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7 - 정읍 샘고을 시장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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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5. 16:34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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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샘고을 시장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정읍에는 전라북도에서 제일가는 시장이 있다. 국내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시장이다. 1914년에 처음 문을 열어 그 역사만도 100년을 자랑한다. 100년의 역사를 증언하듯 오래된 대장간과 순대 국밥집, 뻥튀기 아저씨는 예나 지금이나 건재하다. 대를 이어 장사하는 집도 있고 새로 들어선 지 얼마 안 된 집도 있지만, 100년 된 시장은 그렇게 매일매일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로 생기가 넘친다. 그야말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청과상의 신선한 과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 생선을 다듬는 손길이 분주한 어물전의 주인. |
오일장에서 상설 시장으로
샘고을 시장의 이름은 원래 ‘정읍 제1시장’이었다. 정읍에서 제일 크다고 해서 일제강점기 관료가 행정 편의를 위해 그렇게 이름 지었다. 이름에 뜻을 더하고자 시민 공모로 새로 지은 이름이 ‘샘고을 시장’이다. 시장이 있던 자리에 샘이 많아 ‘샘이 있는 고을’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매 2일과 7일에 열리는 오일장이었다. 그러다가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지금은 매일매일 활기를 띠는 상설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굳이 날짜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장이 된 것이다. 2, 7일에 가축 시장이 추가되는 점만 빼면 매일이 장날이다. 점포가 280여 개나 되고 그 안에서 장사하는 상인의 수만 500여 명이 넘는다. 시장 주변에 무시로 펼쳐지는 할머니들의 난전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된다.
도시인의 시장 구경, 시장은 시민의 광장
샘고을 시장은 언제나 활기가 넘친다. 장거리를 보러 온 주변 마을 사람들과 외지인들로 붐빈다. 꽤 멀리서도 찾아올 만큼 이곳 시장엔 살거리, 볼거리, 먹을거리가 그득하다.
시장 안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 있을 건 있고 없을 건 없는 장이 아니라, 없을 것 같은 것도 있는 장이다. 농수산물을 비롯해 축산물과 가공식품이 즐비하고, 오래된 음식점과 방앗간, 떡집, 철물점, 생필품점 등도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특히 농수산물을 파는 골목은 사고파는 사람들의 흥정과 옥신각신, 웃음소리와 성난 듯 높은 소리로 장이 들썩들썩한다.
“한 움큼 더 주이소. 천 원만 깎아주든가~”
“아따, 인심을 솔찬히 썼구만. 더는 안 된다이~”
옥신각신 대는 소리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시장은 사람들의 삶터이자 놀이터다. | 난전을 펼친 할머니. 일이 고돼도 표정만큼은 고되지 않다. |
장 보러 나온 아주머니와 상인이 옥신각신 흥정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재래시장의 오래된 볼거리다. 시장에 가면 사람들의 활기와 삶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장은 무엇을 사거나 팔러 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서로가 부대끼는 곳이기도 하다. 아는 사람끼리 혹은 모르는 사람과도 만나 무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정을 나누는 장소. 먼 세상 새로운 소식을 듣기도 하고, 주변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한 소쿠리씩, 한 포대씩 풀어놓는 곳이다. 서로 마주보며 웃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그렇게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정들어가는 만남의 장소다. 그래서 장 볼 것이 많지 않아도 시장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방앗간 옆으로 미용실이 자리한 까닭은?
샘고을 시장에는 이색적인 풍경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방앗간 옆 미용실’이다. 방앗간 골목에는 미용실 10여 곳이 한 집 건너 한 집씩 자리했다. 방앗간에 떡쌀이나 고추 등을 맡겨놓고 그것들이 빻아지는 동안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꼬불꼬불 파마를 하는 것이다. 시장 나온 김에 장도 보고 머리도 하고, 기다리는 시간 지루하지 않게 미용실에서 오랜만에 만난 이웃 동네 아지매들과 한판 수다도 떤다.
