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逆) 남파랑길(네 번째 - 4)
(회진항∼보성다원, 2023년 5월 27일-28일)
瓦也 정유순
사촌리 끝자락에 하얀 감자 꽃이 핀 감자 밭을 만난다. 충청북도 충주 출신 항일시인 권태응(權泰應, 1918∼1951)의 <감자 꽃>이란 시에서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라고 노래했다. 우리 어려서는 감자 꽃이 피면은 감자 씨알이 작아진다고 꽃대가 나오기가 무섭게 집어냈는데, 지금은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 감자 꽃을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하얀 감자꽃>
사촌리 다음으로 발길이 닿은 곳은 안양면 수문리다. 수문리는 1747년까지 수문포라 표기되던 마을로 속칭 숨포라 했다. 수문포는 장흥의 관문이며 왜구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 곳으로 추측된다. 여닫이 해안 소공원에는 <정남진종려거리조성기념탑>이 우뚝하다. 장흥의 중심을 지나는 국도 18호선의 가로변인 안양면 수양리에서 보성군과의 경계인 수문리 용곡마을까지 종려나무 1,500여 그루를 심고 2004년 12월에 이 탑을 세웠다. 기념탑 한 면에는 한승원의 시 <종려나무길 따라 오신 당신께>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정남진 종려나무거리 조성기념탑>
종려(棕櫚)나무는 야자과(科)에 속하는 3-7m의 상록 교목으로 시나이 반도의 오아시스에서 주로 발견된다. 성경에 언급된 종려나무는 ‘대추야자’를 말한다. 나무는 건축용으로 사용되며 열매는 식용이 가능하다. 특히 종려나무 가지는 곧고 수려하게 뻗은 아름다운 외형 때문에 영광과 아름다움, 기쁨과 승리 등을 상징하여 개선하는 전쟁 영웅들을 환영하는 행사에 많이 사용되었고, 또 귀인들을 뜻하기도 했다.
<종려나무 - 네이버캡쳐>
수문리(水門里)에 있는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1km, 너비 300m로 수온이 따뜻하고 경사가 완만해 피서지로 적합하다. 백사장 뒤편에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일림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담수가 있어 담수 욕도 즐길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음성나환자들을 태우고 소록도로 가기 위해 정기여객선을 기다리다 더위에 지친 일본관헌과 나환자들이 이곳에서 목욕을 하였더니 나병이 완치되어 해수욕장으로 개장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수문리해수욕장>
수문항 어귀에는 큰 키조개가 서있다. 이곳은 매년 장흥 키조개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키조개는 모양이 ‘알곡을 고르는 키’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과 충남 천수만, 경남 진해만 등에서 자연산이 잡히고 있다. 하지만 2004년도에 우리나라 최초로 키조개양식어장이 수문 앞바다에 허가가 났다. 한승원은 그의 소설 키조개에서 키조개는“장흥의 특산품이며, 이 고장의 정신적 원형”이라고 표현했다. <키조개상설전시판매장>도 보인다.
<안양면 수문리 키조개탑>
수문리를 지나면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다. 보성군(寶城郡)은 전라남도의 남단 중앙부에 있는 군이다. 동쪽은 망일봉(652m)·백이산(582m)·제석산(560m)을 경계로 순천시와, 북서면은 까치봉(572m)·말봉산(589m)·장재봉(550m) 등을 경계로 화순군과, 서쪽은 벽옥산(479m)·금성산(398m) 등을 경계로 장흥군과, 남쪽은 병풍산(479m)·봉두산(426m)·비조암(456m)을 경계로 고흥군과 접한다. 득량만과 순천만이 남쪽에 연해 있다. 군 소재지인 보성읍을 비롯하여 2개 읍 10개 면을 관할한다.
