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7년전인 1997년 10월. 토요타는 일본시장에 프리우스(Prius)라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선보였다. 저속에서는 토크와 효율이 좋은 전기모터를, 중고속에서는 기존의 내연기관을 활용하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행하기 어려운 시스템을 구현한 프리우스 1세대형이 나왔을때 때 많은 이들은 단순히 도요타의 친환경성을 홍보하기 위한 제품으로만 보았다. 하지만 이미 몇몇 사람들은 프리우스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신호탄으로 보았고, 미국의 전문 엔지니어 단체인 SAE(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는 프리우스를 2001년 '올해의 차량'으로 선정했다.
사실 프리우스라는 이름이 라틴어로 ‘앞서가는’이라는 뜻처럼 도요타는 1990년대 초반에 21세기를 맞이하여 신세기를 주도해나갈수 있는 제품의 개발을 사내적으로 요구하고 있었다. '앞서가는’ 제품이였던 만큼 1세대 프리우스 개발을 맡게 되었던 도요타의 엔지니어들은 각종 기술적인 난관과 개발연기등 천신만고 끝에 프리우스를 개발하는데 성공하였다. 다만 1세대 프리우스는 평범한 디자인과 평균 차량에 비해 떨어지는 가속성능등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다만 친환경적인 성향이 짙은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와 시에라 클럽같은 환경단체들에게서 호응을 얻었을 뿐이다.
혹자는 프리우스가 두가지 원동력을 채용하는 복잡한 구동 시스템을 채용했음에도 일반 승용차인 캠리 가격대인 2만불이라는 가격으로 이익을 낼수 있는지 의혹을 제기했으나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통한 '이익'을 공개하기 거부했다. 도요타는 이미 수십조원이라는 현금을 보유한 회사였기에 프리우스 1세대에서의 이익에 대한 논란은 그이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3년, 2세대 프리우스 모델이 나오면서 지난 10년이상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 전력을 다한 토요타의 결실이 맺어지기 시작했다. 향상된 성능과 효율을 동시에 이룩한 2세대 프리우스에 대해서는 이제 오토모빌(Automobile)지를 비롯한 각정 자동차 전문지에서 '올해의 차량'으로 선정되었고, SAE는 1세대 프리우스에 이어서 두번째로 2004년도 '올해의 차량'으로 2세대 프리우스를 선정했다. 하지만 프리우스는 단순히 환경만을 생각한 차가 아니다 - 왜냐면 프리우스는 향후 벌어질 자동차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꿀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2. 도전, 실패와 성공
지난 십수년동안 연비를 높이기 위한 자동차 회사들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에서는 시에라클럽같은 환경단체들에 의해 옛 빅쓰리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에게 저매연 고연비 차량의 개발 압력이 들어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개발사례로는 지난 1990년대에 제너럴 모터스(GM)가 개발에 성공한 EV-1이라는 전기차이다. 커다란 전지를 아래에 내장하여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를 통해 충전하는 이 차는 리스(lease)형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인계되었다. 하지만 소극적인 마케팅과 비교적 높은 가격등으로 인해 이 프로그램은 실패를 하고 말았다.
도요타의 경영진이나 기술진 모두 하이브리드의 가능성을 굳게 믿었던 것과는 달리, GM의 전기차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사내 회의와 저항이 비교적 높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EV-1 프로그램은 사용자들의 아쉬움속에 종료되었으며 리스되었던 차량들이 마지막으로 회수되었던 지난 2003년, GM의 차세대 구동원 개발을 위한 전기차 프로그램은 전량 폐기 처분되어 아리조나 사막에 사장된 EV-1들과 함께 역사속에 사라지게 되었다.
이같이 빅쓰리는 저매연 고연비 차량은 과도한 개발비와 높은 초기 상품가격이라는 난제를 들어 시장화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말했지만, 2000년에 선보인 혼다 인사이트(Insight)와 도요타의 프리우스라는 $2만불대의 두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들은 이들의 말문을 닫게 만들었다.
최근 영국의 오토익스프레스(Auto Express)에 의하면 금년말~내년초에 출시될 RX 하이브리드형(RX400h) 외에도 차세대 GS와 LS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고 한다. 현재 도요타 엔지니어들이 손을 보고 있는 것들로는 금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모습을 보인 차세대 GS에 300마력을 내는 3.5리터 급의 V6엔진과 더불어 170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합친, 총 출력이 470마력인 GS350GT형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렉서스 브랜드가 출범한지 1년이 될 2005년 8월 출시예정으로 개발중인 이 차량는 벤츠 E55AMG와 경쟁할 계획이나 연비는 훨씬 높은 60mpg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한수 더 뜬 모델로는 LS 하이브리드형이 있다고 한다. GS350GT 출시후 약 12개월후인 2006년 중반에 차세대 LS로서 나올 이 모델은 400마력의 5.0리터급 V8엔진과 200마력의 전기모터를 합친 총출력 600마력의 LS500GT로, 벤츠 S클래스의 최상급 모델인 S600L에 대적한다고 한다. 이렇듯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프리우스 1세대의 고연비 역할을 벗어나 향후 렉서스 제품군, 나아가서 모든 도요타의 자동차들에 고연비 고성능을 이루는 중추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3. 하이브리드의 끝없는 장점
그러나 한가지 의문이 가지는 것은, 과연 고급차량을 구입하는 여유있는 소비층이 고연비라는 점에 얼마나 큰 메리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첫번째로는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에서는 전기모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경우 전기모터의 특성상 동일한 토크를 내기 때문에 저속에서의 토크가 내연기관에 비해 높고, 이는 시속 0-100킬로까지 도달시간을 짧게 할수 있다. 사실 많은 고성능 차들은 가속에 있어서 많은 연료를 소모함으로써 출력을 높였지만 하이브리드의 경우 저속에서 전기모터를 씀으로 해서 이를 해결할수 있게 되었다.
