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번뇌(百八煩惱)
백팔번뇌(百八煩惱)는 유정이 가진 번뇌에 108종이 있다는 뜻으로, 사실상 모든 번뇌를 의미한다. 백팔결(百八結) 또는 백팔결업(百八結業)이라고도 하는데, 백팔번뇌의 구성방식에 대해서는 3가지 다른 견해가 있다.
첫 번째는 대승불교의 중관학파의 논서《대지도론(大智度論)》 제8권과 대승불교 일반의 논서 《대승의장(大乘義章)》 제6권 등에 따른 것으로, 98결(九十八結)과 10전(十纏)을 합한 것이다.
두 번째는 대승불교 경전인 《명도오십교계경(明度五十校計經)》과 대승불교의 천태종의 논서인 《지관보행전홍결(止觀輔行傳弘決)》 제5권에 따른 것으로, 6근(六根)으로 6진(六塵)을 분별하는 양상에 108가지가 있는 것에 근거하여 백팔번뇌를 세우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역시 《지관보행전홍결(止觀輔行傳弘決)》 제5권에 따른 것으로, 6근(六根)으로 6진(六塵)을 분별하는 양상에 또 다른 108가지가 있는 것에 근거하여 백팔번뇌를 세우는 것이다.
첫 번째 방식: 98 + 10
대승불교의 중관학파의 논서 《대지도론》 제8권과 대승불교 일반의 논서 《대승의장》 제6권에 따르면, 백팔번뇌는 98결(九十八結)과 10전(十纏)을 합한 것이다. 98결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번뇌론에서 수면 즉 근본번뇌를 3계 5부로 구분했을 때 얻어지는 98수면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10전은 근본번뇌(즉, 간략히는 6수면, 자세히는 98수면)를 따라 일어나는 수번뇌들 가운데 특정한 10가지를 말한다. 따라서, 백팔번뇌는 3계의 모든 근본번뇌와 특정한 10가지 수번뇌를 합한 것으로, 사실상 모든 번뇌를 의미한다.
《대지도론》 제8권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인용문에서 《가전연자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은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의 개조인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의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을 말하고, 독자아(犢子兒)는 부파불교의 한 부파로, 설일체유부에서 갈라진 부파인 독자부(犢子部)를 말한다. 그리고 2종결(二種結) 즉 두 가지 결에서 애욕에 속하는 것[屬愛]은 수혹(修惑)을 말하고 견해에 속하는 것[屬見]은 견혹(見惑)을 말한다. 또한 음욕에 속하는 것[屬婬]과 성냄에 속하는 것[屬瞋]과 어리석음에 속하는 것[屬癡]의 3종결(三種結) 즉 세 가지 결은 3가지 근본번뇌인 탐(貪) · 진(瞋) · 치(癡)의 3박(三縛) 즉 3불선근(三不善根) 즉 3독(三毒)을 말한다.
「纏」者,十纏:瞋纏、覆罪纏、睡纏、眠纏、戲纏、掉纏、無慚纏、無愧纏、慳纏、嫉纏。 復次,一切煩惱結繞心故,盡名為「纏」。 「煩惱」者,能令心煩,能作惱故,名為「煩惱」。煩惱有二種:內著,外著——內著者,五見、疑、慢等;外著者,婬、瞋等;無明內外共。 復有二種結:一、屬愛;二、屬見。 復有三種:屬婬,屬瞋,屬癡。 是名煩惱。 纏者,有人言「十纏」,有人言「五百纏」。 煩惱名一切結使:結有九結,使有七,合為九十八結。 如《迦旃延子阿毘曇》義中說:十纏,九十八結,為百八煩惱。 《犢子兒阿毘曇》中結使亦同;纏有五百。 如是諸煩惱,菩薩能種種方便自斷,亦能巧方便斷他人諸煩惱。
얽매임[纏]이라 함은 열 가지 얽매임[十纏]을 말한다. 곧 성냄의 얽매임[瞋纏] · 죄를 숨김의 얽매임[覆罪纏] · 졸음의 얽매임[睡纏] · 잠의 얽매임[眠纏] · 희롱의 얽매임[戲纏] · 들뜸의 얽매임[掉纏] · 제 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慚纏] · 남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無愧纏] · 인색함의 얽매임[慳纏] · 질투의 얽매임[嫉纏]이다.
또한 일체의 번뇌는 마음을 얽어매는 까닭에 모두 일컬어 얽매임[纏]이라 한다.
번뇌라 함은 능히 마음을 번거롭게 하고[能令心煩] 괴롭히기[能作惱] 때문에 번뇌라 한다.