남자들이 국밥집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설왕설래하는 동안 여자들은 미용실에서 수다 삼매경에 빠진다. 한참 수다를 떨고 나면 꼬불꼬불 오래갈 파마가 완성되고, 방앗간에 맡겨놓은 떡쌀도 뽀얀 얼굴을 하고 기다린다.
있을 건 다 있는 샘고을 시장. | 방앗간 옆 늘어선 미용실들은 아주머니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다. |
구경거리는 또 있다. 정말 100년은 됐음 직한 대장간에서는 담금질이 한창이다. 운이 좋으면 두드리고 때리며 농기구를 만드는 대장장이 아저씨를 직접 만날 수 있다.
뻥튀기 아저씨의 뻥튀기 기계도 적잖이 골동품이다. 숱한 세월 “뻥~이요”를 외치며 옥수수며 쌀이며 튀겨내고 있는 아저씨의 고막이 무사할까 걱정이지만, 아저씨는 외려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놀랠까 더 걱정이다. 사든 안 사든 방금 튀겨낸 뻥튀기를 한 움큼 집어먹으면, 대형 마트 시식 코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래시장의 구수한 맛이 느껴진다.
장구 등 전통 악기를 직접 만들어 파는 집도 서너 곳이나 있다. 무형문화재였던 선대의 혼을 이어받아 전통 악기를 제작,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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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년 넘게 “뻥이요”를 외치고 있는 뻥튀기 아저씨. 2 100년 전통을 이어오는 대장간의 한 자리를 차지한 공구들. |
맛집도 즐비하다. 50년 넘은 순대 국밥집 화순옥이 있고, 팥죽을 기가 막히게 끓이는 옛날팥죽집도 있다. 민속떡집에선 모시송편을, 솔나무 떡방앗간에서는 쑥이 그득 들어간 개떡을 맛볼 일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장도 보고 맛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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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따끈하게 끓고 있는 새알팥죽. 먹거리로 배를 채우는 것은 시장 구경의 또 다른 묘미다. 2 50년 넘은 전통의 옛날 순대 국밥. |
샘고을 시장이 공설이 아닌 사설 시장이라는 점도 자랑할 만하다. 상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의논하고 계획해서 시장을 발전시켜간다. 누군가의 지시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인들 스스로 뭉쳐 변화에 대응하고 또 적응하며 100년 전통을 이어왔다. 시장 설립 100년을 맞는 내년에는 문화관광특성화사업을 통해 시민과 함께하는 각종 문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샘고을 시장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시장이다.
샘고을 시장은 손님들에게 재미와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쿠폰도 개발했다. 5,000원 이상 구입하면 100원짜리 쿠폰 한 장을 주고, 그 쿠폰을 30장 모아 3,000원이 되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쿠폰 뒤에 이름을 적어 경품 행사도 한다. 매달 2일에 20명을 추첨해 온누리상품권을 주고, 분기별로는 전자 제품 등 큰 경품을 건다. 시장에 한 번 들르면 50원이 적립되는 포인트 카드도 있다. 물건을 사든 안 사든 하루에 한 번 적립된다. 100원도 허투루 쓰지 않는 살림꾼들에겐 이마저도 즐거운 일이다.
시장에 들를 때마다 50원씩 적립되는 샘고을 포인트 카드. | 모시송편을 만드는 모습. 샘고을 시장에서는 짐이 많으면 배달 서비스도 가능하다. |
장거리가 많으면 택배 서비스도 해준다. 상인이 2,000원을 내고 손님이 1,000원을 내면 정읍 시내의 경우 당일 배달이 가능하다. 외지에서 왔다면 기차역이나 버스터미널로도 배달을 해주니 짐이 많다고 크게 걱정할 일도 없다.
살 것이 많지 않아도 재미 삼아 마실 삼아, 장도 보고 사람 사는 구경도 하면서 몸 편안한 마트 대신 마음 편안한 재래시장에서 활기를 느껴보는 건 어떨까. 팥죽 한 그릇, 순대 국밥 한 그릇, 쑥개떡 한 덩이면 사는 맛도 그럴싸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읍 샘고을 시장 -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재래시장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이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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