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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천하] 041
S#1. 경빈 처소 외경
금이, 방 쪽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난정(E) : (방안에서 40회 S#49의) 마마, 조광조를 찍어내시온 것을 감축드리옵니다.
금이 : (흠짓)...?!!
S#2. 동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야릇한 웃음을 띈 채 경빈을 보고 앉아있다.
경빈 : (짐짓 근엄) 조광조를 찍어낸 것을 감 아니구먼?!
난정 : 하오나 이년은 경빈마마께오서 콩을 팥이라 말씀하시면 팥이라 믿을 것이옵고 그 팥으로 메주를 쑤셨다고 하시오면
또 그리 믿을 것이옵니다.
경빈 : (보며)..네 생각따위 보다는 중궁전에서 어찌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하구 네 참으로 무엄하구나!
네 한낱 천 것이 어찌 조정일에 불경한 말따위를 내뱉는 것이냐?!
난정 : 이년, 입궐하는 길에 유생들과 백성들이 조광조의 귀양길을 막고 금군과 맞서는 광경을 목도하였사옵니다.
경빈 : 뭬야, 유생과 백성들이 금군과 맞서?!
난정 : 예, 민심이 이 조정을 떠나고 있사옵니다. 속히 조광조의 명줄을 따버리시지 않으시오면
이번 거사를 주도한 분들의 안위가 위태로워지실 것이옵니다.
경빈 : (노려보며) 네 어찌 그런 섬뜩한 말을 함부로 하는게냐?!
난정 : (눈길을 맞받는)...!
경빈 : ..허면 네게 조광조의 숨을 거두게 할 방책이라도 있느냐?
난정 : (미소)..이년, 평소 우러러뵙던 경빈마마 앞에 앉아있자니 오금이 저릴뿐 아니오라 입술이 타고 침이 마르옵니다.
이년에게 차 한잔만 내려주시지요.
경빈 : ('참으로 당돌한 년일세!' 보다가) 금아, 밖에 있느냐-
금이(E) : (방문열고) 예.
금이 : (방안으로 들어와) 찾아계시옵니까?
경빈 : 다과상을 들이거라.
금이 : 예. (난정을 힐끗 노려보다가 방밖으로 나간다)
난정 : (미소)...
S#3. 중궁전 외경
윤비(E) : 뭐라?! 유생들과 백성들이 조정암의 귀양행렬을 막고 난동을 부려?!
S#4. 중궁전 방 안
윤비, 앞에 앉은 엄상궁을 놀란 눈으로 본다.
엄상궁 : 예, 귀양행렬이 지나가던 동소문 밖이 온통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하옵니다.
윤비 : 아수라장이라..? (심각해지는).. 어허, 이 일을 어찌하면 좋을꼬?.. 어찌하면...? (문득 어딘가를 휙-돌아본다)
S#5. 경빈 처소 방 안
난정, 앞에 다과상이 놓여있다.
경빈 : (흠짓) 뭬야? 이이제이(以夷制夷)?
난정 : 예, 지금 조정에서 조광조의 사사를 주청드리오면 격앙되어 있는 유생들과 백성들은
전하와 이 조정에 등을 돌리것이옵니다.
경빈 : ...허니 조광조를 따르던 선비들에게 조광조를 사사하라는 공론을 일으키게 하여 저희들끼리 싸우게 하자 이 말이더냐?
난정 : 마마께오서도 이년과 같은 생각이 아니셨사옵니까?
경빈(E) : (감탄한 듯) 허, 대체 이 애가 누구이길래 내 속내를 이리 꼭 짚어낸단 말인가?!
난정 : (경빈의 표정을 살피는)...?!
경빈 : (표정의 변화는 없다)..난정아, 네가 선비라는 자들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구나.
그 자들은 목숨을 버릴지언정 절개를 꺽지는 않는 족속이니라.
난정 : (미소) 마마, 선비중에서도 가짜가 있는 법이옵니다. 재물과 권세로 가짜 선비들이나 치기어린 유생들의
이년의 소원도 풀릴것이라 믿사옵니다.
경빈 : ..음!
난정 : (결연하게) 이년의 평생의 소원을 풀어주시는 분이 누구시던 이년 그분께 머리와 몸뚱이를 모두 다 바칠것이옵니다!
경빈 : (가늘게 보며)..그 말에 네 목숨을 얹어 놓을 수 있겠느냐?
난정 : 이년, 짐작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 (충격으로 하얗게 질리며 말문이 막히는)..회..회..?!!
난정 : 마마, 괜찮으시옵니까?
경빈 : (숨을 고르며)..네 지금 회임이라 하였느냐?!
난정 : 이년 분명 그리 말씀 올렸사옵니다.
경빈 : ...!!
S#6. 대비전 외경
윤비, 조심스러운 걸음걸이로 엄상궁과 오상궁을 거느리고 대비전안으로 들어간다.
조상궁(E) : 대비마마, 중전마마 드셨사옵니다.
자순대비(E) : 뫼시어라.
S#7. 동 대비전 방 안
윤비, 방문이 열리면 들어와 자순대비 앞에 조아린다.
자순대비 : 중전, 어서오세요. 여러날 뵙지 못했구려!
윤비 : (앉으며) 마마, 며칠간 궐내가 뒤숭숭하였사온데 존체는 편안하시옵니까?
자순대비 : 이 늙은이가 걱정되서 오신게요?
윤비 : (다소곳하게)..예.
자순대비 : 이 늙은이야 지난 수십년의 세월동안 궁중의 크고 작은 격변을 보고 겪어왔으니 크게 놀랄게 무에 있겠소?
윤비 : ...
자순대비 : (윤비를 보다가) 헌데 이 늙은이 보다는 중전의 안색이 편안치 못하시구려.
이번 조광조의 옥사로 중전께서 크게 놀라신 것 같구려!
윤비 : 심려를 끼쳐드려 황공하옵니다. 신첩,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사오니 심려 거두시옵소서.
