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임 기자]=얼마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정기석 신임 이사장의 한 방송사 인터뷰 내용을 보고 ‘건강보험재정 누수의 심각성을 이대로 두고만 봐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인터뷰에서 정기석 이사장은 “면허가 없는 사무장이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이나 약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면허대여약국에서 부당 청구하는 금액만 1년 평균 약 2,000억”이라며 “이 부분만 막아도 상당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곧 다가올 초 고령화 사회 진입으로 의료비는 점점 늘어나 건강보험료 인상은 불가피한 현실인데 한해 2,000억 원이 넘는 건보재정이 부정하게 지출된다고 하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아닌가 싶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일명 사무장병원으로 불리는 불법 개설 의료기관 및 면허대여약국으로 인한 재정 누수 규모가 3조 4,500억 원(‘23. 3월 기준)에 달한다. 재정 누수뿐만 아니라 불법 사무장병원들이 제공하는 질 낮은 의료서비스와 각종 위법행위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건강권마저 위협받고 있다.
불법임에도 사무장병원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건보공단이 행정조사를 통해 서류 확인만으로 불법적인 자금흐름 등을 입증하기 어렵기에 우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고 수사 절차를 거치는데 불법 기관이 폐업 등의 수단을 이용해 재산을 빼돌리는 경우가 많아 부정 지출 금액이 제대로 징수(징수율 6.4%)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무장병원 조사에 특화된 전문성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수사권이 없어 제대로 조사할 수 없는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보공단에 특사경 권한이 부여돼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한다면 연 2,000억 원씩 새어 나가고 있는 건보재정을 보호할 수 있고 건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근절로 절감되는 재정은 국민들에게 보험급여 혜택을 확대·제공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국민들이 합법적인 의료기관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되면서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 국민건강권이 보호되는 등 선순환적 의료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무분별한 특사경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는 불법 개설기관 조사에만 제한적인 권한을 행사하도록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감독기관이 철저하게 감독한다면 이와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또한 사전에 사무장병원의 진입을 막지 못하더라도 특사경 권한의 부여로 사후에 신속하게 적발한다면 불법 사무장병원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