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O 받아야" "xx해줘야" 주변 사람들의 결혼 훈수가
'작은 결혼식' 못하게 만들어
"지난 2월노총각 아들(39)을 결혼시켰습니다.
친구들이 제일 먼저 묻는말이 '뭐 받았어?'였습니다.며느리가 사준 가방을
자랑 스럽게 들어보였더니 '얘, 그건 100만원도 안 하는 가방이잖아.
요즘 다들 명품백 하나씩은 받는다던데 너는 못 받았구나'했습니다.
그전까지 참 마음에 들던 가방인데 갑자기 섭섭하고 괘씸하고 '내가 너무
바보같이 별거 아닌 물건에 감동했나?'싶었습니다.
'뭐 받았어?' 소리 좀 안 들어면 좋겠습니다."(독자 유순자 가명66)
인생 풍파를 겪을 만큼 겪은50~60대도 자식 결혼이 다가오면 부쩍
귀가 얇아 진다.
남들 말에 휘둘리다가 그때 왜 오버 했는
결혼식 끝나고 나서 후회
결혼을 개인의 결합이 아닌 가족의 결합이라 여기고,예물.예단이 가족의
위세를 나타낸다는 인식이 아직 굳건해서다. 취재팀이 중산층.서민혼주와
신랑.신부 수십쌍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가 "처음엔 간소하게 하려
고 했는데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 수록 점점 비용이 늘었다'고 했다.
한국웨딩학회 김인옥 회장(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은"주변에서
'뭐 받았나' '뭐 해 줬나' 두 가지만 묻지 않아도, 상당부분 허례허식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독자 최미진(가명.29)씨는 "저도 처음에는 예단.예물 생략하려 했다. "그런데
엄마가 친구들 만나고 오더니 '남의 집 딸들은 다들 샤넬 가방 받았다는데
너는 왜 못 받았니?'했어요,결혼식이 가까워질수록 양가 어머니 생각이 점점
달라져서 결국 친정에서 시댁으로 300만원짜리 이불.반상기,은수저 세트와
현금 2000만원을 보내고,남편한테700만원짜리 명품 시계도,사줬어요."
예단이 그만큼 가니 최씨도 욕심이 나서, 남편을 졸라 디올 가방.목걸이.
귀걸이에 1500만원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았다.
최씨와 최씨 친정어머니 모두 결혼식이 끝난 뒤 후회했다. 양가 부모 저축을
털어 평소엔 잘 쓰지도 않을 사치품을 잔뜩 산 셈이라는 걸 뒤늦게 실감한것이다.
최씨는 "그때 왜 그렇게 오버했는지 허무하다"면서 "양가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저는 저대로 남들 말에 휘둘린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아들을 결혼시킨 김종곤(가명.53)씨의 경우,처음엔 아들 신혼집으로
변두리 주공아파트나 한채 얻어주려 했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누구는
아들 신혼집 어느 동에 얻어줬다더라"소리에 신경이 쓰였다.
김씨는 "어,어,하는 사이에 변두리 주공아파트가 강남 중심지 래미안이 되어
있더라"고 했다.
평소 강남 중산층을 자부하던 김씨는 아들 결혼시키고 수도권으로 이사갔다.
전문가들은 "각자 능력과 취향에 따라 분수껏 하는 결혼이 가장 아름답다"면서
남이 결혼비용으로 얼마를 쓰고 뭘 샀는지 묻지 않는것이 새로운 생활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조성남 교수는 "결혼식을 얼마나 호사스럽게 치렀느냐로
'자식 농사'를 평가받으려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면서"부모가 먼저 자식 결혼
식에서 과감히 물러서고 '결혼의 주인공은 신랑.신부'라는 당연한 상식을 회복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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