니다. 그리고 하나 덧붙이고 싶은데, 인생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다름 아닌 스스로 행복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괴롭고 싶어서 괴로운 것이지요.
자기가 괴롭고 싶어서 괴로운 사람은 주변에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가 강연에서도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하고 자주 묻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분이 계셔서 그 분과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뭐가 문제예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가 없으면 행복한 것 아닌가요?’
‘그래도 즐겁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질문자는 몸이 건강한가요?’하고 다시 여쭈어봤어요. 그랬더니 대답을 안해요. 그래서 ‘어디 아픈 곳 있어요?’라고 질문을 바꾸어서 물었어요. 그랬더니 ‘아니요’라고 대답을 해요.
여러분, 어떤 것이 건강한 것인가요? 100미터를 12초에 달리고, 턱걸이를 50개 해야 하고, 무거운 역기를 많이 들어야 건강한 것인가요? 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신체에 장애가 있든 없든 아프지 않은 것이 건강한 것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괴롭지 않은 것이 바로 행복한 것입니다. 기분이 들뜬 것이 행복이 아니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고요한 상태가 곧 행복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분이 좋은 것을 행복이라고 오해하곤 합니다. 기분이 좋거나 들뜬 것은 쾌락이라고 합니다. 즉, 행복과는 사뭇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 즐거움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 현상 중 하나인데, 심리적으로 말하면 그건 마음이 들떠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즐거움은 반드시 괴로움으로 뒤바뀝니다. 즐거움이 있으면 반드시 괴로움이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즐거움을 행복으로 삼으면 반드시 괴로움이라는 불행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불행이 없는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행복 삼으면 안 됩니다. 대신 괴롭지 않은 것을 행복으로 삼아야 합니다.
여러분들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이곳까지 오는데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아침에 눈 떴는데 죽지 않았으니까 일어났고, 물이 있어서 세수도 했고, 옷이 있어서 입었고, 밥이 있어서 먹고 나왔고, 차가 있어서 타고 왔고, 직장이 있어서 출근했다가 강연이 있어서 이곳에 왔을 겁니다. 그러니 여기까지 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행복한 거예요.
그런데 기분 좋음이나 쾌락을 행복으로 삼으면 정작 행복 속에 살면서도 그걸 떠나 행복을 갈구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됩니다. 자기가 행복 속에 사는데 그걸 모르기 때문에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여러분과 대화를 나눌 때도 항상 ‘뭐가 문제입니까?’라며 시작합니다. 질문자들은 이것이 문제라며 이야기를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그렇게 질문자 스스로 ‘별 문제가 아니네요.’ 하고 대화를 마무리합니다.
그 과정을 가만히 보면 실제로 어떤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본래 문제가 없는데 내가 문제를 삼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내가 문제를 삼았구나’하고 깨닫게 되면 문제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것이 대화를 통해 가벼워지는 기본 원리입니다.
대화를 나누다보면 우리는 늘 무언가를 문제 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온갖 것으로 문제를 삼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눈곱이 끼는 것부터 문제를 삼기 시작해서, 밥 먹으면서는 반찬을 가지고 문제를 삼고, 세수하면서는 물을 가지고 문제를 삼아요. 옷 입으면서는 옷을 갖고 문제 삼고, 신발장에 가서는 신발을 가지고 문제 삼고, 차를 타면서도 차를 문제 삼습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온갖 것으로 문제를 삼아서 문제를 만듭니다. 그러다가 결국 자기가 만든 문제에 치여서 괴로워합니다. (모두 웃음) 오늘도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같이 나누어보겠습니다. 어떻게 문제를 만들어서 자기를 괴롭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죠. (모두 웃음)”
“저는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21세 청년입니다. 요즘 열등감을 극복하기 어려워서 질문을 드리려 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저는 그 사람들보다 무능력해 보여서 자책을 하게 됩니다. 비교를 하는 것이 좋지 않고 멈추어야 할 거라는 걸 알지만 그게 잘 안되고, 비교한 다음 자책하는 저를 보면 또 한심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걸 어떻게 극복하려고 해요?”