자순대비 : (끄덕끄덕) 그래요..중궁의 자리는 지척에 벼락이 앉아 정사를 돌보시겠다는 말씀이시요?!
윤비 :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이시옵니다.
자순대비 : 허면요?!
윤비 : 이번에 조정암을 내친 일에는 내명부가 깊숙이 연루되어 있사옵기에 드리는 말씀이옵니다. 마마, 이대로 놔두면
앞으로 내명부가 조정일에 나서게 될 것이옵니다. 하오면 전하의 권위는 떨어지실 것이옵고
조정의 기강 역시 해이해 질것이자명하옵니다. 하오니 내명부에서 이번 일에 연루된 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것이라 사료되옵니다.
자순대비 : (보다가)...이 늙은이가 어찌 중전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겠소?
윤비 : ...
자순대비 : 허나 이번 일은 이대로 묻어두십시다. 조정이 혼란스러운데 내전에서까지 합세하여 일을 크게 벌린다면
주상께 큰 누만 될 뿐입니다.
윤비 : 하오나..
자순대비 : 중전, 주상을 믿고 지켜보십시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현명하신 주상께서 국정을 잘 살펴나가실게요.
윤비 : ...
S#8. 경빈 처소 마당
난정, 댓돌위에 신발을 신고 내려선다.
금이, 도끼눈을 뜨고 못마땅하게 보다가 고개를 돌려버린다.
난정 : (가려다 금이보고) 네 금이라고 하였느냐?
금이 : (휙-돌아보며)..뭐야?!
난정 : (미소) 앞으로 자주 자주 보게 될것이야! (일각문 밖으로 나간다)
금이 : 저,저게..!
경빈(E) : (방안에서) 금아-
금이 : (방쪽 돌아보는)...?!
S#9. 동 경빈 처소 방 안
경빈, 앞에 앉은 금이에게 심각하게 말한다.
경빈 : 금아, 오늘 이후로 소주방 상궁에게 일러 중궁전에 드는 수랏상에 대해 철저히 살펴 보라 이르거라.
중전마마께오서 어떤 음식을 즐겨 젓수시는지, 어떤 음식을 물리시는지 세세하게 알아내야 하느니라.
금이 : (영문 몰라) 예에?
경빈 : 또한 내의원에서 중궁전에 어떤 탕약을 올리는지도 알아보도록 해라.
금이 : (감히 되묻지 못하고)..예. 마마. 하온데 난정이가 무슨 일로 마마를 찾아뵈온것이옵니까?
경빈 : 그것은 네 알것없고!
금이 : (찔끔)...?!
경빈 : (보고) 금아, 난정이가 조정신료의 서출이 틀림없느냐?
금이 : 예, 동네 사람들 말로는 그 어미가 대갓댁의 첩실이옵고 가끔씩 그 집에 어떤 대감이 발걸음을 한다고 들었사온데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고 하였사옵니다.
경빈 : 난정이가 누구의 서출인지도 속히 알아보도록 해라.
금이 : 예, 마마. (일어나 방문밖으로 나간다)
경빈(E) : (생각에 잠기는) 중전이 회임을 했다? ...아니야, 난정이 고것이 중전의 명을 받고 거짓을 흘리는 것인지도 모르지!..
(날카로운 눈빛)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내가 난정이 말 한마디에 이리 흔들리다니, 내 뭐에 홀려도 단단히 홀렸구먼!
S#10. 대궐 일각
난정,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띄고 걸어오고 있다.
오상궁, 나인 두명을 거느리고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가 난정을 보고 놀란 듯 멈춰 선다.
오상궁 : 아,아니 넌 난정이가 아니더냐?
난정 : (조아리며)..예, 마마님께서 바로 보셨사옵니다.
오상궁 : (난정이 온쪽을 둘러보며) 네 어찌하여 후궁 처소쪽에서 나오는 길이냐?
난정 : ...경빈마마의 처소에 들었다 나오는 길이옵니다.
오상궁 : (인상찌푸리며) 뭐야, 경빈마마의 처소?!
난정 : 왜요,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오상궁 : (난정을 쏘아보며) 네가 지금 제 정신이 아닌 모양이로구나! (보다가 휙-가버린다)
난정 : 마마님!
대꾸도 않고 가버리는 오상궁.
난정, 오상궁의 뒷모습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몸을 돌려 어디론가로 총총히 가버린다.
S#11. 편전 외경
중종(E) : 어찌 이럴수가 있단 말인가?!
S#12. 동 편전 방 안
중종, 앞에 정광필, 안당, 이장곤, 김전, 홍경주, 남곤, 심정, 김승지, 고형산(*)등이 앉아있다.
중종 : (상소가 잔뜩 쌓인 연상을 쾅쾅 치며 말한다) 과인이 새롭게 제수한 대사헌 유운, 대사간 윤희인, 홍문관부제학 이사균 등
삼사의 대간들이 조광조의 방면을 주청하며 사직을 청하다니?!
이래서야 조광조가 조정에 있을때와 무엇이 달라졌단 말인가?!
일동 : 망극하옵니다!
중종 : 그 놈의 망극! 망극! 망극 소리 좀 집어치우라!
중종, 계속 호통을 친다.
안당, 이장곤과 홍경주, 남곤, 심정등은 조심스럽게 중종에게 말을 아뢰고
김전, 정광필등은 심각하게 한숨을 내쉬거나 눈을 감는다.
해설(NA) : 중종과 훈구공신들의 일부가 손을 잡고 조광조와 조광조를 따르는 핵심세력을 숙청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조정의 대세를 장악한 것은 아니었다. 삼사의 후임 대간들은 중종의 명분없는 조광조의 숙청에
문제를 제기하며 조광조의 방면을 주청을 올려댔다. 중종은 김전을 우의정으로 제수하고
남곤을 좌찬성겸 이조판서로 심정을 판의금부사로 삼고 사림들의 추앙을 받고 있는 안당을 좌의정으로
이장곤을 우찬성으로 승차시키는 정계개편을 단행하여 사림들의 불만을 무마시켜보려 했으나
조정은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S#13. 대궐 일각
홍경주, 남곤, 심정이 걸어오다 멈춰서서 말한다.
