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풍요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잔인한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바깥세상은 속을 뒤집어놓듯 어지럽습니다. 확전 일촉즉발의 중동전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트럼프의 당선 등 앞을 점치기 힘든 나날입니다. 국내도 사정은 어금버금합니다. 정치적 난제들에다 대규모 세수 결손 등 경제난까지 겹쳐 무얼,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모를 지경입니다.
그 모든 난제를 거짓말처럼 싹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습니다. 그 앞에선 국감도 무의미하고, 오직 '기-승-전-김건희 탄핵'일 뿐입니다. 행정력은 무기력하고, 사법의 권위는 땅바닥에 떨어져 낙엽처럼 나뒹굴고 있습니다. 국회 권력을 틀어쥔 채 발아래 세상을 두고 호통치는 거대 야당이 '이재명 방탄'을 위해 만들어낸 기괴한 현상들입니다.
이재명 대표에게 11월은 잔인한 달이다. 15일에 이미 2년 집행유예 형이 나았고, 2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예정돼 있어서입니다. 이 대표 관련사건 수사는 '연성 친위 쿠데타' 취급입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부 대응을 '전쟁 사주·계엄예비 음모'라고 쏘아붙이고, 정부의 모든 정상업무를 '올 스톱' 시키려는 모양입니다(출처 : 디지털타임스. 박양수 칼럼 `김건희 탄핵`과 이재명 일병 구하기).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지. 어떤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제대로 보는 정치인은 찾을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 요인은 무엇일까.
김정은과 그가 가진 핵무기일까. 미국을 뒤엎고 세계를 바꾸겠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일까. 아니면 트럼프와 김정은이 한국을 제쳐놓고 북한 핵과 한반도 문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일까.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 명 넘는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김정은은 더 위협적 존재가 됐다. 북한은 러시아의 유일한 혈맹(血盟)이다. 푸틴과 김정은은 보유 핵무기로 비핵(非核) 국가인 적대국과 교전국을 공격할 수 있다고 공언(公言)하는 국가 수령(首領)이다.
국가 간 관계에 공짜는 없다. 대륙간탄도탄, 핵잠수함 제조 필수 기술 등이 오갔을 것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러시아가 북한에 평양을 방어할 대공미사일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공군력 우위를 흔드는 변화다.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대통령에 취임하면 딱 하루만 독재를 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통령 비서실과 내각의 장관들을 짜나가는 속도를 보면 빈말이 아닌 듯하다. 첫 명령은 미국 국민에게 ‘미국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 나게 느끼게 해줄 군(軍)을 동원한 불법 입국자 체포·추방 같은 내정(內政) 사항일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안보보좌관·국무장관·국방장관 등 외교 안보 3축(軸)을 맨 먼저 확정 발표했다. ‘트럼프 혁명’은 내정에서 시작해 안보·외교 쪽으로 흘러갈 것이다.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인물은 푸틴과 김정은이다. 국가로선 중국·우크라이나·러시아·NATO(EU)국가·이스라엘·한국·북한을 불러낸 횟수가 많았다. 동맹국의 안보 ‘저임(低賃)승차’를 비판하면서도 일본은 빼놓았다.
이름을 불렸다고 다 속앓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속앓이지만 증상은 나라에 따라 경중(輕重)이 다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중국은 미국 매에 15년 이상 단련돼서인지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더 결정적 일격(一擊)을 날린 다음 트럼프 위신(威信)을 세워주며 평화 회담에 응할 태도다. 1기 트럼프 정부 때 미국에 부담을 넘기고 헐값으로 안보를 사려 한다 해서 NATO 탈퇴 위협을 받았던 유럽 국가들은 국방 예산 증액에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에서 솜씨를 보여주려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정전(停戰) 혹은 휴전 협상 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테이블에 앉히려면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어느 한쪽 팔을 비틀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팔을 비틀기가 더 쉽다고 판단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법의 질서’와 ‘힘의 질서’의 배합(配合) 비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드러난다. 트럼프가 뿌린 ‘평화의 씨앗’은 ‘믿을 수 없는 미국’이란 불신(不信)을 심어 독일이 애써 눌러왔던 자력(自力) 안보 욕구를 자극해 유럽을 흔드는 ‘재앙(災殃)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다음 임기가 없는 대통령이다. 임기의 2년이 지나면 레임덕 현상이 온다. 트럼프는 그 전에 북한 핵 문제의 돌파구도 뚫으려 할 것이다. 어느 땐가 김정은을 만난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에게 북한 핵 문제는 선(先)이 미국을 북한의 핵 ICBM 위협 밖에 놓는 것이고 후(後)가 동맹국 한국을 맨몸뚱이로 북한 핵 위협에 노출시켰다는 비난을 받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김정은이 만나기 전에 몇 번일지 모르지만 윤석열·트럼프가 만날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20년 미국 대통령 가운데 가장 강력한 대통령이다. 상원과 하원을 지배하고 미국 국민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다. 거래(去來)하는 대통령이다.
거래의 달인(達人)은 상대의 약점(弱點)부터 본다. 그런 트럼프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처지가 자신과 반대라는 사실을 이용하지 않을 리 없다. 대통령의 약점은 국가의 약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안보 최대 위협은 김정은도 트럼프도 아닌 한국 정치다.
한국 정치가 한국 안보를 위협하는 막장에서 벗어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대통령이 자신과 부인 그리고 정치 스타일을 혁신해 국민 지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대신할 차기 대통령 후보를 찾아내 국가를 마비(麻痹) 상태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국민 신뢰를 받아 정권 교체를 실현할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대통령을 바꿀 힘은 대구·경북 유권자가 쥐고 있고, 호남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그 날로 이재명의 숨이 끊어진다. 두 변화 모두 무혈(無血)혁명이고 명예혁명이다.
어느 혁명이 가능할까. 혁명밖에 기댈 곳이 없는 나라에서 혁명이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에 무엇이 오겠는가.>조선일보. 강천석 기자
출처 : 조선일보. 오피니언 [강천석 칼럼] 한국 安保 최대 위협은 한국 정치다,
저는 솔직히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가 퇴진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밑에 있는 정치인들 수준이 다 고만고만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국민의 대표로 뽑는 우리 국민들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냉정하게 판단할 줄 알고, 정말 부화뇌동에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일은 없어야할 것입니다. 하기는 정당에서 공천하고 입후보하는 후보가 다 늘 그 밥에 그 나물이니 무슨 선택의 여지가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이런 현실이 암담할 뿐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