“…”
“극복한다는 것은 그 사람들보다 키도 더 커야 하고, 인물도 잘 나야 하고, 말도 더 잘해야 하고, 연기도 더 잘해야 하잖아요?”
“…네. (청중 웃음)”
“아주 어려운 해결 방법이죠. 질문자가 김제동과 비교를 하면 김제동보다 말을 잘 해야 하고, 다른 연기 잘하는 사람과 비교를 하면 그 사람보다 연기를 잘 해야 할 것이고, 또 젊은 사람과 비교를 하면 나이도 더 젊어져야 할 거예요. (청중 웃음) 그렇게 해결하려고 하면 너무나 어려워요.
그런데 질문자는 지금 이대로도 좋아요. 남과 비교를 하지 않으면 있는 그대로도 좋습니다. 질문자도 나이 때문에 고민이라면 제가 보기에는 한참 때로 보이고, 질문자보다 더 젊은 사람이 질문자를 찾아가면 질문자 눈에는 그 사람이 한참 때로 보일 거예요. 그런데도 배우 분들은 서른만 넘어가도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인물로만 접근하면 나이가 많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연기력으로 바라보면 나이가 들수록 원숙해진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연기자라면 연기로 평가를 받아야지 인물로 평가를 받으려는 것은 합당하지 않아요. 인물이라는 건 내가 노력해서 성취한 게 아니라 부모를 잘 둬서 얻는 것이잖아요. 그것도 실력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모 잘 둔 것도 실력’이라고 말하는 정유라와 같은 관점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청중 웃음)
인물이 잘나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부모의 유산으로 평가를 받는 거잖아요. 그러니 재벌들이 재산을 물려주는 것만 유산이 아니라 인물을 물려주는 것도 유산입니다. 본인의 노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누군가 인물로 받는 좋은 평가에 기댄다면 연기자라고는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물려받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 재벌 2세들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질문자도 연기자로서 살면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한다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으로 키울 수 있는 연기력으로 승부를 걸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연기력은 나이와는 상관없잖아요?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연기력이 무르익어가는 것 아닌가요? 비록 머리는 하얘지고 얼굴에 주름은 늘어갈지 모르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자연스레 연기를 연습하는 시간은 늘어만 가니까 연기력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스님도 법력이 중요하니까 나이가 들수록 좋습니다. 제가 제 법문을 생각해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옛날에는 잘 안 먹혔어요. (청중 웃음) 예전에도 인생 상담을 많이 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스님이 뭘 알까, 결혼을 해본 것도 아니고 자식을 키워본 것도 아닌데 그거 다 책 보고 하는 이야기 아닌가’하는 반응을 많이 보였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이야기를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아마 앞으로 일흔, 여든이 되면 더 잘 먹힐 거예요. 그 정도 나이가 되고 머리가 백발이 되면 해봤는지 안 해봤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치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사람들이 다 믿어 줄 거에요. (청중 웃음)
질문자도 다른 사람과 키나 인물을 비교할 것이 아니라, 우선 지금 이대로 괜찮은 줄 알아야 해요. 지금 이 정도 키와, 이 정도 인물을 갖고, 이 정도의 연기를 하는 것도 세상 사람들에 비해서는 나은 편입니다. 특출난 사람과 비하면 부족하긴 해요. 그런데 그들과 비교하면 질문자가 톱스타가 되지 않는 한 남은 인생 내내 열등의식 속에 살게 됩니다.