홍경주 : 조광조만 찍어내면 우리세상이 될 것 같았더니만 허어 이거 참!
남곤 : 조정에 주초의 무리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단 증거올시다.
홍경주 : 옳으신 말씀이오, 아무래도 대응 방도를 강구해야겠소이다.
심정 : 삼사가 말썽이옵니다. 우선 삼사의 대간들 부터 우리쪽 사람으로 채워넣는 일이 시급하옵니다.
홍경주 : 쓸만한 인재라도 있소이까?
심정 : 경상감사 이항과 장단부사 이빈을 불러올려야겠사옵니다!
남곤 : 두 사람 다 우리 공신들 편에 설 사람들이니! 남양군 대감께오선 어찌 생각하시옵니까?
홍경주 : 아무리나 좋을대로 합시다. 허나 아무리 가지를 쳐내봤자 뿌리를 파버리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가지가자라지 않겠소이까?
심정 : 하오면 어쩌시려는겝니까?
홍경주 : 조광조의 목이 떨어져 구르지 않는 한 우리 생각대로 조정이 굴러갈 수는 없소이다.
(남곤보며) 좌찬성은 어찌 생각하시오?
남곤 : 그 일은 이 사람들에게 생각이 있으니 맡겨주시지요.
홍경주 : (끄덕끄덕)..헌데 대감들께선 지난번 약조를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심정 : 약조라니요?
홍경주 : (주변을 둘러보며 낮게) 금원군께서 장차 보위에 오르시도록 힘을쓰신다고 하신 약조말이외다!
남곤,심정 : (움찔)...!
홍경주 : (노려보며) 왜요?! 뭐 누러갈 때 말 다르고 나올 때 마음이 달라지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남곤 : (억지 웃음) 그럴 리가 있겠사옵니까? 믿으시옵소서!
심정 : 믿으시옵소서!
홍경주 : 허허, 이 사람은 두분 대감만 믿겠소이다. (발걸음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남곤,심정 : (홍경주의 뒷모습을 날카롭게 노려보는)...!
S#14. 희빈 처소 마당
홍경주, 걸어오면 향이가 맞이한다.
향이 : 남양군대감 오시옵니까?
홍경주 : 오냐, 이번 일에는 네 공도 컸다고 들었느니, 내 후한 상급을 내릴것이니라.
향이 : (입이 찢어지는) 황감하옵니다.
홍경주 : 마마께 고하거라.
향이 : 희빈마마, 남양군대감 드셨사옵니다.
희빈(E) : 어서 뫼시어라.
S#15. 희빈처소 방 안
홍경주, 방안으로 들어와 심각한 희빈 앞에 앉는다.
홍경주 : 마마, 어찌 얼굴에 그늘이 드리우셨사옵니까?
희빈 : (걱정스러운) 아버님, 이 사람은 전하께오서 어인 연유로 조광조의 목을 쳐내시지 않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이러다 조광조가 다시 복직이라도 된다면?
S#16. 경빈처소 방 안
남곤 : 꼭두각시 춤을 춘것도 모르고 기고만장하고 있겠구먼요?!
심정 : 아마, 그럴 것이옵니다.
경빈 : 당분간은 남양군과는 맞서지 말고 지켜보도록 하세요. 지금은 조광조와 조정안에 있는
주초의 무리들을 쓸어내는 것이 시급합니다.
남곤 : 신들도 그리 생각하고 있었사옵니다.
S#18.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앉아있고 그 앞에서 엄상궁이 차를 따르고 있다.
윤비 : (방문쪽 보며) 들게.
오상궁 :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린다) 마마, 쇠인 아뢸 말씀이 있사옵니다.
윤비 : 말해보게.
오상궁 : 쇠인이 내의원에 중전마마께 보약을 지어올리라는 기별을 넣으러 가던 참에 난정이를 보았사옵니다.
윤비 : 난정이를?!
엄상궁 : (흠짓)...?!
S#19.
윤원형 : 허면, 난정아. 네 지금 중전마마를 뵙고 오는 길이더냐?
난정 : (흠짓)..예에?..예. 그러하옵니다.
윤원형 : (바짝 보며) 그래 중전마마께오선 평안하시더냐? 아니지! (부채로갓머리를 툭툭 치며) 이런 우둔한 머릴 봤나?
조정암 일로 온 조정이 발칵뒤집혔는데 중전마마께오서 평안하실 리가 있으실라구?
난정 : 나으리, 파락호 노릇은 어찌 되셨사옵니까?
윤원형 : 난정아, 내 아무리 남들보다 풍류를 즐기는 성품이라고는
난정 : 그리 알고 계시옵소서.
윤원형 : (당황) 뭐,뭐라? 신방?!
난정 : 왜 그리 놀라시옵니까?
윤원형 : 놀라긴?! 헌데 난정아, 우리가 신방을 차리기 위해선 중전마마의 윤허가 계셔야 함을 네 잊은 것은 아니겠지?
난정 : 잊으릴가 있겠사옵니까?
윤원형 : 시절이 이리도 하수상한데 중전마마께오서 우리 신방차리는 하찮은 일까지 마음 쓰실 겨를이 있으시겠느냐?
난정 : (쏘아보며) 나으리! 백년가약을 맺는 일을 놓고 하찮다고 하시다니요!
윤원형 : ...그래..내 말을 잘못하였구나. 허나 내 말뜻은..
난정 : 나으리, 아우님과의 합궁을 하시기전에 이년과 신방부터 차리셔야할 것이옵니다! 이년 다른 것은 다 참아낼 수 있어도
그 일에 있어서만큼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것이옵니다! 명심하시옵소서!
윤원형 : 안다..알지만 중전마마께오서 합궁전에 윤허를 내리실지...
