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으로 봄의 멋진 풍경들이 언듯 언듯 지나가고, 중앙선 열차가 강원도와 충청도의 경계를 넘어 낙동강 물줄기가 휘감아 도는 경상도의 작은 마을에 기자를 내려놓는다. 이곳이 바로 양반, 선비의 고장인 내 고향 안동. 봄이면 벚꽃이며 개나리꽃이 가는 곳마다 지천으로 피어 있고 지나가는 사람 들마다 “밥 잡수셨니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서 인정이 가득 넘쳐 흐르는 곳, 동무들끼리 모 여 해가 지도록 흙놀이를 하고, 계곡에서 돌을 뒤집어 바가지 한 아름 줍던 골부리. 부유하지는 않 았지만 넉넉함은 가진 내 어릴 적 동심(童心)의 기억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어린 시절 꿈의 일부를 끊임없이 흔들며 철거덕거리던 낙동강변 철로변. '칙칙폭폭’ 오늘도 변함없이 중앙선 열차는 향수 를 찾아 떠나 온 사람들을 따스히 안동역에 내려놓겠지?
옛 선인들의 삶을 스크린에 투영시키다!
경북 안동. 퇴계 이황과 서애 유성룡으로 등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의 숨결이 스며있는 곳으로 유교 문화뿐만 아니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봉정사를 중심으로 불교 문화도 발달한 명소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 들어서면 곳곳에 자리잡은 서원, 사찰, 고택들이 길 가던 나그네를 압도한다 가느다란 바늘 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 없는 특유의 깐깐함이 있지만 그 깐깐함 속에서 우러 나오는 진한 인간미가 가득한 한국 속의 작은 한국 안동. 눈을 감고 명상에 젖노라면 옛선인들의 삶이 스크린의 영상이 되어 흐른다. 고서에 묻혀 학문에 취 하고 정자 위에서 자연을 벗 삼아 음미하며 때로는 풍류를 논했던 선비들의 삶의 궤적과 멋의 자취 를 쫓아가 본다.하회마을은 마치 물에 떠있는 연꽃같은 연화부수형 지형이다
숨겨두었던 비경을 두루마리 그림처럼 펼쳐 놓다!! - 하회마을 안동 하면 가장 먼저 ‘하회마을’ 이 떠오르듯 하회마을은 안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관광 명 소이다. 물 하(河)자에 돌 회(回)자를 붙인 하회마을은 마치 물에 떠있는 연꽃과 같은 '연화부수형 지형으로 하회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보려면 64m 높이의 부용대 정상에 올라가 보는 것이 좋다. 부 용대를 가기위해서는 일단 하회마을을 돌아서 화천서원 앞 주차장까지 가야 한다. 화원서원 담벼락 에는 '부용대 450보'라는 친절한 설명의 간판이 있는데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450보가 정말 맞 는지 세어보면서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서애 류성룡 선생이 기거하던 옥연정사겸암 류운룡 선생이 기거하던 겸암정사
부용대에 올라서면 하회마을의 풍수가 한 눈에 들어온다. 물줄기에 포근하게 감싸인 마을의 모습이 주변 경관과 참 잘 어울린다. 부용대의 좌우에는 옥연, 겸암정사가 있는데 고색창연한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만년에 기거하면서 임진왜란 때의 일을 기록한 국보 132호‘징비록’을 저술한 곳이다. 최근에는 영화 '조선남녀상열지사'의 촬영 장소로도 이용되기도 했다. 겸암정사는 겸암 류 운룡 선생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가르치던 곳으로 부용대에서 모두 15분 정도 걸린다.하회마을의 종가인 양진당하회의 아크로폴리스광장인 삼신당
하회마을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식의 살림집들이 옛모습을 간 직한 채 남아있다. 솟을 대문을 세운 거대한 규모의 양진당, 충효당, 북촌댁, 주일재, 하동고택 등 의 양반가옥인 기와집과 작은 규모에서부터 제법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서민가옥인 초가집들이 길 과 담장을 사이에 두고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낙동강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병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 병산서원
사계절이 아름다운 절묘한 경치와 뛰어난 건축물로도 유명한 병산서원
조선시대 세워진 수많은 서원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인 병산서원은 하회마을에서 낙동강 줄기를 따라 4㎞가량 떨어진 곳에 있다. 하회마을에서 화산을 넘어 낙동강이 감도는 바위 벼랑을 마주보며 서있 는 병산서원은 그 절묘한 경치와 뛰어난 건축물로도 유명하다. 병산서원으로 가는길은 아직 포장이 되지않아 많이 울퉁불퉁하다. 승용차가 겨우 두 대가 겨우 교행할 수 있는 넓이여서 중간에 버스라 도 만나게 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저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병산서원을 찾 아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는 것과 병산서원이 가지고 있는 주위의 풍광이 바로 그것이다.만루대에 앉아서 바라본 경관정문인 복례문을 지나면 만대루와 만나는데 낙동강을 마주 보며 넉넉하게 앉을만한 누각이 절경이다. 누각 에 오르면 낙동강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병산이 한 폭의 그림처럼 다가온다. 