번뇌에 두 가지가 있으니, 내적인 집착[內著]과 외적인 집착[外著]이다. 내적인 집착이란 다섯 가지 견해[五見]와 의심[疑]과 교만[慢] 등이요, 외적인 집착이란 음욕[婬] · 성냄[瞋] 등이다. 무명(無明)은 안팎에 동시에 속한다.
다시 두 가지 결[二種結]이 있으니, 첫째는 애욕에 속하는 것[屬愛]이요, 둘째는 견해에 속하는 것[屬見]이다.
또한 세 가지[三種]가 있으니, 음욕에 속하는 것[屬婬]과 성냄에 속하는 것[屬瞋]과 어리석음에 속하는 것[屬癡]이다.
이것을 번뇌라고 한다.
얽매임[纏]이라 했는데,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열 가지 얽매임[十纏]이 있다”고 하며,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5백 가지 얽매임[五百纏]이 있다”고 한다.
번뇌를 일체의 결사(結使)라 하는데, 결(結)에는 아홉 가지[九結]가 있고, 사(使)에는 일곱 가지가 있어 합치면 98결(九十八結)이 된다.
《가전연자 아비담(迦旃延子阿毘曇)》에 말하기를 “10전(十纏)과 98결(九十八結)이 합해 108번뇌(百八煩惱)가 된다. 《독자아의 아비담(犢子兒阿毘曇)》 가운데에서는 결(結)과 사(使)는 같은 것으로 5백의 얽매임[五百纏]이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모든 번뇌를 보살은 능히 갖가지 방편으로 스스로 끊으며, 또한 교묘한 방편[巧方便]으로써 다른 사람의 번뇌들도 끊게 한다.
— 《대지도론》 제8권. 한문본 & 한글본
98결(結)
98수면(九十八隨眠) · 98근본번뇌(九十八根本煩惱) 또는 98사(九十八使)는 수면(隨眠) 즉 근본번뇌를 3계와 5부의 측면에서 세분하여 얻어지는 98가지의 근본번뇌들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98수면 · 98근본번뇌 또는 98사는 탐(貪) · 진(瞋) · 만(慢) · 무명(無明, 癡) · 유신견(有身見) · 변집견(邊執見) · 사견(邪見) · 견취(見取) · 계금취(戒禁取) · 의(疑)의 10수면 즉 10근본번뇌를 욕계 · 색계 · 무색계의 3계로 구분한 후 다시 3계 각각의 모든 근본번뇌 각각을 견고소단 · 견집소단 · 견멸소단 · 견도소단 · 수도소단의 5부로 구분하여 얻어지는 98가지의 근본번뇌들을 말한다. 견고소단 · 견집소단 · 견멸소단 · 견도소단의 4부를 통칭하여 견소단(見所斷) · 견혹(見惑) · 분별기(分別起) 또는 미리혹(迷理惑)이라 하고, 수도소단의 1부를 수소단(修所斷) · 수혹(修惑) · 사혹(思惑) · 구생기(俱生起) 또는 미사혹(迷事惑)이라 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10수면 즉 10근본번뇌가 3계로 나뉘고 다시 5부로 나뉘는 것이므로 10 X 3 X 5 = 150가지의 근본번뇌가 있어야 하지만, 10근본번뇌 가운데 3계 모두에 존재하지는 않는 근본번뇌가 있고 또한 5부 모두를 갖추지 않은 근본번뇌들도 있기 때문에 98가지가 된다.
그리고 모든 번뇌는 근본번뇌와 수번뇌로 나뉘는데, 수번뇌는 근본번뇌로부터 2차적으로 생겨난 번뇌들이다. 따라서 근본번뇌가 끊어지면 당연히 그것의 수번뇌들도 끊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근본번뇌를 3계 · 5부의 측면 또는 관점에서 나누어 얻어진 98수면은 사실상 모든 번뇌가 어느 계(界)에 존재하며 수행계위상 언제 끊어지는가를 보여주는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98수면은 불교의 수행론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는 '번뇌 분류법'이다. 98수면은 88가지의 견소단 · 견혹 · 분별기 또는 미리혹과 10가지의 수소단 · 수혹 · 사혹 · 구생기 또는 미사혹으로 구성되어 있다.
10전(纏 : 얽을 전)
설일체유부의 논서 《구사론》 제21권에 따르면, 10전(十纏)은 다음의 10가지 수번뇌를 말한다.