난정 : (결연한 눈빛) 이년, 중전마마 앞에서 혓바닥을 깨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윤허를 받아낼 것이옵니다!
윤원형 : (섬뜩한)...!!
S#22. 어느 길
윤원형, 생각에 잠겨 혼자 걸어오고 있다.
윤원형 : 허어, 이거 잘못했다간 진짜 범종을 두들기는 까까머리 신세가 되버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먼?!..허,참!
윤원형, 바쁘게 걸어간다.
S#23. 윤원형 집 대문 안 마당
윤원형,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오면 임서방이 맞이한다.
임서방 : 이제 오십니까요?
윤원형 : (끄덕이다가 한편에 놓인 여인용 가마를 보고) 판부사댁 숙모님께오서 오시었는가?
임서방 : 예, 초당에 들어계시옵니다.
윤원형 : 그래? (보다가 사랑채쪽으로 걸어간다)
S#24.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임처, 비단염낭을 김씨에게 건네준다.
김씨 : 이것이 무엇이옵니까?
윤임처 : (미소) 꺼내보시면 아시네.
김씨 : (염낭을 풀고 손바닥위에 팥알만한 진주 한알이 놓인다)...!
윤임처 : 대국서 들여온 진주일세.
김씨 : 시숙모님께서 아랫사람에게 어찌 이러실수 있사옵니까?
윤임처 : 자네가 내 처지라도 이리 했을 것이네!
김씨 : (휙-고개를 돌리며) 시숙모님께서 두 번 다시는 이 초당에 발걸음을 하지
S#25.
윤지임 : 사람이, 세상을 살다보면 누구나 척을 지게되는 놈 한둘쯤 생기게마련이다.
헌데 그놈들중에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밟아버려야 할 놈이 있고 잘 구슬려 내편으로 돌려세울 사람이 있다.
윤원형 : (무슨 영문인지)..하온데요?
윤지임 : 이 애비가 알기로 조광조란 분은 마음을 돌려세울 수 없는 큰선비라고 들었는데 어찌 인명이 다치지 않았을꼬?
윤원형 : 예에?
윤지임 : ..아,아니다! 헌데 원로 이놈은 어째 코빼기도 안비치는게냐?!
윤원형 : 별일이시옵니다. 아버님께오서 형님을 다 찾으시고요?
윤지임 : 찾는게 아니라 그놈이 몰래 기방출입을 할까봐 그런다.
윤원형 : 아버님, 걱정마시옵소서. 형님께서 지금쯤 몸을 바짝 낮추시고 철든 행동을 하시고 있으실것이옵니다.
윤지임 : 철든 행동?
윤원형 : 예.
윤지임 : 하긴..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워낙에 속을 알수 없는 위인이니. (끙-소리를 내며 자리에 눕는다)
S#26. 어느 대갓댁 사랑채 방 안 (식객들 방안)
방안을 가득 매운 십여명이 넘는 갓과 도포차림의 양반들 열댓명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바둑, 장기판 옆에서 되지도 않는 훈수를 벌이거나 누워서 낮잠을 자거나, 빈대를 잡고 있는등 시끌벅적하다.
장기판 옆에 윤원로가 훈수꾼들 틈에 끼어앉아있다.
윤원로(E) : (장기판대신 방안의 면면을 곁눈질하며) 한심한 작자들! 권세있는 대갓댁 식객노릇을 한다고
벼슬이 하늘에서 떨어지는줄 아는가?! (배싯 웃는다)
S#27. 동 윤원형 안채 중문 안 마당
윤원형, 안채 사랑채 쪽에서 걸어나온다.
윤원형 : 짓밟아야 될 놈과 내편으로 돌려세울 사람이 있다? 허어, 이거 참 요즘은 오나가나 알 듯 모를듯한 소리만 들으니...
윤임처, 굳은표정으로 별채쪽에서 가마쪽으로 걸어나오고 그뒤를 배천댁이 따른다.
윤원형 : (보고 다가서며) 숙모님, 벌써가시는 것이옵니까?
윤임처 : (억지 웃음) 이사람, 질부한테 톡톡히 망신만 당하고 갑니다.
윤원형 : 망신이라니요?
윤임처 : 허면 다음에 뵙지요. (황급하게 가마에 오르면 가마가 출발한다)
윤원형 : (보다가 배천댁에게) 숙모님께서 망신을 당하셨다니 그 무슨 말인가?
배천댁 : 쇤네는 모르는 일이옵니다.
윤원형 : (갸웃하며 별채쪽을 보다가 그쪽으로 간다)
S#28. 동 윤원형 초당 방 안
윤원형, 상석에 앉으며 김씨를 보고 말한다.
윤원형 : 부인, 숙모님께서 망신을 당하셨다니 그 무슨 말씀이시오?
김씨 : 아녀자끼리의 일이니 서방님은 모른척 하오심이 좋을 듯 싶사옵니다.
윤원형 : 뭐, 부인이 그러자면 그러겠소만.. 괜한 일로 판부사댁과 척을 질 필요는 없다는 것은 부인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소.
김씨 : (굳는)...!
S#29. 갖바치 마당
난정, 대문안으로 들어온다.
난정, 인기척이 없는 집안을 의아하게 둘러보며 방쪽으로 다가 가는데.
당골네(E) : (아랫방 안에서 신음소리)... 아야야야..
난정 : ..아주머니..(방안으로 들어간다)
S#30. 동 갖바치 아랫방 안
난정, 방안으로 들어오면 당골네, 이불을 감싸안고 누워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
난정 : (옆에 앉으며) 아주머니, 괜찮으세요?
당골네 : 오, 난정이냐?..아이구, 내 이러다 꼴까닥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난정 : (이마를 짚으며) 이마가 불덩이에요. 안되겠어요, 약이라도 지어와야겠어요. (일어서려는데)
당골네 : 난정아, 괜히 애 쓸 필요없다.
난정 : 예에? (다시 옆에 앉는다)
당골네 : 어젯밤, 꿈속에서 설날 널뛰듯 작두날 위에서 신명난 춤을 췄구나.. 이게 다 몸주께서 돌아오실 징조니
백약이 무슨 소용이겠니? 에구구...
