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혹은 아빠가) 뭘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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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뭘 잘 먹는지.
무엇을 하면 금방 실증을 내는지.
누굴 좋아하는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다 알고 있습니다.
내 똥 색깔이 이상하다고 뒤적거려 보고
냄새도 맡아 보셨지요.
우리 엄마는 기차를 타고 날 만나러 서울을 다녔지요.
11살짜리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서울로 올려 보내시고는 하루도 편한 잠을 못 주무셨지요.
그래서 항상 기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암사동 사는 나를 보러 왔지요.
멀미가 심한 우리 엄마는 항상 얼굴이 창백해져서 오셨지요.
우리 엄마는 3시간 30분 동안
장항선 기차에서 웅천에 올 때까지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무엇 하나 사 드신 적이 없지요.
혼자 먹자니 옆 사람도 목이 마를 것 같고.
사주자니 돈이 아까워서요.
우리 엄마는 지금까지 엄마 자신을 위해 100원도 써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벤츠를 사서 잘난척 하고 다닐 때도 그러했고,
이 잘난 아들이 목동에 내 집을 마련 하고 나서도 그러십니다.
요즘 우리 엄마는 농사 일에 푹 빠져 있습니다.
자식 농사가 끝나고 생각하신 걸까요?
그냥 밭에서 일을 하십니다.
이렇게 잘나가는 자식은 남의 가족 만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착한 척을 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엄마는 잘나가는 아들을 자주 볼수 없습니다.
그런 내가 언젠가까지, 아마 보령이 낳기 전까지 했던 생각이 있습니다.
'엄마가 뭘 알아.'
국민학교 나온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가 뭘 알아 입니다.
요즘 길을 가다 빌딩을 봅니다.
SK
LG
SAMSUNG
......
우리 엄마가 서울에 오셔서 어딘가에서 나를 만나기로 한다면.
내가
"엄마 길 건너 SK 보이죠? 안보여?" 라고 말한다면
우리 엄마는 어떡할까.
우리 엄마는 영어를 읽지 못하거든요.
학교에 새로 들어가면 죽기보다 싫었던게 있었지요.
다들 눈을 감게하고 선생님이 물어 봅니다.
아빠 엄마 대학 나온사람?
아빠 공무원"
군인?
회사원?
......
우리집은 중국집을 했는데 그런 직업은 물어보질 않았습니다.
나는 어느새 아이들의 짱깨집이란 용어의 주인공이 듣기 싫어서 감추고 살았구요.
지금 생각해 보아도 참 선생님이 잘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눈을 감게하고 묻는 것은 딱 두가지 경우 였거든요.
누군가 돈이나 흔들어샤프가 없어졌을 때와
가정 환경 조사를 할 때 였지요.
그러니 이것은 부끄러운 것이구나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이제 이정도 나이를 먹으니 부끄럽지가 않습니다.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고맙고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 것은 우리 엄마가 나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제야 내 나이 3살때 까지의 엄마가 주신 사랑이 보입니다.
내 딸 보령이가 3살이 되니까 말입니다.
우리 보령이도 언젠가는 그러겠지요.
'아빠가 뭘알아.'
그럼 그때 나도 우리 엄마 처럼 그냥 모른척 하고 넘어가야 겠지요......
오늘도 우리 엄마는 92년 11월 2일.
내 군입대 부터 시작된 새벽 기도를 나가십니다.
눈이오건
태풍이 불건
나가시는 새벽 기도에
우리 엄마는 무엇을 빌고 있을까요.
당신을 오래 살게 해달라고?
.....
우리네 엄마들은 거짓말 왕비들 입니다.
순전히 거짓말쟁이지요.
맛있는 것 먹을 때 항상 그러지요.
"엄마는 부엌에서 많이 먹었다. 너나 천천히 많이 먹어."
카페 게시글
희석쓴편지
세상에서 두번째로 바보들이 하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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