설령 질문자가 톱스타 대열에 들어선다고 해도 아마 계속 불안과 초조 속에서 살게 될 거예요. 영원한 톱스타라는 건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톱스타는 바뀌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톱스타라는 것에 너무 얽매이면 설령 그 대열에 들어서도 언제 다음 톱스타가 내 자리를 차지할지 모르기 때문에 늘 불안 속에 살아야 해요. 그러다가 톱스타 자리에서 내려오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좌절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사는 인생은 잘 되면 잘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대로 괴로움이 이어지는 길입니다. 즉, 비교해서 올라가려고 할 때는 못 올라가서 열등하게 살게 되고, 요행히 톱스타 자리에 올라가도 불안하게 살게 되고, 그 자리에서 내려올 때는 좌절 속에 살게 됩니다. 이것이 지금 질문자가 갖고 있는 인생관에서는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삶이에요.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욕심이 불행을 만드는 거예요. 연기자라면 그냥 연기를 열심히 하면 돼요. 나의 연기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가는 좋든 나쁘든 그들의 평가일 뿐이에요. 역사 속에 있는 글, 문학작품, 음악, 미술작품 중에도 당대에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나서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평가가 그 작품의 진면모는 아닙니다. 평가는 그저 그 시대 사람들의 반응일 뿐이에요. 그러니 작품을 하는 사람이 타인의 평가에 너무 놀아날 이유는 없습니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고 개선해 나가면 되지 평가에 전전긍긍하면 남의 평가에 놀아나는 허수아비에 불과하게 됩니다. 자기는 자기대로 살면 되지, 남의 평가에 놀아나는 노리개로 살 이유는 없잖아요.”
“네, 알겠습니다.”
“사람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들에게 사람들의 평가가 크게 다가온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렇지만 거기에 크게 의미를 두게 되면 스스로의 삶이 불행해집니다. 타인의 평가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그래서 불행한 연예인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인기가 없을 때는 열등의식 속에서 살게 되어 불행하고, 인기를 얻게 되면 그 인기를 유지하느라 힘이 들고, 인기가 떨어지면 또 떨어져서 힘들어해요.
요즘은 꼭 연기자, 가수나 영화배우만 연예인이 아닙니다. 운동선수도 거의 연예인과 같은 삶을 삽니다. 성적과 팬들의 반응에 따라 대우가 달라져요. 그러다보니 운동선수들도 1군에 있다가 2군으로 떨어지기라도 하면 커다란 좌절감에 시달립니다. 야구선수는 야구하는 것을 재미로 삼고 골프선수는 골프 치는 것을 재미로 삼아야 하는데, 등수에 목매달면 시합에 나가는 것 자체가 힘들어집니다.
일반 사람들은 골프장 비용을 내어가며 골프를 쳐도 즐거워하는데, 골프선수는 돈을 받고 치는데도 힘들어 해요. 사실 그건 돈을 받아서 힘든 거예요. 돈을 주면 놀이지만, 돈을 받으면 노동입니다. 놀이 삼아서 치되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해요. 누구보다 잘하기 위해 노력할 게 아니라 그저 내 자신을 대상 삼아서 자기 단련으로만 꾸준히 해나가면 됩니다.
학생도 그냥 열심히 공부하면 되지 성적이나 등수에 연연할 필요는 없어요. 그냥 노력해가는 과정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많으면 등수가 내려가고, 나보다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등수는 올라가는 것뿐이에요. 즉, 평가는 내 주변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를 알려주는 것이지 내 실력이 얼마인가를 알려주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 자기 일에 충실하면 평가에는 연연하지 않아도 됩니다.
질문자도 남과 비교하지 말고, 그저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관점을 지니면 좋겠다 싶어요.”
“네, 말씀 감사합니다.” (청중 박수)
“즐거움으로 행복을 삼지 마세요. 그것은 쾌락이기 때문에 조만간 괴로움이 올 뿐입니다. 기분 좋음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라 기분 좋고 나쁨의 폭이 크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려 가는 것이 수행이에요. 특히 연기 쪽 일이 남의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 경쟁도 치열하고, 톱이 되기 전에는 늘 열등감에 시달리고, 톱이 되면 밀려날까 늘 불안하고 떨어지면 좌절하게 되니 마음의 평정심을 갖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법회가 끝나고 길벗에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강연회에 오신 분들에게 추첨을 통해 스님의 책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질문도 하고 추첨에도 당첨됐던 한 분은 마음의 선물도 받고 책도 선물 받아 완전 행운이라며 아이처럼 좋아했습니다.
스님께서는 처음 풋풋했던 봉사자들이 어느덧 중년이 되어 가고 20대 젊은 세대로 교체되어 가는 속에서 기념 촬영을 하시고, 내년 봄 강연에 다시 보자고 격려해주셨습니다.
함께 만든 사람
김명호(글) 양동진(사진) 조태준(녹취) 박효정(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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