난정 : (보다가)..헌데 이댁 분들은 다 어딜 가셨어요?
당골네 : 갖바치 어른과 땡초스님은 능주로 떠나시고 바깥 양반은 배웅을 가셨단다.
난정 : 능주요?
S#31. 성문 밖 길
갖바치와 당추가 행장을 차려입었고 그 앞에 방백인이 서있다.
방백인 : 이놈도 형님들과 작반하여 조정암 나으리를 쫓아가 사죄를 드려야마땅한 일인데.. 여편네가 몸져 누웠으니 어쩌우?
당추 : 내 자네 대신 말씀을 잘 올릴테니 아무 걱정말게나.
방백인 : 언제쯤 올라오실게요?
갖바치 : 가봐야 알겠네. 혹시 또 모르지, 능주에 눌러 앉아 미투리나 짓고 있을지?
당추 : 허허, 천기를 아는 술사가 어찌 우리가 돌아올 날을 묻는겐가?
방백인 : (진지하게) 이놈이 육갑을 짚어보니 달포면 돌아오실거외다.
갖바치 : (흠짓) 달포?!
당추 : (웃음기 가시며).. 서둘러야겠구먼..허면 달포후에 보세나.
방백인 : 예, 몸조심들 하시오.
방백인, 떠나가는 갖바치와 당추의 뒷모습을 보다가 하늘을 본다.
방백인 : (한숨을 내쉬며) 반듯한 사람들이 모두 떠나니 도성안에 사악한 기운만 넘치겠구먼!
S#32. 백도주 사랑채 외경
백치수(E) : 뭐라?! 허면 도성을 떠나겠다는 말이냐?!
S#33. 동 백도주 사랑채 방 안
백치수 앞에 길상이 앉아있다.
길상 : 도주 어르신, 허락해주십시오!
백치수 : (보다가) 조정암 나으리 국법에 어긴죄로 귀양을 떠나신게야, 이젠 자네가 그분을 지켜드릴 까닭이 없어졌으니
괜한 고집피우지 말게!
길상 : 어르신!
백치수 : 어허! 만에 하나 조정암 나으리께 사약이라도 내려진다면 어쩔텐가?!
자네 혼자힘으로 나랏님과 조정에 맞설 셈이냐 이 말일세?!
길상 : (울분) 이놈에게 그럴만한 힘이 있다면 맞서고 싶사옵니다!
백치수 : 뭐, 뭐라! 네가 지금 제 정신이더냐?!
길상 : 어르신, 이놈은 양반님네들 정치놀음은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사옵니다. 조정암 나으리께 사약이 내린다면
이 놈의 분통이 터져나간다해도 어쩔 수없는 일이겠지요!
백치수 : 헌데?
길상 : 허나, 이놈 조정암 나으리께오서 자객들의 손에 화를 당하시는 것만큼은 막을 것이옵니다!
백치수 : (흠짓) 자객?
길상 : 이놈, 조정암 나으리댁에서 자객들을 보았사옵니다. 관군이 늦게 도착하였더라면 나으리께오선
그놈들 손에 참살 당하셨을 것이옵니다.
백치수 : 음!
길상 : 어르신, 이놈 유배지까지 따라가 조정암나으리를 곁에서 뫼실 수 있게 허락해주십시오!
백치수 : (생각하다)..허면 언제 돌아올 작정이냐?
길상 : 기약을 드릴수는 없사옵니다. 조정암 나으리의 귀양이 풀리시는 날 이놈, 그분을 뫼시고 돌아올 것이옵니다!
백치수 :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눈을 뜨고 보며).. 자네 뜻이 정 그렇다면 좋도록 하게나!
길상 : (조아리며) 고맙사옵니다. 허면 이놈 이길로 떠나겠사옵니다.
백치수 : 능금이하고 달래한테 알리지도 않으려는가?
길상 : 어르신께 맡기겠사옵니다.
백치수 : (끄덕이며) 알겠네..(돈주머니를 꺼내 건네며) 받게!
길상 : 아니옵니다.
백치수 : 끼니는 거르지 말아야지!
길상 : ...!
백치수 : 어서 가보게.
길상 : (두손으로 돈주머니를 받아넣고 조아리고 일어나 방밖으로 나간다)
백치수 : (혼잣말)..천출이 선비의 의리를
S#34.
백치수 : (미소) 길들이지 않은 들마를 엇다 쓸까? 과천댁은 사대부가의 침모살이를 오래했으니
이제부터 네게 말하는 것 하나부터 걸음걸이, 옷입는 법까지 여인네들의 예의범절을 가르칠 것이야.
능금 : 여인네들 예의범절이요?
백치수 : 그래, 회초리 맞을 각오로 배워야 한다!
능금 : (어이없게 보며) 녠장맞을, 아예 밥먹고 똥누는 것까지 배울깝쇼?
백치수 : 암, 것도 제대로 못한다면 배워야지!
능금 : 뭐요?!
백치수 : 과천댁, 저 애가 말을 듣지 않으면 회초리를 쳐도 좋네!
과천댁 : 예.
능금 : 이런 녠장! 누구 맘대로?!
백치수 : (진지하게) 능금아, 길상이 얼굴도 못보고 송도로 내쫓기고 싶은게냐?!
능금 : (찔끔) 알았소! 배우면 되잖소! (과천댁을 힐끔 본다)...
과천댁 : (무표정한)..
능금 : (뭔가 불안한)...
S#35. 어느 길
상처투성이 얼굴의 박희량이 고개를 숙인채 걸어온다.
누군가가 박희량의 앞을 가로 막는다.
박희량,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고 보면 중치막이다.
박희량 : (훑어보며) 네 어찌 선비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이냐?
중치막 : 우리 대감마님께오서 뫼셔 오라 명하셨습니다요.
박희량 : ...뭐라 지금 대감마님이라 하였느냐?