<장흥에서 보성으로 넘어 가는 고개>
회천면(會泉面)은 보성군의 서남부에 있는 면이다. 북동쪽으로 득량면, 남서쪽으로 일림산을 경계로 장흥군 안양면, 북서쪽으로 활성산을 경계로 보성읍·웅치면에 접하며 남쪽으로 보성만에 면한다. 바다와 연한 남동쪽을 제외하고는 일림산(668m) 등 산지로 둘러싸여 있다. 남동쪽은 남해의 득량만에 면해있다. 회천천과 화죽천이 각각 동부와 서부를 남류하여 득량만으로 흘러들며, 이들 유역에는 비교적 낮은 해안평야를 형성한다.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해안>
국도 18호 남부관광로를 따라 회천면 전일리 고개를 넘으면 모래가 고운 전일리 군학마을 해안이 넓게 펼쳐진다. 군학(群鶴)마을 입구에는 수령(樹齡) 520년 이상 된 느티나무가 마을을 지킨다. 이 나무는 높이가 16m이고, 둘레가 6.2m로 표시 되어 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주민들의 휴식처로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눈에 띠는 문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보성군 회천면 군학마을>
바로 충무공 이순신의 그 유명한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장계(狀啓)에 나온 어록이다. 이 장계를 작성하여 올린 곳이 보성읍에 있는 열선루이고, 군학마을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 돼 군사와 군량 등을 모으고 첫 출정을 나간 곳으로, 군영지 석축 일부와 우물, 활 사장 등의 역사유물이 현존하고 있다. 그리고 장계를 올린 사흘 뒤인 8월18일 이곳 군영구미(軍營仇未, 군학마을의 옛 이름)에서 바다로 나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
전일리를 지나면 율포리다. 율포리(栗浦里)는 자연마을로는 율포와 장목마을이 있으며, 청정해역인 득량만의 율포해수욕장이 있다. 마을의 이름은 이곳의 지형이 “늙은 쥐가 밤을 주워 먹는” 형국이고, 해안에 즐비한 암석을 밤에 비유하여 밤율(栗), 개포(浦)자를 써서 율포(栗浦)라 했다. 장목마을의 이름은 마을 뒷산에 범무골이란 곳이 있어 송아지를 놓아먹이지 못하고 감추어 먹였다 하여 감출장(藏), 먹을목(牧)자를 써서 장목이라 했다.
<율포리에 있는 회천면 행정복지센터>
율포해수욕장(栗浦海水浴場)은 백사장 길이 1.2km, 너비 60m로 회천면 율포리와 동율리에 이어져 있다. 깨끗한 바닷물과 모래, 50~60년생 곰솔 숲이 어우러져 경치가 좋고, 1991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관광지 안에는 120m에서 솟는 심해수로 해수풀장을 만들었고 해수녹차온천탕은 지하해수와 보성지역에서 생산되는 녹차 잎을 우려낸 녹수탕에서 목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율포리 해변>
동율리(東栗里)는 득량만을 앞바다로 두고 있으며 율포리의 동쪽이 되므로 동율 또는 동촌이라 하였고, 대표적인 자연마을로는 우암 만수 등이 있다. 우암(牛岩)마을의 지명은 마을 동쪽에 있는 산(꽃동산)이 소머리(牛頭)와 같이 보이며, 마을 앞 바다에 많은 바위를 소바위이라 불렀다고 한다. 만수마을은 사방에 나무가 무성하여 만수(萬樹)라 했다고 한다. 우암로를 따라 율포선착장 입구를 돌아서는데 이름 없는 한 쌍의 석상이 장승처럼 서있다.
<동율리 이름 없는 석장승>
군농리(郡農里)는 바다에 접해 있으며 대부분 평지와 낮은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율포솔밭해수욕장에서 다향길 을 따라 30여 분을 느릿느릿 걷다 보면 회천면 군농리 금광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은 율포해수욕장에서 서당리까지 가는 다향길 2구간(7.7㎞)의 중간 정도에 있다. 금광마을의 진가는 태양이 득량만 바다에 미광을 비출 때 나온다는데, 우리는 이번 여정의 끝내고 귀가하는 과정에서 <보성녹차밭>으로 이동한다.
<동율리 해변의 텐트촌>
<보성녹차밭>은 활성산(活城山, 466m) 자락에 온통 푸른 이랑들이 펼쳐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인 대한다원(大韓茶園)이다. 이곳은 1939년 일본인에 의해 개원한 다원이었으나,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된 곳을 1957년에 대한다업주식회사가 설립하면서 이 차밭을 사들여 1962년부터는 홍차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후 다른 회사도 들어와 차밭의 규모는 점점 커졌다. 그러나 일본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이미 이곳은 차의 산지로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 지리지> 등에 기록되어 있었다.
<보성녹차밭 입구 삼나무 숲>
매표소에서 녹차 밭으로 들어가는 삼나무 길은 피톤치드가 넘쳐난다. 차밭 조성과 함께 삼나무, 편백나무, 주목, 향나무, 은행나무 등 약 300만 그루의 관상수와 방풍림으로 심었는데, 삼나무 숲 가운데로 난 길은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 되어 우리나라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삼나무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언덕으로 약 580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는 차밭이 넓게 펼쳐진다. 계단과 길을 따라 전망대까지 올라 녹차 밭 풍경을 둘러본다.
<보성녹차밭>
차는 가공 방법에 따라 서양 홍차와 같은 발효차와 중국 우롱차 등의 반 발효차, 그리고 찻잎을 증기로 찌거나 가마솥에 덖은 후 손바닥으로 비벼서 만드는 차들이 있다. 그러나 이곳 보성에서 나는 차는 대량 생산을 위해 증기로 쪄서 만든다. 보성군에서는 1985년부터 해마다 봄철 곡우가 지나면서 시작되는 차 수확 철에 맞춰 다신제(茶神祭)를 시작으로 찻잎 따기, 차 만들기, 차 아가씨 선발, 다례시범 등 전국에서 유일한 차 문화제인 보성 다향제가 열린다. (完)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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