두번째로는 연료 재급유 회수가 준다는 것이다. 최근에 GM의 허머 H2이라는 대형 SUV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초기 높은 기대치와 달리 소유주들의 만족도가 갈수록 매우 저조해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6만불하는 이 차량을 살 정도의 소유주라면 유류비에 문제가 없는 소비계층임이다. 허나 연비가 고작 8mpg이라는 허머 H3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세단인 혼다 어코드나 토요타 캠리에 비해 1/3도 안되는 저연비로 인하여 재급유를 자주 해야하는 불편함을 야기했다. 결국 고소득층인 소유주들은 유가의 변동보다는 빈번한 재급유에 반발하는 결과를 가지고 왔다. 이렇듯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저속에서의 높은 토크와 적은 재급유 횟수를 제공하여 고급차량을 사는 소비계층에게도 충분한 혜택이 된다는 사실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소비자에게 이런 혜택을 주는 반면에 토요타에게는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인 해결책이 된다는 아이러니도 있다. 즉, 현재 토요타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 주는 미국 시장의 경우 미연방 규정에 의해 자동차 회사가 파는 모든 차들의 연평균 연비는 정부가 정해놓은 연비에 맞추게 하고 있다. 즉, SUV를 포함하는 트럭군이 이익이 많이 나는 분야라고 해서 트럭만 팔수 없고, 모두 판매된 차량들의 평균연비를 연방규정에 맞추기 위해 이익이 적지만 연료효율이 높은 소형차도 팔아야만 한다는 강제적인 조항이 있는 것이다.
허나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경우 금년말에 나올 렉서스 RX400h에서도 보이듯이 고연비 트럭이라는 낯설은 이 컨셉트는 도요타가 합법적으로 많은 트럭의 판매를 가능케 해 줄 것이며더 많은 시장확대와 이익을 가져다 줄것이다. 반면에 이런 하이브리드를 채용하지 못한 경쟁사들은 여전히 균형을 맞추어 팔아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판매에 있어서 연비제약부담이 줄은 도요타의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4. 머지않은 미래
현재 유가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중국의 자본주의 편입은 더 많은 원자재와 에너지를 요구할 것이며, 이는 한정된 기름의 양과 더불어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을 불러 일으킬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현재 기름을 요하는 내연기관을 대신할 차세대 구동기관으로 수소전지가 큰 각광을 받고 있으나, SAE같은 전문엔지니어 집단에서는 현재의 내연기관이 최소한 2030년까지는 활용될 것이며 동시에 수소전지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도래는 시간이 좀 걸릴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러는 가운데 고연비를 달성하기 위한 각국의 시각은 틀려서 일본의 경우 도요타와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서 보듯이 전기모터+내연기관이라는 하이브리드형, 미국은 제너럴 모터스의 수소전지 천명에서 보듯이 수소전지를, 유럽은 디젤엔진을 채택하고 있으나 일단 현재의 대세는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보인다. 즉, 내연기관에서 차세대 기관으로 건너가는 과도기적인 대안은 도요타가 제안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혼다가 제안하고 있는 하이브리드 체제가 혼다만의 것으로 국한되고,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높게 해주고 있다.
이미 수년전 GM과 닛산은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포드도 도요타와 함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더욱이 렉서스의 '고성능 고연비' 하이브리드화에 대응하여 메르체데스 벤츠에서는 S클래스에 자체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하여 시험하고 있다는 SAE측의 소식도 있다.
물론 이들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엔진이나 수소전지 개발에도 관여하고 있으나 당장 실용적인 대안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체제에 손을 들어 준것이다. 어쩌면 도요타는 이들 경쟁사들의 하이브리드 체제에 대한 기술사용권으로도 1세대 프리우스에서 올렸다는 ‘가상의 수익’을 보상하고도 남을 짭짤한 수익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5. 미래는 '앞서 나가는' 자들의 것
무엇보다도 토요타의 프리우스 개발은 우리에게 앞서가는 회사의 모습은 정녕 무엇인가 되묻게 한다. 수십조원이라는 현금을 보유한, 만드는 차량마다 모두 팔리는 뛰어난 생산방식의 도요타보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하이브리드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인정한 경영진과 난관에 굴하지 않고 결국 기술을 현실화시킨 연구진이라는 이 두 구성원들의 모습에서 왜 미국의 한 전문 경제 주간지가 2050년에도 살아남을 회사중 자동차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도요타를 뽑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렇듯 도요타는 프리우스를 통해서 미래가 소심한 자들이 아닌 용기있는 자들의 것임을 세상에 '깨끗하게'(clean) 증명하였다.
이렇듯 오늘 이 시각에도 차세대 구동기관이라는 난공불략의‘트로이'를 공략할 토요타의 목마들은 쉴새없이 만들어 지고 있다.
첫댓글 빨리 그런 자동차가 시판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석유로 인한 아픔은 적어지겠지요..
교수님. 죄송합니다. 만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흐흐흐......^^
지금 외국에서는 시판하고 있답니다. 연비가 30km/L이상 이고요 공해물질도 75%나 감소된답니다. 최고속도도160km/h 상당하죠. 현대에서는 2007년에 상용화 될 예정입니다.
공해가 없는 차를 만드는 것이 제일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