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강해 제 16장 이스라엘의 3대 절기
12장부터 15장까지는 여호와의 선민으로서 지녀야 할 참된 신앙과 이에 부합되는 외적 행위에 대하여 교훈한 모세는 이제 본장에서 이스라엘 모든 성인이 1년에 세 차례씩 반드시 중앙 성소에 올라가 지켜야 할 3대 절기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3대 절기는 출애굽기, 레위기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언급하는 까닭은 백성들로 하여금 절기를 지킬 때마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의미와 교훈을 깊이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1. 유월절을 지키라. (16;1-8절)
3대 절기 중 가장 큰 절기인 유월절에 관한 규례이다. 유월절이 제정된 역사와 근거, 및 목적에 관한 설명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 설명한다.
‘아빕월’이라는 말은 ‘아빕’이 ‘녹색’ ‘푸른 이삭’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이때는 양력 3-4월에 해당하며 히브리 민간력으로는 7월에 해당한다. 이때 이스라엘은 출애굽 사건을 기념하여 이후로는 한 해의 첫 달로 삼았는데 곧 종교력으로 1월이다. 그 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서는 바벨론식 이름인 ‘니산월’이라고 불렀다. 유월절 예식은 아빕월 10일부터 준비해 둔 어린 양이나 염소를 14일 저녁에 잡아 무교병과 및 쓴나물과 함께 먹는 의식뿐 아니라 그달 21일 저녁까지 지키는 무교절 행사를 모두 포함하여 일컫는 말이다. 이 예식을 지키는 것은 하나님께서 애굽 전역에 내린 결정적 재앙 즉 열 번째 재앙인 장자 재앙이 이 밤에 있었으며 그로 인해 그 날 밤에 황급히 애굽을 탈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그 밤은 ‘여호와의 밤’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 백성은 예배 장소의 난립을 막고 민족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12지파의 기업 가운데서 특별히 지정해 주신 ‘예루살렘 유일 중앙 성소’를 두었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자기 이름을 두시려고 택하신 곳이다. 출애굽 당시에는 각자의 집에서 유월절 예식을 행하였지만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에는 오직 중앙 성소에서만 유월절 제사를 드려야 한다. 유월절 밤에 잡는 짐승은 양이나 염소 가운데 흠이 없고 일 년 된 수컷 한 마리였지만 계속해서 이어지는 무교절기 동안에는 수송아지, 수양, 숫염소와 같은 짐승을 하나님께 바쳤다.
죄의 상징인 누룩이 든 유교병은 곧 부패한 생활을 상징하며 동시에 그것은 멸망할 수밖에 없는 옛 애굽의 음식을 상징하기 때문에 결코 유월절 음식으로 사용할 수 없다. 반면에 누룩이 들어가지 않는 무교병은 고난의 떡이라 부르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이스라엘이 400년 동안 애굽에서 체험한 고통스럽고 쓰라린 노예 생활을 상기시키며,
둘째, 급히 애굽을 떠나느라고 미처 발효되지 못한 밀가루 반죽을 옷에 싸 가지고 나왔던 곤고한 사건을 상기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은 이렇게 무교병을 먹으며 평생에 자신들이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또한 무교절기 7일 동안에는 이스라엘 지경 내에서는 누룩이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때 누룩은 인간의 영혼을 부패시키는 죄악을 상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누룩을 제하는 행위는 곧 죄로 오염된 옛 생활을 버리고 새 생활을 시작하는 것과 함께 악은 모양이라도 버리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유월절에 잡은 고기는 밤을 지내고 아침까지 두지 말아야 하는데 이 고기는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대속의 죽음을 당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나 피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한 규례로 이를 지켜야 한다. 유월절 제사는 반드시 중앙 성소에서 드려야 하는데 이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할 때 개개인이 탈출한 것이 아니라 민족 공동체로서 출애굽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것을 기념하는 예식 역시 민족이 다 함께 거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 규정의 2대 목적은 여호와 신앙의 순수성의 보존과,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결속에 있었다.
유월절 어린 양의 요리 방법은 불에 굽는 것이다. 이것은 출애굽의 긴박한 정황에서 고기를 요리하고 먹기에 좋은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유월절 다음 날에 성회로 모이고, 엿새 동안 무교병을 먹을 것이며 제 칠일에 성회로 모여야 한다. 성회란 하나님 앞에 집회로 모이는 것을 말하며 이때에는 아무 노동도 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 활동이나 직업상의 일을 모두 폐지한 채 안식하며 온전히 하나님께 경배와 감사는 드리는 것이다.