S#36. 남곤 사랑채 외경
중치막, 방문쪽을 돌아본다.
남곤(E) : 허허, 잘 오셨네!
S#37. 동 남곤 사랑채 방 안
남곤과 심정 앞에 박희량이 앉아있다.
남곤 : 그 훤칠하던 얼굴이 온통 상처투성이가 됐네 그려?
박희량 : 두분 대감께오서 시생을
심정 : 구명이 아니라 사사하라는 주청을 드려야하네!
박희량 : (놀라며)..사사라니요?!
심정 : (미소) 이번 일만 잘해주면 자네가 원하는 벼슬을 내려줌세. 또한 앞으로 자네의 출사길에는 탄탄대로가 열릴것일세!
박희량 : 선비는 오직 옳바른 일에 목숨을 거는것이라 배웠사옵니다.
남곤 : 허나,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고 했네.
박희량 : ...!
남곤 : 이 모두가 전하를 위해서일세! 또한 자네와 자네 가문이 풍비박살을 피하기 위해서도 그리하는게 좋을게야!
박희량 : 시생을 위협하시는겝니까?
심정 : 위협이 아니라 사실을 말해주는걸세!
남곤 : 어떤가? 살아서 광영를 누릴텐가 아니면 조광조라는 대역죄인의 그늘에 묻혀 이름 석자도 남기지 못한채
이대로 멸문지화를 당할텐가?!
박희량 : ...!
S#38. 윤임 사랑채 마당
박서방과 황서방이 뭔가를 수군거리고 있다.
S#39. 동 윤임 사랑채 방 안
윤임과 김안로, 심각하게 마주앉아있다.
윤임 : 대감께선 장차 정국이 어찌될 것이라 보시오?
김안로 : (한숨)..조광조를 감싸던 세력이 조정에서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공신들판이 될것이옵니다.
윤임 : 허나 조광조를 아끼시던 안당대감이 좌의정이 되시고 병판이 우찬성으로 승차를 했으니
조광조가 되살아날 가망성이 생긴게 아니오이까?
김안로 : 전하께오
윤임 : 지난한 밤을 견디셔야 한다?.. 그래도 저들이 전하의 적통이신 원자마마를 어쩌기야 하겠소이까?
김안로 : 저들은 군주를 몰아냈고, 이번엔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조정암을 하루아침에 찍어냈사옵니다.
저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제 막 걸음마를 떼어놓으신 원자마마를 도모하는 것쯤이 무에 어렵겠사옵니까?
S#40.
복성군 : 전하께오서 조광조를 내치신 것은 참으로 현명하오신 결단이라 생각하옵니다.
경빈 : 호호호, 참으로 영명하오신 판단이십니다. 복성군이 전하의 보위를 잇는다면 이나라는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복성군 : 망극하옵니다.
경빈 : 왕세자에 책봉되실 날이 머지 않으셨습니다. 허니 더욱 더 정진하시어 군주로서의 위엄을 기르도록 하세요!
복성군 : 명심하겠사옵니다. (보며) 하온데 어마마마..
경빈 : 말씀하세요.
복성군 : 소자가 원자나 금원군을 제치고 왕세자에 책봉되는 것이 분명하옵니까?
경빈 : 암요, 그렇고 말고요! 대세가 기울었으니 복성군은이 에미만 믿으세요.
복성군 : 예, 소자 감격하여 말문이 막히옵니다.
경빈 : (미소) 이 에미만 믿으세요!
S#41. 대궐 후원 일각
복성군, 뭔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당당하게 걸어온다.
저 앞에서 마주오던 박상궁과 원자가 복성군을 보고 다가온다.
원자 : (복성군 쪽으로 반갑게 달려오며) 복성군 형님!
복성군 : (곱지 않게 보며) 호(*원자의 이름)야, 네 어찌 경망스럽게 지엄한 궐내를 뛰어다니는게냐?
원자 : ..형님.
박상궁 : (조아리며) 용서하시옵소서, 모두가 쇠인의 불찰이옵니다.
복성군 : 박상궁, 호가 다시 한번 왕실의 체통을 훼손한다면
S#42.
난정모 : (미소) 내 걱정은 말거라...것보다 이 에민 네가 신방을 차리기전에 작수성례라도 치뤘으면 원이 없겠구나...
난정 : 어머니, 제가 어머니 원을 풀어드리겠어요. 이년 남보란 듯이 대갓댁 못지않은 혼례식을 치룰거에요.
난정모 : 얘야, 소실로 들어가는마당에 그게 언감생심 말이 되는냐?
에미가 괜한 소릴 했나보구나. 마음쓰지 말고 한귀로 흘리거라.
난정 : 두고보세요. 이년 혼례식에 대감마님도 뫼셔올테니까요!
난정모 : (보는)...?!
S#44. 정윤겸 집 외경
S#45. 동 정윤겸 사랑채 방 안
정윤겸, 깊은 생각에 잠겨 앉아있다.
정윤겸(E) :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나. 무관의 본분에만 연연하여 군주의 심중을 읽지 못했으니 큰 불충을 저지른것이 아닌가?
정윤겸 : (밖을 보며) 배서방 밖에 있는가?
S#46. 동 사랑채 방 밖
배서방 : (사랑채 쪽으로 다가서며) 예, 대감마님.
정윤겸(E) : (방안에서) 렴이와 옥련일 사랑으로 들라하게.
배서방 : 예. (어디론가 간다)
S#47. 동 사랑채 방 안
정윤겸 앞에 정렴과 옥련이 앉아있다.
정윤겸 : 이 애비가 조만간 관복을 벗고 낙향을 하고자 한다.
정렴 : 아버님, 낙향이라니요? 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정윤겸 : 애비 마음이 정해졌으니 너희는 그리 알고 따르거라.
옥련 : 하오면 어머님은 어찌하시고요?
정윤겸 : 음! 너희 어머니 일은 애비가 좀 더 생각해본 연후에 결정할테니 그리 알고 물러들 가거라.
