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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내 가슴이 너를 부를 때 원문보기 글쓴이: 우상현
전쟁 이후 공허함과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젊은이들은 열광적으로 빠른 리듬의 재즈를 즐기고, 스피디한 자동차를 타는 것을 선호하였다. 이에 발맞추어 밝고 가벼운 플래퍼(flapper, 말괄량이)룩이 유행하였다. 기능성과 효율성, 합리성을 추구하는 모더니즘이 실제로 패션과 예술에서 더욱 성숙해졌던 시기였다.
풍요로운 재즈시대, 1920년대의 복장. <출처: 한국사전연구사>
전쟁 이후의 공허함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 패션
제1차 세계 대전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사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918년 영국에서는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되었고,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하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플래퍼라는 젊은 여성을 상징하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신여성들의 급하고 참을성 없는 성질을 핵심적으로 뜻한다. 이들은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화장을 하고 담배를 피웠다. 이들의 단발머리는 재즈시대 여성의 자유롭고 독립적인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미는 전통적인 모성애를 강조하는 성숙한 이미지였으나, 이 시기에는 키가 키고 마른 소년(boyish)의 이미지였다. 여성들은 스포츠를 즐겼으며, 비서나 타이피스트와 같은 사무직에 종사하기 시작하였다.
아르데코 양식과 기능주의
1925년 파리에서 개최된 ‘장식미술 박람회’를 기점으로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장식미술의 양식을 아르데코(Art Deco)라 부르는데, 이 명칭은 아르데코라티프(art decoratifs)의 약칭이다. 아르데코 양식은 기능주의에 자극을 받아 기능성과 가속성, 단순화를 추구하는 직선적·기하학적 특성과 함께 유선형의 매끄러운 선의 특성을 가진다. 원색과 검은색 그리고 금색과 은색을 사용하여 강렬하고 뚜렷한 색채대비를 구사하였다.
투트마니아
1922년 투탕카멘(Tutankhamen)왕의 무덤 발견은 유럽인들로 하여금 고대 이집트 문화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투트마니아(Tutmania)란 패션이나 오브제에 이집트의 모티브와 색채로 장식하는 것을 말한다. 새로운 패션은 이국적인 콥틱(Coptic)의 블루와 연꽃 문양, 미이라(mummy)의 갈색과 홍옥의 색으로 장식되었으며, 아프로-아프리칸 취향은 더욱 아르데코 양식을 풍부하게 하였다.
찰스톤 춤 경기대회에서 여성들은 단발머리 위에 클로슈 모자를 쓰고 스커트 길이가 짧은 플래퍼 룩을 입고 격렬한 찰스톤 춤을 추고 있다.
미국의 재즈 문화와 영화배우
미국인들에게 20년대는 굳 올드 데이스(good old days)이다. 전쟁의 폐허에서 벗어나 거리에는 영화스타, 문학, 재즈, 자동차가 넘쳤고, 격렬한 춤인 찰스턴(Charleston)과 파격적인 의상 스타일이 유행하였다. 영화감상은 대중에게 가장 인기있는 오락이었고, 젊은 여성들은 배우들의 의상, 헤어스타일, 화장 등을 모방했다. 이렇듯 이 시기에는 유명배우가 유행을 선도하였다.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는 당시 만인의 연인과도 같은 존재였고, 멋지게 차려 입은 갱들은 거리와 식당가를 누볐다. 대표적 인물인 시카고의 알 카포네(Al Capone)는 1919년 통과된 금주법을 악용하여 뉴욕에서 밀주제조로 거부가 되었고, 늘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알 카포네 스타일은 갱 집단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정착하게 된다.
![]() 그레타 가르보 할리우드 MGM사의 인기스타였던 그레타 가르보. 리카르도 코르테즈(Ricardo Cortez)와 함께 출연한 영화 [Torrent](1926)의 장면. |
![]() 알 카포네(알폰소 카포네) 미국 시카고를 중심으로 갱단을 이끌었던 알 카포네. 말끔한 양복 차림으로 언론과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
![]() 영화 [메트로폴리스]의 포스터 번쩍이는 금속광택과 로봇의 이미지가 강렬한 [메트로폴리스]의 1927년 개봉 당시 포스터. |
기계주의 미학
과학 기술의 발달 덕에 가내 노동을 단축하는 도구와 자동차가 보급되었고, 여성들은 여가시간을 갖게 되었다. 또한 녹음기, 라디오, 전화 등의 보급은 정보 전달을 신속하게 하였다. 특히 웨스팅하우스가 세계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인 KDKA를 만들어 최초로 상업광고와 재즈음악을 라디오 전파로 송출하였다.
