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행님요, 친구들아, 또 동생들아 ... -
권다품(영철)
자신은 늙지도 않고, 항상 폼나고 멋질 것이라고만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자신보다 직장이 조금 못하다고, 돈을 조금 적게 번다 싶어서, 또, 남의 밑에서 일한다고, 자신보다 학벌이 좀 못하다 고 ....
혹시, 이런 갖잖은 잣대들로 '나는 저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위하며 어깨에 힘이 들어갔던 적은 없었나요?
혹시, "저 친구 요즘 살기가 힘든가? 아무리 허물없는 친구들 모임이라도, 꼭 넥타이는 안 매더라도 옷을 깨끗하게 입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의지 작업복 입고 나오는 사람이 어딨노?"라며, 혼자 마음 속으로 생각해도 될 것을 매너있는 신사인 척 한다고 말로 했던 적은 없었나요?
"이제 우리 나이정도 되면, 말도 좀 가려서 하고, 같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 입장도 좀 생각할 줄 알아야지 ...." 등등을 말하며 일그러진 표정과 짜증을 섞어서 친구를 무시한 적은 없었나요?
자신보다 몇 살 많은 선배를 보내놓고는 "요새는 검버섯 없애는데 돈도 얼마 하지도 않을 낀데, 그런 여유도 없는강?" 하며 은근히 무시했던 적은 없었나요?
혹시, 자신은 안 늙을 것처럼 "나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었지 저렇게 추하게 늙기 싫다."며 큰소리 쳤던 적은 없었나요?
그러다가,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 점인 줄 알았던 것이 거뭇거뭇 커져가는 검버섯을 보고야 '나도 사람인데, 나라고 항상 젊을 수야 있나'라며 합리화했던 적은 없었나요?
그럴 듯한 자리에 있다고, 돈을 조금 많이 번다고, "인생 뭐 있나?" 큰소리 치며, 언제까지고 멋지고 폼나게 살 것이라고 큰소리 척던 그 때가 언제인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인생?
항상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질까요?
사람 일이 언제, 무엇 때문에, 어떻게 변할 지 누가 알까요?
초라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어느 날, 늘 자신보다 학벌도 낮고, 여러 수준들도 자신보다 못하다고 은연중 무시하고 있었던 친구가 모임에서 "그동안은 내가 항상 얻어먹기만 했는데, 오늘 내가 술 한 잔 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친구들이 웃으며 "왜? 복권 당첨됐나?" 물으면, "요즘 우리 아들이 사업이 쪼매이 잘 되는지, '인자 아버지도 맨날 다른 친구분들 내는 거 얻어드시지만 말고, 친구분들께 한 잔씩 사이소.' 라며 돈을 좀 주네." 하는 친구가 있을 때, 고맙다고 박수를 쳐 주고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 또 잠자리에 누워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설마,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그 친구가 모임에서 돋보이는 짓을 한다고 자존심이 상하지는 않았겠지요?
"우리 딸내미가 사위가 주란다면서 통장에다가 용돈을 조금 많이 넣어주네. 그동안 내가 못나서 친구들한테 얻어먹기만 했는데, 이제부터 나도 한 잔 사보자."며 술을 한 잔 사는 친구가 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까요?
혹시, 자신보다 졸업장이 낮은 친구라고, 은연중에 그 친구의 자녀들도 '뻔하지 않을까'라며, 자신의 자녀들보다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갑자기 그 친구에게 진 것 같아서 화가 난 적은 없었나요?
"스케일 작게 직장 생활을 어떻게 하느냐?"며, 사업자금 좀 대달라며 직장도 없이 술만 마시는 아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친구의 아들과 딸의 얘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어느 날, 선배들과 나이 든 사람들의 얼굴에만 있을 줄 알았던 그 검버섯과 주름들이 내 거울 속에서 보인다면, 여전히 그 높은 학교 졸업장이 자랑스럽고, 친구보다 많이 들었다고 자부했던 그 지식이 자랑스러울까요?
여태까지 벌어놓은 재산들이, 빈둥거리며 놀던 자녀들의 사업 자금으로 조금씩 조금씩 빠져나가서 통장이 점점 줄어가는데도 그런 우월의식이 유지될까요?
그래도, 한창 벌 때의 그 여유있는 큰소리가 나오고,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는 그 말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너무 많이 바뀌고,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너무 많이 달라졌네요.
또, 거울 속 우리 모습만큼 우리 생각들도 구닥다리로 대우받는 세상으로 변했네요.
인생?
차암, 별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
열심히 일한 만큼 노후를 편하게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열심히 벌어 모아놓은 만큼 당당하고 멋지고 폼나게 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
자식 걱정하며 여행도 가지않고 자꾸 "나중에 애들 결혼 다 시키고 나면 ..."하며 미루기만 했는데 ....
여행은 커녕, 돈 버는 기계처럼 시간만 나면 벌다가, 끝내는 여행도 못 가보고, 어느 날 갑자기 가는 부모들도 있으니 ....
아버지 장례식 끝나기 무섭게 유산 상속 때문에 자식들은 남이 되고, 혼자 남은 엄마는 누구 편을 들어야 유리할까 눈치를 보다가, 결국에 가는 곳이 요양병원이니 ...
전문가들 말에 의하면 이런 세상이 우리 세대 앞에 남은 인생이라네요.
행님요, 우리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또, 내 발로 댕길 수 있을 때, 만나서 점심을 먹든지, 저녁을 먹든지, 또, 밥만 먹으면 재미가 있겠습니꺼?
막걸리도 한 잔 하면서, 시부적하고 능글맞은 농담도 쫌 해가면서 같이 웃어입시더.
어이, 친구들아, 또, 동생들아, 우리라꼬 맨날 이렇게 빨빨하겠나?
벌써, 요 아푸다 카는 친구도 있고 조 아파서 병원갔다 왔다는 친구들도 있더라 아이가 와?
자리에 누부뿌마 끝인기라.
더 아파서 자리에 눕는 날 오기 전에 자주 만나고, 하고 싶은 것고 해보자꼬.
세월이 기다려주더나 어데.
그래도 이런 사람은 빼뿌자꼬.
지 코도 석자면서 다른 사람 험담해쌌는 사람 있더라 아이가 와?
꼭 어느 날 만나자꼬 날짜 정하지말고, 갑자기 전화해서 만나는 번개팅이 좋겠더라꼬.
옆에 주욱 돌아보라머.
얼마전까지 같이 밥먹고 술 마시면서 시부적 한 소리 해놓고 같이 웃었는데, 갑자기 병원에 누웠다는 친구도 있더라 아이가 와?
더 심한 친구는 갑자기 부고 날아오는 친구도 있고.
그런 거 보마, 한 살이라도 젊고, 통장에 돈 쪼매이 있을 때, 최대한 즐겁게 사는 사람이 이기는 기지 싶더라꼬.
나는 그런 생각이 드네!
2024년 11월 21일 오전 11시 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