2. 칠칠절을 지키라. (16:9-12절)
맥추절 또는 오순절이라고 불리는 칠칠절에 관한 규례이다. 칠칠절은 첫 수확한 보릿단을 하나님께 바치는 초실절로부터 계수하여 7주간이 지난 그 이튿날 즉 50일째 되는 날을 지키는 것이다. 이때는 보리 추수가 거의 끝나고 새로 밀 추수를 시작하게 된 때이니 이는 곧 수확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기 위한 절기인 것이다. 이 칠칠절이 신약 시대에는 오순절로 지키게 되는데 이는 예수께서 부활, 승천하신 후 50일째 되는 이 날에 보혜사 성령님을 보내주신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보리의 첫 이삭 한 단을 제단에 요제로 바치는 날인 초실절은 곡식에 낫을 대는 첫 날이다. 이 날은 유월절 후 첫 안식일 즉 성회로 모이는 다음 날로서 곧 아빕월 16일이다. 이 날로부터 50일 째 되는 날로 일명 맥추절이라고도 부른다. 추수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기 위해 밀 추수의 첫 소산을 바치는 절기이다. 양력으로는 5-6월, 종교력으로는 3월, 민간력은 9월이다. 칠칠절의 예물은 첫 수확한 밀로 만든 유교병 둘, 일 년 되고 흠 없는 어린 양 일곱, 젊은 수소 하나, 수양 둘이었다.
제사를 드리고 나서 여호와 앞에서 제물을 나누어 먹는데 자녀와 노비와 성중에 있는 레위인과 객과 고아와 과부와 함께 먹어야 한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경제적 기반이 없는 약자들이다. 따라서 백성들은 모든 축제 때 결코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감사 축제든지 간에 불우한 이웃을 동참시켜야 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도 애굽에서 비참한 노예로 있었기 때문이다.
3. 초막절을 지키라 (16:13-17절)
일명 수장절, 또는 장막절이라 부르는데 다른 절기와 마찬가지로 감사 절기이다. 절기를 지키되 형식적으로 지키지 말고 진정과 정성을 다하여 행하라는 것이다. 초막절은 1년의 모든 추수를 끝낸 뒤 지키게 되는 절기로 은혜 중에 추수를 마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추수 감사제이다.
히브리 종교력으로 7월 15일부터 한 주간 동안 지키는 절기인데 이 절기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출애굽한 이후 광야에서 생활한 것을 기념하며,
둘째, 한 해의 추수를 모두 마치게 된 것을 감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광야에서 장막을 치고 살았던 시절을 되새기기 위하여 초막을 지어 놓고 거기서 7일 동안 거처하면서 절기를 지켰기 때문에 이를 초막절이라 부르는 것이다. 절기를 지킬 때에는 ‘온전히 즐거워하라.’고 했는데 ‘마음껏’ ‘충분히’ 즐거워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3대 절기 때에는 이스라엘 남자 20세 이상은 모두 예루살렘 중앙 성소에서 절기를 지켜야 한다.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하나님을 중심한 신본주의적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고대 사회에서 왕 앞에 나아갈 때는 예물 없이는 나갈 수 없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실 뿐만 아니라 만왕의 왕이시기 때문에 빈손으로 나아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대한 진정한 감사와 이웃에 대한 긍휼이 있는 자라면 인색하거나 억지로 바쳐서는 안 되며 반대로 힘에 겹도록 무리하게 바치게 되면 도리어 시험에 빠지게 되므로 허장성세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4. 공의를 좇고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 (16:18-22절)
선민이 지켜야 할 올바른 생활 태도와 신앙 자세에 대해 언급한다. 재판장과 관리들이 재판할 때에 지켜야 할 법 정신에 관한 교훈으로 하나님의 공의에 입각하여 공정한 재판을 하라는 것이다. 또한 참된 예배를 위해 우상을 만들어 섬기지 말라고 하였다.
이스라엘의 각 성에서는 재판장들과 지도자를 세워야 하는데 ‘재판장’은 재판을 관장하는 최고 우두머리이고, ‘유사’는 서기관으로 일종의 법정 서기이다. 본 절의 명령에 근거하여 왕정 시대에는 각 성마다 7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재판정이 설치되었으며 120세대 이상의 성읍은 23명의 재판관이 있는 법정이 설치되었다. 예루살렘 공의회는 사형 판결을 내릴 수 있었으며 산헤드린은 현직 대제사장을 의장으로 한 70명의 장로들로 구성되었다.
재판을 공정하게 하기 위하여 세부 지침을 마련하였다.
첫째, 사람을 외모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신분이나 지위, 혹은 재산 유무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둘째, 뇌물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뇌물은 지혜자의 눈을 어둡게 하고 악인의 말을 굽게 한다.
모세 재판 규례의 근본정신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공의의 정신’이다. 사법부는 그 시대 사회 정의의 보루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는 더욱 준엄하고 엄격하게 재판장들의 판결을 요청하였다. 신명기 27:25절에 뇌물을 받고 공의를 좇지 않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저주는 곧 하나님과의 단절로 인한 죽음이었다. 그러나 공의를 따르면 복이 오는데 그것은 생명과 가나안 땅을 차지하는 축복이었다.
이방인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은폐하거나 혹은 인위적인 경외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온갖 유형적 형상이나 자연 환경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하나님을 경외하는 데는 그 어떠한 인위적인 유형물도 필요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살아 계시며 하나님의 무한하신 영광을 썩어질 금수의 형상으로 바꾸지 못할 것이며, 창조주의 영광을 피조물의 형상으로 대치하는 불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호와께서는 당신의 영광스럽고 지엄하신 형상을 한낱 어떤 유형적 형태로 대치되는 것을 가증스럽게 여기시고 미워하셨다. 왜냐하면 당신의 구속의 피로 사신 백성들이 구속주 여호와를 거부하고 대신 인간이 만든 우상을 섬길 경우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하나님의 신정 정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