인공합성염료의 발달은 자연에서 추출할 수 없는 인공적인 색과 독특한 색의 조합을 가능하게 하였다. 전등의 보급과 그에 의해 강력히 빛나는 금속의 광택은 19세기까지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람들은 번쩍이는 것과 매끈매끈한 질감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는 번쩍이는 금속광택은 1926년 프리츠 랑(Fritz Lang)의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의 로봇과 샤넬의 금속 비즈(beads), 빛나는 에나멜 가죽 구두에 잘 표현되었다. 당시 예술이나 디자인에서는 기능주의가 팽배하였으며, 흑인예술의 도입으로 블랙의 미가 현대적인 미로 정착되기 시작하였다.
스포츠에 열광
1920년대는 모든 이가 스포츠와 운동에 열광하였다. 기계주의가 발전하면서 전기로 하는 마사지 기계와 새로운 운동기구가 발명되었다. 선탠(suntan)에 의한 검은 피부색과 스포츠는 부자들의 상징이었으며 아르데코의 운동감과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한 모티브로 제공되었다. 골프, 축구, 수영, 스쿼시, 승마, 요트 등이 유행하였으며, 이에 따른 스포츠 웨어가 발달하였다. 1924년과 1928년 올림픽의 수영 금메달리스트인 자니 웨이스뮬러(Johnny Weissmuller, 영화 [타잔]의 주인공으로 유명)에 대한 인기는 대중으로 하여금 더욱 스포츠에 열광하게 하였다.
![]() 해변가에서 춤을 추고 있는 여자들. 수영모와 원피스 형의 수영복과 짧은 바지를 입고 있다. |
![]() 1920년대 수영복을 입은 모습. |
어떤 패션이 유행하였는가?
플래퍼 룩
화장과 담배, 그리고 칵테일을 즐기는 자유분방한 젊은 여성들은 여자다움보다는 가슴을 납작하게 하고 허리선이 들어나지 않는 스트레이트 박스(straight box) 실루엣을 선호하였다. 이들은 우아한 포즈로 담배를 피거나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하여 터키복식에 영향을 받은 헐렁한 털 트리밍(trimming)이 달린 스모킹 슈트(smoking suit)를 입고 터번을 쓰기도 하였다. 남성적 요소가 가미된 플래퍼 스타일을 ‘가르손느(garçonne)' 룩이라고도 한다.
털 트리밍이 있는 오버 코트, 저지의 투피스, 넥타이를 매고 와이셔츠를 입거나, 클로슈 모자를 쓰고 있는 모델들. 스커트 길이가 획일적이다.
새로운 슬림(slim) 실루엣을 만들기 위하여 가슴을 납작하기 위한 브래지어(brassière)를 착용하거나, 피카소나 브라크의 입체파 회화와 같이 현대적이며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구성라인과 대조되는 색상을 시도하였다. 소니아 들로네(Sonia Delaunay)는 플래퍼 스타일을 위하여 쟈크 하임(Jacques Heim)과의 공동작업으로 화려하고 추상적 문양의 직물을 디자인하였다.
플래퍼들은 단발머리(이튼 크롭, Eton Crop cut) 위에 군인들의 철모와 유사한 클로슈(cloche)라는 귀 밑까지 덮는 모자를 썼다. 이 클로슈 모자는 리본으로 러브(love)를 상징하였다. 화살같이 리본을 모자 위에 장식하면 사랑에 빠졌다는 싱글 걸, 리본을 단단히 묶어서 장식하면 기혼녀, 나비처럼 리본을 묶어서 장식하면 독립적이며 자유스러운 여성임을 상징한다.
![]() 잡지 < THE Flapper >의 표지 영화 [Blondie of the Folies]에 출연했던 빌리 도브가 모델로 등장했다.(1922년 11월호) |
![]() 배우 루이스 브룩스 털 트리밍이 달린 코트와 모자를 착용한 1920년대 인기 배우 루이스 브룩스(1927). |
![]() 가터를 착용한 여성 스커트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여성들은 가터(garter)와 스타킹, 구두에 신경을 썼다. |
스커트 길이도 무척 짧아 다리의 각선미를 노출하였다(로 웨이스트 라인). 1925년 후반부터는 스커트 길이가 차츰 길어지면서 여성적인 분위기의 가르손느(garçonne) 스타일로 변해갔다. 스커트 길이가 점차 짧아지면서 여성들은 스타킹이나 구두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러 가지 색상의 양말이나 구두가 유행하였다.
