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채해진, 13,000원의 의미

[기원섭]

Sweet People-채해진, 13,000원의 의미

“형님, 제가 택시비 드렸씸데이.”

중학교 12년차 동문인 채해진 후배가 내게 큰소리로 그렇게 전하고, 방금 내가 탄 택시 뒷문을 닫아주고 있었다.

“야! 임마! 니가 와 내노?”

그렇게 외치는데, 택시는 이미 출발하고 있었다.

바로 어제인 2021년 4월 28일 목요일 오후 9시 반쯤해서 인천 소래포구에서의 일이었다.

이날은 내가 주선하고 나선 만남이 하나 있었다.

그 만남은 일단 내 중학교 동기동창으로 인천 남동공단에서 큰 사업을 하고 있는 권순열 친구와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그 사흘 전에 친구가 내게 걸어온 전화 한 통이 이날 만남의 계기가 됐다.

전화를 받은 내게, 친구는 대뜸 내게 대한 탓을 늘어놨다.

“나는 네가 그리운데, 너는 왜 나를 도통 안 그리워하냐 임마!”

그 탓이었다.

이제는 까마득한 옛날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지만, 지난날에는 툭하면 이 핑계 저 핑계로 만나 술도 마시고 골프도 치곤했었는데, 최근 들어 4, 5년 만남이 없었던 것을 친구는 그 한마디로 나를 탓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나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대목에서는 입을 꾹 닫고 딴 말로 답을 했다.

“그랬냐? 그럼 한 번 보자.”

그래서 권순열 그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어제였고, 그 만난 곳이 소래포구였던 것이다.

이왕 만나는 김에 동행하고픈 내 주위가 있었다.

우리 문경중학교 25회 동문으로, 13회인 나와는 12년 차이가 나는 채해진 후배였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우리 중학교 한 해 선배인 12회 김규진 형님이 이끄는 ‘재경문경시산악회’의 창립산행에서 만나 지금껏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후배인데, 평소 헌신적인 그 처신을 눈여겨 봐왔었고, 마침 그 후배가 인천에서 터 잡고 살고 있음을 내 알기에, 이날의 그 만남에 동행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전화를 걸어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옙! 만사 제쳐놓고 가겠습니다.”

다른 선약이 있었음에도, 채 후배는 감히 그 선약을 팽개치고 선배인 우리 둘이 만나는 그 저녁자리로 득달같이 달려와 준 것이다.

다들 문경 같은 고향이니, 이야깃거리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쏟아졌다.

권커니 잣거니 술잔 또한 숱하게 오갔다.

상위는 쌓이는 술병으로 꽉 차기 시작했고, 우리들 취기는 점점 더 깊어졌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을 때, 내 작심하고 일어섰다.

“나 이제 갈래. 붙잡지 마!”

그러고는 서울로 가는 급행 전절을 탈 수 있는 부평역으로 가는 택시에 올랐고, 뒤따라 나온 채 후배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렇게 택시비 13,000원을 운전사에게 건네줬던 것이다.

채 후배의 세상사는 형편이 여의치 않음을 내 잘 안다.

취기에도 내 딱 느낀 것이, 채 후배의 쌈짓돈을 다 턴 돈이었다.

오로지 선배 챙기려는 채 후배의 그 아름다운 마음이 딱 13,000원이라는 그 돈에 푹 녹아 있었다.

참 고마웠다.

그 고마움에, 내 콧잔등이 시큰해지고, 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용케도, 그 돈은 부평역까지의 택시비로 딱이었다.

내 돈 한 푼도 더 보태지 않았다.

권순열 내 친구가 챙긴 이날 저녁상도 감동이었고, 채 후배의 막판 택시비도 감동이었다.

너무나 행복한 그 밤이었다.

[김창현]

채해진 후배님! 반갑네요!
내가 소주 한번 빗졌는데...
언제 함 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