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달, 초아흐레, 쇠날.
어제 낮에 ‘임기 절반을 마친 윤가의 담화’와
그에 이은 기자회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으니
굳이 볼 필요까지는 없었습니다.
마침 점심을 같이 먹자는 중학교 동기 하나의 전화,
밥집으로 내려가니 그 시간이 바로 그게 나오는 때,
시끄럽다고 영상기를 꺼버렸어도
내 안에서 영상은 이어지는 심란함,
살림하라고 사람 하나 들였는데
밥 지으라고 내보냈더니
부엌으로 간 것이 아니고
온 집안을 어지르고 헤집어
죽사발로 만든 도우미가 떠오르는
답답함을 넘어선 절망,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저 말도 안 되는 도우미를 어찌해야 옳은지,
처음엔 저와 가까운 사람이니 믿어도 된다고 하면서
그를 들인 집안 식구도 원망스러웠지만
아직도 저걸 싸고 도는 식구들이 있다는 한심함에다가
이제는 식구들 의견이 분분해서
저걸 처리할 뜻을 모으지 못하고
그저 말만 무성한 모습을 보는 일은
그저 슬픔일 뿐입니다.
이 나라의 살림에 대해
과연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지,
어디 내놓고 물어볼 곳도 없으니
슬픔은 이내 변해 아픔이 되고 만 속앓이,
어디까지 가야 하는 건지
그저 속만 시끄러운 나날이 어제오늘이 아닌데
내다보는 앞은 그저 찐득하고 칙칙한 안개 자욱하여
한발 앞도 보이지 않는 이 암울한 현실,
누가 어디서부터 그리고 언제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뒤엉킨 실타래를 보는 것 같은 복잡함,
그저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푸념뿐이니
그저 맑은 하늘 올려다보는 것이 전부인
초겨울 한낮이 그렇게 또 내 안으로 들어와 차곡차곡 쌓인 어제,
심란함 달래려 술 한 잔 마신 저녁에도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가슴 끌어안고
나른한 몸 뉘어 자고 일어나
이렇게 중얼거리는 하루의 첫 시간입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