샤넬의 카디건 슈트와 리틀 블랙 드레스
1920년대에 활약한 디자이너는 코코 샤넬(Coco Chanel), 마들렌 비오네(Madeleine Vionnet), 랑방(Lanvin), 폴 푸아레(Paul Poiret), 장 파투(Jean Patou) 등이 있다. 샤넬은 대표적인 디자이너로서 그 당시뿐 아니라 현재에 이르기까지 패션에 끼친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녀는 편안하고 실용적·기능적인 디자인을 추구하였다. ‘간결한 것, 감촉이 좋은 것, 낭비가 없는 것’이란 기본 철학을 갖고 검정과 베이지의 단순한 디자인을 하였다. 기능성을 살린 니트 재킷, 니트 점퍼, 풀오버(pull-over) 스웨터, 누빈 코트, 주름 치마 등을 고안한 샤넬은 저지를 정장으로 사용한 최초의 디자이너로서 샤넬 슈트는 현재까지 대중에게 애용되는 슈트다. 1920년대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 모조보석, 짧은 판타롱, 금속 단추, 쇼트 헤어, 카디건 슈트, 남성용 셔츠, 샤넬 라인 등은 시대와 연령을 초월한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현재까지 애용되고 있는 디자인이다.
![]() 코코 샤넬(1920) |
![]() 마들렌 비오네(1920) |
![]() 장 파투(1910년대) |
투피스 스웨터와 스커트
프랑스의 신예 디자이너 장 파투에 의해 값 비싼 울 저지의 스웨터와 스커트가 여성들의 외출복으로 유행하였다. 이 울 저지의 스웨터와 스커트는 스포츠 웨어로 선호되었고, 미국 여성들의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패션으로 유행되었다.
속옷과 신소재의 발명
이 시기에는 전반적으로 H 실루엣이 유행하면서 여성들이 코르셋을 착용하지 않게 되었고, 브래지어와 팬티가 중요해졌다. 1920년대가 되자 여성들의 속옷인 드로어즈(drawers)나 니커스(니커보커스, knickers)가 팬티(panties)가 되었다. 짧고, 허리에 단추가 있거나 고무줄이 있는 형태로, 장식적인 것도 있었다. 캐미솔과 팬티가 붙은 형태가 나왔는데, 카미-니커스(cami-knickers)라고 불렀다. 슈미즈나 페티코트는 슬립(slip)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20년대 이후 레이온이 여성복에 많이 사용되었고, 1938년 미국의 화학회사인 뒤퐁사에서 나일론을 발명하였고, 인공합성염료가 발달되면서 선명한 색상의 직물생산이 가능해졌다.
패션리더로서 영국 윈저 공의 니커보커스
19세기 후반기 성립된 남성복의 슈트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남성 슈트의 패션은 재킷의 길이, 라펠의 너비와 바지 폭에서 약간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1920년대에는 대체로 자연스로운 어깨선, 넓은 라펠, 허리선이 뚜렷한 재킷에 옥스퍼드 대학생이 주로 입었다는 데서 유래한 바지 폭이 넓은 옥스퍼드 백스(Oxford bags)를 입었다.
영국의 윈저 공(에드워드 8세)이 입기 시작한 니커보커스가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하였다. 위에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풀오버(pullover) 스웨터를 입었다. 스포츠 웨어로 착용했던 니커보커스는 캐주얼 웨어로도 애용되었다. 이 니커보커스는 폭과 길이에 따라 플러스 2(plus twos), 플러스 4(plus fours)라고도 하였다.
![]() 배우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와 메리 픽포드의 모습(1920). 캉캉해트(straw boater)를 들고 스프레드 칼라의 셔츠를 입고 있는 페어뱅크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바지에도 커프스가 있다. |
![]() 영국 에드워드 8세의1926년 일본 방문 당시 모습(왼쪽).니커보커스(플러스 4)를 입고 있다. |
참고문헌
김민자, 최현숙, 김윤희, 하지수, 최수현, 고현진(2010) [ 서양패션 멀티콘텐츠 ] 교문사; Battersby, M.(1984) [Art Deco Fashion] St. Martin's Press.; Bond, D.(1989) [The Guinness Guide to 20th Century Fashion] Guinness Superlative; Haye, Amy De La(1988) [Fashion Source Book] Macdonald Orbis; Herald, Jacqueline(1991) [The 1920s: Fashions of a Decade Series] London: B.T.Batsford Ltd; Laver, J.(1995) [ Costume & Fashion ] London: Thames & Hudson; Mendes, V. & Army De La Haye(1999) [20th Century Fashion] London: Thames & Hudson; Mulvagh, Jane(1988) [Vogue: History of 20th Century Fashion] Viking; Yarwood, Doreen(1978) [The Encyclopedia of World Costume] New York: Bonanza Books.
글 : 김민자 서울대학교 교수
출처 : 네이버캐스트
잠자의 패션일러스트 과외(개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