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인들이‘60년미술가협회전’방명록에 남긴 축사.
왼쪽부터 차례로 박수근, 김환기, 방근택의 글이다.
'60년미협전' 방명록 공개…당시 미술계 호응 뜨거웠다 1960년 경복궁서 '국전' 열릴 때, 덕수궁 담벼락엔 '反국전' 전시회 '60년미술가協' 故 손찬성동생 손종현씨가 50년 동안 보관 장욱진·최순우 등도 지지… "
반역과 창조" 등 도발적 글도
- 손종현씨
제9회 국전(國展·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 경복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던 1960년 10월 5일, 덕수궁 북쪽 벽에 격정적인 추상화 50여점이 걸렸다.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해 국전 대통령상을 받은 이의주(李義柱)의 '온실의 여인'과는 거리가 먼 전위적인 그림들이었다. 김봉태(金鳳台), 김종학(金宗學), 손찬성(孫贊聖), 유영열(柳榮烈), 윤명로(尹明老) 등 서울대·홍대 미대 출신 20대 작가 12명으로 구성된 '1960년미술가협회' 일원들은 구상화에 치우친 국전의 수상 경향에 불만을 품고 전시를 기획했다.4·19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대한민국, 서구의 표현주의적 추상예술 '앵포르멜(Informel)'의 영향을 받은 젊은 작가들이 주축이 된 이 전시에 대한 미술계의 뜨거운 호응을 보여주는 방명록이 공개됐다. 1966년 29세로 아깝게 세상을 뜬 고(故) 손찬성의 동생 손종현(70)씨가 50년간 보관해 오다가 본지에 제보한 것이다. 94쪽짜리 방명록에는 80여명의 미술계 인사가 격려의 글을 남겼다. 방명록을 본 최열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은 "4·19 직후 한국 미술계를 휩쓸었던 격동과 전환의 움직임을 담고 있는 '저수지'와 같은 증거물이다"고 말했다.
- 1960년 10월 경복궁 국립미술관에서 제9회 국전이 열릴 때(왼쪽 사진), 덕수궁 북쪽 담벼락에서는 젊은 작가들이‘1960년미술가협회전’을 열었다(오른쪽 사진). /최열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윤명로 서울대 명예교수 제공
반(反)국전 성격의 전시였지만 국전 심사위원을 맡았던 중견 작가들도 전시를 관람하러 왔다. 이들은 대개 추상·반추상 작품을 했던 화가들로 국전 심사위원들 중 소수파였다.박수근(朴壽根)은 '祝 六○년전'이라고 또박또박 적었다. 그는 1959년 제8회 국전 추천작가였고, 1962년 제11회 국전 심사위원을 맡았다. 최열 회장은 "박수근은 화풍이 반추상에 가까운데, 1957년 국전에 낙선해 크게 낙심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김환기(金煥基)는 부인인 수필가 김향안과 함께 '祝壁展覽會(축벽전람회)'라고 남겼다. 그는 그해 국전 심사위원이었다. 최열 회장은 "'자유로운 영혼'에 모던한 화풍의 김환기는 젊은이들의 추상화 운동에 마음이 기울었을 것"이라고 했다.1959년 제8회 국전 심사위원이었던 장욱진(張旭鎭)도 '祝展(축전)'이라고 썼다. 서울대 미대에 출강했던 장욱진은 손찬성·윤명로 등과 가까웠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최순우(崔淳雨) 전(前) 국립중앙박물관장도 방명록에 이름을 남겼다. 최순우 관장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피란 가 있던 임시 국립박물관에서 한국현대미술전을 기획할 만큼 새 시대의 미술에 관심이 많았다.반면 도상봉·심형구·손응성 등 구상화가인 국전 심사위원들의 흔적은 방명록에서 찾아볼 수 없다.
- 미술인들이‘60년미술가협회전’방명록에 남긴 축사. 왼쪽부터 차례로 박수근, 김환기, 방근택의 글이다.
기성화단에 대한 '도전'답게 방명록의 축사(祝辭)에는 도발적인 문구들이 많다. 앵포르멜 운동의 기수였던 평론가 방근택(方根澤)은 방명록의 첫 장에 '反逆과 創造!(반역과 창조!)'라고 썼다. 화가이자 평론가인 김영주(金永周)는 '前衛의 絶叫(전위의 절규)'라고 적었다.1960년미술가협회 창립 선언문을 썼던 윤명로(75) 서울대 명예교수는 "예술에 등수를 매기는 국전에 반발해 성북동 판잣집을 빌려 합숙하면서 전시 준비를 했다"고 회고했다.1960년미술가협회는 1961년 4월 제2회 전시를 끝으로 해산했지만 협회의 주축이었던 김봉태·김종학·윤명로 등은 한국 화단의 거목(巨木)으로 우뚝 섰다. 1863년 프랑스 파리에서 살롱전의 구태의연한 심사에 반발해 열렸던 '낙선전'의 주역 마네·모네·세잔 등이 훗날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역사에 기록된 것처럼.
<출처 : 조선컴 2011.05.23 03:01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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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덕분에 좋은 내용 알게 되어 감사 드립니다^^
늘 건강 하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날 가득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