무참(無慚): 죄과를 범하고도 스스로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지 않음
무괴(無愧): 죄과를 범하고도 남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지 않음
질(嫉): 질투, 다른 이의 좋은 일에 대해 기뻐하지 못함
간(慳): 재물이나 교법에 매우 인색함
회(悔): 지나친 후회(後悔) 또는 추회(追悔), 악작(惡作)
면(眠): 수면(睡眠), 잠, 암매(闇昧: 흐리멍덩함, 어리석고 몽매함), 게으름
도거(掉舉): 들뜸, 불안정, 산란
혼침(惛沈): 침울, 무기력
분(忿): 분노(憤怒: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격노
부(覆): 죄과를 은폐함
용수의 《대지도론》 제8권에서는 10전(十纏)을 다음과 같은 순서와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진전(瞋纏): 성냄의 얽매임 - 분(忿)
부죄전(覆罪纏): 죄를 숨김의 얽매임 - 부(覆)
수전(睡纏): 졸음의 얽매임 - 혼침(惛沈) (?)
면전(眠纏): 잠의 얽매임 - 면(眠)
희전(戲纏): 희롱의 얽매임 - 회(悔) (?)
도전(掉纏): 들뜸의 얽매임 - 도거(掉舉)
무참전(無慚纏): 제 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 - 무참(無慚)
무괴전(無愧纏): 남부끄러움 없음의 얽매임 - 무괴(無愧)
간전(慳纏): 인색함의 얽매임 - 간(慳)
질전(嫉纏): 질투의 얽매임 - 질(嫉)
두 번째 방식: 6(六根) × 3 호(好· 惡 · 平) × 2(염染 · 정淨) × 3(과거 · 현재 · 미래)
대승불교 경전인 《명도오십교계경(明度五十校計經)》과 대승불교의 천태종의 논서인 《지관보행전홍결(止觀輔行傳弘決)》 제5권의 5에 따르면, 백팔번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립된다.
안眼 · 이耳 · 비鼻 · 설舌 · 신身 · 의意의 6근[六根=안식(시각) · 이식(청각) · 비식(후각) · 설식(미각) · 신식(촉각)의 5식(五識)+ 제6식인 의식(意識)]이 색色 · 성聲 · 향香 · 미味 · 촉觸 · 법法의 6진(六塵)을 대할 때 호(好: 좋아함) · 오(惡: 싫어함) · 평(平: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음)의 3가지로 분별하기 때문에 총 18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18)
이 18가지 번뇌의 각각이 다시 염(染) · 정(淨)의 2가지로 나뉘기 때문에 총 36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2 = 36)
이 36가지 번뇌가 다시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三世)로 배대되어 총 108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2 × 3 = 108)
세 번째 방식: [6(六根) × 3(苦受·樂受·捨受) + (6(六根) × 3(好· 惡 · 平) × 3(과거 · 현재 · 미래)
대승불교의 천태종의 논서인 《지관보행전홍결(止觀輔行傳弘決)》 제5권의 5에 따르면, 백팔번뇌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성립된다.
안 · 이 · 비 · 설 · 신 · 의의 6근(六根)이 색 · 성 · 향 · 미 · 촉 · 법의 6진(六塵)을 대할 때 고수(苦受) · 낙수(樂受) · 사수(捨受)의 3수(三受)로 분별하기 때문에 총 18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18)
또한 6근(六根)이 6진(六塵)을 대할 때 호(好: 좋아함) · 오(惡: 싫어함) · 평(平: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음)의 3가지로 분별하기 때문에 총 18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18)
따라서 이 둘을 합하여 6근이 6진을 대할 때 총 36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6 × 3)) = 36)
이 36가지 번뇌가 다시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三世)로 배대되어 총 108가지의 번뇌가 있다. (((6 × 3) + (6 × 3)) × 3 = 108)
백팔번뇌(百八煩惱)
요약 : 불교에서 108가지로 분류한 중생의 번뇌.
백팔결(百八結)이라고도 한다.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중생의 눈 ·귀 ·코 ·혀 ·몸 ·뜻(마음) 등의 감각기관이 감관의 대상을 접할 때, 저마다 좋다[好], 나쁘다[惡], 그저 그렇다[平等]는 세 가지가 서로 같지 않아서 18가지 번뇌를 일으킨다. 또 괴로움[苦] · 즐거움[樂] ·괴로움도 즐거움도 아닌[捨] 것과 관련지어 18가지 번뇌를 갖게 된다. 이들을 합한 36가지 번뇌가 다시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갖기 때문에 36가지 번뇌에 3배를 하면 108가지 번뇌가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두어, 108개의 목환자를 꿰어 만든 108수주(數珠:염주)를 만들어 돌리면서 삼보(三寶)를 생각하면 108가지 번뇌를 없애고 수승(隨乘)한 과(果)를 얻는다고 하여 널리 신행(信行)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번뇌를 108종으로 세분해 본 것일 뿐, 그 근원은 하나이다. 그것은 본래의 자기인 일심(一心)을 잃는 데서 오는 것이므로, 일심을 잃지 않도록 하고, 또 잃더라도 빨리 되찾는 것이 백팔번뇌를 끊는 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