정렴,옥련 : ...!
S#48. 자운아 기방 부엌 안
옥매향, 힘겹게 약을 짜고 있고 그 옆에서 심퉁이 지켜본다.
옥매향, 약사발 언저리를 깨끗이 닦고 쟁반에 받쳐들고 밖으로 나간다.
S#49. 동 기방 안채 마당
옥매향, 약사발을 들고 안방쪽으로 가는데 천서방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온다.
천서방 : 매향아, 우리 대감마님께오서 차도가 계시냐?
옥매향 : (쌩끗) 니년이 뎡성껏 다린 니 약을 드시면 훨훨 털고 일어나실테니끼니 너무 걱뎡마시라요!
천서방 : ...
옥매향 : (안방쪽으로 다가서며) 오마니, 약 들여가옵네다.
S#50. 동 기방 안채 방 안
파릉군, 자리에 누워있고 그 옆에서 자운아가 파릉군의 다리를 주무르다가 있다가 방문쪽 돌아보며..
자운아 : 들이라우!
옥매향 : (방문 열고 들어와 앉으며) 아바디, 니년이 뎡성으로 다린 냑이야요.
자운아 : (파릉군 보며) 나으리, 댬시 일어나 약 드시라요..
파릉군 : (자운아의 부축으로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내 두사람 볼 낯이 없구먼. 이리 맥없이 몸이 무너지다니..
자운아 : (약사발을 입에 대어주며) 나으리께서도 쉬실때가 되신기야요. 이번에 쾌탸하시면 됴뎡일, 세상닐 뎐부 닞으시고
니년과 시골로 낙향하시자요.
파릉군 : ...
옥매향 : 낙향하실 때 니년도 데려가실꺼디요?
자운아 : 다 큰 에미나이래 언뎨까디 에미 꽁무니만 됼됼 뚀타다닐래?
옥매향 : 다 크긴요? 내레 아딕 솜털도 벗디 못했시오! (파릉군보고) 아바디, 니년도 데려가주시라요.
파릉군 : (약사발 내려놓으며)..낙향이라..? 허나 내 이번엔 도성을 걸어서 떠나진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구먼..
옥매향 : 고거이 무슨 말씀이야요?
자운아 : (알아듣고 침통해지는)...!
파릉군 : (한숨을 내쉰다)
S#51 중궁전 외경 (밤)
S#52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뭔가를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다.
S#53. 동 중궁전 복도 (밤)
오상궁, 엄상궁에게 다가가 걱정스럽게 속삭인다.
오상궁 : 중전마마께오서 난정이 일로 상심이 크신 듯 하옵니다.
엄상궁 : (한숨을 삼키며)..음..나 역시 사람을 잘못보았나보이..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복도끝쪽에서 중종이 김상궁과 대전내관을 거느리고 온다.
엄상궁과 오상궁, 놀라 조아린다.
엄상궁 : (방쪽에다)...중전마마, 주상전하 납시셨사옵니다.
S#54. 동 중궁전 방 안 (밤)
윤비 : (흠짓보며) 어서 뫼시어라! (일어서는데)
중종 : (방문 열리면 방안으로 들어와 앉으며) 중전, 오랜만이오.
윤비 : (선채로)..
중종 : 왜요? 과인이 발걸음을 한 것이 못마땅하신게요?
윤비 : (앉으며) 신첩, 전하께오서 다시는 중궁전에 발걸음을 하시지 않으실 줄 알았사옵니다.
중종 : 중전의 언중유골이라 말씀 속에 뼈가 있는 듯 하구려..
윤비 : 당치도 않으신 말씀이옵니다. 신첩, 진정 그리 믿고 있었사옵니다.
중종 : 중전께서 과인에게 중궁전으로 들어달라는 기별을 여러차례 넣었다고 들었소.
마침 조정의 대사가 일단락되었기에 이제야 중궁전을 찾은 것이오.
윤비 : ...
중종 : 과인에게 하시고 싶으셨던 말씀이 있으셨던게요?
윤비 : 이미 때가 늦었사옵니다.
중종 : 때가 늦었다?..허면 조정암의 일로?!
윤비 : ...
중종 : 중전께선 이번에 과인이 조광조를 내친일에 대해 잘못이 있다고 생각하시는게요?
윤비 : 신첩, 전하께 아무 드릴 말씀이 없사옵니다.
중종 : 하실 말씀이 없다?
윤비 : 전하는 이나라의 군주시옵니다. 군주께오서 내리신 용단에 감히 신첩 따위가 어찌 토를 달수가 겠사옵니까?
중종 : ...음!
윤비 : 하오나 신첩, 전하를 군주로 떠받드는 신하로써가 아니오라 지어미로써 지아비이신 전하께 한 말씀 아뢰고자 하옵니다.
중종 : 지어미로써? 어디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보시오.
윤비 : 전하께오선 어찌 소인배들의 간언에 이끌리시어 어두운 군주가 되려고 하시옵니까?!
중종 : 뭐요?!
윤비 :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은 사초에 기록되어 후세에 길이길이 전해질 것이온데
어찌 도학정치의 바른 길을 걷지 않으시옵니까?
중종 : 뭣이라!!
윤비 : 전하, 지금도 늦지 않으셨사옵니다. 귀양간 조광조와 젊은인재들의 죄를 사하시고 그들을 다시 곁에 두시옵소서.
중종 : 허면 과인의 잘못을 인정하란 말씀이오?!
윤비 : 군주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사초에 아름다운 일로 기록될 것이라 믿사옵니다.
전하 용단을 내리시옵소서!
중종 : 중전! 지금 과인을 능멸하려 함인가?! 과인 스스로 과오를 인정하여 과인을 웃음거리가 되기를 바라는가?!
윤비 : 소인배들과 후궁들의 간언엔 그리 쉽게 가슴을 여시는 전하께오서 어찌 조강지처인 신첩의 진언엔 귀를 막으시고
등을 돌리시는 것이옵니까? 전하, 부디 신첩의 고언을 깊이 새겨주시옵소서!
