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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간 팀워크 맞춰온 직원들에 감사
오래된 단골들이 특히 자주 찾는 클래식 메뉴는 창업 때부터 인기 있었던 ‘라쿠치나 라구소스 탈리아텔레’다. 쉽게 말해 미트소스를 올린 파스타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메뉴를 흔하게 맛볼 수 있지만 이 집만큼 맛있게 하는 곳이 드물다는 손님들이 많다. 주문을 하면 직접 뽑은 두툼한 탈리아텔레 생면에 고기를 갈아 만든 미트소스를 듬뿍 끼얹어 준다. 촉촉한 소스를 면에 비벼서 포크로 돌돌 말아 한입 맛보면, 다진 고기와 토마토의 진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훅 스치는 스파이시한 향이 나른한 봄의 미각을 일깨운다. 뒤이어 전해지는 생면만의 촉촉하고 부드러움! 놀라우리만치 쫄깃한 탄력에 감동하게 된다. 집밥처럼 푸근한 담음새의 파스타 한 접시에 입과 온몸을 행복하게 하는 최고의 내공이 담겨 있다.
같은 미트소스로 만든 라자냐도 여전히 인기다. 다만 라자냐는 오븐에 다시 굽기 때문에 건면을 사용해서 최적의 맛을 낸다. 나이프로 한입 크기로 잘라 입에 넣으면 치즈와 미트소스를 입은 라자냐가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 이곳은 조리사들의 사관학교라 불릴 만큼 양식조리사라면 한 번쯤 거친다는 그런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음식의 기본이 남달리 탄탄하다.
“변화에 흔들리는 음식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음식을 하고 싶어요.”
장 대표는 오랜 세월 육수나 소스 등의 맛을 제대로 지켜오면서 음식의 중후한 느낌을 강조한다. 또한 요즘의 팬시한 디스플레이보다는 풍성한 담음새, 구수한 우리네 된장찌개 같은 클래식한 음식 맛을 고집한다. 그렇다고 진부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비슷해 보이지만 현대적인 트렌드를 연구하고 계속 맛을 발전시켜왔기에 음식의 완성도가 대단하다. 미트소스도 그동안 계속 최고의 맛을 찾아 발전해왔다.
쇠고기는 고소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한우와 담백한 맛이 좋은 미국산, 그리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돼지고기를 섞어 먼저 볶아서 기름기를 제거해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살린다. 여기에 손으로 일일이 다진 야채와 비프스톡 등을 넣어 되직하게 끓인 뒤 토마토소스를 섞어 맛을 낸다.
육수나 소스를 비롯한 모든 음식은 주방에서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다. 비프스톡 하나만 보더라도 스테이크 등 메인 요리에 쓰이는 최고급 쇠고기의 자투리를 모아서 우려내기에 육수용 고기를 사용하는 곳과는 맛의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베이컨이나 생햄, 피클까지 일일이 만든다.
“무엇보다 음식의 감칠맛을 조미료가 아닌 자연 재료에서 찾는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껴요.”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이 집 음식은 맛이 자연스럽고 속이 편하다. 양식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자 2007년엔 기내식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때부터 줄곧 아시아나항공 1등석의 양식 메뉴와 요리법을 ‘라 쿠치나’에서 개발하고 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지 ‘자갓 레이티드’에서 꼽은 서울의 고급 레스토랑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이탈리아의 권위 있는 음식과 와인 매체인 ‘감베로 로소’의 30주년 기념 와인시음회 서울 행사에서 ‘베스트 이탈리안 와인 리스트를 구비한 레스토랑’으로도 뽑혔다.
요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흔해졌다. 잘한다는 곳도 많고 멋스럽고 인기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집처럼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함께 찾는 집은 드물다. 변화하는 세월 속에 ‘라 쿠치나’가 오랜 세월 꾸준히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장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우리집만의 깊은 음식 맛과 오랜 세월 팀워크를 맞춰온 직원들 덕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