병산서원에서 하나 특이한점은 보통 서원의 건물에는 ' 마루에 오르지 마세요' 라는 문구가 대부분인데 병 산서원 만대루에는 ‘신발을 벗고 오르세요’라고 쓰 여 있다. 눈으로 그냥 살펴 보는 만대루와 앉아서 경 관을 즐기는 만대루는 그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 이다.누마루에 올라 시 한수 읊조리세! - 영호루 안동에서 남안동 IC 쪽으로 이동하다 보면 영호대교를 건너 산위에 우뚝 솟은 영호루를 볼 수 있다. 기억하건데 사실 기자가 학창 시절만 해도 이 영호루가 과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었는지 깊이 생 각해 본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소풍으로 다녔던 그냥 바람 잘통하는 하나의 정자 정도? 그러나 이 영호루가 영남을 대표하는 정자로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 삼대루(三代樓)중 의 하나였다는 걸 여행 중에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남 삼대루 중의 하나인 영호루
고려말엽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안동을 몽진하여 이 정자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으며 환도 후인 1362년 영호루 세글자를 어필로 하사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영호루는 안동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고 , 특히 한밤 중이라면 안동의 야경을 한 눈에 볼수 있는 곳이다. 특히나 큰 규모를 자랑하 는 낙동강 강변에 자리하고 있고 당대 이름을 날렸던 시인들의 시가 게판되어 있으니 그 옛날 영호 루의 위용이 어땠을지 짐작할 만하다.
유교문화의 중심지 ‘퇴계 옛길’을 걷다! - 도산서원 유교 문화의 뿌리가 깊은 안동의 자랑거리는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헐리지 않은 도산서원. 도산 서원은 안동시청에서 35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28쯤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매표소를 지나 서원으로 향하는 길은 흙으로 다져진 한적한 길이다. 도산서원은 퇴계 선생이 짓고 후학을 가르쳤 던 도산서당과 학생들이 숙식한 농운정사,‘도산서원’이란 사액현판(임금이 이름을 지어내린 현판 이 걸린 전교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마루기둥에는 지금도 퇴계 선생이 직접‘도산서원’이라고 쓴 조그만 현판이 걸려 있다. 마루를 유 심히 살펴보면 끝에 평상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에 관한 일화도 하나 전해 내려오는 데 이야기 즉은 퇴계 선생의 제자 정구는 몰려드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서당을 증축 해야 한 다고 선생에게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선생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급우들과 함께 급히 평상을 만들어 마루에 붙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평상은 정교하지 못해 약간 어설퍼 보이기도 하지 만 이는 당시 배움의 열정이 얼마나 강했는지 감히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주목! 우리가 매일 보는 천원 짜리 지폐앞면에는 퇴계 선생의 초상화가 있고 뒷면에는 도산 서원 전경이 보인다. 도산서원을 볼때 자세히 그려진 지폐를 보면서 서원을 둘러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거리.옛 향기 가득한 옛 집에서의 하룻밤 - 수애당과 농암종택 수애당(水涯堂)은 안동에서 영덕 방향으로 30분 정도 이동한 후 수곡교를 건너면 그 끝에 자리잡은 곳으로‘수애’는 수애당의 건립자인 류진걸의 호이다. 원래 안동군 임동면 수곡리에 있었으나 임 하댐의 건설로 1987년에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전통가옥에서 불편한 부엌, 화장실, 세면장을 외부 형태의 변경없이 개조한 것 빼고는 모든 방과 대청마루에 황토를 발라서 예스러움이 묻어나게 하였 다. 특히 대문을 나서면 바로 보이는 임하댐의 아름다움을 한 몸에 안을 수 있다. 수애당 마당에는 널뛰기와 굴렁쇠 굴리기 ,떡방아 찧기 등의 민속놀이들을 마음껏 체험할 수 있고 마음씨 좋은 아주 머니의 맛있고 정갈한 한 끼의 식사도 여행의 별미로 느껴볼 만하다. 예스러움이 가득한 수애당도산 9곡의 비경을 간직한 농암종택농암종택은 안동의 북쪽 끝 도산면 가송리에 있다. 안동에서 35번 국도를 이용 도산면 소재지를 지 나 봉화와 경계선에 이르면 고산정 이정표가 보인다, 이 이정표를 따라 진입하면 저절로 ‘야~’라 는 감탄사가 흘러 나올만한 경치가 눈 앞에 펼쳐진다. 깍아지는 듯한 절벽과 에메랄드빛 강물이 어 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내는 이곳이 가송리이다. 가송리에서 종택 이정표를 따라 산등성이를 하나 더 넘으면 농암종택을 만날 수 있다. 가송리의 협곡과 은빛 모래 사장의 강변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어 이른바‘도산 9곡’의 비경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에 농암종택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의 유 흥문화와는 동떨어진 이 곳에서 차 한잔 즐기면서 옛 정취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