중종 : (연상 쾅!) 그 입 닥치시오! (벌떡 일어서며) 과인이 중전을 용서하려 찾아왔건만 그럴 필요가 없었소이다 그려!
윤비 : 전하!
중종 : (나가려다 휙-돌아보며) 과인이 중궁전 문에 대못을 치지 않는것만도 다행으로 아시오!!
윤비 : 전하!
중종 : (방문 쾅 닫고 나가버린다)...
윤비 : ...!
S#55. 대비전 방 안 (밤)
자순대비, 앞에 앉은 조상궁을 보고 말한다.
자순대비 : 뭐라, 허면 중전께서 또 주상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씀을 하셨단 말이냐?
S#56. 희빈 처소 방 안 (밤)
희빈과 창빈이 다과상을 놓고 앉아있고 그 앞에서 향이가 고하고 있다.
향이 : 예, 주상전하께오서 중궁전 방문마다 대못을 치시겠다는 말씀까지하셨답니다.
창빈 : (거의 울상) 중전마마의 앞 날이 어찌되실지 참으로, 참으로 걱정입니다.
희빈 : 글쎄말이오..중전마마께오서 스스로 화를 자초하시고 계시오니..
희빈(E) : 어찌되긴요? 두고보시오, 중전이 폐서인되고 나면 이사람이 그 자릴 꿰어찰 테니! 호호.
S#57. 경빈 처소 방안 (밤)
경빈 앞에 앉은 김상궁을 바라보고 있다.
경빈 : 중궁전에 대한 전하의 진노가 하늘을 찌르신다?
김상궁 : 예, 쇠인은 얼마안가 교태전은 주인없는 자리가 될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경빈 : (움찔) 허면 중전마마께서 폐서인 되실것이란 말인가?
김상궁 : 전하께오서 그리 용단을 내리실 것으로 짐작하옵니다.
경빈 : 전하를 그림자처럼 뫼셔온 자네가 그리 짐작한다면 십중팔구는 그리되겠지.
김상궁 : 그리되오면 교태전은 경빈마마의..
경빈 : 헌데 말일세..총기가 뒤떨어지시지 않는 중전마마께오서 왜 그리 무모한 주청을 드려
스스로 무덤을 파는지 궁금하단 말일세.
김상궁 : 예에?
경빈 : (가늘게 보다가) 분명 뭔가 믿는 구석이 있음이야.. 무슨 꿍꿍이가..
경빈의 얼굴위로 후레쉬 백되는 (40회 S#6과 41회 S#5의)
난정 : (미소) 중전마마께오서는 앞으로 천하에 거리낄 것이 없으실 것이옵니다.
난정 : 이년, 짐작엔 중전마마께오서 회임을 하신 듯 싶었사옵니다.
경빈 : (움찔 놀라 어딘가를 휙 돌아보는)...!
S#58. 중궁전 방 안 (밤)
윤비의 얼굴에 경빈에게 화답하듯 보일 듯 말듯한 미소가 스친다.
윤비 : (방밖을 보며) 엄상궁!
엄상궁(E) : (방밖에서) 예.
엄상궁 : (방안으로 들어와 조아리며)
윤비 : 날이 밝는대로 오라버니께 기별을 넣어 난정이와 드시라 이르게.
엄상궁 : 예. (방밖으로 나간다)
윤비(E) : (결연한) 내 너희들 따위에게 중궁전에서 밀려나지는 않을것이야!
S#59. 중궁전 외경 (낮)
S#60. 중궁전 마당
난정과 윤원형, 계단을 올라 중궁전 안으로 들어간다.
엄상궁(E) : 중전마마, 윤승후관 드셨사옵니다.
윤비 : 드시라해라.
S#61. 동 중궁전 방 안
윤비, 앉아있는데 윤원형과 난정이 들어와 절을 하고 앉는다.
윤원형 : 마마, 찾아계시옵니까?
윤비 : (난정을 쏘아보는)...!
난정 : (윤비의 눈빛에 찔리는지 시선을 피한다)...
윤원형 : (이상한 낌새)...?!
S#62. 경빈 처소 마당
금이, 일각문 안으로 급하게 뛰어들어온다.
금이 : (방쪽으로 급하게 들어가며) 마마, 마마-
S#63. 경빈 처소 방 안
금이, 급하게 방안으로 들어와 경빈에게 조아린다.
경빈 : 왜 또 호들갑이냐?
금이 : (숨을 고르며) 마마, 드디어 난정이의 정체를 알아냈사옵니다.
경빈 : 오, 그래?..난정이의 아비가 조정의 누구라더냐?
금이 : 난정이는 도총관 정윤겸의 서출이랍니다요.
경빈 : (충격) 뭬야?! 도총관 정윤겸의?!
S#64. 중궁전 방 안
윤비, 정적속에서 난정을 주시하고 있다.
윤원형 : (헛기침으로 정적을 깨며) 마마, 어찌 찾아계시옵고, 아무런 말씀도 하시지 않으시옵니까?
윤비 : (착 가라앉은) 오라버니께선 잠시 곁방으로 드시지요.
윤원형 : 예,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심상치 않은 듯 윤비와 난정을 보며 일어나 나간다)
윤비 : (난정을 보는)...
난정 : (그 시선이 부담되는지)..마마..어찌..
윤비 : (난정의 말을 무시하고 방밖을 보며) 엄상궁!
엄상궁(E) : (방밖에서) 예.
윤비 : 들이게.
엄상궁 : (방문이 열리면 회초리와 목침을 들고 들어와 윤비 앞에 놓는다)
난정 : ...?!
윤비 : 난정아, 네 나를 기망하고도 살아남길 바랬더냐?!
난정 : 예에? 마마 무슨 말씀이시온지?
윤비 : (버럭) 네 이년! 당장 종아리를 걷지 못할까?!
난정, 깜짝 놀라 겁에 질린 듯 윤비를 보는 얼굴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